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송우미디어 걱정하지 마세요
“묻고 싶은 거 물어보세요.”
여상길은 여유 있는 말투로 얘기했다.
“컨설팅 첫 고객이 성국조선 부사장인 건 아니죠?”
여상길의 사무실을 방문했던 성국그룹 임원은 성국조선 부사장 강진현이었다.
컨설팅 고객인지 물었지만, 사실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름 있는 컨설팅 회사를 놔두고 오늘 오픈한 회사를 찾아올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덕일은 무척 의아했다.
여상길이 어떻게 성국그룹 계열사 부사장을 아는 것인지.
“내 전직의 인연이죠. 로비스트, 브로커, 뭐라고 불리든지 간에 그 일을 하면 인맥이 넓어질 수밖에 없죠.”
“고객이 아니면 개업 축하라도 하러 왔나 보죠?”
“9년쯤 되었네요. 다시 만난 지가. 중간에 나는 교도소에 다녀오고, 그분은 일이 잘 풀려서 성국조선 부사장이 되고.”
“9년간 소식이 없었을 텐데, 이렇게 갑자기 만났다는 겁니까?”
“내가 연락했습니다. 개업 집에 성공한 사람이 찾아와야 좋은 기운을 얻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분은 내가 엄상현 회장님의 똘마니였다는 걸 모릅니다. 알면 오지 않았겠죠. 그분도 내 실력을 알고 있고, 차후에 쓸데는 있을 것 같으니 인사치레로 온 거죠.”
결국, 아는 사람 초대해서 만났다는 결론에 최덕일은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다른 질문을 했다.
“이 빌딩 임대료가 꽤 비쌀 텐데, 대출이라도 받은 겁니까?”
“건물주에게 사정해서 오픈 먼저 하게 된 겁니다. 내일 만나서 잔금 주기로 했는데, 최 변호사님이 좀 도와주시죠?”
“뭐요?”
예상치 못한 대꾸에 당황한 듯한 최덕일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상길은 그를 사무실로 불러들인 진짜 용건을 얘기했다.
“회장님께서는 여전히 성국그룹 싫어하시죠? 한 방 먹일 게 있는데.”
“……!”
순간 최덕일은 대답하지 못했다.
엄상현 회장은 성국그룹에게 당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앙갚음을 하고 싶어 한다.
성국그룹이 검찰을 움직여 군 시설 유류 독점 납품 특혜를 수사하는 바람에 송우정유 사장은 구속되고, 차명 주식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것을 설욕하려면 성국그룹 내부정보가 필요한데, 쓸 만한 정보를 아직 얻지 못했다.
그런데.
‘여상길이 성국그룹에 대해 아는 게 있다고?’
거짓말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비록 그는 몇 년간 교도소에 있기는 했지만, 로비스트로서의 인맥이 있으니 자신이 모르는 걸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전에 함께 일할 때도 꽤 정확한 정보를 가져오곤 했기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뭡니까?”
“내 사무실을 왔다 간 성국조선 강진현 부사장의 과거를 압니까?”
최덕일은 흠칫 놀랐다.
단지 과거에 알았던 사람이라고 얘기해서 흥미를 잃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를…… 기다렸군요?”
최덕일은 이제 알아차렸다.
그는 감시당한다는 걸 알고 이용했다.
오늘 일부러 성국조선 강진현 부사장을 사무실에서 만난 것도 자신이 찾아오게 하려던 것이었다.
“들어 보겠습니까?”
최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현 부사장은 과거 사채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중개상이었죠. 그런데 성국조선 부사장이 됐습니다. 구미가 당기시면 은행 문 닫기 전 잔금 부탁합니다.”
“머, 뭐요?”
황당하다는 듯한 최덕일의 반응에 여상길은 뭘 그리 놀라냐는 듯 대꾸했다.
“알 만한 분이 왜 이러십니까? 잔금을 지불해야 회사 운영을 할 수 있고, 그래야 먹고살죠.”
이에 최덕일이 반격하듯 얘기했다.
“우리가 강진현 부사장에 관심 없으면, 잔금 갚지 못한 회사는 오픈하자마자 문 닫겠군요.”
그의 의도를 아는 여상길이 싱긋이 웃으며 대꾸했다.
“송우그룹만 성국그룹을 미워하는 거 아닙니다.”
“……!”
최덕일은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송우그룹이 관심 없으면, 다른 곳에 정보를 팔 수도 있다는 것을.
물론 최덕일은 그의 정보에 흥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아한 게 있다.
여상길이 왜 그 정보를 엄상현 회장에게 주려고 하는지.
“당신은 엄상현 회장님을 미워하잖아요.”
“원망했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 회장님이 가장 잘 아시더군요.”
“…….”
“기업 인수, 매각할 때 우선 협상 대상자라는 거 선정하지 않습니까. 엄상현 회장님은 그런 분이죠. 내 가치를 가장 잘 아니까.”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문이 열리며 최명준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사장님, 이것 좀 보시죠.”
그가 뉴스 속보가 프린트된 문서를 현호에게 건넸다.
그린벨트 해제가 결정된 지역에 현호가 미리 사 둔 성남, 광명, 부천 지역이 포함되었다.
최명준도 놀랐는지, 현호에게 진담 같은 농담을 했다.
“사장님, 부동산 개발업을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 기억해 두죠.”
그때였다.
디링.
현호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여상길에게서 온 것이다.
[최덕일 변호사가 다녀갔습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이어서 최명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엄상현 회장 비서의 전화였다.
“최명준입니다.”
[회장님께서 엄현호 사장님을 성북동으로 오시라고 합니다.]
“사장님께 전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최명준,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회장님께서 성북동으로 오시랍니다. 송우미디어 주식에 대해 알게 되신 게 아닐까요?”
“그럴 거예요. 최 변호사가 여상길 씨를 만나러 갔다는 연락을 받았을 겁니다. 아버지는 수경이 누나를 만났겠죠.”
최명준은 현호의 여유로운 태도에 그의 걱정이 기우라는 걸 직감했다.
“지금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러죠.”
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자, 최명준 실장이 뒤를 따랐다.
* * *
라이스타 사장실.
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사장님, 양문정 여사님께서 오셨습니다.”
“모시세요.”
“예.”
그가 나간 후 중년의 여자가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양문정, 그녀는 결혼 중매인이었다.
엄현주는 그녀에게 다가가 예의 있게 맞았다.
“양 여사님, 어서 오세요.”
“엄 사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엄현주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만, 존대를 했다.
“덕분에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응접 소파로 안내한 엄현주는 그녀 맞은편에 앉으며 친절하게 물었다.
“어떤 차로 드시겠어요?”
“괜찮습니다. 엄 사장님이 얼마나 바쁜지 아는데, 긴 시간을 뺏을 수는 없죠.”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그 일 때문에 왔습니다. 요청하신 사항에 맞는 분들을 추려 봤습니다.”
그녀는 가지고 온 서류봉투를 엄현주에게 건넸다.
봉투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꺼내는 엄현주.
여러 장의 문서들이 있고, 문서마다 젊은 남자의 사진이 클립으로 묶여 있었다.
“후보자 모두 데릴사위가 가능합니다.”
엄현주는 라이스타를 포함한 송우식품만을 가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 스스로 정략결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고모처럼 집안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걸 알고 있다.
고모처럼 다른 집안사람으로 취급되지 않으려면, 성북동 아버지 곁에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집안에서 혼사를 진행하게 되면 성북동을 떠나게 될 테고, 다른 가문의 며느리로 살 수밖에 없게 된다.
아직 집안에서는 그녀의 혼사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새언니들이 부모님을 부추기겠지.’
자신이 결혼하면 승계 후보에서 떨어지는 게 될 테니까.
엄현주는 그들의 뜻대로 해 줄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작은 오빠 엄현태의 결혼식 후 은밀히 양문정을 찾아갔다.
그녀는 재벌가 혼사 중매인이지만 송우그룹의 혼사를 맡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이력, 가족관계 등 자세한 사항은 문서로 첨부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양 여사님. 검토한 후 연락드리죠.”
가족들이 알지 못하게 자신의 결혼 계획을 세워 두리라.
* * *
성북동 서재.
“수경이와 연결해 준 사람이 따로 없다는 말 믿을 수 있는 거야?”
엄상현 회장은 여상길을 만나고 온 최덕일 변호사에게 물었다.
“지금껏 감시했지만 접촉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
의뢰를 맡았던 감시자는 이미 현호에게 매수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현호가 여상길을 식당에서 만났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여상길이 성국조선에 관해 뭔가 알고 있다는 거지?”
“성국조선, 강진현 부사장이 사무실에 다녀갔습니다. 그런데 부사장이 사채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중개상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자가 지금 성국조선의 부사장이라…….”
“뭔가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놈은 우리의 비밀도 알고 있어. 우리의 비밀을 다른 곳에 얘기할 수도 있잖아.”
최덕일은 엄상현 회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알던 사람의 정보를 파는 여상길이라면, 송우그룹과 관련된 것도 팔 수 있는 것이다.
“정보를 사는 게 아니라 여상길을 처리해야 하는 거 아냐?”
“성국조선에 관심 없으시면, 처리하는 쪽으로 조치하겠습니다.”
“…….”
최덕일은 결정해 달라는 듯 얘기했지만, 엄상현 회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최덕일은 그가 왜 주저하는지 알고 있다.
성국그룹을 상대로 설욕할 기회가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는 걸 그가 알기 때문이다.
엄상현 회장은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여상길의 말을 믿고 잔금을 보내 준 후 그를 만나던지, 다시는 연락하거나 만나는 일이 없게 하던지.
한참 그의 고민을 지켜보던 최덕일이 입을 열었다.
“회장님, 어떻게 조치할까요? 은행 마감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고민을 끝낸 듯 엄상현이 결정을 내렸다.
“일단, 잔금 보내고 만날 약속 잡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직접 들어 봐야겠어.”
“알겠습니다.”
최덕일이 대답을 마치자.
똑똑.
노크 소리가 울린 후 현호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 부르셨어요?”
“음.”
짧게 대답한 엄상현 회장이 최덕일을 보며 얘기했다.
“최 변호사는 가서 일 봐.”
“예, 회장님.”
그가 인사한 후 서재를 나가자 엄상현 회장이 현호를 응시하며 물었다.
“수경이가 그러더구나. 그 애가 가지고 있던 송우미디어 주식을 네게 넘겼다고.”
“며칠 전, 연락이 와서 만났습니다. 제게 제안하길래 수락했습니다.”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호가 제안을 받았다고 얘기한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엄수경이 송우미디어 주식을 자신에게 넘긴 사정을 얘기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얘기하려면 그녀의 횡령조작을 말해야 하는데, 엄상현 회장에게 약점만 잡힐 게 뻔한 것을 말할 그녀가 아니었다.
“그 애가 왜 갑자기 송우미디어를 포기한 거냐?”
“지쳤다고 했습니다. 되찾을 수 없는 송우미디어를 포기하고, 리조트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너는 왜 내게 말하지 않았지?”
“그 제안이 수경이 누나의 속임수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봐야 했습니다.”
“…….”
“그래서 모든 게 마무리되었을 때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마무리가 안 됐다는 거냐?”
“제가 성북동으로 출발하기 전에 마무리가 됐습니다.”
“…….”
엄상현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신중하게 처리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이제 송우미디어는 막내아들, 현호의 것이라는 거.
현호는 자신을 보는 그의 얼굴에서 복잡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 표정을 보며 현호는 싱긋이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아버지, 송우미디어에 대해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만족하실 수 있게 제가 잘 지키고 발전시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