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64
64화 엄상현 회장의 반격
현호는 승용차 뒷자석에 앉아 송우미디어로 출근하는 중이었다.
디리리리.
울리는 휴대폰 소리.
남현민 검사였다.
그와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화를 받았다.
“아침부터 전화를 주고, 무슨 일 있습니까?”
“오늘 내가 밥 사고 싶은데, 시간 어떻습니까?”
들뜬 듯한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좋은 일 있습니까?”
“있지요.”
“그러면 제가 사야죠. 장소와 시간 문자로 보내 드리죠.”
현호는 그 좋은 일이 뭔지 짐작이 되지만, 묻지 않았다. 그에게서 직접 듣는 게 좋을 듯했다.
* * *
송우호텔 레스토랑.
여상길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VIP 룸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니, 엄상현 회장이 이미 테이블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여상길은 그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회장님. 보내 주신 돈은 잘 받았습니다.”
“딱한 사람이군. 사무실 임대료도 없이 장사를 시작하다니.”
“그 덕에 회장님도 다시 뵙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상길이 맞은편에 앉으며 대답했다.
“자네가 성국조선 강진현 부사장에 대해 아는 게 있다고?”
“제가 비밀리에 회장님 로비스트로 일할 때, 강진현 부사장은 사채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중개상이었습니다.”
“그런 자가 어떻게 성국조선의 부사장이 됐는지 내게 얘기해 주겠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우리 둘 사이에 불편한 과거가 있는데, 왜 굳이 내게 말하겠다는 건가?”
여상길은 그 물음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엄상현은 과거에 여상길을 사기꾼으로 조작해 교도소로 보냈다.
어찌 보면 가까이할 수 없는 원수나 다름없는데, 그런 그에게 접근한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의심에도 여상길은 표정의 변화 없이 덤덤하게 얘기했다.
“과거는 불편하지만 남은 인생은 살아가야 하니까요. 내 능력을 가장 잘 아시는 회장님께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여상길이라는 놈, 아직 쓸 만하다고.”
“겨우 성국조선 부사장 과거를 말해 주면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거 아닌가?”
“그 과거로 성국그룹 장남을 잡을 수 있는데 말입니까?”
“뭐, 그게 무슨 말인가?”
화들짝 놀란 듯 엄상현 회장의 눈이 커졌다.
그 모습에 여상길의 입가에 미미한 미소가 걸렸다.
“이제 들을 준비가 되셨습니까?”
“해 보게.”
“9년 전이었습니다. 강진현 씨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회장님도 아시겠지만, 그 당시 제가 돈을 좀 가지고 있었죠. 물론 제 돈은 아니었지만, 강진현 씨는 그걸 몰랐으니까요.”
“…….”
“주식을 담보로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중개상이었던 그가 담보로 맡길 만한 주식이 있었나?”
“강진현 씨의 주식이 아니었습니다.”
여상길의 대답에 엄상현 회장의 눈이 반짝였다.
뭔가 알아차린 듯했다.
“혹시, 성국그룹 쪽이야?”
“어차피 돈을 빌려줄 수 없었던 처지라, 그 당시에는 묻지 않았습니다.”
“…….”
“그 일이 있고 얼마 뒤부터 성국조선이 어렵다는 찌라시가 돌았죠. 물론 성국조선은 헛소문이라고 주장했고, 보란 듯이 주가가 연일 상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쯤 얘기하자 엄상현 회장이 감을 잡은 듯했다.
“아! 주가 조작을 했군.”
여상길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때 강진현 씨의 역할을 알았습니다. 성국조선 주식을 매수할 자금 확보였다는 것을요. 그래서 제게 찾아왔던 겁니다.”
“그 자금을 계열사에게 나눠 줬을 거고, 성국증권을 통해 매수했겠지.”
처음에는 계열사가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을 것이다.
그 후에는 일반인들이 매수하면서 계열사는 주식을 팔고 빠져나갔으리라.
“성국증권 사장이 안성재입니다.”
성국증권 안성재 사장은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의 장남이다.
“어쨌든 주가 조작은 성공했군. 중개상이었던 강진현이 성국조선의 부사장이 됐으니.”
엄상현 회장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걸렸다.
이 사건을 세상에 드러내면 안성재 사장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여상길은 대꾸하지 않는 것으로 그의 말에 동의했다.
주가 조작 성공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면, 중개인에 불과했던 그가 성국조선의 임원이 될 수는 없었을 테니.
“그런 얘기를 왜 그때 하지 않았지?”
“덮어야 할 우리 문제로 바빴습니다.”
“돈이 된다면 자네가 아는 송우그룹의 정보도 팔겠군.”
엄상현이 또다시 의심을 드러냈다.
“말씀드렸습니다. 과거는 불편하지만 남은 인생은 살아가야 한다고. 분별없이 행동했으면 지금 제가 회장님과 이곳에 함께 있지 않았겠죠.”
오직 복수에 혈안이 되었다면, 진작 사건이 터졌어야 했다는 의미였다.
사실, 자신은 엄수경의 유혹에 넘어갈 뻔했지만 엄현호 덕분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엄상현 회장은 그런 일을 모르니 자신이 지금껏 조용히 지냈고, 회사를 오픈하고 그에게 먼저 거래를 제안한 것으로 아는 것이다.
여상길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엄상현 회장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그러자 여상길이 말을 이었다.
“오늘 회장님 만나서 사무실 임대 잔금값은 치른 거 같네요. 바쁘다고 하시면 저는 지금 일어나 가고, 괜찮으시다면 밥 한 끼 먹을 시간은 있습니다.”
“……!”
엄상현은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그가 필요할 거 같으면 식사를 함께하고,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헤어지자는 것.
솔직히 그가 어떤 정보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일을 할지 궁금하다.
그의 능력을 알기에 남 주기 아깝다고나 할까.
그리고 입이 무거운 것도 내심 마음에 들었다.
주가 조작을 성국그룹에 얘기했다면 제법 큰돈을 받았을 터였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을 위해 송우그룹에 관한 정보도 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신이 엮여 있는 송우그룹에 관해 신중했다.
이런 것들을 따져 보면, 역시 남 주기는 아까웠다.
엄상현 회장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 하니, 식사하고 가게.”
“그러죠.”
* * *
엄상현 회장이 여상길을 만나는 그 시각, 현호는 남현민 검사를 만나고 있었다.
아침에 들떴던 목소리만큼 남현민의 안색은 밝았다.
그 모습을 보며 현호가 먼저 물었다.
“좋은 일이 뭡니까?”
“얼마 있으면 검찰 인사가 있는데, 승진합니다.”
역시, 현호가 짐작했던 게 맞았다.
하지만 호기심이 생긴 듯 물었다.
“승진을 벌써 아는 겁니까?”
“총장님이 법무부 장관님과 얘기했답니다.”
남현민은 박영준 검찰총장과 거래를 했다.
그를 좌천시키려던 전 총장을 사임하게 만들고, 차장검사였던 박영준을 총장이 되게 도왔다. 그 대가로 승진을 약속받았던 것이고.
현호는 어떤 자리로 이동하는지도 거래조건이었으리라 짐작하지만, 모른 척 물었다.
“승진해서 어디로 이동합니까?”
“중수부장이 됩니다.”
역시, 현호의 짐작이 또 맞았다.
“축하합니다. 미래 검찰총장이 되기 위한 출발점에 서게 됐네요. 탄탄대로로 잘 달려 나가셔야죠.”
“혼자서 갈 수는 없는 길이죠. 그래서 내가 밥 사겠다고 한 거 아닙니까.”
그의 마음을 안다.
중수부장이 되면서 검찰총장의 자리가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느껴지리라.
하지만 실력만으로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걸 아는 그가 먼저 만나자고 했던 것이다.
“밥은 제가 사겠습니다. 부탁할 것도 있고.”
“부탁이요? 뭡니까?”
당장이라도 들어줄 것 같은 얼굴로 그가 물었지만, 현호는 태연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식사부터 하고 얘기하시죠.”
* * *
여상길을 만난 며칠 후, 최덕일이 성북동으로 왔다.
“회장님,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엄상현 회장은 여상길을 만나 주가 조작을 알게 됐다.
최덕일 변호사에게 지시해 그 사실을 아는 내부인을 찾으라고 지시했었다.
“그래? 누구야?”
“지금은 퇴사했지만 성국증권 상무였던 김지웅 씨입니다.”
“그자가 협조할 거 같아?”
“강진현 부사장뿐만 아니라 성국그룹 회장 일가도 싫어해서 원하는 걸 주면 협조할 거 같습니다.”
“성국이랑 무슨 원수졌어?”
“표면적으로는 명예퇴직한 것으로 되었지만, 사실 강진현 때문에 승진에서 밀려났습니다. 갑자기 굴러들어 온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퇴직하게 된 것도 억울한데, 시작한 개인 사업도 실패해서 형편이 어렵습니다.”
최덕일의 설명에 엄상현 회장이 미소를 띠며 지시했다.
“원하는 거 주고, 작품 잘 만들어 봐.”
“예, 회장님.”
엄상현은 기뻤다.
오랜 세월 경쟁에서 이겨 본 적이 없는, 송우그룹 안명기 회장.
송우정유 특혜 사건을 드러내어 자신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주식까지 잃게 했다.
그런 상대에게 앙갚음할 기회가 왔으니, 흥분되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실현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 * *
성북동 거실.
엄상현 회장의 가족들은 저녁 식사 후 거실로 모여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눈치를 보던 엄현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평소와는 다른 엄상현 회장의 기색을 알아챈 것이다.
엄현식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여서 모두의 시선이 엄상현에게로 모였다.
“그렇게 보이냐?”
“예, 무슨 일 있으세요?”
“뉴스 할 시간이 됐지? TV 켜 봐.”
엄상현 회장은 직접 말하는 대신 둘러서 대답했다.
오늘 성국조선 주가 조작 뉴스가 있으리라고 최덕일로부터 미리 전해 들었다.
“네, 아버지.”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아는 엄현호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시작된 저녁 뉴스
TV 화면에 앵커가 클로즈업되며 보도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오늘 첫 뉴스를 단독으로 시작합니다. 재정난을 겪는 성국조선을 위해 성국증권과 계열사가 짜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뭐, 주가 조작?”
화들짝 놀란 엄현식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 이거군요?”
엄현태 또한 빠르게 상황을 인지했다.
그들의 물음에도 엄상현은 미소만 지은 채 뉴스를 보고 있었다.
TV에는 남자의 모습은 모자이크 처리되고, 목소리가 변조된 증언이 나오고 있었다.
[전 직원 : 위에서부터 오더가 있었어요. 시키니까 저희들은 어쩔 수 없었죠.]
[기자 : 위라고 하면 안성재 사장을 말하는 겁니까?]
[전 직원 : 예, 그리고 강진현 부사장님도 개입했습니다.]
“와, 이거 아버지 작품이에요?”
엄현식이 감탄한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이에 질세라 엄현태도 거들었다.
“안명기 회장 장남이 성국증권 안성재 사장이잖아요. 그 집안 난리 났겠는데요.”
두 아들은 엄상현 회장을 띄우기에 바빴지만, 엄현주는 나름 이성적으로 생각해 얘기했다.
“검찰에 성국그룹 사람들이 있어요. 증거 없이 말로 하는 폭로에 검찰이 나서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녀의 말에 엄현식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아버지가 그런 거 생각 안 하셨겠냐? 어쨌든 아버지, 속이 시원합니다.”
‘어쩌나, 그렇게 아버지를 띄워도, 아버지는 나를 찾을 텐데.’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는 현호는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췄다.
아버지 엄상현 회장은 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결국 자신을 찾으리라.
왜?
아버지 계획에 없는 일이 일어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