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77
77화 반격할 적을 만들어 줘야지.
라이스타 사장실.
“구진수를 어떻게 처리할까?”
엄현주가 현호의 소파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어서 말하라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현호는 입을 열었다.
“누나, 아는 기자 있지?”
“있지.”
“그 기자에게 의약분업 파업 반대 선언 전, 구진수가 누나를 만났다는 얘기를 흘려. 권력의 압박으로 느껴질 뉘앙스로.”
“그러면 기자는 확인하려 할 테니까…….”
“구진수를 찾아가 묻겠지. 예비경선 첫 TV토론 전이라, 구진수에게는 불리한 이슈가 될 거야.”
“아하!”
현호의 계획을 이해한 엄현주가 다음 말을 이었다.
“구진수는 당황하겠지. 의약분업 파업이 있기 전 송우병원 사람을 만났다면 누구라도 그 의도를 의심할 테니까.”
“그렇지. 사실대로 얘기해도 사람들은 믿지 못할걸.”
“예민한 시기였으니까. 더 좋은 건 당황한 구진수가 만남을 부인하는 건데…….”
“그렇다면 구진수의 정치생명은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지. 해 볼 테야?”
“당연하지.”
만족스러운지 엄현주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 * *
이틀 후.
구진수는 자신의 선거사무소로 출근하기 위해 승용차에서 내렸다.
몇 걸음을 걸었을 때였다.
“구진수 수석님.”
그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젊은 남자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투데이포커스 이준혁 기잡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구진수는 대선 예비경선과 관련한 인터뷰를 위해 찾아왔으리라 생각했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언론사는 많으나 해야 할 일이 많아 모든 인터뷰에 응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가끔 집 앞이나 선거사무소 앞으로 찾아오는 기자들이 있었다.
“수석님, 잠시 여쭤볼 게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기자님, 죄송하지만 예비경선과 관련해서는…….”
이준혁 기자가 그의 말을 잘랐다.
“예비경선이 아닙니다. 의약분업 파업과 관련해서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예? 의약분업 파업이요?”
구진수는 당황스러웠다.
이미 의약분업을 시행 중이고, 파업도 오래전 끝난 일이었다.
“의약분업 파업이 있기 전 당시 송우병원 엄현주 실장을 만나셨습니까?”
“예?”
“엄현주 실장에게 파업 반대 선언을 하라고 압력을 행사하셨습니까?”
“뭐라고요?”
구진수는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았다.
누군가 자신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그날의 일을 이용하는 거라는 걸.
“압력을 행사하셨습니까?”
“그런 적 없습니다.”
“엄현주 실장을 만난 건 맞습니까?”
“기자 양반, 무슨 의도로 묻는지 알겠는데, 나는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어요.”
“그날 호텔에서 수석님과 엄현주 실장을 본 사람이 있습니다. 엄현주 실장을 만난 건 사실이죠?”
“이런 식의 취재에는 응할 수 없습니다.”
구진수가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하자 그의 비서가 기자에게 다가와 앞을 막았다.
“취재에 응하지 않습니다. 그만 가세요.”
비서가 막는 사이 구진수는 재빨리 선거사무소 건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튿날, 구진수에 대한 의혹 기사가 신문에 보도되었다.
[구진수 정무수석, 의약분업 의료계 파업 전 송우병원 관계자 만났나?]
그 보도 내용의 핵심은 의약분업 파업의 동력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구진수가 송우병원 측에 권력을 이용해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었다.
그런 의심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서 같은 날 호텔을 찾은 구진수 정무수석과 엄현주를 본 사람이 있고, 계획에 없던 파업 반대 선언을 갑작스럽게 했다는 송우병원 관계자의 증언이 있었다.
그 기사로 세상은 시끄러워졌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구진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 기사로 놀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엄상현과 그의 가족들이었다.
“청와대 인맥이 구진수 정무수석이었어?”
엄현주가 송우병원 의사를 대통령 주치의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청와대 인맥이 있다고 했지만, 그가 누구인지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비밀로 했던 사람이 밝혀지자, 놀람을 넘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이가 있었다.
장남 엄현식이었다.
“수석님,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현주에 대해 왜 얘기하지 않으셨습니까?”
엄현식은 구진수와 통화 중이었다.
[굳이 그런 일까지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송우병원 측에서 먼저 연락 와서 만나자고 했어요. 정말입니다.]
“그럼요. 저는 수석님 말씀을 믿습니다.”
[그런데 그대로 얘기하면 제가 엄현주 실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제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제 생각에는 수석님과 현주가 서로 말을 맞추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러고 싶은데 엄현주 사장과 연결이 안 됩니다.]
그의 말에 엄현식은 미간을 찌푸렸다.
엄현주가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날 상황을 아는 송우병원장도 연락이 안 되고, 아예 병원으로 출근하지 않았어요.]
‘현주가 꾸민 게 틀림없어.’
엄현식은 내심 이렇게 판단했지만 구진수에게 드러내지는 못했다.
[엄현주 사장이 내게 섭섭한 마음이 있어서 연락을 피하는 거 같은데, 오빠 되시는 엄현식 사장이 나서 주세요. 이대로는 예비경선이 힘들어집니다.]
“제가 현주와 얘기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서둘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 * *
엄현식이 구진수와 통화 중일 때 라이스타 사장 비서실에서는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사장님, 오후에도 전화가 너무 많이 옵니다.”
비서가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엄현주에게 얘기했다.
언론사, 기자, 정치 관계자 등 사람들은 구진수의 입만 쳐다보지 않았다.
엄현주가 일하는 라이스타로 연락해 사실을 확인하려고 했다.
오전에는 출장 중이라는 핑계를 대어 구진수뿐만 아니라 어떤 전화도 엄현주에게 연결하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같은 대응을 할까요?”
“그렇게 해. 아! 출장에서 돌아오는 대로 입장문을 낼 거라고.”
“예, 알겠습니다.”
디리리.
비서가 돌아서려는데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흠칫 놀라는 기색의 비서가 엄현주에게 얘기했다.
“사장님, 엄현식 사장님께서 전화하셨는데…….”
엄현주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 둔 상태였다.
“이리 줘.”
엄현주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엄현식에게서 전화가 올 줄 예상했다.
비서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은 엄현주는 시큰둥한 톤으로 통화를 시작했다.
“바쁜데 무슨 일이야?”
휴대폰 너머로 엄현식의 화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야! 너 왜 구진수 정무수석 전화 안 받아?]
“정무수석 그만둔 지가 언젠데.”
[야! 말꼬리 잡고 늘어질 생각 말고 당장 정무수석께 전화해.]
“내가 왜?”
[왜라니! 말을 맞춰야 할 거 아냐?]
“무슨 말을 맞춰? 그 기사, 사실인데.”
[머, 뭐어? 야! 이거 네가 꾸민 짓이잖아!]
“난 그 사건 당사자야. 오빠가 나보다 그 당시 상황을 더 잘 알아?”
[…….]
이렇게 나오면 엄현식이 더는 따지지 못하리라 걸 알았다.
“출장이라고 둘러대며 구진수 후보에게 해결할 시간을 줬어.”
[구진수, 대선 후보야. 이런 일로…….]
엄현주가 그의 말을 끊었다.
“예비경선 후보야.”
[어쨌든. 이럴 때 우리가 도우면…….]
“그 열매는 오빠한테 가겠지.”
[현주야, 구진수 정무수석 만만하게 볼 사람 아니야.]
“아이 정말 귀찮네. 알았어. 오빠 얼굴 봐서 구진수 후보와 오늘 만날게. 시간과 장소는 내가 정해서 후보 쪽에 알려 줄게.”
[어, 그래, 알았다. 수석님께 그렇게 전할게. 고맙다, 현주야.]
“바빠, 끊어.”
엄현식은 그녀가 구진수를 도와줄 것으로 착각하며 통화를 끊었다.
‘오빠 예상이 완전히 빗나갈 텐데.’
엄현주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 * *
송우미디어 음악사업본부.
홍보팀의 막내 장수연은 회의실에서 미팅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팀원들이 앉을 자리에 문서와 음료수를 올려놓았을 때였다.
“수연 씨, 수고하네.”
회의실로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들어왔다.
“아닙니다, 팀장님.”
장수연과 팀원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팀장이 앞에 놓인 문서를 보며 얘기를 시작했다.
“아이돌 가수의 앨범 준비도 다 됐으니, 우리 아이돌이 출현해서 홍보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부터 점검해 보자고.”
“네, 팀장님.”
“방송사 오락프로그램 PD들과 미팅이 잡혔고. 음악프로그램은…… 어? 아직 안 잡혔네?”
팀장이 의아한 얼굴로 담당 팀원을 쳐다보자, 난처한 표정의 팀원이 얘기했다.
“아무래도 팀장님께서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깐깐하게 굴어?”
“대형 연예기획사와 밀착이 되어 있잖아요. 그 소속 가수들이 우선순위인 데다가 몇 개 없는 출연자 자리가 경쟁이 치열해서 식사 접대만으로는…….”
난처한 표정으로 담당 팀원이 말끝을 흐리자, 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PR비를 달라는 거네. 하아, 자식들 진짜…….”
일순간 회의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 분위기에 장수연도 팀장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책상 위를 쳐다봤다.
그녀는 팀장이 왜 짜증 섞인 소리를 내는지 알고 있다.
팀장이 말한 PR비는 가수를 홍보하는데 쓰는 돈이 아니다.
무명 가수를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해 책임자에게 건네는 뇌물이었다.
“그 PR비는 내가 회계부장님하고…….”
팀장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얘기하는데, 회의실 문이 열리며 음악사업본부장과 현호가 들어왔다.
“어? 사, 사장님!”
팀장과 팀원들이 놀라 일어서자, 현호가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얘기했다.
“미팅 중간에 들어와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사장님. 무슨 할 얘기가 있으십니까?”
“본부장님께 얘기를 들었는데, PR비라는 게 있다더군요.”
“아, 예. 안 그래도 방금 저희도 그 문제를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팀장님, 가수를 홍보하기 위한 비용은 언제든 지급하겠습니다. 하지만 방송이나 케이블 책임자, 또는 기자에게 건네는 PR비는 지급되지 않을 겁니다.”
“예에? 아…….”
놀란 팀장이 대꾸하지 못하고 눈만 깜빡이자 현호가 다음 말을 이었다.
“매니지먼트사업본부에도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실무에 어려운 점이 있다는 거 압니다만, PR비를 건네는 게 아닌 다른 홍보 방법을 의논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 예.”
현호는 홍보팀원들이 당황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지시한 이유가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건네지던 PR비로 인해 연예계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 폭풍우 속으로 송우미디어가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
“그럼, 회의를 계속 진행하세요.”
현호는 이 말을 끝으로 본부장과 회의실에서 나갔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장수연이 그의 뒷모습을 창문을 통해 신기한 사람처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 * *
디링.
현호가 사장실로 돌아오자, 휴대폰 메시지 알림이 왔다. 엄현주에게서 온 거였다.
[구진수 후보와 오늘 밤에 만나기로 했어.]
현호는 즉시 최명준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오늘 밤 엄현주 사장이 구진수 후보를 만날 겁니다.”
현호는 서랍에서 CD가 담긴 케이스를 꺼내 최명준 실장에게 건넸다.
“구진수 후보가 엄현주 사장을 만나고 나온 후 전달되도록 하세요. 엄현주 사장 쪽에서 보낸 것으로 알게끔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최명준이 CD 케이스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현호가 그에게 준 CD에는 영상파일이 담겨 있다.
구진수가 정무수석 때 송우병원의 VIP용 별장을 이용했던 것을 은밀히 촬영해 가지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구진수가 무척 곤란해지는 자료다.
그 자료를 구진수에게 주는 이유는?
‘누나에게 반격할 적을 만들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