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83
83화 월드컵 아이돌
따스했던 햇볕이 점점 강렬해지고 있었다.
그 열기만큼 2002 한일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내일 촬영이라 정해야 해요.”
송우미디어 회의실에는 월드컵 예능 프로젝트팀원과 아이돌 멤버가 함께 모여 회의 중이었다.
송우미디어가 방송국에 제안해 성사된 예능 파일럿 ‘월드컵 승부, 아이돌에게 투표하세요!’의 촬영이 내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예능에서 아이돌팀은 승패, 스코어, 그리고 누가 골을 넣을지 예측해야 한다.
승부예측을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현호는 회의실 한쪽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우선, 승패부터 먼저 정하죠?”
이 예능을 기획했던 장수연이 회의를 이끌었다.
“당연히 승리지.”
“승리해야지.”
“패한다고 하면 큰일 나지.”
승패에 대한 이견이 없자, 장수연이 다음 말을 이었다.
“좋아요, 승리. 그럼, 스코어는 어떻게 될 거 같아요?”
이때부터 사람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쉽사리 입을 열기 어려운 부분인 탓이다. 잠깐 서로의 눈치를 보는데, 아이돌의 매니저가 먼저 얘기했다.
“폴란드하고는 A매치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경험이 없는 팀이라 경기가 쉽지 않을 테니 점수 차는 많이 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1 대 0.”
“설마 폴란드가 1득점도 못할까?”
이렇게 물꼬가 트이자 사람들의 생각이 제각각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2 대 1 로 할까?”
“화끈하게 3 대 0으로 하는 건 어때요?”
“에이, 그건 너무했고, 2 대 0.”
“난 왜 질 거 같은 느낌이 들지.”
“이긴다니까. 이긴다고 믿어.”
말이 옆으로 새기 시작하자 장수연이 나섰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1 대 0, 2 대 0, 2 대 1, 3 대 0 이에요. 우리 의견을 하나로 좁힐 수 있어요?”
“…….”
그럴 자신이 없는지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러자, 장수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이것은 사장님께서 최종적으로 결정해 주셔야겠어요. 스코어를 정해야 골 넣을 선수를 예측할 테니까요.”
장수연이 현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팀원들도 덩달아 현호를 쳐다봤다.
현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나지막이 얘기했다.
“2 대 0 으로 하죠.”
“정말요? 한국팀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1승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2점 차로 이긴다고요?”
“폴란드가 1득점도 못한다는 게…….”
현호의 결정이 못 미더운지 의구심에 가득 찬 발언들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현호는 속으로 웃었지만, 겉으로는 진지하게 얘기했다.
“내 결정이 마음에 안 들면 여러분이 결정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겠습니까?”
“…….”
그건 부담스러운지 회의실에는 다시 침묵이 흐르자 장수연이 재빨리 얘기해 분위기가 가라앉는 걸 막았다.
“2 대 0 으로 결정됐습니다. 다음으로 골 넣을 두 명의 선수를 예측해 주세요.”
“황선홍이지.”
“그럼, 이번에는 넣어 줘야지.”
“각오가 남다른 것 같더라고요.”
“최고 공격수답게 황선홍이 넣어야지.”
두 명 중 한 명에 대한 의견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같았다.
“황선홍, 한 명 정했어요. 다른 한 명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장수연이 다시 물었다.
“안정환이 넣겠지.”
“황선홍과 포지션이 겹치지 않나?”
“그런가?”
“황선홍은 풀타임을 뛰지는 않을 거야. 누가 선발로 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안정환도 가능성이 있지.”
“나는 설기현. 유럽에서도 뛰어 봤고, 체력도 좋고.”
“난, 유상철.”
“유상철은 미드필더잖아. 차라리 박지성이 더 가능성이 있지.”
이렇게 의견들이 나오자 장수연이 다시 현호에게 물었다.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다시 모두의 시선이 현호에게로 다시 향했다.
그 시선을 받으며 현호가 얘기했다.
“저는 황선홍과 유상철로 결정했습니다.”
“예? 황선홍은 이해하겠는데, 유상철은 왜……?”
“느낌이죠. 젊은 선수들의 실력이 좋기는 하지만, 월드컵은 아주 큰 대회입니다.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감과 압박감이 A매치하고는 달라요. 그래서 경험 있는 선수가 첫 경기를 이끌어 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
모두 현호의 얘기에 수긍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며칠 후.
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저희 드림Four는 2 대 0 한국 승리, 그리고 황선홍과 유상철 선수가 골을 넣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첫 방송이 나가고 드림Four의 예상이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 예상을 엉뚱하다고 느꼈다.
대부분의 팀들은 골 넣을 선수로 황선홍, 안정환, 박지성, 그리고 설기현을 예상했다.
누구도 유상철을 언급한 팀은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튀어 보려고 그렇게 예상했다고 비난했다.
“우리 아이돌 미움받는 거 아냐?”
송우미디어 프로젝트팀원들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런 걱정으로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사무실 TV로 함께 시청했다.
[이을용이 살짝 올려 준 볼, 황선홍 슛! 고오올~!]
[아! 뚫렸습니다. 유상철 슈우웃~! 고오올~!]
“와아아!”
승리의 기쁨에 팀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소리를 지르며 팔짝팔짝 뛰었다. 그러다 이성을 찾은 누군가가 얘기했다.
“잠깐! 우리 아이돌 예상이 맞았잖아!”
그들도 놀랐지만, 세상 사람들은 더 놀라워했다.
다음 날 인터넷에서부터 신문, 방송에까지 드림Four의 정확한 예측이 큰 화제가 되었고, 단숨에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기자님, 저희 아이돌도 너무 기뻐하고, 놀라워했어요.”
“저희끼리도 너무 신기해하더라고요.”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는지, 송우미디어 사무실로 전화가 쇄도했다.
하지만 느낌이었다고 얘기할 뿐 다른 이유를 말할 수는 없었다.
두 번째 미국과의 경기를 앞둔 촬영일 전.
팀원들은 다시 모였지만, 표정은 밝지 못했다.
미국이 FIFA 랭킹 5위, 우승 후보인 포르투갈을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인해 한국팀의 16강에는 여러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승패부터 골 넣을 선수까지 어떻게 예측하는지 얘기해 주세요.”
장수연이 의견을 물었지만, 미국이 포르투갈을 이긴 충격 때문인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 홍보팀장이 먼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미국이 보통이 아니던데.”
“포르투갈을 이길 거라고 아무도 예상 못 했죠.”
“저는 한국팀이 질 거 같은데, 진다고 하면 안 되겠죠?”
“안 되지. 지난번에 결과 나오기 전까지 튀는 예측했다고 얼마나 말들이 많았어.”
“그럼, 1 대 0 으로 이기는 것으로 하고, 이번에는 안정환으로 할까요?”
“1 대 1 무승부로 하는 건 어때?”
“…….”
찬성도 반대도 없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장수연이 현호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음…….”
현호는 일부러 고민된다는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결과를 알고 있지만, 안다는 티를 너무 내면 곤란하니.
“여러분의 의견을 조합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1 대 1 무승부로 하고, 안정환 선수가 골을 넣는 거로.”
결과를 맞힌 직원은 없었지만, 그들의 말을 조합하면 경기 결과가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 * *
[저희 드림Four는 1 대 1 무승부, 안정환 선수가 골을 넣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방송이 나간 후,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전화는 물론이고 아이돌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화난 팬들이 몰려와 비난의 글을 남겼다.
다른 아이돌팀들은 모두 한국 승리를 예상했는데, 드림Four만이 무승부를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뭐랬어? 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진다고 한 게 아니고, 무승부라고 했어요.”
“팬들은 그게 그거로 받아들이잖아.”
직원들도 덩달아 울상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미국과의 경기를 기다렸는데.
[아! 수비 놓쳤어요. 매티스! 아…… 골 들어갔습니다.]
[자, 이을용의 프리킥. 어어어, 어! 고오올~! 안정환~! 동점골!]
“와아아.”
터질 듯 터지지 않던 골이 후반전에 나오자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역전골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맞췄어.”
두 경기 연속 정확한 예측.
직원들과 아이돌은 어리둥절했다.
다음 날, 드림Four의 예측 결과가 일제히 신문에 실렸다.
[드림Four, 폴란드에 이어 미국전도 맞췄다.]
[축구 전문가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한 드림Four.]
[신들린 드림Four의 경기 예측, 다음 포르투갈전은?]
예능 방송 후, 무승부 예측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었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다음 경기를 예측해 달라는 전화가 폭주하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포르투갈전 예측 요구가 쏟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드림Four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순식간에 유명해져 언론사들이 촬영일 취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촬영 전 회의를 위해 다시 모인 프로젝트팀원들과 아이돌.
전 국민에게 알려질 정도로 순식간에 드림Four의 인지도가 상승했지만, 팀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 이거, 너무 부담스러운데.”
홍보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포르투갈이 폴란드를 4 대 0으로 이기면서 한국이 속한 D조의 16강 진출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 탓이다.
“홈페이지 게시판 글 보셨어요?”
“예측해 달라는 요청?”
“아뇨. 16강 진출 예언해 달라고 하는데요.”
“아…… 씨발, 포르투갈은 왜 살아나서 폴란드를 이기는 거야.”
홍보팀장은 답답한 마음을 포르투갈팀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포르투갈이 폴란드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면서 한국팀은 포르투갈과 최소한 무승부를 해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FIFA 랭킹 5위, 우승 후보 포르투갈이 살아난 것이다.
무승부도 어려운데 어떻게 한국팀의 승리를 예상할 수 있겠는가.
만약 패하게 되면 미국과 골 득실을 따져 탈락할 위험도 있다.
“승리한다고 하자.”
온 국민의 염원을 아는데 차마 진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 아이돌은 특별무대에 서게 됐으니, 기분 좋게 승리하는 것으로 하자. 다들 같은 생각이야?”
홍보팀장이 묻자 모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님, 스코어는요?”
장수연이 묻자, 홍보팀장이 망설이다 현호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스코어와 골 넣을 선수는 사장님이 정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껏 잘 맞추셨으니까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현호는 싱긋이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얘기한 것을 조합했을 뿐인데요. 어쨌든 이번에는 패배를 제외했으니, 평범하게 1 대 0으로 승리, 어떻습니까?”
“아, 예. 좋습니다.”
대답은 홍보팀장이 했지만 모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골은 누가……?”
“음…… 아무래도 골을 넣은 황선홍과 안정환에게 견제가 심하게 들어올 테니, 이번에는 박지성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현호는 최대한 논리적 추론으로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도 현호의 경기 결과 예측을 영적인 힘으로 오해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바람대로 홍보팀장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 예. 좋습니다. 누가 넣든 이기기만 하면 좋겠습니다.”
* * *
[저희 드림Four는 1 대 0 한국 승리,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신문에서 드림Four의 경기 예측을 기사화했다.
[드림Four, 한국 포르투갈에 승리 예상.]
[드림Four의 경기 예측, 이번에도 맞출까?]
[입만 열면 맞추는 드림Four, 과연 이번에는?]
그 유명세에 드림Four는 광화문 응원에 초대되어 응원가도 부르게 되었다.
그들이 수만의 사람들 속에서 열창하는 그 시각, 프로젝트팀원들은 사무실에 함께 모여 TV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 떨린다. 제발…… 골 좀.”
후반 20분이 지나도록 두 팀 모두 골을 넣지 못하자 초조함은 더욱 극에 달했을 때였다.
[이영표 길게 올려 줍니다. 박지성! 가슴으로 받고, 수비수 젖히고 슛! 고오올~! 골입니다!]
“와아아.”
팀원들은 팔짝팔짝 뛰며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그 후, 포르투갈팀이 만회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이 났다.
“야! 이거 뭐야? 우리가 또 맞혔어!”
이렇게 이성을 찾았을 때였다.
디리리리. 디링디링. 딩동댕.
팀원들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