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85
85화 엄현주의 결혼과 송우카드
송우호텔 주위로 보안 요원들이 진을 쳤다.
정문 앞으로 하나둘 세워지는 승용차.
그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그룹 회장, 정부 기관의 장차관 그리고 검찰청 간부들이었다.
오늘은 엄현주와 유태규의 결혼식.
신랑 측 참석자는 그의 가족뿐이었고, 검찰총장이 주례사로 참석하니 차장을 비롯한 간부들도 함께 왔다.
그들 중에는 중수부장 남현민도 있었다.
“유 검사, 결혼 축하해.”
남현민이 건조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상기된 얼굴로 유태규가 인사하자, 고개만 끄덕이더니 그 자리를 떠났다.
최고의 엘리트라 자부하는 그들도 그룹 회장들과 장차관들이 있는 곳에는 끼지 못한 채 그들끼리 모여 있었다.
“차장님이 안 보이시네.”
남현민은 검찰 무리 중 형사부장 곁으로 다가가며 얘기했다.
“차장님, 바쁘셔. 인사하러 다니시느라.”
“누구한테 인사를……?”
“보면 모르겠어? 평소에 얼굴 뵙기 힘든 분들이 여기 다 모였잖아.”
“아아, 회장님들.”
“기회잖아. 너도 가서 인사해.”
“대한민국 검사의 자존심이 있지.”
형사부장이 피식 웃었다.
“인사하는 거 들키면 안 되는 분이라도 있나 보지?”
“무,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뜨끔한 남현민이 정색하며 대꾸했다.
그러자 비릿한 웃음을 보이며 형사부장이 얘기했다.
“줄 잘 타라. 삐끗하다가는 맨땅으로 추락할 테니. 나 먼저 식장 안으로 간다.”
형사부장이 먼저 자리를 떠나자 남현민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잘난 척하기는.”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남현민은 예식장을 찾은 그룹 회장들을 살펴보는데, 저만치에서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이 비서와 함께 오는 모습이 보였다.
식장 앞 엄상현 회장 앞에 이른 안명기는 보란 듯이 우렁찬 소리로 얘기했다.
“작년에는 현태, 올해는 현주. 잘되는 집구석이라 매년 경사가 있구먼. 내 자식은 법원 다니기 바쁜데, 하하.”
호탕하게 웃는 얼굴로 얘기하지만 성국조선 주가조작 폭로 배후에 대한 앙금이었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엄상현 또한 보란 듯이 웃으며 대꾸했다.
“자식 농사가 힘든 법이지. 어떡하겠나? 내 자식을 빌려줄 수도 없고. 마음 비우고 사는 게 속 편하지.”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는데, 자식 때문에 상한 마음 다른 것으로 보상받는 날도 오겠지.”
“…….”
틀린 말도 아니어서 엄상현은 미소로 고개만 끄덕일 뿐 대꾸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쪽에서 누군가를 본 듯한 안명기가 서둘러 얘기하며 자리를 떴다.
“나중에 보세.”
엄상현은 그가 가는 곳으로 저절로 시선이 갔다.
안명기가 금융감독원장 곁으로 가더니 다정하게 얘기하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엄상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안 하던 짓거리를 하고, 뭔가 일이 터진 건가?’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저렇게 다정한 티를 내는 것은 안명기답지 않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행동을 유심히 보는 이는 엄상현만이 아니었다.
현호도 안명기의 행동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지만, 생각은 달랐다.
‘금감원을 이용해 송우그룹을 치려는 건가?’
현호는 남현민 검사가 성국그룹의 법무팀장을 만난 것을 알고 있다.
안명기 회장은 남현민에게 감정이 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송우그룹을 흔들 수 있는 걸 주어야만 했을 터.
다른 장차관들도 많은데 금감원장에게 먼저 인사를 한 안명기 회장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남현민은……?’
현호는 식장 한쪽에 자리 잡은 남현민의 행동도 살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는 듯하면서도 눈은 안명기 회장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그러다 안명기 회장과 시선이 마주친 남현민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눈인사를 보내는 걸 포착했다.
‘쯧쯧…… 남현민.’
현호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외숙부 최해식에게 다가갔다.
“외숙부, 오셨어요?”
“어, 현호야. 요즘 송우미디어가 잘 나간다는 말이 있던데, 어떠냐?”
최해식이 방긋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제 시작 단계인걸요. 앞으로 더 잘해야죠.”
“그럼, 그럼. 너는 잘 해낼 거라 믿어.”
“고맙습니다. 외숙부, 예식 마치고 잠시 시간을 좀 내주실 수 있으세요?”
“어? 어. 그래, 알겠다.”
최해식은 이유를 묻지 않고 승낙했다.
현호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조카들뿐만 아니라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뭔가 청탁을 하거나 아니면 뭔가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려는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현호는 다르다.
현호와의 만남은 자신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엄현주의 결혼으로 체면을 구긴 이도 있었다.
바로, 큰며느리 채연희였다.
자기가 설계한 대로 엄현주를 결혼시켜 성북동에서 쫓아내려던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엄현주는 검사 남편과 함께 성북동에서 살게 된다.
그게 못마땅한 채연희는 신부 대기실에서 불편한 마음을 은근히 드러냈다.
“아가씨, 오늘 시부모님 뵈었어요?”
“……?”
엄현주는 말의 의도를 몰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불편해 보이시더라고요.”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엄현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머, 그런 거 없어요, 아가씨. 결혼 앞두고 예민해졌나 봐요. 하긴, 아들이 송우그룹 식구가 되는데 이런 불편한 것쯤은 참아야죠. 안 그래요?”
“큰언니는 많이 참고 사나 봐요?”
“뭐라고요?”
“내 눈에는 시부모님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던데. 큰언니 경험에서 나온 말인 거 같아서요.”
허공에서 엄현주와 채연희의 차가운 눈빛이 부딪쳤다.
잠시 말이 없던 두 사람.
하지만 곧 채연희가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저는 아가씨가 부러워요.”
“예?”
예상하지 못한 대꾸에 엄현주가 당황했다.
“귀한 아들 처가살이도 허락하시고. 아가씨는 제사 때만 얼굴 내비치면 되잖아요. 아! 그때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그럼, 뭐 신경 쓸 게 없네요.”
엄현주가 못마땅한 시선으로 대답했다.
“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요, 큰언니.”
“……알겠어요, 아가씨.”
뒤돌아선 채연희는 신부 대기실 밖으로 향했다.
좀 전까지 미소를 띠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며느리가 어떤 건지 알게 해 줄 테니 기다려요.’
그리고 다짐했다.
송우그룹을 얻기 위해 이런 결혼을 선택한 엄현주가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 * *
결혼식이 모두 끝난 후.
현호는 외숙부 최해식을 만나기 위해 미리 약속한 레스토랑 룸에 도착했다.
“현호야.”
현호가 문을 열고 들어오니 최해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외숙부, 먼저 와 계셨네요?”
“나야 결혼식 하객이었으니, 이것저것 챙길 게 없잖아. 그런데 무슨 일 있는 거냐?”
“여쭤볼 게 있어요.”
“뭔데?”
“금감원 회의 때 참석하시죠?”
“원칙적으로는 참석해야 하는 게 맞는데, 다른 용무가 생기면 못할 때도 있어. 그런데 그걸 왜 묻는 거냐?”
최해식은 그가 금감원을 언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요즘 금감원에서 신경 쓰고 있는 이슈가 뭔지 알고 싶어서요.”
“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에는 신용카드 문제가 두드러지지. 얼마 전에 대출통합관리가 시행됐는데, 애초에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신용불량자가 나올 거로 우려하고 있어.”
그의 말을 듣자마자 현호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송우카드!’
송우카드는 실적 면에서 성국카드를 앞섰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한 성과인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마구잡이식의 신규 모집.
높은 이자율의 현금서비스와 대출 그리고 높은 연체율.
부담이 되어 가는 카드 채와 이자.
이런 여러 문제점들이 결국 내년 카드대란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생에서는 송우카드도 다른 카드사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다.
현호는 모르는 척 최해식에게 물었다.
“송우카드는 실적이 좋다고 들었는데, 별문제는 없겠죠?”
“글쎄다. 내가 송우카드 데이터를 자세히 본 게 아니어서 정확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보통 실적이 좋으면 위험요소도 높을 수 있어.”
“…….”
현호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최해식이 얼른 다음 말을 이었다.
“현호야, 아버지께서 잘하고 계실 거야.”
“아, 네. 그러시겠죠.”
현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지만, 예식장에서 보았던 안명기 회장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혼주와 인사 후 안명기 회장은 금감원장을 만나러 갔어.’
성국카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성국그룹의 금융 계열사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어쩌면…….’
현호는 짚이는 게 있지만 아직 드러낼 수는 없었다.
* * *
그날 이후, 현호는 송우미디어와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일로 바빴다.
신혼여행을 갔던 엄현주와 유태규도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가족들이 식사 후 함께 거실에 모여 있을 때였다.
“회장님.”
박경국이 허겁지겁 거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최 변호사님께서 연락 오셨는데…… TV 뉴스를 보셔야겠습니다.”
박경국이 재빨리 리모컨을 눌러 TV를 켰다.
TV 화면에 기자가 리포터를 막 시작했는데, 송우카드 사진과 함께 ‘불법적 신규 모집’이라는 헤드라인이 있었다.
[기자 : 올해 상반기에 금감원은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면 미성년자의 카드 연체대금은 카드사가 책임지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카드사들은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송우카드는 여전히 마구잡이로 미성년자에게 부모 동의 없이 카드를 발급하고 있었습니다.]
TV 화면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을 기자가 인터뷰했다.
[기자 : 송우카드 신청한 거예요?]
[학생 : 예.]
[기자 : 부모님 동의받고 신청한 거예요?]
[학생 : 아뇨. 그런 거 없이 된다던데요.]
[기자 : 어떻게 알고 여기로 왔어요?]
[학생 : 저희 반 친구들 얘기 듣고 왔어요. 여기로 가면 카드 만들어 준다고 해서.]
[기자 : 친구들이 여기에서 카드 만들었어요?]
[학생 : 예.]
[기자 : 친구들도 부모님 동의 없이 만들었어요?]
[학생 : 예.]
“박 과장!”
엄상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변호사 들어오라고 해.”
“지금 오고 있습니다.”
“송우카드 사장도 연락해서 오라고 해.”
“예, 회장님.”
화가 솟구친 엄상현은 간다는 말도 없이 거실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엄현식이 타박하듯 얘기했다.
“송우카드 사장, 뭐 하는 거야?”
이어서 엄현태도 거들었다.
“그러게. 이렇게 티 나게 하면 어쩌자는 거야?”
가족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송우카드만 그런 영업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사과문을 내고 카드 사장을 자르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호는 달랐다.
‘송우카드만 타깃이 됐어.’
분명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게 누구인지 현호는 안다.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텐데.’
현호의 예상대로 들어맞았다.
다음 날부터 송우카드의 문제가 시리즈로 터져 나왔다.
[기자 :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발급받은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억대 대출을 한 A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는 송우카드가 카드 발급할 때 본인확인 절차가 없다는 걸 알고는 이런 일을 저질렀습니다.]
[기자 : 송우카드가 카드 대금을 갚으라는 연체 독촉을 연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송우카드의 불법적 영업행위가 큰 이슈가 되었을 때였다.
현호는 최해식의 전화를 받았다.
[현호야, 금감원에서 송우카드에 대해 논의할 것 같다. 아무래도 매형에게 얘기…….]
현호가 그의 말을 끊었다.
“아니에요, 외숙부. 아버지께 알리실 필요 없으세요.”
어쩌면 잘된 일이다.
내년 카드대란 때 터졌다면 해결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다.
차라리 지금이 낫다.
그런 면에서 성국그룹에게 고마워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