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송우카드의 위기
[알리지 말라고?]
의아한 듯한 외숙부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아버지도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아실 만한 정보력이 있으세요. 아버지가 아신다고 해도 결과를 바꿀 수는 없을 거예요.”
[…….]
“문제가 드러난 송우카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금감원이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게 될 테니까요.”
[하긴…….]
“다른 카드사들도 비슷한 문제점들이 있을 거예요. 그중에 송우카드만 징계를 받으면 아버지는 억울할 수 있죠.”
[…….]
“하지만 이참에 송우카드를 잘 수습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면 업계 최고가 될 기회일 수 있어요.”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나는 지켜만 볼 테니 네가 아버지를 잘 돕거라.]
“예, 외숙부.”
통화를 끊은 현호는 곁에 있던 최명준 실장에게 물었다.
“최 실장님, 해제된 그린벨트 땅 시세가 많이 올랐죠?”
“그렇습니다, 사장님.”
현호는 투자 및 회사 운영 자금을 제공했던 판교 땅을 처분하면서 자금의 일부로 그린벨트 땅을 매입했었다.
그 땅의 그린벨트가 해제되었고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땅값은 엄청나게 치솟았다.
“그 땅을 매각할 전문가를 서둘러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최명준 실장이 사장실 밖으로 나가자 현호는 M&H 인베스트먼트 나해철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해철 대표님.”
[예, 사장님.]
“대표님이 만나야 할 분이 있습니다.”
[누구죠?]
“최동민, 송우카드 사장입니다.”
현호는 송우카드에게 곧 위기가 오리라는 걸 안다.
송우카드에게는 위기이지만 현호에게는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 * *
“징계 논의?”
현호가 예상한 대로 엄상현 회장은 금융감독원의 분위기를 최덕일 변호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수수료 담합 건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고 합니다. 곧 과징금 부과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카드가 발급되는 일로 시작된 송우카드의 불법적 영업행위가 카드수수료 담합 건으로 확대되었다.
“얼마나 나올 거 같아?”
“백억 원대로 예상합니다.”
“젠장.”
엄상현 회장의 입에서 거친 말이 새어 나왔다.
“송우카드가 타깃이 됐어. 누군가 배후가 있을 거야.”
“혹시…… 짚이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안명기야…….”
“성국그룹 회장님 말입니까?”
“그래. 현주 결혼식 때 금감원장을 대하는 태도가 평소와는 달라…… 아!”
그날의 기억을 되살리자 안명기 회장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는데, 자식 때문에 상한 마음 다른 것으로 보상받는 날도 오겠지.”
“아뿔싸…….”
엄상현 회장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날 안명기가 한 말의 속뜻을 이제야 이해한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안명기, 그놈은 그때 이미 진행하고 있었어. 내게 한 말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금감원의 징계 수위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 인맥 총동원해서라도 징계와 과징금 최대한 낮추도록 해 봐.”
“예, 회장님.”
엄상현 회장은 인맥을 총동원해 대응하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의 희망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송우카드와 함께 수수료를 담합한 세 개의 카드사들에게 25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송우카드가 부담해야 할 과징금은 103억 원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은 송우카드에 2개월 신규회원 모집 금지 명령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 * *
“하아…….”
송우카드 최동민 사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규모집 금지라는 중징계를 피하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뿐.
허탈한 심정으로 책상 위에 놓인 사직서를 보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최동민 사장님 되시죠?]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저는 M&H 인베스트먼트 대표 나해철이라고 합니다.]
M&H 인베스트먼트?
최동민이 알지 못하는 투자사였다.
“왜 제게 전화하신 거죠?”
[사장님을 만나 뵙고 싶어 연락 드렸습니다.]
“저를요? 왜죠?
[사장님께서 처하신 곤란한 상황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움?
최동민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한 가지였다.
‘송우카드에 투자하려는 건가?’
그렇다면 못 만날 이유가 없다.
과징금과 신규모집 금지 명령의 영향으로 지금보다 자금 사정이 안 좋아질 게 분명했다.
이러한 때에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도움이라면 무엇을……?”
[투자사가 투자 말고 뭘 하겠습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 * *
나해철은 약속된 레스토랑 룸에서 최동민 송우카드 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닌 최동민이 들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해철이라고 합니다.”
나해철이 먼저 악수를 청하자 최동민이 그 손을 맞잡았다.
“최동민입니다.”
마주 보며 자리에 앉은 두 사람.
나해철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좋지 않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 송우카드가 참 곤란하겠습니다.”
“예, 그렇기는 합니다만 송우카드가 더 발전하는 밑거름으로 삼아야죠.”
최동민은 모범답안 같은 말을 했다.
투자자 앞에서 힘들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희 송우카드에 투자를 희망하신다고 이해했습니다만.”
“잘못 이해하신 것 같네요. 저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예?”
화들짝 놀란 최동민의 눈이 커졌다.
“저와 통화할 때 송우카드에 도움을 주신다고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곤란한 사장님을 도울 수 있다고 했죠.”
“그 말이 같은 의미 아닙니까?”
“다릅니다. 저는 사장님이 보유하고 계신 송우카드 주식을 매수할 생각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예에?”
최동민은 뜨끔했다.
송우카드는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었고, 자신이 차명으로 송우카드 주식을 소유한 것은 엄상현 회장도 모른다.
그런데 나해철이라는 이 사람은 어떻게 알고 얘기한 걸까?
아니면 그냥 추측해서 얘기한 걸까?
어찌 됐든 쉽사리 털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몇 년 사이 신용카드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성장을 직접 확인하신 사장님께서 주식을 챙기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허허…….”
최동민은 곤란한 상황을 피해 보려 소리를 내어 웃었다.
“말씀은 그럴듯합니다만, 뭔가 앞뒤가 맞지가 않군요.”
“무슨 말씀입니까?”
나해철 대표가 의아한 듯 물었다.
“방금 신용카드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래서 내가 주식을 챙겼을 거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죠.”
“이번 일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시게 되면 퇴직금 말고 받으실 게 없으실 텐데요. 더구나 송우카드 경영도 어려워질 테고요.”
“…….”
최동민은 그의 얘기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자신도 퇴임하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
이번 일이 없었다면 명예로운 퇴임으로 엄상현 회장에게 선물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곤경에 처한 상태에서의 퇴임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은 퇴직금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송우카드의 경영은 다르다.
송우그룹이 뒷받침하고 있는 송우카드는 곧 어려움을 극복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송우카드는 더 성장하게 될 텐데, 주식을 파는 것은 굴러드는 돈주머니를 걷어차는 것과 같다.
“나해철 대표님이야말로 송우카드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시네요.”
“……?”
“징계를 받기는 했지만, 송우카드는 끄떡없습니다. 송우카드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면 저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최동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살펴 가세요.”
가볍게 인사를 한 그가 돌아설 때 나해철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헤어지게 되어 유감이네요. 하지만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연락 주세요.”
“……”
최동민은 아무런 대꾸 없이 룸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자 나해철 대표의 얼굴이 의아한 기색으로 바뀌었다.
‘엄 사장님은 어떻게 알았지?’
그가 이 자리에 오기 전 현호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다.
-최동민 사장은 아마 주식을 팔 생각이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현호는 그에게 최동민 사장을 만나서 제안하라고 했다.
현호가 예상한 대로 되었지만 보고는 해야 했다.
그에 나해철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사장님, 나해철입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나해철과 통화 중이었다.
“최동민 사장과는 잘 만나셨습니까?”
[잘 만나기는 했는데, 사장님 예상대로 최동민 사장이 주식 매도를 거절했습니다.]
“다시 연락 올 겁니다. 그때 다시 만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나해철과 통화가 끝나자 곁에 있던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최동민 사장이 다시 연락 오리라는 걸 어떻게 아십니까?”
“이번 일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
현호는 최명준 실장을 향해 엷은 미소를 보이며 얘기했다.
“아버지는 과징금에 대해 행정 소송을 할 겁니다.”
“당연히 그러시겠죠.”
“신규모집 금지 명령이 중징계이기는 하지만 송우카드가 버틸 여력은 충분합니다.”
“…….”
“이번 일의 배후에 있는 안명기 회장이 이런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아……! 그래서 끝나지 않았다고 하신 거군요.”
최명준은 이제야 현호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럼, 안명기 회장의 또 다른 계획이 언제 시작될까요?”
“곧 시작되겠죠.”
* * *
현호가 예상했던 대로 안명기 회장의 다른 계획이 드러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TV 뉴스에 송우카드 문제가 연속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송우카드에 신규모집 금지 명령을 내렸고,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징계를 받을 만큼 불법 영업을 해야만 했던 송우카드의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높았던 송우카드의 실적 이면에는 다른 회사보다 높은 연체율이 존재했습니다. 작년에도 타 회사보다 높았던 송우카드의 연체율은 올해 상반기에는 더 크게 올랐습니다.]
[송우카드에 대한 징계가 알려지자 송우카드의 주식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뉴스 보도 중단시켜!”
송우카드 문제가 계속 보도될 거라는 소식을 접한 엄상현 회장이 끓어오르는 분노로 소리쳤다.
“방송국 사장에게 연락했지만, 보도국의 편집권을 간섭할 수 없다고 합니다.”
최덕일 변호사가 대답하자 엄상현 회장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뭔 개소리야! 그럼 광고를…….”
최덕일이 엄상현의 말을 자르고 얘기했다.
“회장님, 성국그룹이 있습니다. 광고로 통하지 않습니다.”
“안명기 그놈이…….”
다시 시작된 송우카드 문제로 엄상현 회장이 분노를 표출하던 그 시각, 현호와 최명준도 함께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최명준은 현호의 예상대로 들어맞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잠시 후 이성을 찾은 듯 현호에게 나직이 얘기했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일이 벌어졌군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예에? 또 있다고요?”
놀람보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최명준이 현호를 쳐다봤다.
그에 현호는 그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안명기 회장 뜻대로도 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