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송우카드 주식
“안명기 회장 뜻대로도 안 된다고요?”
최명준 실장의 물음에 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안명기 회장은 송우카드를 위기로 몰아넣겠죠. 그러면 주식 시장, 고객, 은행 등 모든 게 그에 반응하며 송우카드의 재정난이 일순간에 드러날 겁니다.”
“안명기 회장은 재정난으로 송우카드를 흔들 생각이군요.”
“그러리라 생각해요.”
“하지만 회장님이 쉽게 송우카드를 포기하지 않으실 겁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시지 않을까요?”
현호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묘한 미소를 지었다.
“가능하죠. 회장님의 비자금을 가져온다면요.”
“아……! 그러면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모으시지 않을까요?”
“생각처럼 되지 않을 겁니다. 계열사도 자기가 먼저 살아야 하니까요. 이럴 때 구원자가 나타나죠.”
최명준은 현호가 말한 구원자가 누구인지 안다.
엄현호, 자신이다.
“그래서 땅을 매각하라고 하신 거군요.”
현호는 싱긋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는 일이 일어날 테니 조금 더 지켜보죠.”
* * *
송우카드는 지난 부정적인 뉴스에 대한 대응으로 반박 보도문을 발표했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내려진 조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송우카드는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만, 송우카드 연체율에 대한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송우카드는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성과 또한 거두었습니다.
송우카드는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방송사뿐만 아니라 허위사실을 퍼트리는 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입니다.]
송우카드와 엄상현 회장은 시장의 동요가 가라앉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저녁 뉴스에 또다시 송우카드 문제가 보도되었다.
[송우카드 징계와 높은 연체율에 대한 보도가 나간 이후 송우카드의 현금서비스와 대출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이곳은 신용카드 상담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어제부터 이곳에는 상당히 많은 송우카드 위기설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로드된 내용과 댓글을 살펴보면 송우카드가 부도가 나면 대출금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생각으로 송우카드의 현금서비스와 대출을 받는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송우카드가 허위사실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엄포가 무색하게 송우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송우카드 사태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 채에 대해 송우카드가 상환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징계를 받기 전후로 엄상현 회장뿐만 아니라 송우카드의 누구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주식 시장, 고객, 은행 등의 불안함은 송우카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한꺼번에 표출되면서 송우카드가 어떻게 손을 써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자금난을 겪는 송우카드는 현금서비스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송우카드의 부도설이 시중에 퍼진 가운데 송우카드 결재를 거부하는 가맹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회장님, 카드 채 만기 연장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최동민 송우카드 사장이 엄상현 회장과 통화 중이었다.
송우카드가 징계를 받은 후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었지만, 쓰나미처럼 순식간에 몰려온 사건들을 수습하느라 그는 정신이 없었다.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이 절실합니다. 사장단 회의를 열어주십시오.”
[흠…… 알았네. 다시 연락함세.]
“예, 회장님.”
통화를 끊은 최동민은 기운이 빠지는 듯 의자 등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최고 실적 달성으로 좋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송우카드는 순식간에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지금껏 송우카드는 빚으로 쌓은 실적에 환호한 것과 다름없었다.
모래 위에 쌓은 성이 무너지듯, 빚으로 쌓은 송우카드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주식은 계속 떨어지기만 하고…… 아!’
최동민이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나해철!”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 전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차명으로 가지고 있는 주식을 사겠다고 했다. 그때는 차명 주식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도, 팔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징계 정도로 송우카드가 무너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징계만으로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징계가 시장과 고객들을 불안하게 만든 시작점이 되었고, 부정적인 사실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켜져 버렸다.
“그때……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최동민은 휴대폰을 뒤적여 그가 자신에게 전화했던 번호를 찾았다.
‘계속 갖고 있기에는…….’
지금의 송우카드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친분 있는 계열사 사장에게 자신이 직접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들의 반응은 모두 같았다.
돕고 싶은데 자기네들 자금 사정도 여의치 못하다고.
오죽하면 대주주인 송우생명마저 송우카드에 빚 독촉을 하고 있다.
자신이 감당할 범위를 넘어섰기에 엄상현 회장에게 직접 그룹 차원의 지원을 얘기했다.
‘하지만 어려울 거야.’
최동민 자신도 계열사 사장이다.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안다.
다른 회사 살리려고 자기가 경영하는 회사를 어렵게 만들 사장은 없다.
‘결국, 엄 회장이 사재를 털거나, 매각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최고 실적을 쌓았던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송우카드가 가장 크게 보도가 되었고, 다른 신용카드사들의 문제점들도 하나둘씩 보도가 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이어지다 보면 정부는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고, 회사는 어떤 상황을 맞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기회가 있을 때 팔자.’
최동민은 나해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해철입니다.]
“나해철 대표님, 송우카드 사장 최동민입니다.”
[아! 최 사장님, 오랜만이네요.]
“그러네요. 저기, 혹시 지난번에 제게 말씀하셨던 주식 매수, 아직도 생각이 있으십니까?”
[그럼요. 생각이 바뀌셨습니까?]
“네, 바뀌었습니다.”
[그럼, 저와 만나시죠?]
“그러죠.”
* * *
최동민은 지난번 나해철을 만났던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나해철이 들어왔다.
“최 사장님, 먼저 와 계셨군요.”
“어서 오세요, 나 대표님.”
지난번 헤어질 때는 악수조차 하지 않았던 최동민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맞잡으며 나해철이 얘기했다.
“요즘 걱정이 많으시죠.”
“아, 뭐, 그렇죠.”
“회사는 온 국민이 걱정하니, 우리는 주식 얘기부터 할까요?”
“그러죠.”
그걸 위해 이 자리에 온 최동민은 조바심이 나는지 먼저 얘기했다.
“제 주식을 매수하고 싶다 하셨는데,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전량 매수하고 싶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얘기하시는 겁니까?”
“지금 알려 주시면 되죠.”
“아…….”
최동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얘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차명으로 각각 3퍼센트와 2퍼센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전량 매수하겠습니다.”
“그러면 가격은……?”
“제가 사장님과 처음 만났던 날은 주가 하락 전이었죠? 그때의 가격으로 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예상치 못한 대답에 최동민은 놀라기는 했지만,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돈이면 자신이 투자한 돈의 몇 배나 되는 돈이었다.
“그렇습니다. 저와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예, 하겠습니다. 그러면, 계약서는…?”
“제가 준비해 왔습니다.”
나해철은 서류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어 그에게 건네며 미소 지었다.
* * *
현호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성북동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엄상현 회장의 호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레스 룸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는데 나해철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 나 대표님.”
[사장님, 송우카드 주식 넘겨받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부탁한 것도 잊지 않고 최동민 사장님께 말씀하셨죠?”
[그럼요.]
“뭐라고 하던가요?”
[자기 살겠다고 저를 다시 찾은 사람 아닙니까. 반발 없이 수용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와의 통화를 끊은 현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엄상현 회장을 만나기 위해 방을 나와 거실로 향했다.
한편, 엄상현 회장은 서재에서 최덕일 변호사와 얘기 중이었다.
“재경부에서는 뭐래?”
소파 상석에 앉은 엄상현 회장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송우그룹 차원에서 무엇을 할 건지부터 논의하라더군요. 무조건적인 보호나 지원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흠…….”
치솟는 분노를 삭이려는 듯 엄상현 회장은 두 눈을 감았다. 그래도 진정이 안 되는지 닫혀있던 입이 벌어지면 분노 어린 소리로 내뱉었다.
“안명기, 그놈 때문이야.”
“그렇습니다만, 지금은 송우카드만 생각하셔야 합니다.”
최덕일은 엄상현 회장의 말에 동의해 주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도록 얘기했다.
사실, 이 문제를 터트린 것은 성국그룹이 맞지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송우카드였다.
몰라서 못 한 게 아니라, 여기저기 터지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송우카드는 구조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튼튼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허약했다.
엄상현 회장은 그 약점을 허용했다는 것이 너무 뼈아팠다.
“내일 사장단 회의 때 계열사 별로…….”
엄상현 회장이 최덕일의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외환위기 때 봤잖아. 조선과 유통이 어떻게 됐는지.”
외환위기 때 송우그룹은 송우조선과 송우유통을 매각했다.
그때도 사장단 회의로 구제방안을 의논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버틸 만한 계열사들도 엄살을 부리며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그나마 송우정유 차경환이 도와줘서 송우화학이 살았어. 그런데 차경환은…….”
엄상현 회장은 말끝을 흐렸다.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차경환 전 송우정유 사장.
군납품 특혜 사건으로 엄상현이 위기에 몰리자 그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야.”
엄상현 회장이 말을 했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난 후 박경국 과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네 분의 사장님들이 모두 거실에 모였습니다.”
“알았네.”
엄상현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밖으로 향했다.
* * *
거실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무슨 이유로 네 명 모두 호출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저편에서 엄상현 회장이 모습을 보이자 장남 엄현식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오시네.”
거실에 도착한 엄상현은 소파 상석에 앉으며 얘기했다.
“너희들도 송우카드 돌아가는 사정을 대충 들어서 알 거다. 그 문제를 의논해 보고자 너희들을 부른 거다.”
“…….”
엄상현의 말에 누구도 나서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오너 가족이 먼저 나서면 내일 사장단 회의에서 따라오려는 흉내라도 내지 않겠냐. 너희들 생각을 얘기해 봐. 아무 말이 없다면, 내 뜻에 따르는 것으로 알겠다.”
현호만 태연했을 뿐 마지막 말에 모두의 눈이 커지며 긴장하는 기색으로 변했다.
“현식이, 네 생각은 어떠냐?”
엄상현이 쳐다보자 엄현식이 무척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저도 정말 돕고 싶은데, 이번 로디복권 시스템사업자를 위해 만든 자회사 알고 계시죠? 자체 시스템 만들고, 로비하면서 엄청 많은 돈이 들어갔어요. 그 덕에 로디복권 시스템사업자로 거의 낙점을 받은 상태지만 이후에 돈이 더 들어가야 해서 송우중공업에 여유가 없어요.”
담담히 듣고 있던 엄상현이 차남 엄현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엄현태가 즉각 반응했다.
“아버지, 인경시에 공원 만들고 아파트 건설하는 거 아시잖아요. 아파트 분양하면 여윳돈이 좀 생기는데, 완공해서 분양까지 몇 달은 더 걸려요.”
다음으로 엄상현은 엄현주를 쳐다봤다.
“아버지, 라이스타 개업해서 영업한 지 이제 2년째에요. 프랜차이즈 신규 영업점들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영업점들 자리 잡게 하려고 광고에 많은 자금이 들어가고 있어서 여유자금이 없어요.”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들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던 현호는 속으로 웃었다.
그들은 송우카드를 이미 난파선으로 판단했다.
잘못 발을 디뎠다가는 난파선의 운명과 같이하게 될까 봐 피하려는 것.
그리고 이제 엄상현 회장의 시선이 현호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