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91
91화 남현민의 다짐
[제보자 : 그쪽에서 먼저 요구했습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잡다한 법적 시비가 붙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요구하면 안 들어줄 수가 없어요.]
팟.
남현민은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눌러 TV를 껐다.
그의 얼굴은 이미 끓어오른 분노로 붉어져 있었다.
“미친 새끼…….”
제보자를 향해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남현민은 방 안을 서성였다.
‘저 자식이 스스로 나서지는 않았을 거야.’
폭로에는 배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자신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크게 얻는 거 없이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배후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후속 방송을 막는 것이다.
방송을 막아 줄 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급히 휴대폰을 들어 한종혁 성국그룹 법무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다가 끊어지며 안내 음성이 나왔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뭐야?”
화들짝 놀란 남현민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신호가 끊어지며 안내 음성이 나왔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뚝.
남현민은 전화를 끊었다.
‘외부에서 수시로 정보를 받는 한종혁이 내 전화를 안 받아?’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그것을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남현민은 엄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남현민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엄현호입니다.”
[엄 사장, 일이 좀 생겼어요.]
“안 그래도 연락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부장님에 관한 뉴스 보셨습니까?”
[사실이 과장되었어요. 지인 소개로 두세 번 만난 적이 있고, 급히 목돈이 필요해 돈을 빌렸을 뿐이에요.]
“그 정도면 해명이 될 만한 일이네요.”
현호는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믿는 척했다.
[엄 사장, 송우카드 사태 겪으면서 알 거 아닙니까. 언론이 이것저것 파고들어 헤집어서 진실은 묻히고 사건만 더 크게 만들 겁니다. 엄 사장, 도와주세요.]
“제가 뭘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방송국에 압력을 넣어 후속 방송을…….]
현호는 그의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남 부장님,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예에?]
“송우그룹이 의지가 없어서 연속으로 이어지는 송우카드 방송을 막지 못한 게 아닙니다.”
[…….]
“배후에 성국그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현호는 이런저런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남현민이 그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기에.
“제보자와 만난 이후로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그런 일 없습니다.]
“남 부장님 말씀대로면 제보자가 수상합니다. 거짓이든, 아니든, 제보자에게 불이익이 올 수 있는데 왜 했을까요?”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는 겁니까?]
“제가 부장님의 상황을 자세히 모르니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셨군요.”
현호는 대답하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보자 뒤에 누가 있느냐를 아는 게 부장님에게는 중요할 겁니다.”
[엄 사장 말이 맞아요. 그걸 알면 대응 방법도 달라질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엄 사장,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엄 사장이 오늘 뉴스가 나간 사정과 배후 쪽을 알아봐 주세요. 제보자에 대한 자료를 엄 사장에게 보내겠습니다. 저도 알아보겠지만, 언론사들이 저를 주시하는 상황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힘써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통화를 끊은 엄현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던 최명준이 얘기했다.
“남현민 부장이 성국그룹을 의심할까요?”
그의 말에 현호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남현민 부장은 제일 먼저 성국그룹 측에 연락했을 겁니다. 하지만 연락이 안 됐겠죠. 그래서 내게 전화한 겁니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최명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현호와 통화를 끝낸 남현민은 다시 한종혁 성국그룹 팀장에게 전화했다. 역시나 좀 전과 같았다.
“생각해 보면…….”
한종혁에게 송우카드 자료를 넘긴 후 안명기 회장에 대한 반응을 들은 게 없다.
성국그룹과 잘해 보자는 연락도 받은 게 없지만, 송우카드 사건이 원하는 대로 마무리되면 연락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손을 내밀며 함께하자고 얘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때에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순진했어.”
남현민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들을 기소한 놈에게 손을 내밀 안명기가 아닌데……. 아! 이거 앙갚음인가?”
남현민은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 어쩌면…….’
안명기 회장은 그의 아들을 기소한 자신에게 앙갚음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리라.
그 기회에 자신이 송우카드까지 얹어서 준 게 아닌가.
“아뿔싸…….”
남현민의 얼굴이 굳어졌다.
만약 배후에 성국그룹이 있다면, 이번 일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잠시 생각하던 남현민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있었다.
‘그래, 총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차장검사였던 그가 총장이 되도록 자신이 공헌했다.
그와 자신이 가까운 관계는 아니더라도 한배를 탔었던 과거는 지우지 못한다.
남현민은 결심한 듯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총장님, 남현민입니다. 저를 도와주셔야겠습니다.”
* * *
남현민은 총장의 힘을 빌려 언론사를 통해 자신을 방어했다.
[남현민 중수부장, 돈을 빌렸을 뿐 뇌물 아니다]
[중수부장,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 묻겠다]
[검찰, 사기 전과자인 제보자의 말만으로 수사할 수 없어]
하지만 남현민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막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이어진 후속 보도에는 부동산 중개인의 증언이 방송되었다.
그 방송의 요지는 제보자가 선물이라며 남현민의 빌라값을 지급했다는 것.
비난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 검찰로서도 곤혹스러운 데 때마침 하반기 정기인사가 단행되었다.
고발된 남현민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났다.
“남 부장님, 안타깝네요.”
현호는 남현민과 통화 중이었다.
[공식적 발령이니 어쩌겠습니까. 하지만 이번 일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마음이 굳건하니 다행입니다. 아 참!”
현호는 중요한 게 생각났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지난번 제게 부탁하신 것을 알아보던 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남현민은 뉴스가 나온 사정과 배후를 알아봐 달라고 했었다.
[이상한 점이요? 그게 뭡니까?]
호기심에 찬 남현민의 목소리가 휴대폰으로 흘러나왔다.
“제보자의 아내가 건설사 대표이던데 아십니까?”
[아뇨, 몰랐습니다.]
“제보자는 현재 건설사를 폐업한 상태이고, 아내가 새로운 건설회사 대푭니다. 그런데 그 건설사가 최근 성국건설로부터 일감을 받았습니다.”
[아! 역시……!]
“뭔가 짚이는 게 있습니까?”
[성국그룹이 배후네요.]
현호는 그가 이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안명기 회장의 장남을 제가 기소했지 않습니까. 우리 검찰에게 보내는 메시지죠. 자기들을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려는 겁니다.]
현호는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투로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면, 정말 고약하군요.”
[반드시 갚아 줄 겁니다.]
“그래야죠. 부디 건강 잘 챙기세요.”
[엄 사장, 고마워요. 어려울 때 누가 친구인지 아는 법이죠. 대검에 제 후배들이 있습니다. 도움 필요할 때 연락하세요. 아직 그럴 힘은 있습니다.]
“그러겠습니다. 또 연락드리죠.”
통화를 끊은 현호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명준 실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
“남현민 부장의 일은 사장님 의도대로 되었지만, 매형 되시는 유태규 검사는 어쩌실 겁니까? 대검 검찰연구관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축하할 일이죠.”
“예?”
최명준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에 현호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송우그룹 식구가 되고, 총장 라인도 되었으니 축하받을 만하죠. 그런데 세상이 매형 뜻대로는 안 될 겁니다.”
“유태규 검사가 뭘 원하는지 아십니까?”
“현주 누나가 원하는 걸 원하겠죠.”
최명준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날 저녁, 성북동에서는 가족이 함께 모여 유태규의 대검 발령을 축하하고 있었다.
“유 서방, 축하하네.”
“축하해, 유 서방.”
“축하해요.”
“매형, 축하해요.”
“매일 수원까지 출근하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잘됐어, 유 서방.”
축하 인사가 이어지다 마지막으로 최유경이 얘기했다.
이에 유태규가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승진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그의 대검 발령을 축하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형제들은 불편한 속마음을 드러냈다.
“어디 소속이라고 했지?”
차남 엄현태가 배희진을 보며 물었다.
“중수부 소속 검찰연구관이래요.”
“아버지 덕으로 그 자리로 갔으면서 좋아하는 꼴이라니.”
“아버님이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으시겠죠?”
“제2의 최덕일 변호사로 쓰시려는 거겠지. 골치 아픈 일 맡아서 처리하는 집사 변호사.”
“야망 있어 보였어요.”
“깨닫게 해 줘야지. 우리 집안에서 그의 역할은 우리를 보호할 호위무사라는 걸.”
엄현태와 배희진이 유태규의 역할을 정의하는 그 시각, 엄현식과 채연희는 박경국 과장과 얘기하고 있었다.
“박 과장, 지난번에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요?”
채연희는 박경국에게 물었다.
“유 검사 집안에 대해 조사하라고 하신 거요?”
채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집안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려요?”
“결혼 발표가 난 이후 유 검사와 그 가족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아신 회장님께서 사돈 집안의 보안을 신경 쓰라는 지시가 있었던 탓에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알았어요. 마무리되는 대로 알려 줘요.”
“예, 사모님.”
박경국이 대답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엄현식이 입을 열었다.
“그 집안을 조사해서 무얼 하려고 그래?”
“유 검사에게 알게 해 줘야죠. 성북동에 우리와 함께 산다고 유 씨가 엄 씨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렇지. 현실을 알게 해 줘야지.”
“그리고 아가씨도 깨닫게 해야죠. 유 씨 집안의 며느리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요.”
“당연하지. 당신, 아주 잘 생각했어.”
그들이 유태규와 엄현주를 신경 쓰던 그 시각.
현호는 급히 걸려 온 최명준 실장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사장님, 곽태수 사장님과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정말입니까? 우리 쪽 연락을 피한다고 했잖아요.”
현호는 흥분된 음성으로 물었다.
곽태수는 한명증권 사장을 지낸 분으로 현호가 송우카드를 책임질 새 사장으로 마음에 둔 사람이었다.
퇴임 후 대학에서 후배들을 위해 강연을 하는 그는 현호 측의 연락을 피하고 있었다.
[곽태수 씨가 마음을 바꾼 것 같습니다.]
최명준이 이렇게 얘기했지만, 현호는 알 수 있었다. 곽태수의 마음을 바꾸게 한 이는 최명준이라는 것을.
“정말 수고 많았어요.”
[아닙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현호는 내심 뿌듯했다.
‘역시, 최명준이야.’
그는 전생에서처럼 모든 노력을 다해 자신을 돕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곽태수를 만날 수 있게 됐지만, 그는 현호의 제안을 아직 수락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수락하게 해야 해.’
그래야 송우카드가 위기를 극복하고 업계 최고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