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캠프행을 막아야겠어
“사장님, 김진명 사장님이 협조할까요?”
송우미디어로 돌아가는 길에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새 대표이사 선임은 협조할 겁니다.”
자신이 지원한 곽태수가 대표이사가 되어 송우카드를 성장시킬 것이다.
하지만 현호는 송우카드의 성장만을 위해 이사가 되고, 곽태수를 지원한 것이 아니다.
훗날 송우그룹 금융부분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그 계획에서 송우생명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김진명 사장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 협조할까요? 약점을 알고 있는 것 때문에 사장님을 불편해할 텐데, 다른 생각하지 않을까요?”
“약점을 쥐고 흔드는 것보다 김진명 사장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제일 좋겠죠. 그런데 그건 김진명 사장의 선택에 달려 있어요. 난, 나를 방해하는 사람과 함께 갈 마음은 없으니까요.”
최명준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 * *
“이 검사,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법무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긴 남현민은 후배 검사와 통화 중이었다.
고발을 당해 조사를 앞두고 있는 남현민이었다.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불명예스럽게 검사 옷을 벗어야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는 남현민만이 아니었다.
검찰청 내에서도 그런 일을 막고자 남현민을 도울 후배 검사도 마련해 주었다.
[선배님 말씀처럼 제보자 아내가 대표인 건설사가 여러 건의 관급공사를 수주했습니다.]
이 사건의 배후에 성국그룹이 있지만 그들조차 모르는 게 있다.
검사가 대기업 회장의 범죄 혐의를 찾기 위해 수사해도 동료 검사의 범죄 혐의는 덮으려 한다는 것.
“아내는 서류상 대표이고 실제 주인은 그 제보한 놈이야. 그놈의 돈이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거야.”
[꼬투리가 될 만한 게 있을까요?]
남현민이 이 사건을 해결하려면 제보자가 꼼짝하지 못할 비리를 찾아서 딜을 해야 한다.
그 비리를 덮어 주는 대신 그가 가지고 있을 증거를 없애고 발언을 뒤엎는 것으로.
“여기저기 로비하고 뇌물 주려면 비자금을 만들었을 거야. 그 건설사 직원들 계좌를 조사해 봐. 건설사에서 가지급금이나 대여금으로 직원 명의 계좌로 돈이 흘러갔는지 알아봐. 돈이 직원 계좌로 갔는데, 다시 회사로 간 흔적이 없으면 비자금일 가능성이 커.”
제보자와 가까웠던 남현민은 그가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었는지 알고 있다.
[알겠습니다. 서둘러 처리하겠습니다.]
“수고해 줘.”
통화를 끊은 남현민의 눈에 날이 번쩍하고 섰다.
마치 그 앞에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이 있는 것처럼.
‘날 쉽게 생각했겠지.’
지금도 이 생각만 하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은 대검찰청 중수부장인 자신을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비리 검사로 몰아 이곳으로 밀려나게 했다.
가족과 가문의 자랑이었는데, 순식간에 모두의 치부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당하고 물러날 수는 없다.
‘안명기 회장…… 반드시 갚아 주지.’
* * *
[남현민 검사, 조사 피하지 않아, 진실 드러나리라 믿는다]
일간지에 남현민 검사의 인터뷰가 실렸다.
하지만 이때에도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은 구석으로 몰린 남현민의 몸부림 정도로만 생각했다.
더욱이 언론에서도 검찰의 조사가 시작됐다고 알렸으니까.
[검찰, 남현민 검사 감찰 착수]
[검찰, 제보자 A씨 소환 조사 검토]
하지만 안명기 회장은 그 뒤에서 남현민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선배님이 말씀하신 비자금 루트 찾았습니다.”
“그놈 불러다 얘기해. 내 사건 해결하지 않으면 아내도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될 거라고.”
언론에서 조사의 시작을 알린 이후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며칠이 흘렀을 때였다.
제보자의 주장이 다시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일어났다.
[제보자 A 씨, 남현민 검사에 대한 얘기 모두 거짓, 사과하고 싶어.]
[제보자 A 씨, 남현민 검사는 원칙주의자. 내 사건 덮어 주지 않아 화풀이로 자료 조작한 것. 후회하고 있다.]
이 보도에 놀란 이는 안명기 회장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미간을 잔뜩 찌푸린 안명기 회장의 물음에 한종혁 법무팀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제보자가 검찰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고 합니다.”
“뭐어? 우리한테서 돈 받고 하도급도 받았으면서 검찰에서 자기가 꾸며 낸 것이라고 했다고?”
“돈은 다시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진행 중인 하도급 공사를 교체하면 성국건설도 손해를 보게 됩니다.”
적어도 금전적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놈이 왜 거짓 진술을 한 거야?”
“남현민에게 큰 건으로 꼬투리 잡힌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남현민이 우리가 배후인 거 아는 거야?”
“짐작하리라 생각합니다.”
남현민의 비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그의 전화가 여러 차례 왔었지만 모두 받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한종혁이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눈치 빠른 그가 성국그룹이 피한다는 걸 몰랐을 리 없다.
또한, 그의 능력이면 제보자의 아내가 대표인 건설사가 성국건설의 하도급 공사를 맡게 된 것도 알았으리라.
두 가지가 모두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남현민이 아니었다.
“그게 다 그놈이 배신해서 생긴 결과잖아.”
안명기와 남현민, 둘은 모두 서로가 배신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둘 사이에 현호가 개입해서 둘의 믿음이 깨져 버리게 만든 것이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혐의를 벗게 되면 다음 인사 때 승진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인사라면 내년이잖아.”
“그렇습니다.”
“올해 말에 대선이 있고, 내년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검찰총장도 교체할 때가 돼. 대선자금 줄 때 우리 민원과 함께 총장 후보도 얘기해.”
“……!”
한종혁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리 혐의를 벗은 남현민은 성국그룹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성국과 가까운 검찰총장이 그를 컨트롤하게 해야 한다.
“대선자금은 어떻게 배분하시겠습니까?”
“야당에 9, 여당에 1.”
“대선에서 야당이 이기리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지금 정치권 돌아가는 꼴을 봐.”
안명기 회장이 정치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한종혁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여당 대선 후보는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상황이 악화되어 여당 내에서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한종혁 또한 안명기 회장의 생각에 동의하기에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안명기 회장과 한종혁이 남현민에 대한 경계를 드러내던 그 시각, 현호는 남현민과 즐거운 통화 중이었다.
“언론 보도를 봤습니다.”
[하하, 이게 다 엄 사장이 도와준 덕분이죠.]
“언제 서울에 오십니까? 그동안의 맘고생 털어 버릴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 아직은 몸조심해야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다음에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현호가 통화를 끝내자 옆에 있던 최명준 실장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화 내용 어느 부분이 그렇게 재밌었어요?”
“아, 죄송합니다. 사실, 대화 내용이 아닌 다른 상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상상……?”
“남현민 검사가 겪은 사건 뒤에 사장님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일까를 상상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현호도 피식 웃었다.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오니, 최명준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사실 의도적으로 남현민과 다정하게 찍힌 사진과 그의 비리 정보를 성국그룹에 보낸 게 현호였다.
그로 인해 남현민은 성국그룹과 서로 원수나 다름없는 관계가 되었지만, 현호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사장님, 이제 차관님 만나러 가실 시간입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갑시다.”
현호는 외숙부이자 재경부 차관인 최해식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현호가 사무실 밖으로 향하자 최명준 실장이 뒤를 따랐다.
* * *
‘목소리가 평소와는 달랐는데.’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현호는 외숙부 최해식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먼저 전화를 걸어온 최해식이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근심이 느껴졌다.
‘신변에 변화가 있는 걸까?’
무슨 일이 그에게 일어났는지 궁금해하던 그때, 문이 열리며 최해식이 들어왔다.
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그를 맞았다.
“외숙부, 오랜만이에요.”
“현호야, 내가 좀 늦었지. 오래 기다렸어?”
“저도 조금 전에 왔어요.”
“그러냐? 그럼, 다행이고.”
맞은편에 그가 자리하자 현호가 물었다.
“지난번 뵈었을 때보다 안색이 좋지 않으세요.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니죠?”
“아냐, 아냐.”
“일 때문에 피곤하신 거예요?”
“어른인 내가 네 걱정해야 하는데, 어찌 매번 네가 내 걱정이구나.”
현호는 대답하는 최해식에게서 뭔가 불편한 기색을 포착했다.
자신을 불편하게 느끼면 솔직한 말을 들을 수 없다.
이런 분위기를 재빨리 바꾸고자 현호는 이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죄송해요, 외숙부. 저도 어쩔 수 없는 기업인인가 봐요.”
“응? 그게 무슨 말이냐?”
예상하지 못한 현호의 대꾸에 최해식이 어리둥절했다.
“외숙부의 어두운 안색을 보면서 나라에 무슨 일이 생겼나, 기업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
“마음으로는 외숙부가 아닌 제 걱정부터 했어요. 죄송해요.”
“하하하.”
최해식이 호탕하게 웃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현호를 응시했다.
“이 녀석아, 당연히 네 회사부터 걱정해야지. 어떤 기업인이 재경부 차관 만나서 차관 걱정부터 하겠어?”
“훗. 그런가요?”
현호는 최해식을 향해 싱긋이 미소를 지었다.
“현호, 네가 솔직히 얘기하니. 오히려 내 마음이 편하다.”
그러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사실 널 보자고 한 건 할 얘기가 있어서야. 네가 날 재경부 차관이 되게 도움을 주었잖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알아야 할 거 같구나.”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재경부 일은 아니고 개인적인 일이야.”
“말씀하세요.”
“얼마 전에 야당 쪽 인사가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자기네 대선 캠프에 들어오라고 하더라.”
아!
외숙부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짐작이 되었지만, 차분히 그의 얘기를 들었다.
“경제 전문가로서 도와주면 후년에 있을 총선에서 공천을 주겠다고 했어.”
“…….”
“야당 대선 캠프로 가면 내게 기회인 것은 맞아. 관료로서는 할 수 없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권력을 향한 그의 욕망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다.
올해 대선의 결과를 아는 까닭이다.
대선에 패한 캠프 사람에게 누가 공천에 대한 약속을 지키겠는가.
애써 그를 재경부 차관까지 오르게 했는데, 제 발로 정치 변방을 떠도는 길로 들어가게 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 그를 지원한 것이 아니다.
‘외숙부의 캠프행을 막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