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94
94화 송우카드 채권단을 움직여라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면 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 같은데, 이 기회를 버리기가 쉽지 않아. 그래서 요즘 고민 중이다.”
최해식의 이어진 말에 현호는 고개를 주억이며 얘기했다.
“그러셨군요. 외숙모님께도 얘기하셨어요?”
“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길이라 걱정은 했지만 반대하지는 않았어. 네가 나였으면 어찌할 거 같으냐?”
“제 의견이 궁금하신 거예요?”
최해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늘 보자고 한 것도 그 이유야. 사실 내가 말은 안 했다만, 네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
“외숙부도 제게 힘이 돼 주셨어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현호는 뿌듯했다.
그동안 그를 향해 공을 들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네가 나이는 어리지만, 네 생각과 판단은 어른인 나보다도 깊고 정확해서 감탄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
“……”
“그래서 말인데, 현호야. 네 생각을 얘기해 주면 좋겠구나.”
“음…….”
현호는 즉답하지 않고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런 모습에 최해식이 덩달아 긴장하는 게 보일 때 현호는 입을 열었다.
“저라면…… 야당의 제안을 거절할 거 같아요.”
“아니, 왜?”
예상 못 했는지 최해식이 의아한 듯 물었다.
“총알받이로 쓰임을 다한 인물에게 공천을 줄 리 없을 테니까요.”
“뭐?”
화들짝 놀란 최해식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말이냐?”
“외숙부도 아시겠지만, 대선은 전쟁터와 같아요. 외숙부가 재경부 차관에서 사퇴하고 야당 대선 캠프로 가면 여당에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거예요.”
“…….”
“캠프에서는 경제 무능이라는 프레임을 만들 거고, 외숙부를 앞장세워 싸우게 하겠죠.”
“…….”
“그러면 외숙부는 여당의 타깃이 되어 엄청난 공격을 받는 총알받이가 될 거예요.”
“……!”
“외숙부가 그런 공격에 상처 입고 싸웠는데 과연 총선 때 공천을 받을 수 있을까요?”
“공을 세웠고, 약속도 했으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현호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후년에 있을 총선 때 누가 당권을 가질지 아무도 모르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리라 생각하세요?”
“…….”
“대선에 공을 세웠다고 했지만, 그게 외숙부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어째서……?”
“총선 때가 되면 각 당은 깨끗하고 새로운 인물의 정치 신인에게 공천을 주려 하죠. 그게 당의 홍보와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
“그런데 그때 외숙부는 국민들 눈에 새로운 정치 신인이 아니에요. 대선에서 후보자를 위해 싸운 인물일 뿐이죠.”
“아……!”
현호의 말에 뭔가 깨달은 듯 최해식의 입이 벌어졌다.
그에 현호는 쐐기를 박듯 말을 덧붙였다.
“외숙부, 남의 장기판에서 졸로 싸우지 마세요.”
“음…… 네 말에 일리가 있어. 급히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갖고 생각해 봐야겠다.”
“그렇게 하세요.”
“아 참!”
최해식이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이었다.
“전화했을 때 내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예, 여쭤볼 게 있어요.”
“얘기해 봐.”
“송우카드 정상화 방안 발표 후 재경부와 통상산업부에서 송우카드 지원에 대해 논의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맞아. 논의 중이다. 사실, 네 아버지가 연락 와서 내게 도와달라고 했어.”
“도와주신다고 하셨어요?”
“마음은 그러고 싶다만, 상황이 그러지 못해. 외환위기를 겨우 벗어났어도 공적자금 회수율이 낮아. 사정이 이러니 정부 차원에서 다시 자금을 투입하는 게 어려워. 채권단에서 지원하는 쪽을 모색해야 하는데…….”
최해식이 말끝을 흐렸다.
정부가 강제로 채권단을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정부의 태도와는 달리 송우카드의 입장은 명확했다.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야 해.’
현호의 투자이기는 하지만 송우카드는 1차 지원금과 함께 정상화 방안 발표로 주가 하락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곧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새 출발의 계기도 마련할 것이다.
이럴 때 채권단의 지원을 받게 되면 송우카드가 회생하리라는 기대를 시장에 주게 된다.
그러한 긍정적 신호는 주가를 올리고 채권 회수를 높이며 연체율을 낮추는 것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송우카드가 다시 살아나고 운영하는 데에 채권단의 지원은 중요하다.
‘하지만 채권단은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야.’
그래서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재경부가 채권단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기 바라며 외숙부에게 연락했을 테지만 긍정적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송우카드 미래를 위한 답은 정해져 있다.
‘채권단을 움직일 힘이 필요해.’
그것을 위해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로비하리라는 걸 알지만, 현호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따로 준비한 것이 있다.
“외숙부, 재경부 장관 부모님께서 몸이 많이 불편하시다고 하셨죠?”
“어, 그랬지. 모친은 암 수술 받으셨고, 부친은 치매시라 가족분들이 간호하는데 고생이 많으시지.”
“장관님께 이것을 전해 주세요.”
최해식에게 송우병원 VIP 전용 카드를 건넸다.
“장관님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데? 이용하시는 병원도 있으시고.”
“장관님 부친을 위한 겁니다.”
“응?”
최해식이 의아한 듯 눈을 깜빡였다.
“송우병원장님과 얘기해서 요양별장에 장관님 부친을 위한 특별요양시설과 간호하실 분을 마련했습니다.”
“……!”
미래에는 치매 관련 병원과 요양시설 그리고 의료 종사자들이 많이 늘어나지만, 지금은 개인 또는 가족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했다.
그래서 장기간의 간호에 가족들은 지치고 일상이 무너지는 어려움을 겪는다.
“치매 어르신을 돌본 경험이 많은 분이라 가족들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현호의 얘기가 무슨 의미인지 아는 최해식이 웃으며 얘기했다.
“아주 세심하구나. 장관님께 전하마.”
“감사합니다.”
* * *
[송우카드 채권단, 회의했지만 결론 못내]
[주춤하던 송우카드 주가 다시 하락세]
[송우카드 한 달 내 결론 안 나면 다시 위기 맞을지도]
현호가 외숙부 최해식을 만난 후 며칠 동안 송우카드에 대한 긍정적인 언론 보도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송우카드 채권단, 지원하기로 합의]
현호가 기다리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을 때, 최해식의 전화가 걸려 왔다.
“외숙부, 채권단 지원 소식 들으셨어요?”
[그래, 알고 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내가 뭘…… 어쨌든 잘 풀렸으니 축하할 일이지. 그리고 장관님께서 고맙다는 말 전해 달라더라. 오늘 장관님 부친께서 네가 마련한 특별요양시설로 옮기셨다.]
“병원장님께 연락 받았어요.”
사실 어제 현호는 송우병원장에게서 연락을 받은 터여서 송우카드 채권단 지원 문제가 잘 해결되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외숙부는 결정하셨어요?”
[그래. 야당 캠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결정 잘하셨어요.”
[네 조언이 도움이 됐어. 지금은 내 자리에서 내 일을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현호는 그가 자신의 의도대로 결정한 것에 안도했다.
“제 생각도 외숙부와 같아요. 훗날 외숙부에게 좋은 기회가 다시 올 거예요.”
[함께 고민해 줘서 고마웠어. 참! 송우카드 임시주총이 열린다고 들었는데, 네가 이사가 된다고?]
“네,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너는 잘할 거야. 수고하고, 다음에 보자.]
“예, 외숙부.”
통화를 끊은 현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 * *
송우카드 채권단의 지원이 기정사실로 되자 당황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엄현식, 엄현태, 엄현주였다.
그들은 엄상현 회장이 송우카드 지원을 얘기했을 때 나름의 핑계를 대서 지원하지 않았다.
현호가 지원금을 내고 이사가 된다는 걸 알았을 때에도 송우카드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채권단이 지원에 부정적이었잖아.”
“그래서 주가도 하락세였지.”
“다시 부도 위기를 맞는다고 언론에서도 떠들었는데.”
부정적 판단으로 끝내 지원에 동참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되어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가 내려갔을 때 주식 왕창 사 두는 건데.”
원래 놓친 고기가 더 크게 보이는 것처럼 그들은 놓친 기회를 후회했다.
그리고 찝찝했다. 한 사람 때문에.
그 존재는 바로 현호였다.
[송우카드,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열어 대표이사 선임]
[송우카드 이사회, 전 한명증권 사장 곽태수를 송우카드 새 대표이사로 선임]
언론에서는 새롭게 대표이사 된 곽태수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세 남매는 이사가 된 현호가 신경 쓰였고, 잠잠했던 갈등이 다시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야! 엄현태, 너 때문에 현호가 송우카드 이사가 됐잖아.”
장남 엄현식은 아버지에게 송우카드 지원을 얘기한 엄현태를 비난하자 그가 대꾸했다.
“현호가 지원금과 이사를 바꾸자고 했을 때 거절한 건 형이었어.”
그러자 엄현주가 끼어들었다.
“지원은 현태 오빠가 먼저 얘기했는데, 현호가 이사가 됐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지. 죽 쒀서 개 준다고.”
“지원을 결정한 현호한테 낭만적으로 살지 말라고 충고한 게 너지? 앞으로는 그런 충고 못 하게 돼서 어쩌냐?”
‘이래야 내 형제들이지.’
먼발치에서 다투는 모습을 보던 현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 * *
울긋불긋 물들었던 단풍이 한바탕 쏟아진 비에 떨어지고 나자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한 해의 막바지로 가는 시기에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을 들뜨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드라마 일본에 수출]
“오늘, 우리 특별 회식 있습니다!”
“와아~.”
“그동안 수고했어요.”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도 잘해 봅시다.”
직원들이 함께 기뻐하고 격려하는 그 시각, 현호는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팀장들과 얘기 중이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현호가 얘기하자 상기된 표정의 윤준호 팀장이 대답했다.
“글로리에서의 첫 드라마가 해외 판매까지 돼서 기쁩니다.”
“저도 기쁩니다. 모두 여러분께서 애써 준 덕분입니다.”
“사장님께서도 회식에 오시겠습니까? 출연했던 송우미디어 배우분들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회식에 사장이 참석하면 안 되죠.”
“하하하.”
현호의 속뜻을 아는 팀장들이 일제히 웃었다.
그들의 웃음이 멈추자 현호는 다음 말을 이었다.
“오늘은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내일부터는 송우미디어와 함께하는 프로젝트팀이 구성될 겁니다.”
“프로젝트팀이요?”
윤준호 팀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우리의 콘텐츠가 수출됐다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콘텐츠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부가 가치가 엄청납니다.”
“…….”
“드라마 촬영 장소는 관광지가 될 것이고, 드라마 배우들의 CF광고뿐만 아니라 피규어 등 캐릭터의 헤어스타일에서 의상, 음식까지 모두 가치 창출이 될 수 있습니다.”
“…….”
“이런 콘텐츠 가치 창출을 위한 프로젝트팀을 구성할 겁니다. 송우미디어에서 음악으로 이미 시작했습니다만 드라마, 영화까지 포괄하는 팀으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
팀장들은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현호는 그들의 이런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조금씩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을 ‘문화산업’이라는 틀로 이해하고 있었기에 ‘문화콘텐츠’라는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현호는 그들을 향해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겨울 연정’ 열풍이 불면 알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