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97
97화 보복으로 싸움 붙이기
송우미디어 사장실.
“방법이 있다고 하셨죠?”
사무실로 돌아온 최명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현호에게 물었다.
“국제일반우편은 특급우편보다 배송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브로커는 왜 배송시간이 긴 방법을 택했을까요?”
“아,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브로커는 바로 필리핀으로 가지 않는 겁니다.”
“다른 곳을 거쳐서 필리핀으로 갈 가능성이 있겠네요.”
“제 생각도 그래요. 최 실장이 오기 전 알아봤는데, 국제일반우편일 경우 필리핀에서는 우체국으로 물건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하네요.”
“아! 그러면 시간차가 생기는 것을 이용할 수 있겠네요.”
현호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맞아요. 우체국에서는 브로커의 필리핀 주소로 소포 도착을 알려 줄 거예요. 우리 측 사람이 먼저 그 주소지에 있다가 우체국에서 물건을 찾고 그 물건을 우리에게 다시 보내는 거죠.”
최명준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차렸다.
“그렇게 해 줄 사람을 서둘러 알아보겠습니다.”
* * *
“놓쳤다고요?”
유태규와 통화하는 엄현주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예상하지 못한 교통사고가 있었어요.]
“아…… 그럼, 다른 방법 없는 거예요?”
[지금으로서는 없어요.]
크게 실망한 엄현주는 잠시 입을 닫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엄현식이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복권은 말이지, 네가 파는 베이커리와는 달라.
-이 복권은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희망인 거야. 사람들이 그런 희망을 쉽게 끊을 수 있을 거 같아? 내 장담하는 데 라이스타 베이커리 사 먹는 돈보다 로디복권 사는 데 돈을 더 쓸 거다.
라이스타 베이커리를 얕잡아 보는 엄현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게 되니, 엄현주는 속에서 화가 솟구쳤다.
큰오빠 엄현식이 잘 나가는 걸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에 엄현주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건은 어쩔 수 없지만, 큰오빠를 곤란하게 할 다른 건을 찾아야 해요.”
“알고 있어요. 꼭 찾을 테니 염려 말아요.”
* * *
입시부정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결국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미 브로커는 사라진 뒤였다.
그리고 최명준 실장은 필리핀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며칠이 흘렀을 때, 번호를 알 수 없는 전화가 걸려왔다.
“최명준입니다. 아! 예, 수고했습니다.”
통화를 끊은 최명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로 들어갔다.
“사장님.”
“무슨 일입니까?”
“필리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물건을 찾아서 우리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수고했습니다.”
현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럼, 다음 단계로 가야겠군요.”
“다음 단계요?”
최명준이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
“명운재단 입시부정이 뉴스로 터진 건 매형의 계획이었어요. 자료를 가로챌 사람까지 준비할 정도로 치밀했죠.”
“그걸 사장님이 예상하고 대비책도 마련하셨죠.”
그의 대답에 현호가 피식 웃었다.
“어쨌든 매형이 시작한 일이에요. 형제 간의 승계 전쟁에 끼어들었으니 매형도 곤란한 일을 겪게 해 줘야죠.”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나라일보 기자에게 정보를 흘리세요. 명운재단 입시부정 뉴스가 보도되기 전, 유태규 검사가 명운재단 입시부정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
“그 사실이 작은형수에게 전해질 거예요.”
작은형수 배희진은 나라일보 사주의 딸이다.
회사 내 정보원 역할을 하는 직원이 있기에 유태규에 관한 정보가 그녀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러면, 작은형수는 그 사실을 큰형수에게 얘기하겠죠.”
현호의 말을 이해한 최명준이 다음 말을 이었다.
“큰형수님이 알게 해서 유태규 검사가 곤란해지도록 하겠다는 거군요.”
“내가 직접 싸움에 참여할 필요는 없죠.”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처리하겠습니다.”
* * *
현호의 예상대로 유태규 검사의 소식이 배희진에게 전해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에요, 부장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배희진은 나라일보 사회부장과 통화 중이었다.
[그런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하지만 보도는 되지 않을 겁니다. 후배 기자가 팩트 체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네요.]
“알겠어요. 알려 줘서 고마워요.”
통화를 끊은 배희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엄현태에게 얘기했다.
“유 검사는 검사 안 하고 연기했어도 성공했겠어요.”
“무슨 말이야?”
“명운대학 입시부정 의혹 뉴스가 터진 날, 유 검사가 아버님께 한 얘기 기억해요?”
“뭐라고 했지?”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고 했잖아요.”
“아, 그랬지. 근데 그게 왜?”
“나라일보 기자가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유 검사는 뉴스가 나오기 전 이미 명운대학 입시부정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대요.”
“뭐어?”
엄현태도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형님한테도, 아버님한테도, 아무 말 안 하고 있었잖아요. 뉴스에서 터지고 나니 아버님께는 돕겠다고 하고. 아주 연기를 잘해요.”
배희진의 말을 듣고 있던 엄현태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 사실을 알려 주는 게 어때?”
“네?”
배희진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엄현태가 대답했다.
“그 사실을 넌지시 형수님께 얘기하는 거지. 그러면 형수님은 유 서방에게 화가 날 테니 가만있지는 않을 거야.”
“어머!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배희진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지금 바로 얘기할게요.”
배희진이 소파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 * *
배희진이 채연희의 방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런데 등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형수님.”
배희진이 돌아보니 현호가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형수님, 시간이 늦었는데 어디 가세요?”
“아, 형님께요.”
“큰형수님께 무슨 일 있어요?”
“요즘 입시부정 수사로 형님이 힘드시잖아요. 가서 위로라도 해 드려고요.”
“아, 역시, 큰형수님 생각하는 건 작은형수님뿐이네요.”
현호는 속으로 웃었다.
어려움을 겪는 큰형수를 위로하러 간다는 그녀의 얼굴이 걱정하는 사람치고는 너무 밝았다.
이렇게 현호가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걸 모른 채 배희진은 다음 말을 이었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죠.”
“든든하네요. 어서 가 보세요.”
“예, 도련님.”
배희진이 돌아서며 걸음을 옮겼다.
채연희에게 가는 이유를 아는 현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 * *
똑똑.
배희진은 채연희의 방문을 노크했다.
문이 열리며 채연희가 나왔는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동서, 무슨 일이야?”
“형님, 요즘 힘드시죠?”
“뭐?”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형님 힘드실 거 같아 제가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왔어요.”
“아…….”
순간 채연희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가 곧 차분히 돌아왔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동서. 그런데, 대학은 관련 없어서 큰 피해는 없을 거야.”
“어머, 다행이에요. 제가 들은 말이 맞았군요.”
“응? 동서가 들은 말이라니?”
금세 채연희의 눈에 의아함이 담겼다.
“아는 기자가 유 서방이 뉴스가 나오기 전에 입시부정을 알고 있다고 얘기해 줬거든요. 저는 이때까지 아무 말 없길래 혼자 걱정했는데, 유 서방이 대학에 피해가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얘기하지 않은 거였네요.”
순간 채연희 표정이 굳었다.
“그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다고?”
“아는 기자요. 제가 걱정한다는 얘기를 들었는지 연락이 왔어요.”
“……그래.”
솟구치는 분노로 인해 파르르 입술 끝이 떨리는 채연희가 짧게 대답했다.
“형님, 저는 마음 편히 있을게요.”
생긋 미소를 보인 배희진이 뒤돌아섰다.
그리고 이내 차가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걸렸다.
한편, 방 안으로 돌아온 채연희는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그 모습을 본 엄현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보, 밖에 누가 왔는데 표정이 그래?”
채연희는 소파에 풀썩 앉으며 얘기했다.
“동서가 왔어요.”
“동서가 왜?”
“기자에게서 들은 얘기를 전해 줬어요. 유 서방이 입시부정 뉴스가 나오기 전 이미 알고 있었대요.”
“뭐?”
엄현식은 퍼뜩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유 서방이 명운대학 입시부정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니까요.”
“뭐어?”
엄현식의 목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높아졌다.
“그 자식 뭐야? 알면서 입 닫고 있었다는 거잖아.”
“일부러 얘기 안 했겠죠. 이 사건으로 내가 법적 처벌을 받게 되면 당신 승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아가씨와 유 서방에게는 좋은 기회잖아요.”
“하, 이 자식을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성질이 난 엄현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을 때였다.
“그럴 필요 없어요.”
“뭐?”
“유 서방과 멱살잡이라도 할 거예요? 그걸 아버님이 아시면 누구 체면이 깎일까요?”
“아버지도 이 사실을 아시면…….”
채연희가 그의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유 서방 검사에요. 얼마든지 변명을 댈 수 있어요. 아버님께 점수 깎이는 건 당신이라고요.”
“그럼, 그놈을 가만히 두자는 거야? 우리를 상대로 장난을 쳤는데.”
“우리도 장난을 쳐서 갚아 주면 되죠.”
“어?”
금세 의아한 표정으로 바뀐 엄현식이 그녀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박 과장이 유 서방 집안을 조사했을 거예요. 불러 줘요.”
“아! 그래, 바로 부를게.”
엄현식이 휴대폰으로 박경국 과장을 호출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박경국이 그들의 방으로 찾아왔다.
“사장님, 찾으셨습니까?”
“박 과장, 유 서방 집안을 조사했지?”
“아, 예. 사장님.”
“어때? 특이한 게 있었어?”
“아, 그게…….”
박경국이 난처한 기색을 띠었다.
“특이하거나, 특별한 게 없습니다.”
“뭐? 없다고?”
기대하던 기색이었던 엄현식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사고나 사건에 얽힌 것도 없고, 친척이나 이웃과도 원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유 서방 부친이 뭘 한다고 했지?”
엄현식에게는 사돈어른이 된다. 그럼에도 그는 유 서방 부친이라고 말하며 제3자를 대하듯 얘기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을 하십니다. 결혼 전에는 식당 규모가 크지 않고, 건물도 임대해서 장사했는데, 지금은 규모도 커지고 건물도 샀습니다.”
“유 서방의 결혼자금을 식당 늘리는 데 쓰셨나? 어떻게 갑자기 건물도 사고 식당 규모가 커졌어?”
“엄현주 사장님께서 마련해 드린 겁니다.”
“아아.”
엄현식이 무슨 얘기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만 있던 채연희가 입을 열었다.
“식당 손님은 많아요?”
“예. 목이 좋아서 손님들이 제법 많습니다.”
“잘됐네요.”
“예……?”
박경국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엄현식은 호기심이 깃든 얼굴로 물었다.
“무슨 좋은 생각 있어?”
“그렇게 손님이 많은 식당은 음식 조리환경이 좋지 못할 때가 많죠.”
“어? 아! 여보, 설마……?”
엄현식이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한 기색으로 말꼬리를 늘리자 채연희가 서둘러 대답했다.
“집단 식중독, 어때요?”
엄현식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식중독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은 아니지?”
“미쳤어요? 어떻게 그 시간을 기다려요.”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집단 식중독을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는 없잖아.”
“진짜 식중독일 필요는 없어요. 식중독과 비슷한 증상으로 식중독이 일어난 것처럼 언론이 떠들어 주면 돼요.”
“아……!”
이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한 엄현식은 고개를 주억이더니 이내 다시 물었다.
“그게 일어나면 유 서방 부친이 곤란하겠지만, 유 서방과 현주는 아무 문제없는 거 아냐?”
그의 물음에 채연희가 묘한 미소를 띠며 얘기했다.
“당연히 유 서방과 아가씨가 곤란해져야죠. 내게 생각이 있어요.”
“흐흐흐.”
그녀의 대답에 엄현식이 만족스러운 듯 입을 벌려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