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98
98화 처남은 두 형님과 다르네
며칠 후.
대한일보 1면에 기사 하나가 커다랗게 실렸다.
[집단 식중독 일으킨 식당 주인, 알고 보니 송우그룹과 사돈?]
이뿐만 아니라 대한일보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도 실렸다.
[집단 식중독 식당, 실제 주인은 송우그룹?]
“사장님의 생각대로 큰형수님이 유태규 검사를 곤란하게 한 것 같은데요.”
최명준 실장이 대한일보 신문을 현호의 책상 위로 놓으며 얘기했다.
“인터넷에도 관련 기사가 올라왔어요.”
“예상한 대로 움직이니 별로 흥분되지는 않네요.”
“저는 기대가 되는데요.”
“뭐가요?”
“유태규 검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지네요.”
그의 말에 현호는 싱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최명준이 물었다.
“어떻게 나올지 짐작이 되세요?”
“의심하겠죠.”
“예……?”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하나씩 추려 가며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을 골라내겠죠.”
“하지만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의심의 밑바닥에 뭐가 있는지 압니까?”
“……?”
“싫은 겁니다. 그 사람이.”
“아……!”
최명준은 현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결국, 유태규는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의심하게 될 거라는 것을.
* * *
현호와 최명준이 집단 식중독 신문 기사를 본 그 시각, 유태규 또한 기사를 보았다.
이에 당황한 유태규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식중독 어떻게 된 거예요?”
[나도 방금 신문 보고 알았어.]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신문 기사에는 지인들과 산행을 마치고 와서 저녁을 먹었다고 하는데, 그 손님들 기억하세요?”
[그래, 기억해. 우리 식당에는 처음 오신 분들이셔. 다섯 분이셨는데, 등산복 차림이었어. 식사를 잘하고 가셨는데.]
“역학 조사한다고 보건소에서 연락 없었어요?”
[연락 없었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신문 보고 알았지.]
‘연락이 없었다고?’
순간 유태규는 의아했다.
신문 기사에 의하면, 다섯 명의 친구가 저녁을 먹은 후 설사와 구토 등 식중독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신문에 기사로 나올 정도면 이미 보건소에서 상황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니.
“알겠어요, 아버지. 다시 연락드릴게요.”
유태규는 통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시간……!’
그러고 보니 식중독 발생부터 기사화되는 시간이 이상했다.
신문 기사에 의하면 다섯 명의 친구는 어제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세 시간 후 식중독 증상으로 병원으로 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연이 다음 날 조간신문에 실렸다.
‘기자는 그 병원에 있었던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알았을까.’
의문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누가 알려 줬더라도 그 늦은 밤의 사건을 데스크의 허락까지 얻고, 다음 날 조간신문에 기사를 실을 시간은 없었을 텐데. 더구나, 송우그룹과 사돈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자신이 결혼한 후 가족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새롭게 식당을 열었다.
그리고 가족들은 송우그룹과 사돈 관계라는 걸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의도했다면?’
자신의 아버지 식당임을 아는 누군가가 가짜로 식중독 사건을 일으키고 신문 보도로 이슈화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맞아떨어졌다.
‘도대체 누가……?’
이런 시나리오를 만든 사람은 식당 주인인 아버지와 송우그룹 관계를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 관계를 아는 이들은 자신의 가족 그리고…… 성북동 식구.
‘우리 가족은 아니야.’
보통의 삶을 사는 가족들이 언론사까지 움직일 힘이 없다. 그렇다면?
‘성북동 식구……?’
아내를 제외한 다른 성북동 식구들에게 자신의 가족을 얘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알려고만 하면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원한다면 언론사도 움직일 수 있다.
디리리리.
이런 생각을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
자신의 형에게서 온 전화였다.
“형, 나도 식중독 신문 기사 봐서 알고 있어.”
[그게 아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아버지 식당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
“뭐어?”
놀란 유태규는 전화를 끊고 형이 알려 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버지의 식당에 대한 얘기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집단 식중독 일으킨 식당 주인이 송우그룹 사돈이라네요.]
[그 식당 크고 좋아 보이던데. 겉만 번지르르하고 주방 시설은 엉망인가 봐요.]
[그 식당 주인이 사돈이라고요? 난, 실제 주인이 송우그룹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머, 나도 그 얘기 들었는데.]
[송우그룹 너무 양심이 없다. 사돈을 바지사장으로 앉히고 주방관리도 못하고.]
쾅!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치는 유태규의 인상이 구겨졌다.
“젠장.”
인터넷 커뮤니티 여러 곳에서 송우그룹이 식당 주인이라는 얘기들이 사실인 것처럼 떠돌고 있었다.
“누구 짓이야…….”
식중독 사건은 기획되었다.
송우그룹까지 엮어 이슈화해서 자신을 곤란하게 하려는 수작이다.
유태규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떠돈 허위사실은 빠르게 퍼지고, 송우그룹 홍보실은 확인을 요청하는 언론사 기자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그렇게 되자 송우그룹은 보도문을 내기에 이르렀다.
[대한일보 집단 식중독 식당 기사와 관련해서 문의가 많아 알려 드립니다. 그 식당의 주인은 송우그룹이 아닙니다. 송우그룹의 어떤 계열사도 고기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 * *
성북동 식당.
가족들은 저녁 식사를 위해 엄상현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자리한 유태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 표정을 본 엄현식이 자못 진지한 투로 물었다.
“유 서방, 식중독 사건은 잘 수습했어?”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아니, 사과를 받겠다는 건 아닌데…… 식당 일에 송우그룹이 엮이는 건 너무 어이가 없잖아.”
“죄송합니다.”
유태규가 고개까지 숙이며 사과를 하자 옆에 앉은 엄현주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식중독 아니라고 결론 났어. 기자가 사실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기사 쓰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 건데, 왜 태규 씨가 사과해야 해?”
신경질적인 대꾸에 큰며느리 채연희가 끼어들었다.
“아가씨, 명운재단 입시부정 의혹사건 수사 발표 난 거 아시죠? 명운재단은 사건과 관련이 없어요. 기자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방송한 게 잘못인데 제가 며칠간 고생했어요.”
“큰언니, 지금 그 얘기를 왜 해요?”
“아가씨는 제 마음을 이해해 줄 거 같아서요. 제 마음이 유 서방 마음과 같았거든요.”
“어머, 형님. 이번 일은 좀 다르죠.”
둘째 며느리 배희진이 가세했다.
“명운재단 때문에 송우그룹이 곤란했던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번 식중독 사건으로 송우그룹까지 곤란해졌잖아요.”
“식중독 아니에요.”
엄현주가 신경질적으로 내뱉었을 때였다.
“으흠.”
엄상현 회장이 아내와 함께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유태규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잘못된 보도로 인해 송우그룹에 피해를 끼쳤습니다.”
“괜찮네. 수습은 잘됐나?”
“식중독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
엄상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지금껏 가만히 있던 엄현태가 입을 열었다.
“수습이 그게 끝이야?”
“예?”
“우리와 사돈이라는 거 사람들이 다 알게 됐잖아. 하다못해 중소기업 사장이시라면 사람 만날 일만 줄이면 되지만, 누구나 드나드는 식당이야. 그 식당 손님들이 계속 송우그룹 얘기할 텐데,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 없잖아?”
엄현태의 말에 엄현주가 째려봤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고, 유태규가 대답했다.
“아버지께 말씀드려 영업을 중지하고 다른 곳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만 식사하자.”
엄상현이 얘기하자 모두 입을 닫고 식사를 시작했다.
* * *
“아버지,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
식사를 마친 유태규는 정원에서 부친과 통화 중이었다.
[식당 건물을 팔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목이 좋은 곳이라 아깝기도 하고.]
“그곳에서 계속 장사하면 아버지도 불편해질 거예요.”
[후…… 알았다. 알아보마.]
“신문사의 사과와 정정 보도가 내일 나올 거예요.”
[네가 애를 많이 썼구나. 그만 쉬어라.]
“예.”
유태규가 통화를 끊었을 때였다.
“매형.”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현호가 다가오고 있었다.
“처남.”
“날이 제법 따뜻해졌죠? 저도 가끔 식사 후에 산책하거든요.”
현호가 싱긋이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아, 그래.”
“매형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식당에서 형들이 몰아붙여서 곤란하셨죠?”
“어?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현호가 따뜻하게 얘기하자 유태규는 흠칫 놀랐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본관 식당에서 표시는 내지 않았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두 형님의 말속에 고기 식당을 하는 아버지와 자신을 얕잡아 보는 속내가 확연했기 때문이었다.
“매형, 사돈 어르신 식당 영업을 중지하는 거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
“그건 왜……?”
“수습에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서요.”
“…….”
“사돈 어르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영업을 중지하면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둘째 형님 말씀도 일리는 있어.”
“사돈 어르신 식당으로 송우그룹이 피해 볼 일은 없어요.”
유태규는 내심 현호의 말이 고마웠다.
그도 속으로는 현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평범하게 고기 장사하는 식당이 송우그룹에 무슨 피해를 주겠는가.
단지 그들이 부친의 식당과 엮이는 걸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일 뿐.
하지만 이런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
“송우그룹과 사돈 관계라는 게 알려져서 아버지도 불편해지실 거야.”
“누군가 해코지를 하면 문제이겠지만, 사람들이 송우그룹과 사돈 관계라는 걸 알면 좀 어때요.”
“음?”
현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유태규는 눈을 깜빡였다.
“사돈 어르신은 매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거예요. 똑똑하고 능력 있어서 송우그룹에서 탐을 내서 데려갔다고.”
“……!”
“지금껏 그런 얘기를 못 하고 살았지만 이제 자식 자랑하며 사실 수 있게 됐잖아요. 사람들이 다 알게 됐으니 오히려 편하게 얘기할 수 있죠.”
“…….”
“제 생각은 그래요.”
일리 있는 얘기에 유태규는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고마워, 처남.”
유태규는 정말 현호의 말이 고마웠다.
힘을 갖고 싶어 엄현주와 결혼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부모님은 친했던 친구와 이웃으로부터 떨어져 고립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자식에 관해 얘기하지 말고 살라고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런 마음을 애써 ‘아버지도 불편하실 거야’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잘 의논해서 결정할게.”
“예. 저는 그만 들어갈게요.”
“그래, 처남.”
유태규는 걸어가는 현호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처남은 두 형님과 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