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10)
콩가루집 막내왕자-110화(110/205)
110화. 봉쥬르, 브르타뉴(2)
존 왕의 아일랜드 함대가 브르타뉴의 2함대를 작살내던 그때.
제프리는 전날 기묘한 꿈을 꾸었다.
평소에 꾸던 꿈들과 달리 너무나 실감이 나서 두려운 꿈이었다.
꿈속에서는 헨리 왕자가 이미 죽은 이후. 자신과 리처드 왕자가 1:1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내전을 했다.
하지만 제프리는 꿈을 바라보며 알았다.
꿈속의 주인공은 제프리 자신이 아닌 존이라는 걸. 꿈속 자신은 리처드 왕자에게 맞서다가 낙마로 위장된 암살로 죽었다.
어차피 꿈속인 걸 아니, 꿈속 자기 죽음을 그렇게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꿈속의 자기 죽음 뒤로 보이는 풍경은 썩 좋은 것이 없었다. 형편없는 전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존 왕자로 꿈속 내용이 이어졌는데. 꿈속의 막내 존은 제 아버지와 형에게 ‘해줘!’ ‘도와줘!’라는 입버릇을 가진 철부지였다.
‘이딴 게 존이라니.’
현실의 세이프 존은 자기조차 위험하다고 느껴질 간웅인 사실을 생각하면, 몸서리치게 짜증 나는 꿈의 내용이다.
꿈속의 존 왕자는 너무 한심해 자기가 견제하던 존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멍청한 작자였다. 그건 존 왕자가 리처드 국왕의 뒤를 이어 국왕이 되는 꿈의 전개에서도 변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자기를 믿어준 아버지 헨리 2세와 형 리처드 왕을 배신하고 왕좌에 오른 ‘존 왕’은 필리프 2세에게 치졸하게 패배하고, 수하들에게 배신당하고 ‘대헌장’을 서명하는 등 여러 의미로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
필리프 2세에게 협조해 존 왕자를 배신한 사람 중에서 피터와 고드프리도 보였다.
심지어 존의 행정관이라 불리는 프랑스인 기사 아미아르 역시, 필리프 2세의 곁에서 존 왕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보았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었다.
현실은 꿈과 달랐다. 특히, 꿈속에서 보였던 한심했던 존 왕.
그자에게 비하면 자기 앞에 있는 동생이자 숙적은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였다.
모르땅부터 시작해, 여러 수를 써 보았지만. 그 수를 써 보았음에도 모두 실패했다.
게다가 아일랜드 안까지 사람을 보낸 후. 존 왕자 영지의 치안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아마, 자기와 이름이 같은 유능한 참모 고드프리(프랑스식 제프리)의 활약 때문이라고 제프리 왕자는 짐작했다.
이런 친절이 먹히지 않았다면, 조금은 극단적인 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 시대의 친족간 살해는 금기시되지만, 은밀한 암살은 어느 정도 용인되었다. 어차피 불행한 병에 걸려서 시름시름 죽어버렸다고 하거나. 낙마했다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가?
그래서 정말 은밀하게 암살을 시도했지만, 은밀하게 실패했다.
‘이게 다 노망난 어머니가 방해해서지.’
망할 어머니 때문이었다.
본인이 정치적 역학을 따지지 않아 유배형을 당한 것을, 왜 아들들에게 무슨 억하심정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본인이 예전부터 리처드 왕자를 편애한 주제에, 왜 이제 와서 자식들에게 애정을 갈구하는가.
차라리 지중해에서 이슬람 해적에게 잡혔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화살에 맞아 그대로 죽은 영웅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같은 여러 아쉬움이 제프리에게 몰려든다.
‘어쩌면 이 꿈은 내가 존, 너를 아직도 얕잡아본다는 뜻이군.’
짧은 순간 저번에 보았던 꿈에 대한 회상을 마친 제프리 왕자는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바라보고 있다.
지휘관으로서 큰 시야로 전쟁을 바라볼 때다.
아쉽게도 이 전장은 백사자군이 주도하지 못했다, 존 왕자가 준비를 정말 많이 했기 때문이다.
“말들에게도 갑옷을 입히다니. 존 이 녀석은 돈이 넘쳐나는군. 게다가… 사기 역시 높아.”
“전하, 흑사자군의 공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리처드 왕자의 군대만 강한 게 아니었습니다.”
두 명의 지휘관이 보고하자, 제프리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너무 교만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지.”
제프리 왕자는 싱긋 웃었다.
존 왕자의 전력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대세가 정해진 건 아니다.
그때 제프리 왕자가 있는 진영에 화살이 날아왔다.
“막아라!”
널찍한 파비스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았고.
“전하, 괜찮으십니까?”
백사자군의 기사가 하는 말에 제프리 왕자는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나는 괜찮소.”
“그… 숙련도가 필요한 순수한 각궁 부대를 이리 많이 만들다니. 존, 이 녀석은 영지민에게 사냥만 시켰나?”
위협적인 순수한 각궁이었다. 지금 존 왕자가 가진 전력에는 장궁병만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제프리는 눈을 들어 전장에서 존의 자신감을 바라보았다.
“보병… 위주로 진을 형성하다니.”
기사들이 있는 이 시대에 보병 위주의 전열은 미련한 짓이다. 하지만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존은 꿈속 존 왕처럼 무능한 자가 아니라, 위험한 경쟁자인 세이프 존이다.
‘그게 아니야.’
단검과 도끼의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존 왕자의 신병기.
―캉.
그것을 가지고 있는 흑사자의 보병들이. 경기병들을 썰고 있다.
게다가 흑사자의 보병들이 신병기로 전열을 유지하는 순간, 기사들 같은 중갑기병이 상대방의 진형을 뒤흔든다.
하지만 백사자군은 당하기만 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 왕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저 멀리 있는 아일랜드 영주의 깃발을 바라보며 왕자를 응시했다.
그리고 다시 다짐했다.
‘치열하게 해야 해. 방심하지 않고.’
치열하게.
장난은 있을 수 없었다. 거병한 이상. 이미 다른 길은 없다.
죽음과 생존을 놓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
“체스터 백작.”
“예, 전하.”
“빨리 그들이 와야 할 텐데. 왜 이리 늦는 거요?”
그 말과 함께 제프리 왕자는 주위를 보았다.
치열한 싸움 중에서도 팔랑스(Phalanx, 장장 밀집 대형)를 하는 동생의 대열을 보았다.
다시 한번 존 왕자가 만든 ‘새로움’을 바라보았다.
할버드라고 불리는 신식 무기.
게다가 맨눈으로도 식별하기 힘든 함정들.
색다름을 기병용 단화까지.
마상 갑옷과 처음 보는 철갑옷까지.
꿈속의 무능하고 치졸한 존 왕자와 달리.
현실의 존 왕자는 자신의 영원한 맞수가 맞다.
“걱정하지 마소서, 저들은 안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존 왕자의 실력은 진짜였군요.”
체스터 백작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저번 망슈에서 제프리와 윌리엄 마셜의 공세에도 버텼던 건, 단지 리처드 왕자의 후광이 아니라. 존 왕자의 실력이다.
하지만 백사자군의 진영에서는 이것을 이를 악물고 부정하고, 존 왕자의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의 실력은 전장에서 결정되는 법이다.
* * *
―존 왕자의 진영―
‘역시 강하군. 제프리 형은.’
중세 시대의 대전은 곧 백병전의 연속이라는 말처럼.
숙련된 제프리 형의 부대는 쉽지 않았다. 우리 부대에서 철갑옷을 입은 말들이 등장해. 적들의 기사를 낙마시키려 해도.
무수한 함정을 꺼내 적들을 유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백사자군이 잘 견디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확실한 자신감이다. 100년 전쟁에서 왜 뒤게클랭과 잔 다르크 같은 몇몇 경우를 빼고, 잉글랜드가 이겼는가? 그건 프랑스 왕국이 너무나도 오만했기 때문이다.
제프리 형은 너무나도 오만했다. 그동안 내가, 브르타뉴를 점령할 것이라는 걸 생각도 못 했나 보다.
그리고 같은 값이면 좀 더 준비한 쪽이 유리할 것 아닌가?
‘이번에는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나는 나의 역할을 안다.
리처드 형이 브르타뉴 전역을 맡긴 이유는. 내가 제프리 형을 전담하라는 뜻이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해줘야지.
“스코틀랜드 백작.”
“예, 전하.”
“스코틀랜드 지방의 앙주인들을 움직일 시간이오.”
나는 스코틀랜드인이라 지칭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만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태어난 앙주인이라는 것이다.
“로빈.”
“예, 전하.”
“앙주 석궁, 장궁병을 준비해 저들을 호위해주시오.”
용감한 하이랜더들이 나왔다. 그들 역시, 앙주인이다.
스코틀랜드의 반란이 실패하고, 나는 몇몇 주동자 말고는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헨리 2세한테 말했다.
그때, 나는 스코틀랜드의 출신 병력을 모집할 수 있었고, 지금은 그들이 필요할 때.
클레이모어를 든 그들이 돌격하고. 그 곁을 장궁병이 지원하고.
중갑 기병들인 기사들은 이 전력의 공세를 방어할 기사들을 방어했으며.
할버드를 가진 보병들이 그런 기사들이 보조하며 적들의 마상 창을 무력화시켰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올라갈 때.
“악불회. 그대의 차례요.”
―두두두두두.
“용병 부대를 투입해라.”
그러자 용병부대.
“백사자군의 중앙진(본진)을 노린다.”
어느덧 나의 용병 부대는.
삼위일체.
언제나 믿음 소망 신뢰를 위해 존재하는 제노바 용병대.
이 시대 원거리 1티어 용병인 만큼 그들의 석궁병은 가장 날렵했다.
그리고 나의 처남댁 클레어 용병대.
그들은 바이킹의 후예인 만큼 돌격 전술에 능했다.
마지막으로.
합스부르크 용병대.
그들은 장창을 이용해 인간 울타리를 만들며 전열을 고정했고.
그런 3부류의 용병들을 위해 형벌부대에서 검차와 수레를 끌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새로운 진형이 완성되었다.
데인저러스 존이다.
* * *
불리함을 느낀 백사자군이 후퇴했다.
하지만 그것이 일시적인 후퇴이며, 유인책인 걸 알고 있다.
“매복이 있군.”
내 말에 고드프리가 답했다.
“맞습니다. 이건 매복입니다. 하지만, 브레스트는 우리가 차지했나이다. 일단 이곳에서 전열을 방비하고 새로운 싸움을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제프리에게 구원군이 왔다.
프랑스 2중대인 부르고뉴 왕자령의 깃발이 있었다.
“와아아아아!”
“흑사자군을 무찔러라.”
“전하, 부르고뉴 군대입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세상에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갑작스러운 변수는 인과를 찾아야만 한다고.
나는 이런 시간에, 이렇게 많은 부르고뉴의 군대가 브르타뉴를 지원하러 온 것이 절대 우연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순수하지 않았다.
“필리프 놈이 끼어들기 시작했군.”
* * *
―신성로마제국, 아헨―
존 왕자와 제프리 왕자가 치열하게 싸울 때.
늙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1세는 짜증이 났다.
신하라는 것들이 자기 말을 들어 먹지 않고, 자식이라는 것들이 아버지에게 큰 짐 덩어리가 된 망할 순간이기 때문이다.
붉은 수염의 황제가 말했다.
“망할 것들, 우리는 프랑스의 고토 수복을 막아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해. 그런데 가만히 프랑스를 돕겠다고?”
하지만 그런 짜증에서도 황태자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당연히 잉글랜드를 막아야 하는 게 아닙니까? 설마 부황께서는 존 왕자 덕분에 이 기회를 가만히 두고 보자는 겁니까?”
“불효자 놈.”
“불효자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저는 앙주의 못된 놈들처럼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비아냥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자존심만 강한 멍청한 후계자를 보는 프리드리히 1세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하느님이 역사하셔서 심장마비나 화병까지는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제가 모르는 것이 무엇입니까? 부황?”
젊은 시절, 죽은 루이 7세, 마누일 1세 같은 괴물들은 물론 진정한 야심가 헨리 2세와 한 시대를 살아간 프리드리히 1세는 알고 있다.
지금 앙주 영지에서는 헨리 2세가 멀쩡히 대전략을 세우고 있을 거라는 것을.
‘헨리 2세 이놈이 분명히 쓰러진 척하는 거라니까.’
굳이 물증이 없어도 알 수 있다. 헨리 2세는 죽지만 않았다면, 그는 예전 대반란을 막았던 것처럼 색다른 방식으로 이번 내전을 종결시킬 결정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무도 예상 못 한 듯하다. 이미 왕자들의 내전이 끝나고 나서 헨리 2세는 침대에 누워서 골골대는 살아있는 명분이 될 거라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헨리 2세, 대체 뭐 하는 거야!’
늙어 죽어가는 프리드리히 황제 선지자의 마음을 알았다. 왜 다들 헨리 2세의 음모를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