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2)
콩가루집 막내왕자-12화(12/205)
[12화, 매형 하인리히(1)] [왕자님, 예상대로 간덩이 부은 프랑스 놈들이 분탕을 일으킬 게 분명합니다.]피터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뒷일은 저에게 맡기십시오.]프랑스에 대한 진실을 깨달은 피터는 언제나 든든했다.
아무튼 태양이 밝게 빛나는 날이다.
날이 좋아서 기분마저 산뜻했고.
배불리 먹이를 먹어 치운 나의 애마 크롬웰도 기분이 좋은 지,
-히이이잉.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이랴!
백마 탄 왕자이자 모르땅의 백작 대인저러스 존이 나가신다!
“백작님, 저들은 용병이 아닙니다.”
“고드프리 경,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궁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진형들이 일반적인 산적들의 막 나가는 진형입니다.”
“궁수들이 매복했을 확률은?”
“대홍수가 다시 올 확률보다 낮습니다.”
절대 없다는 소리다.
“…. 그렇습니까?”
“백작 각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의 산적들은 단지 산적일 뿐입니다.”
내 옆을 지키고 있는 믿음직한 기사 고드프리의 말.
진짜 산적들이 산 아래에서 활개 치다니.
내가 무시무시한 형들과 비교하면 착한 건 사실이지만,
이것들이 감히 초임 영주의 외성을 건드려?
저들을 그냥 두고 볼 순 없지.
“그럼 제노바 용병들을 배치하십시오.”
백년전쟁이 한참인 미래에는 웨일스 출신 장궁수병에게 발려 인기를 잃을 용병단이지만.
지금은 유럽의 용병 중에 가장 돈값 하는 용병이다.
“예, 각하!”
혹시 있을지도 모를 궁수들의 기습을 대비해 묵직한 대형방패(파비스)를 앞으로 세우더니.
이윽고 석궁을 들었고.
“발사하라!”
-피웅, 피웅, 피웅
산적들에게는 내 황금과 맞바꾼 화살비가 떨어졌다.
“모르땅 백작의 군대다!”
“벌써 왔다고?”
“왜 이리 빨리 오는데.”
“약속과 다르잖아.”
“파리 놈들은 역시 믿는 게 아니었어.”
같잖게도 당황하는 산적들.
아무튼 궁수는 정말 없는 것 같다.
그러면 돌격 앞으로 해야겠지?
나는 대검에 입을 맞춘 후, 성호를 그으며 외쳤다.
“사자(Lion)의 후예들이여, 하느님의 이름으로 저들을 척결한다. 돌격!”
“와아아아!”
이게 바로 중세식 기사. 돌격 앞으로!
-두두두.
모르땅에서 얻은 기사들은 너무나도 용맹했다.
상대가 고작 산적 떼들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영주가 출전하는 마당에 조금 멋진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있어 보이잖아.
-돌격!
-두두두.
“산적 놈들을 사탄의 품으로!”
역시 이게 프랑스인 기사들의 힘이란 말인가.
내 편이니 든든하다. 프랑스 출신 기사!
“왕자님을 따르라.”
물론 내 우익에는 나와 같이 영지까지 온 잉글랜드 출신 기사들도 있다. 프랑스 출신 기사들이 안전한 걸 보고.
여유 있는 척 돌격하는 꼴이 참 든든하다 혐성국의 기상!
“미친놈아, 발악은 하고 죽어야지.”
“시발, 살고 싶다고!”
하지만 우리는 사슬 갑옷과 투구를 제대로 착용했고.
대검과 마상창도 있는 기사들이 많다.
고작 산적 따위가 이런 영지군을 이길 리 없지.
‘생각 같아선 산적들을 모두 처리하고 싶지만.’
그 일을 하기에 예산과 시간이 없으니.
일단 산에서 튀어나온 썩은 것들을 처리해야겠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꼴에 말을 탄 산적이라고, 말을 타고 필사의 도주를 하는 것들.
하지만 저들은 결국, 우리 모르땅의 기사들에게 금방 사로잡혔다.
조랑말이라도 탄 자들은 도망갔지만,
두 발로 도망가던 나머지 놈들은 대부분 항복하거나 사로잡혔다.
“백작님, 모두 포획했습니다.”
이들을 기다리는 처형은, 잉글랜드의 귀족다운 도끼 참수가 아니라 교수형이다.
오락거리가 없는 중세 시대 백성이 즐길만한, 처참한 죽음을 맛보겠지.
저런 간악한 것들은 이렇게 소탕해야 한다.
‘지금쯤 성안에서 난리가 났겠군.’
그렇다면 진짜 사건은 성채 안에서 벌어진다는 이야기.
하지만 아무 걱정 없다.
이 또한 다 대비했으니 말이다.
그때 투구를 올린 고드프리가 설레는 얼굴로 말했다.
“용병 대장 노릇을 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용병 대장 노릇 재밌지 않습니까?”
고드프리 경은 나의 봉신이 되진 않았지만, 나에게 고용되었다.
최고의 사생아답게 온갖 자존심을 부렸지만,
결국 황금 타락하고 말았지.
“성안은 어떨 것 같습니까?”
“백작님, 그 안은 별로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메리와 그녀를 호위하는 기사들과 호위병들을 믿었다. 떡대가 좋은 친구들이거든.
아무튼 산적들과 산책한 후.
성안으로 들어오니, 역시 예상대로 성채 안의 반란은 진압된 지 오래다.
“조금 늦으셨네요?”
마치 잔 다르크 같은 나의 아내 메리가
피칠갑을 한 채 방긋 웃었다.
보고를 들어보니.
모르땅 영지 안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고결한 잉글랜드의 막내 왕자는 이미 모르땅 영지를 버리기로 했다.’라는 개소리와 함께!
물론 성내에 남은 병사들에게 진압되었지만.
진짜 주동자들은 벌써 프랑스로 도망갔고.
버려진 하급 귀족들이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밧줄로 포박한 귀족들은 질질 끌려다녔다. 무슨 타타르인들에게 끌려가는 러시아 놈들도 아니고.
물론 속은 시원하다.
“메리, 고생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고마워요. 덕분에 몸 좀 제대로 풀었거든요.
저같이 용감한 여기사는 없을걸요?”
여자 기사, 좋은 단어지.
하지만 내 아내가 하기엔 좀.
“메리, 중무장하면서까지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었을 텐데?”
“시어머님 엘레오노르 왕비께서도, 대반란 때 중무장하고 왕국 군을 때려잡았다고 들었어요. 아닌가요?”
“그건 소문 아닐까요?”
“진짜일 수도 있죠.”
어째 메리가 우리 콩가루 집안을 까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일까?
“백작 부인께서는 대단하셨습니다.”
“완벽하고 용감한 기사셨습니다.”
“마치 드보라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성서 사사(판관)기에 나오는 여자 판관 드보라같다는 칭찬을 들은 메리.
다.
임자 있는 몸으로 직접 적들을 베다니.
아무튼 이제 사후 수습이 필요하다.
“포획한 주동자 귀족들은 참수. 아랫것들은 교수형 도망간 귀족들의 영지는 내가 차지한다.”
모르땅에 소속된 지방 영주 놈들 중,
음모에 가담하지 않은 충성스러운 봉신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고,
처형 전 고문과 협박해서 얻은 증거를 얻었다.
예상대로 내 영지에 분탕을 친 건 프랑스였다.
나는 필리프가 분탕을 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얼마 전 왕위에 오른 음흉왕 필리프 2세는 유대인에게 엄청난 자금을 빌린 주제에,
‘배 째라. 유대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저주받은 일족이야!’
라는 주장을 했다.
국왕의 이름으로 기독교인이 고리대금업을 하는 유대인에게 진 빚을, 모두 무효화 하는 칙령을 발표한 것이다.
이런 썩을 놈.
아무리 유대인이 미워도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나도 기독교인이고,
막내 클럽의 회원들도 기독교인들이다.
그 말은 뭐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세이프 존 역시,
베니스의 상인에 나온 양아치 상인 안토니오처럼, 갚지도 않을 돈을 유대인에게 빌렸다는 말이 되시겠다.
필리프 놈은 혼자서 유대인의 돈을 떼먹을 생각인데.
우리가 같이 유대인을 떼먹어.
이미 이번 영지에서 벌어진 사건은 그 화풀이인 것 같다.
아무튼 몇 놈의 목을 매달고, 목을 잘라도.
필리프놈과 엮을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파리 놈들은, 역시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꼬리 자르기.
역시 대단하다 필리프!
**
모르땅 영지의 꼬라지가. 비정상에서 정상이 되었지만,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나는 전생에 천재도 아니었고. 환생 특전 따위는 없었다.
그저 콩가루 집 막내아들이라는 낙인만 주어졌을 뿐.
애당초 12세기 말인 현재는, 산업혁명을 할 기반도 기술도 존재하지 않은 시대거든.
하지만 산업혁명은 아니더라도, 또 다른 혁신은 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피터에게 내가 생각한 혁신을 넌지시 말해주었다.
“이게 바로 막 나가는.”
“윤작? 왕자님,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그 잘난 피터가 당황했다.
윤작.
여기서 내가 말한 막 나가는 플랑드르 지방이 개발한 4윤작으로,
4년의 주기로 보리, 클로버와 호밀풀, 밀, 순무를 순서대로 재배해,
지력을 확보해 휴경지 없이 엄청난 농업 생산력을 꿈꿀 수 있는,
간단하면서 혁신적인 농사법이다.
“우리에겐 가축들이 많지.” 않은 아버지는 이미 독립한 막내아들을 아주 모른 척하지 않았다.
하나의 공국을 운영하는 형들과 달리,
조그마한 영지나 운영하는 막내가 안쓰럽겠지.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가축과 자금을 간간이 보내 주었다.
물론 상태가 좋지 않은 모르땅의 주인인 나로서는,
쥐꼬리만 한 지원에 불과했지만.
이 지원으로.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내가 잉글랜드의 역사는 잘 몰라도,
원조 존왕이 싸지른 똥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조심조심한 걸음씩 걸어가.
그냥 그렇게 내디뎌 보는 거다.
**
-1182년 모르땅 영지-
1182년의 여름이 밝았다.
-맴맴 맴매.
매미가 우는 좋은 날씨.
나는 망루에 올라 영지 돌아가는 꼴을 살펴보았다.
다 망해가던 모르땅 영지는, 예전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다.
이제 여러 가지의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처음에는 반쯤 나를 의심하던 농노들과 자유민들도,
이제는 쟁기를 들고 외친다.
물론 나는 민심을 돈으로 샀다.
“선량한 백작, 존 만세!”
“만만세!”
저번에는 가식이 그득한 인민들의 칭송을 들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진심이 느껴졌다.
물론 이 칭송을 위해 내가 써버린 돈을 생각하면 기분이 오묘했다.
차츰 영지의 상태가 좋아지긴 했지만, 이건 황금 돌려막기라고!
내 돈!
하지만 나는 이 자그마한 영지에 또 다른 사건이 생길 걸 예상하지 못했다.
“왕자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게야.
어둠 속에 숨어 있는 프랑스 놈들이? 필리프 2세 이놈이 무슨 짓을 했다면, 세이프 존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 그것이, 지금 영지의 성채 밖에.”
“성채 밖에?”
“마틸다 공주님께서 오셨습니다.”
“….!”
잠시 놀란 척 침묵했던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피터에게 말했다.
“에이 피터, 거짓말이지? 마틸다 누님이 왜?”
“정말입니다.”
세상에.
누님이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가난한 막내 영주를 찾아왔단 말인가?
“누님, 이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사랑하는 막내를 보러 오는데, 꼭 이유가 필요하겠어?”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누님?”
그냥 온 건 아닐 것이다.
무슨 출애굽기의 민족 대이동도 아니고,
줄줄이 사람을 달고 온 것이 완전 불법 체류다.
“막내 외숙!”
“우리도 왔어요!”
“안아주세요.”
하나도 반갑지도 않은 조카들이,
애교를 떨었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조카들이다.
마틸다(누나와 동명이인 조카딸), 하인리히, 로타르, 프리드리히, 윌리엄.
하나도 둘도 아닌 무려 다섯 명의 조카들.
이들은 그냥 놀러 온 게 아니라, 눌러살기 위해 나를 찾아온 것이다.
헨리 2세도, 리처드 형의 구역도 아닌,
내가 통치하는 평화롭고 고요한 시골 모르땅에.
너무나 감동적이라 말도 안 나왔다.
“…”
나랑 10살 차이 나는 마틸다 누나는.
유럽 최고의 미녀였던 어머니를 닮아, 치명적인 예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런 말을 하기 싫지만,
그녀는 불여우였다.
지금도 봐라.
뻔뻔하게 입꼬리 올리면서 동생의 모르땅의 성채를 바라보는 꼴이란.
달콤한 사탕을 바라보며 군침을 삼키는 소녀 같았다!
“막둥이! 이렇게 불러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
“아니, 아버지한테나 가시지.”
“부왕께는 조금 미안해서.”
“근처에 있는 리처드 형은요?”
“리처드는 무섭고, 헨리 오빠는 치사하고, 제프리 녀석은 음흉해!”
3명의 형을 대차게 차버린 여인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무섭다.
이게 맑은 눈의 광인?
“하, 그럼 저는 왜요?”
“존 너는, 안심할 수 있어서 좋아.”
결국 제일 만만해서 찾아왔다는 이야기다.
“뭐야, 그런 반응? 서운하네. 네가 어렸을 때 이 누이가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데….”
그 말과 함께, 무심한 어머니 대신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었다는 둥,
마틸다 누나의 지루한 혀 놀림이 길어졌다.
“하…”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때 누나가 눈짓하자, 잠자코 있던 조카 딸이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외숙부님, 우릴 버릴꼬에요?”
비겁하다. 조카딸 치트키라니.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그리고 아까부터 말없이 내 눈치만 보던 남정네 하나가,
자기 딸의 궁극기가 먹히는 걸 보고 갑자기 끼어들었다.
“존 왕자, 신세 좀 지겠습니다.”
내 매형께서는 깍듯한 공대를 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
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매형을 보며 생각했다.
허, 이딴 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마저 위협했던 하인리히 사자공이라고?
가슴이 옹졸해진다!
매형 하인리히(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