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21)
콩가루집 막내왕자-121화(121/205)
121화 내전의 끝(2)
―1191년, 모르땅―
너무나도 직설적인 편지의 문구.
하지만 우리 리처드 형은 다른 군사 천재 나폴레옹보다 융통성이 있었다.
[다만 군대를 재정비하고 와라, 네 병사도 고생했을 거 아니냐.]나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한숨 쉬고 오라는 뜻이다.
역시 리처드 형. 병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다. 내 군사들이 아직 피곤한 상태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올 때까지 마무리를 참고 있겠다는 뜻이다.
겉으로 무뚝뚝해 보여도 참 착한 형이다. 막내에게 참 잘해주지 않는가. 원래 역사에서도 리처드는 멍청한 존을 총애했다고 하지.
딱 하루만 쉬고 바로 갈 생각이다. 물론 급하게 만약, 리처드 형이 말하는 ‘합류’가 당장이라도 필요한 거라면 이렇게 느긋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안 그래도 보여도 내 병사들은 지쳤다. 약탈이라곤 하지만, 그 과정이 정말 쉬운 건 아니다. 진정한 약탈은 수학과 같은 복잡함의 연속이니까.
뭐, 친애하는 파리 시민들의 재산 털어먹는다고 우리 병사가 커다란 죄책감을 얻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탈도 그저 빼앗는 것이 아니라, 수준 있고 영리하게 하려면 꽤 골치 아프다.
물론 중간중간에 일을 수월하게 할 구타 정도는 있겠지만, 강간 살인을 참고 약탈하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막간에 쉬었다고 한들, 모르땅으로 진군하는 과정에서 고생한 병사들이니 이 기회에 조금 쉬는 게 맞지.
아무튼 내일, 모르땅에서 준비를 마치고, 전선으로 향해 간다.
예전 같은 방해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 왕국은 백기를 들었고, 이제 와서 집안싸움에 끼어들 정신 나간 자들이 없을 테니.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병력을 보았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병사가 많았다. 계약 관계를 떠나, 그들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만큼 나를 위해 싸워준 충성스러운 이들이고. 나중에 내가 돈을 더 잘 벌고, 권력이 더 강한 귀족이 되면 이 중 일부는 언제든 나를 위해 동원될 상비군이 될 것이다.
모르땅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소꿉놀이 같은 친위군들이 이제는 그 숫자가 많아졌다. 그리고 나의 힘이 강해졌다는 것을 체감하는 건.
저런 군대를 먹일 군량과 입힌 갑옷과 의복, 심지어 저들이 전사할 때, 과부가 될 아내들에게 시킬 일자리까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자랑스러운 것은, 내가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병력 중, 허망하게 죽어간 병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내전도 곧 전쟁이고 내가 신이 아닌 만큼 전사자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허망’하게 죽어간 작자들이 없다는 게 중요하다. 나의 실수로 죽어가는 병사가 없다는 것은. 내가 능력자가 되지 않더라도. 휘하 지휘관들을 잘 써먹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새삼 느낀다.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거라는 걸.
‘이제는 제대로 된 왕자답네.’
물론 이런 병력을 운용하는 실력자들을 내 사람으로 두고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세이프 기사단, 사생아와 막내 지휘관, 필리프놈의 행태가 짜증 나서 예전에 귀화한 프랑스 출신 장군들.
그렇게 감상을 끝낸 나는, 곧바로 상인들을 먼저 부른 후, 군대를 소집하며 말했다.
“다음날, 우리는 이번 내전의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성공적으로 약탈하느라 고생했으니, 마시고 즐기자!”
그렇게 내가 잔을 들고 말하자.
―마시고 즐기자!
아랫것들이 화답했다.
“헨리 2세 만세, 잉글랜드 만세! 그분은 세 개의 능력을 갖춘바.”
이야 우리 잉글랜드의 국가 나왔다.
물론 부르봉 왕가의 앙리 4세는 이 지구의 역사에 없을 테니, 표절했다는 죄책감 하나 없다.
훗날, 내 유럽에 프랑스 따윈 없을 거니까.
아무튼 나는 뒷 소절을 마음속으로 개사해서 불렀다.
‘탐욕과 통수 그리고 여자 후리기로다!’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의 능력은 이거 3개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지.
누나든 형이든 모두 불효자만 있는 아버지에게, 나는 효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우리는 할 거 다 했네.’
흑사자군의 한 축인 나 세이프 존은, 여러 싸움에서 병력 손실이 없는 것만 해도 빵값은 다했다. 게다가 리처드 형이 알아서 시선을 끌어 줄 때 약탈도 마무리를 잘했고.
리처드 형이 원하는 마무리는 말이야 마무리라는 표현을 쓰지, 사실은 상대 백사자군을 ‘전멸’ 시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지금 헨리 형의 군대는 과장 보태면 멸망 직전인 순간이다. 아마도 음흉함을 숨기고 있는 리처드 형과. 나의 동년배 조카 샹파뉴 백작 녀석은. ‘상징’적인 마무리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 나와 아버지 헨리 2세, 그리고 주인공인 리처드 형이 한자리에 모여, 감히 부왕의 죽음도 못 참고 반란을 일으켰던 반란자들을 참교육하는 마무리 말이다.
“고드프리, 악불회, 샤를, 로빈. 이제 내전의 전투가 한 번 남았소. 그리고 그 전투는 모든 것을 끝낼 전투지.”
말을 거창하게 했지만, 모든 것을 끝낼 전투는 시시할 것이다.
아마 아키텐 공방전이 되겠지. 이 싸움은 우리 흑사군이 미쳐 버려 아무리 삽질해도 질 수 없는 전투다.
이미 윌리엄 마셜 경 말고 모든 군대를 잃은 헨리 형이 아무리 용을 써도, 에스파냐가 정신이 나가 지원을 와도. 신성로마제국이 통수를 쳐도 어차피 헨리 형은 이제 끝났다.
그런 생각을 그만둔 나는 주위의 풍경을 보았다.
병사들은 오랜만에 술판을 벌였고. 모르땅 출신 병력은 내 허락을 맡고 술판을 지원하러 온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아이들도 보고 싶군. 메리와….’
그런 모습을 훈훈하게 바라본 나는, 내 핵심 지휘관들인 세이프 기사단장들에게 하나하나 포도주를 따라준 후.
내 생각을 말했다.
“경들, 솔직히 나는 실감이 안 가오.”
“무엇이 말입니까?”
“내전의 끝이 왔다는 게 말이오. 아무리 콩가루 집안이라도 이렇게 징글징글한 집안싸움이 될 줄 몰랐지.”
십자군 원정의 경험이 없었으면 더 힘들었을 내전이다.
솔직히 내 지휘관들의 실력이 없었다면 아마 아직도 제프리 형이랑 싸우고 있겠지.
내 말에 자기들도 고되고 힘든 진압군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세이프 기사단장의 표정이 미묘해졌고, 그들을 대표하여 콩가루 집안의 혈통을 지닌 고드프리가 말했다.
“전하, 이제 내전이 끝났으니, 잉글랜드가 바뀔 것입니다.”
“고드프리 경의 말처럼 잉글랜드는 바뀔 거요.”
다정함을 숨긴 무자비한 리처드 형과 착함을 숨기고 있는 세이프 존에 의해.
그 생각을 하며 잔을 들었다. 시큼한 맛이 오히려 매력적인 모르땅의 포도주는 가끔 마시기 좋은 술이다.
그때.
갑자기 조급해 보이는 기사 하나가 부복하며 보고했다.
“전하, 지금 대왕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뭐라고?”
잉글랜드에서 대왕이라고 불릴 사람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되물었고.
얼마 뒤. 위용 찬란한 아버지의 군대를 보았다.
‘대체… 이 병력을 언제 준비하고 있는 거야?’
앙주 왕가는 애초에 음흉한 놈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콩가루 같은 인성을 가진 일족이다. 우리 아버지 인성도 제법이지!
“사랑하는 아들아.”
“예, 아버지.”
“내가 여기까지 마중 나왔는데, 반갑지도 않니?”
“아, 반갑습니다.”
물론 나는 영혼이 듬뿍 담겼다.
* * *
늦은 저녁.
나와 아버지는 모르땅을 거닐고 있었다.
내 구역에서 감히 잉글랜드의 대왕과 이야기를 걷고 있는데 끼어들 사람은 없다.
다만 나는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 호위병들을 적정거리에 떨어뜨려 작은 목소리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이곳 모르땅은 규모는 작아도 좋은 동네야. 예전에 내 숙부님이 아주 좋아하신 사냥터기도 했지.”
“그러셨습니까?”
“귀하신 분이 이곳 촌 동네까지는 웬일이십니까?”
“운동할 겸 왔다.”
이 나이에 수만의 군사와 보급대를 이끌고 운동이라.
참, 우리 아버지도 참 대단하시다.
“브르타뉴는 괜찮고요?”
“네 수하인 로빈의 아버지이자, 일 처리가 똑 부러진 노퍽 공작이 있지 않으냐.”
나의 자랑스러운 아버지 헨리 2세는 정정했다.
아랫도리 잘 못 놀려서 죽을뻔한 흑역사를 생각해보면, 죽다 살아나서 더 팔팔한 것을 아닐까? 라는 생각이 될 정도다.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여유 있으신 거 아닙니까?”
“항상 국왕은 여유로움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네 형들이 반란을 일으킬 때도 짐은 무덤덤하게 병장기를 준비했지.”
정말? 아닐 것 같은데?
“너무나도 여유로워서 어린 여자를 만나시러 가신 거예요?”
오로지 사실만 가지고 아버지에게 비아냥거리니 당연히 돌아오는 답이 매서웠다.
“이런 불효자 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방긋 웃고 있었다. 만약 그때 추하게 죽었다면 정말 세기의 국왕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다행히도 깨어났지.
“제가 정말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많이 드렸습니다.”
“오호 기도를?”
“아버지는 저한테 잘하셔야 합니다. 아마 많은 형 중에 아버지를 인간적으로 걱정 한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내전에 여러모로 보답해주었지 않았느냐.”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런데도 한숨이 나왔다.
“하….”
“왜 한숨을 쉬느냐?”
“부왕이 없으셔도 다 이긴 전쟁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부왕께서 합류하셨으니, 이 전쟁은 진심이 사라졌습니다.”
“진심이라니?”
아버지, 잉글랜드의 군주 헨리 2세가 나를 세금 같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그 눈빛에도 나는.
내 본심을 살짝 말해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전쟁은 왕자들끼리 끝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부왕께서 합류하셨다는 것은, 저와 형님의 진압 기간이 길었다는 것이 아닙니까?”
“아들아, 빠르게 못 끝냈다니. 파리 약탈은 짐조차 하지 못한 업적이다.”
나의 말에 담긴 의미는 결국, 우리가 믿음을 주지 못했으니, 먼치킨 헨리 2세가 짜잔 하고 나와 흑사자의 손을 들어주냐는 의미였다.
물론 아버지는 파리 약탈까지 해먹은 놈이 어디서 약한척하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물론 그것은 우리들의 아내들이 도와준 공이 크겠지?”
“아버지는 어머니를 증오하고 죽여버리고 싶은 거 아닙니까?”
뜬금없는 아버지의 말에 내가 되묻자, 아버지는 진중하게 말했다.
“너도 이 나이까지 살아봐라… 부부간의 애증을 알게 될 거니까.”
“응, 저와 메리는 사이가 너무 좋아서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 같은데요?”
* * *
―잉글랜드, 아키텐 전역―
―히이이잉.
오늘도 이름값 하기 위해 크롬웰이 울었다.
나의 애마 크롬웰 안장에는.
헨리 7세에게 치사하게 목이 잘린 토마스 크롬웰과 찰스 2세에게 부관참시당한 올리버 크롬웰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콩가루 집안의 최후를 바라보자, 자랑스러운 나의 애마여!
아무튼 나와 아버지는 나란히 사이좋게 선두에서 이야기 중이었다. 이런 여유가 있다는 건 이번 전투가 마무리기 때문이다.
“윌리엄 경은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잉글랜드의 검이 아버지가 생환했는데도, 헨리 형의 편을 들어주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알고 있지만, 나는 헨리 2세의 생각을 듣고 싶었기에 물어본 것이다.
“깰 수 없는 계약 관계다. 그는 이번 내전에 끝날 때까지 헨리 놈의 편을 들어줄 거야. 그게 기사의 철칙이니까.”
그때 우리 아버지와 내 군대를 본 다른 흑사자의 지휘관들이 몰려들었다.
“폐하!”
“경들, 그동안 고생이 많았소. 짐이 자식 교육을 잘못한 것으로. 경들이 참 고생이 많았지.”
그렇게 겸양을 떤 우리 아버지는 리처드 형에게 다가갔다.
“리처드.”
“부왕 오셨습니까?”
깍듯한 차남의 인사에 아버지는 무덤덤하게 왔다.
“짐은 끝을 보러 왔다.”
의미심장한 아버지의 말에 리처드 형이 답했다.
“끝을 보여주겠습니다.”
그렇게 내전의 끝이 다가왔다.
―뿌우우우.
중세 시대. 그 살벌한 전장에서.
적들의 고함이 들렸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목청을 높였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싸워라!
가장 선두에서.
가장 화려하고 엄숙한 백색의 갑옷을 입은 헨리 왕자.
그리고 그 곁에서 우리의 진영을 무덤덤하게 바라볼 뿐이다.
그래서 나는 헨리 2세의 신성한 계약이라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어떠한 이유라도 이미 ‘계약’이 되어 있다면.
사극 태조 왕건에서 고려에 합류한 견훤의 등장만으로 와르르 무너진 후백제 콩가루 집안의 군대와 달리, 백사자군의 중심인 아키텐 영지군들은 결의를 다졌다.
아마 저들도 알고 있다.
“반란군을 무찔러라.”
하지만 이 세상은 야생처럼 가혹하다. 패배하는 쪽이 반란군이니.
“잉글랜드 만세!”
―잉글랜드 만세!
아키텐 공작 헨리.
노르망디 공작 리처드.
마지막 싸움을 두고, 두 절음 사자가 서로의 잉글랜드를 위해 검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