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27)
콩가루집 막내왕자-127화(127/205)
127화 보상받다(1)
―이탈리아, 교황령―
“어떠한가, 자네의 탐욕스러운 조카 로타이레의 주군으로 어울리는가?”
“콧대 높은 제 조카가 섬길 만합니다.”
국무원장 추기경 폴 스콜라리(Paul Scolari)는 처음으로 그 소문 높은 존 왕자를 보았다.
이미 존 왕자가 방문하기 전, 스콜라리는 존 왕자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잘 알았고. 이번 만남에서 최대한 존 왕자를 시험하려고 했다.
존 왕자는 절대 맨입으로 자기를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차기 교황에게 유력한 스콜라리에게 교황령과 아일랜드의 야합을 말했을 뿐이다.
곧 리처드 왕자가 얻을 서프랑스의 영역과 교황령의 경제 연합이고. 이미 베네치아 쪽에서는 허락했다고 한다. 교황령도 같이 존 왕자의 신성 동맹(경제 연합)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넌지시 말한 것이다.
아직 지중해의 상업을 독주하지 못하는 베네치아는 동조자가 계속 필요했고. 프랑스 입장에서도 좀 더 연결된 무역로를 원한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솔직히 말하면 스콜라리는 존 왕자에 만남에서 존에 대해 여러 가지를 배웠다.
“존 왕자를 과소평가하는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군.”
“이번 내전에서 흑사자가 이긴 건 존 왕자 덕분 아닙니까?”
“원론적으론 리처드 왕자와 옥스퍼드 백작의 실력과 헨리 2세 국왕의 개입 때문에 승리했다고 볼 수 있지만. 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존 왕자가 이번 내전의 승리를 만들었다네. 만일 존 왕자가 없었다면 이 싸움은 길거나, 무승부로 끝날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잠시 눈을 감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늙은 교황이 말했다.
“유럽에서 흑사자가 이기는 걸 원하는 귀족들을 양산한 게 나의 제자라네. 그건 헨리 2세 국왕도, 리처드 왕세자도 아주 잘 알고 있겠지.”
전쟁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도 전쟁을 종국을 결정하는 큰 역할을 한다.
멍청한 귀족들은 비싼 포도주를 마시며, 존 왕자를 지원해준 세력의 도움으로 존 왕자가 승리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존보다 더 많은 은밀한 지원을 받으면서 실패한 자들이 많다. 하지만 존은 그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 좋은 성과를 냈지. 그리고 중간에 방해자들을 살해하면서 말이다. 손에 피를 묻히며 말이다.”
어느 시대나 높은 권력자가 객관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정보의 전파 속도가 조랑말처럼 느린 중세 유럽이지만, 이번 내전에서 어떤 꼬라지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번 내전은 존 왕자 덕분에 빠르고, 덜 피를 흘리며 끝난 것이다.
사실 헨리 2세는 최대한 자식놈들의 소모전을 시킬 생각이었다. 사랑하는 막내 존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존 왕자는 최대한 은막에서 죽여도 되는 급의 귀족들을 죽이고, 경제적으로 몰락시키고.
예상보다 빨리 제프리를 고귀한 포로로 잡으며 헨리 2세의 생각을 바꿔, 이 내전을 빠르게 끝내게 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존을 운으로 성공한 줄 알겠지만, 그대와 내가 있는 앞에서 동프랑스를 언급할 정도로 야심이 넘치는 왕족이야. 그런 자가 단지 운으로 성공했겠는가?”
[추기경님, 이제 프랑스는 동프랑스일 뿐입니다. 멸망시키는 건 어리석은 짓이겠지만, 반항하지 못하게 목줄을 잡으면 됩니다.]그러자 국무원장 추기경은 존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저는 아직도 존 왕자가 프랑스를 생각하며 보인 눈빛이 무섭습니다. 프랑스를 동프랑스로 만들고 싶다는 말은 아무나 하는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아이는 프랑스 왕국을 완충지대로 만들고 싶어 하겠지.”
진심으로 존 왕자는 프랑스를 동프랑스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말은 좋게 이야기하면 서프랑스 권역을 잉글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지금을 언급한 현상 유지고. 나쁘게 말하면 프랑스는 절대 고토 수복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완성된 동프랑스라는 완충지대는 덴마크와 신성로마제국을 견제할 완충지대가 되리라는 것이 존 왕자의 뜻이었다.
[내 첫째 목적은 왕가의 절대적 권위를 확립하는 것이고, 둘째 목적은 왕국을 위대하게 하는 것입니다.]“존 왕자님은 아마, 실추된 앙주 왕가를 살리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국무원장 추기경의 말에 교황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아이는 ‘하나’의 앙주를 원하니까.”
“그러니 성하께서 기욤 1세에 대한 소식도 존 왕자에게 말해준 거 아닙니까?”
“그런가 보지.”
교황은 웃음을 지었다. 동방 소식과 폴란드의 불미스러운 짓에 너무나 피곤했지만. 제자의 야심을 보는 말년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이제 슬슬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힘이 들었지만 말이다.
* * *
―1191년, 아일랜드―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의 죽음은 평생의 한이고. 그렇기에 내가 전생에 악명 높은 독재자 샤를 리가 된 것이지만. ‘전생’의 가족에 집착할수록. 지금 가족에게 미안한 생각이라. 나는 전생의 가족을 마음에 파묻었다. 그래야 하니까.
제임스는 이제 슬슬 철이 들어서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아니다.
엄마와 아빠 둘 다 있어야 할 아동 시기. 아버지가 멀고 먼 전장에 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서러운 일이다.
지금도 찰스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빠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옛날이야기를 주문하지 않는가?
옛날이야기라 전생의 아버지가 들려준 왜국물이 섞인 한국의 전래 동화도 알지만, 나는 유럽 쪽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 그때 빨간 모자는 기지를 발휘해….”
“한스는 그 칼로 늑대를 잡았어!”
“…그래서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단다.”
그렇게 마지막 이야기를 포도주를 마실 때. 두 아이가 쿨쿨 잠이 들었다. 아직 잠을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어린아이들은 잠이 많다.
나는 다른 방에서 공부 중인 장남을 바라보았다. 녀석…이제 라틴어가 익숙한지. 라틴어로 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열심히 하는구나.”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 공부도 수련도 모두요!”
나는 자신감 있게 말하는 제임스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적어도 앙주 가문의 뜨거운 효자는 안 될 것 같다.
벌써 후계자로서 짐을 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감내하는 장남의 모습이 든든했다.
“제임스.”
“아버지.”
아빠라는 말에서 아버지라.
“아빠라고 부르렴.”
그러면 내가 너무 늙어 보이지.
큰아버지들이 아버지와 멱살 잡고 집안싸움을 내전 수준으로 하는 빌어먹을 앙주 가문의 일원으로서 기분이 좀 그랬다.
게다가 저 아이는 내전이 민속놀이인 동로마 제국의 핏줄 아닌가?
“많이 컸구나.”
“더 커야 해요. 우유도 더 많이 먹고.”
우유와 키에 집착하는 걸 보니 내 아들다웠다.
그때 아내가 와서 말했다.
“제임스, 이제 자야지. 늦었잖니. 당신도 이리 와요.”
“네.”
“알았소.”
제임스 얻은 삼 남매가 잠드는 걸 본 후.
나와 메리가 안방으로 와 밀렸던 채무를 이행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던데. 확실히 내전으로 고생 좀 하니까. 가장 안전한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채무 이행이 끝난 후, 메리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 많이 안 물어보네?”
“굳이?”
동로마의 황녀였던 메리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말하기 전에 그다지 자세히 듣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런 이야기는 당사자가 해야 하는 법이다. 남의 아픈 가정사는 함부로 묻는 게 아니니까.
“다른 사람에게 대충 내 사연을 들었죠. 교황 성하이시려나. 아니면 시아버지이시려나.”
역시 머리가 명석하다. 하긴 그러니까 오랜 세월 동안 신분을 감추며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
“….”
내가 여러 의미가 담긴 침묵을 하자. 메리는 그저 장난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답할 뿐이다.
“다 들었나 보네요?”
“응. 네가 한나(안나의 별칭)라는 거?”
안나 콤니니. 내가 사랑하는 아내의 진짜 정체다. 원래 역사에서는 ‘요절’로 역사에 사라질 사람이 이렇게 멀쩡히 있는 것도 참 웃기다.
“후후. 어차피 알려질 일이었어요. 다만, 내 예상보다 빠르게 알았나 보네요.”
“알려질 일?”
“존, 당신도 알다시피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어요.”
맞는 말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그 비밀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까지 지키는 게 힘든 일이라는 것 빼곤.
“당신… 다 알고 나를 고르지 않았나요?”
메리는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필요한 건 당신이 아름답고, 당신 가문의 용병들이 탐이 났기 때문이었소.”
솔직히 말해서 이 말에는 절대 거짓이 없었다.
“존.”
“왜?”
“그런데도 당신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네요?”
변한다고.
뭐, 중소 귀족의 영애인 줄 알았던 아내가 사실은 동로마 제국의 띠동갑 황녀!
놀라긴 했는데, 나이 쪽이 더 놀랍다.
세상에 나와 띠동갑인데 내가 연하인 걸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어려 보이는 아내라니.
“뭐야 지금 그 눈빛. 설마 ‘나이’ 생각하는 거 아니죠?”
21세기나 12세기나 여자에게 나이는 민감한 문제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려고 했지만.
“어서 말해봐요. 그 생각이 맞아요?”
작게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그때 나는 아내를 다시 안으며 답했다.
“경험 많은 아내를 두어 정말 기쁘오.”
“칫, 내가 봐주는 줄 알아요.”
“존. 그래서… 이제 집안 정리도 했는데, 앞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인가요?”
“이제 슬슬 이사 준비해야지.”
나의 말에 메리의 눈빛이 밝아졌다.
“그렇군요. 이제 유럽 대륙으로 가는 건가요.”
내전은 우리가 이겼고.
패배한 두 형들은 여러모로 견제받기 쉬운 예루살렘으로 갔다.
물론 실권 있는 왕위계승자라는 고깃덩어리는 형 리처드가 차지했다. 물론 이걸 위해 열심히 내전을 했으니.
그 생각을 마친 나는 기습 질문을 했다.
“내 사촌 형 윌리엄(기욤 1세)은 살아 있소?”
“그건 누구한테 들었나요?”
“교황령이요.”
“적어도 예루살렘 왕국에서 암살은 안 당했어요. 나의 측근들이 최대한 기욤 1세를 살리려고 했으니. 다만, 우리의 도움으로 도피한 이후 소식이 없어요… 대체 어디 간 걸까?”
살해, 혹은 암살당했을 것이라 알려진 예루살렘 왕국의 군주이자 내 동갑내기 사촌 형제.
가짜 장례 미사를 치렀지만, 살아는 있단다.
그래도 서리 백작의 아들이라 좋게 본 친구인데. 빨리 소식을 전해주지.
* * *
아일랜드에 오니까 정말 꿈만 같았다.
어지러웠던 전장보다 구석에 있는 우리 섬 아일랜드가 훨씬 편하다는 사실은 당연하다.
내가 무력 행위를 할 때 끼고 다니는 사람은.
고드프리, 악불회, 샤를, 로빈… 4명의 핵심 지휘관들이다.
영지 살림꾼들은 로타이레, 아미아르, 피터 같은 나의 핵심 행정관들이고.
‘참 여러 사람이 있군.’
각각 프랑스계와 잉글랜드계, 심지어 중국인도 섞인 완전 스페셜한 사람들이다.
‘아미아르를 스틸한 것이 정말 기쁘지.’
내가 프랑스 왕국으로부터 뺏은 인재 슈발리아(기사) 아미아르. 원래는 필리프 2세의 측근이 될 기사로, 루이 7세― 필리프 2세의 권력 교체기 말기 필리프 2의 눈에 띄어 21세기로 치면 그의 든든한 인재가 되어야 했지만. 내가 차지했지. 돈으로!
아무튼 아미아르를 나에게 둔 효과가 있다. 안 그래도 유능한 인재인데. 교회의 로타이레, 영주성의 피터라는 조력자를 가장 잘 활용할 줄 아는 지성과 능력을 갖췄다.
“내전을 치렀는데 내 영지들에서는 돈이 더 쌓여 있구려.”
그냥 흑자도 아니다. 전쟁 중에 내가 올린 최고 수입 ‘약탈’을 빼도 흑자다. 군량, 병장기, 노예장사로 돈을 번 것만으로 짭짤하다.
“그대들의 헌신에 감사하오. 적잖은 포상금과 가축들을 주지.”
“전하, 감사합니다.”
“이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생각해야겠습니다.”
“덕분에 주님의 일을 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대에 가장 귀한 것들을 포상으로 준다고 하자, 내 가신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나 악덕영주 아니라니까.
제일 기분이 좋은 건 성직자인 로타이레다. 물론 성직자일수록 돈이 필요하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싸우려면 21세기 표현대로 총알이 많아야 하니까.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모르땅과 아일랜드로는 앞으로 비대해질 앙주 계획을 생각하면 좁습니다. 하지만 이제 주군의 영지가 늘겠지요.”
아미아르의 말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본관에게도 보상으로 영지가 주어지겠지.”
이제 유럽 대륙 진출이다.
모르땅도 프랑스 땅이 아니냐고? 그런 조그맣고 귀여운 영지는 생략하자.
* * *
―1192년, 1월―
새해가 밝았다.
이제 나도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내전을 뒷수습한 리처드 형과.
그런 리처드 형과 천천히 야합하려는 아버지보다는 아니지만. 나 역시 할 일이 많았다.
세상일은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보다 더 복잡했다 역사 시뮬레이션은 잘못될 거 같은 면 세이브 로드하면 되지만. 역사는 잘못하는 순간. 파국이 일어나는 건 뻔했다.
나, 혼자만의 몸이면 모르겠지만. 내가 판단을 잘못해 망하게 되면 메리, 제임스, 찰스, 엘리자베스가 모두 위험해진다.
처음에는 ‘아, 그건 다 원래 역사의 존이 멍청해서야!’라는 지극히 당연한 환생자의 마음가짐을 가졌지만.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려면 시기에 따라 양심도 버려야 한다.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렇게 새해 기념 미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원하지 않는 방문자가 귀환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마차에서 내린 우아한 미녀.
아직도 30대 후반 내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안 미녀.
‘생각해보니 어머니랑 메리랑 닮았네! 나이 차이가 11살 이상 나는 것도 그렇고 저 동안 얼굴도 그렇고.’
대왕비 엘레오노르. 나의 어머니다.
“오셨습니까?”
“짜잔, 내가 돌아왔어! 우리 존 엄마 보고 싶었니?”
아니, 이미 내전에서 세운 공훈으로 인해 유배형이 풀렸을 텐데 왜 여기에 오셨는지.
“존, 좋은 소식을 전하러 왔어.”
그때. 마차에서 또 다른 사람이 내리며 말했다.
“폐하!”
“우리 다시 같이 살아 보기로 했단다.”
두 손을 꼭 잡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것도 서로에게 사랑스러운 눈빛을 주면서 말이다. 버터같이 능글거리게!
“…!”
나도 내 봉신들도, 메리도, 그리고 세상 물정을 배우기 시작한 제임스도.
말을 잇지 못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사이좋아!”
“기분 좋아요!”
오로지 귀여운 찰스와 엘리자베스만 이 상황에 반응할 뿐.
아니, 그것보다 왜 때문에 서로 러브하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