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30)
콩가루집 막내왕자-130화(130/205)
130화 아키텐 대공 존(1)
―잉글랜드령, 앙주 영지―
날씨가 좋다.
그리고 이런 날씨처럼 리처드 왕세자는 기분이 좋았다.
평생 애증 하던 아버지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저번에는 심지어 이런 말까지 들었다.
‘리처드, 존을 이용해 너의 야망을 완성하려 했다면, 네가 이겼다. 너의 모든 목표가 인정되었다. 짐은 이미 너를 왕세자로 인정하고, 존의 후견인으로 인정받았으니 말이다. 그동안 짐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나를 원망한 만큼 잉글랜드의 진정한 왕세자가 되어 주거라.’
아키텐은 그런 존을 위한 선물이었다. 어차피 헨리 2세의 인정과 정통성을 타고난 이상.
많은 사람이 아키텐 영지를 옥새와 다름없는 곳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앙주 영지야말로 계승자를 인정한 땅이고. 그렇기에 헨리 2세가 장남 헨리 왕자에게 절대 앙주는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시빌라, 결정을 해줘서 고맙소.”
“앙주―플랜태저넷 왕가의 남자들은 여자를 배신하는 게 특기라고 했어요. 아, 당신과 존을 빼고요.”
시빌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잉글랜드 앙주 왕가의 바람기는 이미 유명했다. 예루살렘의 공주였던 시빌라가 알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존, 그 아이는 바람기도 없고. 유능하기까지 하지.’
존 덕분에 일이 더 쉬워졌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하나 되지 않은 프랑스 왕국은 이미 내전 시기에 제압했고. 에스파냐는 감히 잉글랜드에 맞서지 못해 아프리카 쪽에서 동네 대장 (노릇이나 할 것이다.
그때 보고가 들어왔다.
귀족들끼리 네가 짱이네, 내가 최고네 하며 땅을 나눠 먹던 주제에 최근에 통일된 폴란드 왕국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힘을 차곡차곡 모았던 폴란드가 스웨덴, 덴마크를 무시하며 세력을 투사하기 시작했다는 보고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폴란드가 이제는 조각나기 시작한 키예프 루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슬라브인들이 쥐고 패는 북유럽의 세력 변동이 시작된 것이다.
“폴란드에서 일이 일어나다니.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오?”
물론 리처드 왕자는 그렇게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다시 귀족들을 규합하기 시작한 필리프 2세의 프랑스 왕국과 슬슬 콩가루가 될 신성로마제국을 주시할 때였고. 여러 정치적 이유로 앙주 영지를 상속하고 브리튼 본토로 간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곁에서 억제기가 된 어머니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다.
“그건… 카지미에시 2세가 제일 존경하는 게 존 왕자라는 게 문제입니다.”
“뭐라고?”
리처드 왕세자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보고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존, 그 녀석이 정말… 대단한 일을 했군.”
카지미에시 2세는 월드 스타 존의 열혈팬이었다.
자기들 국가에 존 왕자의 이름을 넣을 정도의 열성팬 말이다.
물론 리처드가 정말 놀란 이유는 카지미에시 2세와 존은 이미 상부상조하는 사이라는 것이었다.
* * *
―동유럽 어딘가―
카지미에시 2세는 이미 완벽하게 집안 정리를 했고.
3차 십자군, 앙주 내전 등 유럽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는 순간을 최대한의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었다.
‘짐은 폴란드 왕국의 군주다.’
이제 카지미에시 2세는 더는 폴란드의 고공 같은 귀족들의 우두머리가 아닌. 귀족들을 발아래 두는 국왕으로서의 권력을 누렸다.
하나 된 폴란드 왕국은 예전의 위용을 점차 갖추고 있었다.
카지미에시 2세를 견제하던 귀족들이 모조리 제압당한 것도 있지만, 국왕에 호의를 가진 귀족들이 국왕과 깊은 공감대를 펼쳤다. 밥그릇 싸움을 하기 전에. 밥그릇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내부의 불만을 외부와의 분쟁으로 돌리는 건 동서고금을 떠난 상식. 그 적당한 후보자가 마침 이웃에 있었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알력 다툼한 이후 그들조차 ‘내전’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본 카지미에시 2세는 기회를 보았다.
키예프 대공을 중심으로 한 키예프 루스의 연맹은 깨진 지 오래다. 얼마 전, 블라디미르―수즈달 공국이 야심을 드러내고. 나머지 노브고로드 공화국, 블라디미르―수즈달 대공국 등으로 분열되었다.
하나 되고 힘이 결집한 키예프 루스는 무서웠으나. 이제 분열하고 자기들끼리 분열된 그들은 먹히기 좋은 이들이다.
아무튼 귀족들을 제압한 카지미에시 2세는 곧바로 어물쩍거리는 이웃을 공격했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부족장도, 대귀족도 아닌 폴란드의 국왕이오. 그러니 내 명령으로 우리가 키예프 루스 놈들을 공격한 거요. 그들에게서 고토를 되찾기 위해!”
―폴란드 왕국 만세!
―하느님, 카지미에시 2세를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더 높은 곳의 영광을!
그는 귀족들의 멱살을 잡으며 중앙집권에 가까운 힘을 회복한 후. 이웃을 공격하는 와중에도 외교에 신경 썼다.
예전만큼 강해지고 있는 ‘동로마 제국’. 그리고 곧 있으면 대대적인 내전으로 피폐해질 게 분명한 ‘신성로마제국’ 같은 두 ‘로마’에 방관이 필요했다.
그리고 잉글랜드, 더 자세히 말하면 존 왕자의 군수품도 구매했다.
“리처드 왕세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고작 아일랜드와 모르땅으로 시작해 아일랜드를 얻은 존 왕자 역시 무서운 사람이지.”
형제 상속인의 형식으로 왕좌에 오르겠지만, 이미 유럽의 인물들은 존 왕자가 본인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세이프’한 계승이 가능하리라 믿었다.
“계속 공격. 전진, 어차피 우리가 세운 계획은 성공할 수밖에 없소.”
“비스와강과 바르타강을 위압하는 폴란드 왕국이 되리라. 존 플랜태저넷이 우리에게 승리의 방법을 보여주었도다!”
세상에 폴란드 국가에 존 왕자의 이름이 있다니, 세이프 존이 알면 경악할 일이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존 플랜태저넷은 카지미에시 2세의 스승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녜스 공주에게 수백 번을 차였던 조롱받는 월드 스타가, 진정한 월드 스타로 변했고. 카지미에시 2세는 그 과정을 놓치지 않았다.
카지미에시 2세가 생각하는 존 왕자라는 훌륭한 스승은 그 험한 콩가루 집안에서 모르땅으로 시작해 아키텐과 계승권을 거머쥔 영웅이 되었는데. 자신이 그런 걸 못 하면 어찌 폴란드 왕국의 군주라 할 수 있는가.
“돌격하라!”
무지막지한 폴란드의 기병들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 * *
―동로마 제국, 콘스탄티노폴리스―
제국의 아침이 다시 밝았다.
알렉시오스 2세는 웃었다.
이제 그도 성인이고, 완전해진 권력을 휘두르는 황제다. 물론 콘스탄티누스 대제 이래, 황제의 권력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커다란 반란을 진압하고, 존호가 똑같은 알렉시오스 1세의 업적을 진작에 뛰어넘은 알렉시오스 2세의 권력은 막강했다.
이건 그의 업적뿐 아니라, 황제의 능력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동로마 제국은 아나톨리아만으로 벅찬데 시리아의 일부 직할지까지 얻은 상태였다.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절과도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 바로 과잉 확장으로 인한 행정력 부재였다.
하지만 이제 소화가 거의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군사력과 자치권을 두루 쥐고 있는 총독 역시 평화를 누리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를 논하는 귀족들은 권력을 원했고. 알렉시오스 2세는 그런 귀족의 탐욕을 적절히 이용해 왕권을 키웠다.
동로마 제국에서 가장 현명한 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눈이 빠지고, 코가 잘리며, 종국엔 목까지 날아갈지 모르는 것이 황제였고. 누나와 숙부에게 죽을 뻔한 알렉시오스 2세는 그 경험을 이용해 현명하게 처신한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동로마 제국 내부에 교통정리가 끝났다.
이제 슬슬 해외에도 동로마가 아직 잘 살아있다는 입장을 드러내야 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영토를 더 늘릴 생각보다는, 그동안 참았던 위세를 드러낼 때였다.
알렉시오스 2세는 재상 요안니스에게 말했다.
“폴란드가 뭐라 하였습니까?”
“키예프 루스를 계속 공격할 테니, 방관을 요청했습니다.”
키예프 루스의 슬라브인들을 공격하는 걸 눈감아 주었더니, 조금만 더 눈감아 달란다. 괘씸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폴란드인들이 키예프 놈들을 약화해 주겠다고… 참 대단하군. 우리가 잠시 숨을 고른 사이에 이런 존재들이 나오다니요.”
“하지만 그들의 활동이 우리 로마 제국에게 도움이 됩니다. 키예프 루스는 그동안 노략질을 한 슬라브 도적놈들 아니었습니까? 차라리 못난 것들끼리 싸우는 걸 방관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흠… 고민해야겠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황제가 말했다.
“방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주변이 조금 시끄러워야… 불가리아니 세르비아니 하는 반역도당 놈들도 더 족칠 것 같으니 말입니다. 친로마제국 세력을 그들을 위한 첩자로 보내 내부 투쟁을 더 질질 끄시오.”
그렇게 말을 끌던 황제는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에 그 사람을 만나러 가야겠구려.”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지하 감옥에 간 황제는.
“누님… 아직도 자살을 안 하셨습니까? 현실의 지옥보다 내세의 지옥이 두려워서요?”
세간에는 눈에 뽑히고 코가 베인 후, 감옥에 있다가 죽었다고 알려진 미녀는 아주 멀쩡했다. 그녀에겐 어떠한 형벌도 가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에게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존재를 지우는 것이 형벌이었다.
그러자 메리와 비슷하긴 생긴 미녀는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전부터 안나의 정체를 알고 있었으면서… 아직 비밀로 하다니, 어쩌면 네가 제일 잔인한 놈일 것 같아.”
그러자 알렉시오스 2세가 말했다.
“다른 방식을 사용했지만, 저는 두 누님을 정말 사랑합니다.”
* * *
―1192 서프랑스 아키텐 영지―
아담이 선악과를 먹고, 죽음과 노동의 고통을 겪었다.
나 역시 권력자가 되었으니, 그 권력을 최대한 지키고 온건하게 물려주기 위해 죽을 때까지 일할 수도 있다.
아키텐 영지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같은 곳이다.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러 이해관계가 몰려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나는 평온하지만. 세상은 평온하지 않았다.
“세계가 요지경이구나.”
악의 축 이슬람이 사실상 중동 동쪽으로 밀려났고. 몽골족이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사방팔방 다크호스 같은 폴란드 친구들이 분열되고 약화한 키예프 루스 출신 공국들을 공격하는 꼴이다.
“내 과거 연적이 여러 반역자를 이유로 그 문제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말했지.”
과거의 연적이라.
대외적으로 아녜스를 놓고 나와 다투었다는 소문이 있는 알렉시오스 2세 녀석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발칸이든 동유럽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나는 아키텐이라는 새로운 철밥통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아키텐 영지의 주민들은 농노부터 토착 귀족들까지 콧대가 높았다.
자기들이 잉글랜드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영지 중 하나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보다 더욱 콧대가 큰 파리를 약탈한 경험자다.
그래서 시범 형식으로 몇몇 ‘선’을 넘으려 하는 토착 귀족들을 소환했다.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을 살짝 건드려야지.’
이 시대 중세의 귀족들은 스스로 가장 위대한 그리스도의 기사를 자청할 만큼 명예와 체면에 민감했다.
특히 아키텐을 주축으로 하는 프랑스계 귀족들을 불러 연회를 했다.
내가 데려온 하급 귀족들에게 그들이 텃세를 부리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렇게 평화롭고 기름진 연회를 할 때.
나는 병사들을 기습적으로 불러 토착 귀족들에게 말했다.
“본관은 말이 많은 건 알고 있어. 내가 운이 좋게 이 땅의 영주가 되었다고. 하지만 묻겠네. 경들은 내가 선물로 아키텐 영지를 받은 줄 아는가?”
“….”
물론 이 영지를 받는 것에 아버지 헨리 2세의 입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순순히 리처드 형이 왜 이 땅을 주었겠는가?
그렇다 아키텐은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가 거친 이후지만, 아무튼 내가 내전에서 받은 전리품이다. 그래서 나는 무게를 잡을 여유가 있었다.
“그대들이 내가 데려온 봉신들에게 억하심정이 있을 수 있겠지. 이해는 해. 하지만… 이젠 그대들은 내 봉신들일세.”
나는 강압적으로 말했지만, 반항하는 이들은 없다. 힘의 차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 봉건제도에서는 왕족이 제 잘났다고 귀족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어느 정도 권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귀족들도 왕족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나 같은 유력한 왕족은 더욱.
아마, 이들 중 아직도 헨리 형을 잊지 못한 자가 있을 수 있고. 리처드 형보다 자비로운 나를 만만하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권력 기반은 물론, 군사력까지 준비한 준비된 대귀족 존이었다.
항상 프랑스 사람들은 영국이 악독하다고 말하는데, 솔직히 부르봉 시대의 역사를 알면 프랑스도 만만치 않은 악의 축이거든?
‘샤를 5세 권법 시작이다.’
발루아의 왕조 샤를 5세는 왕세자 시절 아버지 장 2세가 조선의 선조처럼 도망가지 못하고 추하게 영국에 포로로 끌려갈 때, 광해군 같은 초인적인 능력으로 귀족을 제압한 입지적인 군주다.
“하지만 영주가 부재할 때,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건 정말 너무하지 않나. 이미 물증은 모았어. 그대들은 처벌받아야 해. 자, 로빈, 명단에 있는 자들을 체포하시오.”
“예, 전하.”
“이건 모함입니다!”
“존 왕자님 대체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저희가 언제 죄악을 저질렀다고요!”
“언성을 높이지 말게.”
그래서 나는 본보기를 삼기로 했다. 대공의 명령으로 몰락해도 될 귀족 여러 명과 진압했고.
“이자들은 감히 헨리 2세 국왕 폐하와 헨리 형님, 그리고 나에게 불충했다.”
아키텐의 업무를 파악하기도 바쁜 내가 해버린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아키텐의 귀족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저들은 이미 끝났다.
나는 이미 아일랜드에 있을 때부터 로빈을 통해 내가 차지할 수 있는 3개의 영지의 정보원을 보냈고. 건드려도 되는 귀족들의 실책을 조사했거든.
그러니까 무슨 무슨 죄 같은 어거지 방식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확실한 죄로 처벌했다.
그렇게 화끈한 샤를 5세식 기습 공격을 마친 나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떠올리는 중 이상한 소식을 들었다. 폴란드 친구들이 나를 찬양하면서 키예프 루스군을 죽이고 있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