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34)
콩가루집 막내왕자-134화(134/205)
134화 누군가의 누이(2)
―프랑스 왕국, 샹파뉴 백작령―
한동안 대행자 마리 공주에게 통치받은 샹파뉴 백작령이 떠들썩했다. 왜냐하면 오늘이 그들의 주인이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인근 영지에서 보고받은 기사는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곧 우리의 주군이 돌아오신다. 모자람 없이 준비하도록.”
얼마 지나지 않아, 성문 앞으로 샹파뉴 백작가의 깃발과 잉글랜드의 깃발이 휘날렸고.
그들의 주군이 모습을 보였다.
“샹파뉴 백작께서 행차하셨다.”
“성문을 열어라!”
그렇게 성문이 열리고.
기사들과 함께 샹파뉴가 왔다.
“다들 근무 서느라 고생이 많다. 어머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지?”
“별궁에 계십니다.”
“알겠네.”
다급해 보이는 샹파뉴 백작은 곧바로 어머니를 찾아갔다.
“설마….”
가장 안 좋은 예상대로 어머니는 병석에 있었다.
“앙리, 이제 오니.”
“그대로 누워 계세요… 어머니.”
사실 겉으로는 티를 안 냈지만, 부군이 죽은 이후 마리 공주는 서서히 망가졌다.
남편이던 선대 샹파뉴 백작의 죽음 이후 자신의 반려자를 잃어서일까? 어린 시절 카페 왕가에서 당했던 ‘불행’이 떠오를 정도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다. 마음이 아프고 쓰라리니. 몸도 서서히 망가져 가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자기의 작위가 아닌, 본명을 힘없이 부르는 어머니의 모습에 샹파뉴 백작은 눈물을 겨우 삼키며 말했다.
“제가 너무 늦게 돌아와 죄송합니다. 이렇게 편찮으신 줄 몰랐는데.”
“네가 내전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생했겠구나. 걱정하지 마라 아들아, 내가 앓아누운 것도 근래의 일이었다.”
하지만 마리 공주는 방긋 웃었다. 애초에 카페 왕가에서 태어난 공주였기 때문에 아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아들아, 이리 가까이 오거라.”
“예, 어머니.”
마리 공주는 자기에게 가까이 온 아들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리 컸구나. 내가 잘 보살펴주지 못했는데, 훌륭한 귀족으로 잘 컸어. 아들아, 너에게 할 말이 있단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잠깐.”
잠시 고개를 돌려 기침한 마리 공주가 말했다.
“축하한다, 아들아. 너의 도박이 성공했구나.”
마리의 아들 샹파뉴 백작은 프랑스의 국왕 필리프 2세가 아닌 잉글랜드의 리처드 왕자를 주군으로 모시며, 입지가 불안한 귀족에서 실권 있는 대귀족이 된다는 도박을 걸었고.
자신의 주군 리처드를 잉글랜드의 왕세자로 만들면서 결국, 도박에 성공했다.
‘우리 아들이 내전에서 주군을 도와 승리한 봉신이 되었다면, 적어도 잉글랜드의 부흥이 계속되는 한 패망할 일은 없을 거야.’
마리는 그런 아들이 자랑스러웠고, 또 미안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만일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너는 누군가의 봉신이 아니라 왕세자가 되었겠지?”
마리 공주 자신이 마리 공주가 아닌 아버지의 존호를 이은 왕세자 루이가 되었다면, 아들이 이렇게 고생할 일은 없었으니까.
“어머니… 그런 말씀 하시지 마세요.”
샹파뉴 백작은 잘 알고 있었다. 자기 어머니 마리 공주는 루이 7세와 엘레오노르의 결합 후, 가장 먼저 태어났지만, 가장 빌어먹을 운명을 가진 운명이었다는 걸. 하지만 그런데도 마리 공주는 절망하지 않고, 선대 샹파뉴 공작과 함께 영지를 무난하게 운영하며 그 험난한 정치 싸움에서도 많은 이득을 보았다는걸.
“하지만 그래도 고마워, 앙리. 그래도 너를 아들로 얻은 게 내 행운이다. 너는 적어도 이 어미에게 효자였으니까.”
루이 7세와 엘레오노르의 맏딸로 태어난 마리 공주의 삶은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대 샹파뉴 백작과 결혼한 것이 해방이라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짐에게 아들을 선물한다고 하지 않았소? 마틸다(헨리 2세의 어머니)의 꼴을 보지 않았소? 남자아이가 없으면 우리 프랑스는 흔들리고 말 거요.]분쟁의 원인이 자신이었으니까.
“다만 나는 여러 이유로 부모님께 효녀가 될 수 없었지.”
샹파뉴 백작도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가 어떤 심정으로 저런 말을 하는지 잘 알았다.
자신이 여동생 알릭스와 달리 필리프 2세에게 협조적이지 않은 이복 누이지만. 그래도 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프랑스 왕국의 공주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프랑스 왕국의 군대 더 자세히 말하면 필리프 2세의 군대를 묵사발 내는 참모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민족주의가 대두되지 않았고, 봉건주의에 ‘계약’이 더 중요시되는 시대라, 국적은 깃발에 불과했다.
그러니 샹파뉴 백작은 프랑스 왕국이 아닌, 리처드 왕자에게 모든 것을 걸었고 결국, 성공했다.
“그래도 나는 너무 자랑스러워.”
“네?”
“여러 가지로 복잡한 마음을 먹었음에도.”
솔직히.
유럽 왕가에 막장이 아닌 가족은 없다.
애초에 권력이라는 달콤한 꿀과 같고, 그 꿀을 차지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꿀을 먹을 수 있는 자는 한정된 법. 왕가에 속한 이들은 한정적인 권력을 위해 싸우고 또 싸웠다.
프랑스 왕실도 별다르지 않았다.
카페 왕가는 비록 위그 카페가 귀족들과의 타협으로 시작한 왕조지만, 점점 귀족의 귀족이라는 입장에서 진정한 프랑크의 후예로 샤를마뉴의 정통을 잇고 있다는 위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 부부의 이혼이 서유럽의 역사를 바꿨다.
루이 7세와 엘레오노르의 세기의 이혼으로 프랑스 왕국은 힘을 잃고, 잉글랜드는 강해졌다.
중세 시대 교황이 관리하는 왕실 이혼의 극악무도한 난이도를 생각하면 이례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루이 7세―엘레오노르 왕비 부부가 낳은 마리와 알릭스가 남자가 아니라서 그렇다.
“아들아, 만일 내가 남아로 태어나서. 루이 8세의 존호를 가졌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도 하지 않고. 아키텐도 프랑스 왕국의 품에 남아 있을 텐데.”
“어머니…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저를 엄연한 대귀족으로 만들어주신 어머니의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나도 늙었구나, 이런 부질없는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샹파뉴 백작은 어머니 마리 공주를 쳐다보았다. 얼굴에는 주름이 진했지만, 아직도 아리따운 어머니셨다.
“나와 같은 배에서 나온 동생들은 모두 특별했지. 너도 알지?”
“잘 알고 있습니다.”
엘레오노르가 젊은 시절 낳은 장녀 마리. 그녀는 자기 친동생 알릭스와 ‘씨’가 다른 동생들, 더 정확히 하면 위대한 여인 엘레오노르가 직접 낳은 모든 아이를 잘 알고 있었다.
아키텐 공녀 엘레오노르. 그녀가 루이 7세와 헨리 2세로부터 낳은 모든 자식은 능력자였다. 모두 부족한 것 없이 한 나라에 영향력을 끼치는 실력자들이다.
‘하지만 진짜는 리처드와 존이야.’
리처드는 불타는 여름과 같은 동생이고 존은 싸늘한 겨울 같은 남자.
아마 어머니 엘레오노르가 낳은 아이 중. 가장 뛰어난 아이들일 것이다.
“앙리야.”
“어머니 말씀하세요. 그 어떤 것도 들어줄게요.”
“한번 리처드 왕세자께 충성을 바쳤다면, 끝까지 모든 걸 바치거라. 어중간한 충성은 화를 볼 뿐이란다. 슬슬 피곤하구나. 자고 싶어.”
바로 그때.
“프랑스의 국왕께서 입실하셨습니다.”
필리프 2세가 샹파뉴에 도착했다.
* * *
필리프 2세는 사태를 파악한 후, 바로 샹파뉴 백작령으로 갔다. 이미 샹파뉴 백작에게 편지를 보냈으니.
사실 프랑스의 왕세자가 된 후, 그에게 가족은 와닿지 않는 경우였다. 여러 누이마저 그에게는 정치적 걸림돌이 될 뿐이다.
프랑스의 국왕이 되어 유럽을 주도하는 그에게 가족이란 선대 군주인 루이 7세밖에 없었고,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철혈군주로 살아가려던 필리프 2세는 갑자기 가족애를 느꼈다.
큰누나의 죽음이 다가오는 걸 감지한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샹파뉴 성으로 왔다.
‘내가… 마리 누님의 죽음을 겁낼 줄이야.’
“오랜만이군, 조카님. 하지만 예전과 달리 무서운 조카가 되었구나.”
“폐하, 그것이….”
“그래, 나는 그대의 주군이 아니니. 예를 표하지 않아도 된다. 아, 그리고 누님과 단둘이 할 말이 있으니, 이만 나가보게.”
“예, 폐하.”
그렇게 샹파뉴 백작의 안내를 받은 필리프 2세는 빠르게 큰누이를 보았고.
“누님.”
그 자신도 모르게 ‘누님’이라는 칭호를 꺼냈다.
“나랏일도 힘드실 텐데 왜 이 추레한 여인을 찾아왔습니까? 국왕 폐하.”
프랑스의 국왕에게 예의를 표하는 마리의 모습에. 필리프 2세는 오히려 서운했다.
물론 평소의 순간에서는 아무리 가족이라도 자신의 신분이 ‘국왕’임을 망각해서는 안 되지만, 아픈 누나가 오늘내일하는 순간에도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불편했다.
지금 필리프 2세는 프랑스 국왕이 아닌 이복동생으로 이 자리에 왔기 때문이다.
“제 누님이시지 않습니까?”
“저는 단 한 번도 폐하께 애정을 주지 않았습니다. 질투가 났으니까요.”
마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리에게 남동생 필리프는 그런 존재였다. ‘성별’이라는 축복을 가져간 아이다.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의 왕세자였으니.
하지만 필리프가 태어날 때 이미 성인이 된 마리는 20살이었고, 어떤 의미로 이복동생을 조카로 생각했다. 그래서 마리 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여러 방법을 통해서 늦둥이 남동생을 도와주었다.
“사실 마리 누님을 원망했습니다. 그 빌어먹을 존을 알게 모르게 도와준 게 누님 아닙니까?”
“맞아요. 저는 존, 그 아이가 폐하를 견제하길 바랐으니까요.”
너무나 솔직한 마리 공주의 대답에 필리프가 웃음을 지었다.
“존이라는 대적자를 육성시켜준 것도 누님이긴 하지만 그것조차 저를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알릭스 누님과 달리 마리 누님은 저에게 바라는 것도 없으셨지요.”
“오해하시는군요. 나는 잉글랜드에 있는 생모에게 빚을 지우려는 것뿐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왕세자가 되고, 국왕이 되어 잠시 망각했지만. 마리 누님은 저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누님,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제발 요단강을 건너지 마세요. 프랑스의 국왕인 내가, 누님을 어떻게든 회복시킬 겁니다.”
필리프 2세는 자기가 방금 내뱉은 말에 깜짝 놀랐다. 자기도 모르는 진심이 전해진 것이다.
그 순간 마리 공주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선왕(루이 7세) 폐하의 내기에서 이겼네요.”
“누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털썩.
하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 * *
―1193년 잉글랜드, 아키텐 대공령―
필리프 2세가 보는 앞에서 마리 공주가 죽었다는 소식은 유럽에 퍼지고, 우리 영지에도 그 소식이 알려졌다.
‘마리 누님….’
이제 와 생각해보면 마리 누나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애초에 이부 누이와 나의 사이가 친할 수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나를 은근히 지원해주는 게 꼭 나를 위하는 게 아니라는 기시감도 느껴졌었다.
그래서인지 샹파뉴 백작이 우리 편 이긴 해도, 자주 찾아가지 않을 정도다.
“하….”
한숨이 나왔다.
솔직히 얼굴도 본 횟수도 손가락에 뽑히는 큰 누이가.
내가 기분이 복잡해진 이유는 어머니뻘의 누이와 내가 애틋한 사이라서 그렇다.
우리 어머니는 마음고생을 받아도 될 정도로 업보가 많지만, 그래도 2번째로 자식을 자기보다 먼저 떠내는 심정이 편치 못할 거다.
‘첫 번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처음 낳은 장자인… 요절한 기욤 형이었지.’
나도 치졸한 인간이긴 한가 보다. 그래도 같은 배에서 태어난 누이가 죽었는데, 서운함을 먼저 느끼고 있으니.
아무리 콩가루 집 막내 왕자로 태어나도, 콩가루 식구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걸 보니 딱딱한 밤 고구마를 삼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내님이 왔으니, 정신 차려요!”
아내가 다가와 나의 뺨에 입을 맞추고. 나의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존, 서운하신가요? 아니면 후련하신 건가요?”
“모르겠소.”
“일단 그래도 장례 미사에는 가줄 거죠? 특별한 미사가 될 것 같은데.”
“가야지….”
석관으로 들어간 누님의 마지막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