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49)
콩가루집 막내왕자-149화(149/205)
149화 앙주론(2)
존과 리처드 같은 적자들의 세계가 있는 것처럼, 피터와 고드프리 같은 사생아들의 세계가 있다.
전자는 고귀한 자들이기에 지배를 위해 조심할 것이 많지만, 후자는 천한 것들이니 생존을 위해 조심해야 했다.
후자에 속한 고드프리와 피터는 한때 절망의 나날을 보냈다가, 존 왕자의 도움으로 사생아라는 굴레를 벗고 사실상 존의 측근으로 비상하는 사람들로.
그렇기에 존의 최대 과업인 ‘앙주’ 문제를 보조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주군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결과물을 보여주거라.”
“예, 형님.”
“민족 통합 앙주론이라…….”
자신도 이 계획에 동참하였기에 최종본을 보는 고드프리의 눈빛이 진중했다. 사생아들이 의지하는 자비로운 주군 존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면, 마무리가 완벽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만족스러운 얼굴이 된 고드프리가 말했다.
“아우야, 고생했다. 네 덕분에 우리 잉글랜드는 더 강해질 것이다.”
이 정도면 부족한 것 없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고된 일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피로하고 힘든 와중에도 얼굴이 밝았다.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결국 이루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였다. 존이 앙주라는 새로운 민족관을 만들려는 건.
애초에 환생자인 존은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결별인 백년전쟁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년전쟁의 빌미는 바로 프랑스가 잉글랜드에서 서프랑스 지역을 빼앗는 것, 프랑스 사람들이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존은 고성소라는 새로운 문제로 시작하고. 주일학교 등을 만들고, 주일학교 교육을 받은 하급 귀족 사람들을 ‘출신’ 구분 없이 중용해 여러 민족을 앙주인으로 통합하려는 첫 시도를 했다.
물론, 이 일이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이 시대의 민족 개념이 없고, 또한 국가로서의 소속감이 옅은 중세 시대라 하나 여러 민족을 품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현실화하기 직전이고, 그 정치적 작업도 거의 끝나갔다.
그때, 비로소 존은 자기 생각을 삼부회를 통해 인민의 대표자들에게 말했다.
“앙주의 인종은 위대한 종합이다. 그것은 전체를 이룬다. 언어 연구도 문화도 이 사실을 거스를 수는 없다. 같은 그리스도의 아들임에도 여지는 없다. 오직 그들이 진실하고 검증된 확신에 차 있는 한에서 앙주인의 자질과 헌신만이 중요하다. 리처드 1세의 위대한 통치 아래 평화를 누리는 이들이여, 아, 아 너희가 바로 앙주인이다.”
이제 시작이었다.
* * *
“…….”
침묵과 함께 숙연해진 분위기에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나는 모든 이에게 차별 없는 대우를 해줄 거요. 물론 ‘신분’은 엄연히 존재하겠지만, 어느 영지에서 태어났는지에 대한 차별을 줄이겠다는 거지.”
나의 주장에 사람들의 얼굴이 변했다.
이미 주일학교나 앙주어, 셈법 등. 여러 가지 방향에서 티를 내긴 했지만, 이렇게 더 직설적으로 민족의 통합을 말할 줄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훌륭하신 말씀하신 전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보시오, 스코틀랜드 백작.”
불쌍한 신세인 스코틀랜드 백작 일리암이 나에게 말했다.
“그럼, 저도 앙주 귀족으로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까?”
이미 우리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아, 왕실 복원은 꿈에도 못 꾸는 일리암의 말은 핵심이다.
병합된 국가 출신 인재들에게도 길을 열어 주냐는 것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번에는 더 확실하게 말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서프랑스 어디에 속한 민족이라도. 우리 잉글랜드에 포함되어 있으면 그들에게 자격이 주어질 거요. 위대하신 리처드 1세와 노르망디 대공인 내가 보장하지.”
“공정하신 노르망디 대공을 믿겠습니다.”
아직도 스코틀랜드 백작의 믿음이 완전해 보이지 않았지만, 믿어도 될 것이다.
적어도 앙주론은 아까 했던 연설에 그칠 개념이 아니다.
내가 생각한 앙주론은 이론뿐 아니라 현실이다.
주일학교를 만든 이유는 내가 원하는 커리큘럼의 기초를 지지하기 위해서다.
물론 지금은 신분 평등의 시대가 아니라 신분마다 구별이 있어야겠지만, 어린이들을 나와 협조하는 교구의 입맛에 맞게 교육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도 도마처럼 눈에 보이는 증거가 필요하다. 물론, 증거는 이미 예전부터 준비했다.
나의 대의를 의심하는 자들을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내 의중을 현실로 반영해야 한다고.
저번 스코틀랜드 백작과의 대담을 끝냈지만, 의문을 가진 사람을 많은 것이다.
고작 ‘말’로는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 *
―아키텐, 영주의 성―
리처드 1세에게 답장이 왔다.
[모든 인민을 앙주인으로 만들어라, 짐 역시 너의 일을 도울 것이니.]자신의 입장은 변함없다는 뜻이다.
‘내가 일하고 싶어도 국왕의 지지가 없으면 힘들지.’
아직 일이 많아 루앙에 갈 수 없어, 아키텐에서 더 시간을 보내는 나지만, 나는 리처드 1세와의 소통을 자주 한다.
편지로, 때론 사람을 보내서 말이다.
소통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군주와 신하 사이에 소통이 잘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그렇다면 간신들이 날뛰어 모함하기 딱 좋은 순간이 올 수 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나는 리처드 1세와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앙주론 같은 민감한 문제도 확실하게 해두었다.
어떤 민족이든 똑같은 납부와 출세의 기회가 있다는 보여주면 된다.
가장 먼저 주일학교를 경험하고, 내가 지정한 ‘대학’이나 ‘가문’과 교류한 이른바 제1세대 주일학교 학생들을 행정관료로 이용해 확보한 행정력.
나는 이 행정력을 사용해 내가 가지고 있는 세 영지인 모르땅, 아일랜드, 아키텐에서 관용 정책을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차별 금지’와 노동력에 비례한 의식주 제공 같은 걸음마를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의 의지를 알고 내 정책을 반겨주는 사람은 많았다.
[잉글랜드 만세!]먹고살 만한 환경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기본만 하는 인민을 구제하는 내 정책이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아서 그렇다.
바로 그 시점에서 동쪽에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하, 신성로마제국의 싸움이 곧 끝나려 합니다.”
아키텐의 무관장 고드프리가 들어와 새로운 소식을 말했다.
이제 옆 동네의 민속놀이가 끝나 가려고 한다고.
‘신성로마제국, 정말 잘 싸웠다.’
덕분에 전쟁특수로 돈을 정말 많이 벌긴 했다.
조카 오토에게는 살짝 미안했지만, 솔직히 매형의 죽음을 사주한 건 음흉한 독일인이라 신성로마제국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었다.
솔직히 따지고 보자면 신성로마제국의 독일인들도 우리 내전을 이용한 놈들 아닌가?
* * *
―1202년 1월, 신성로마제국―
새해가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물하신 신년의 태양이 아름답게 뜨고 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꺅.
까마귀가 음침하게 울고 있고. 부패한 시체에서 나는 냄새가 진동했다.
새해를 오롯이 만끽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전쟁은 귀족들의 낭만이며 기사들의 존재 이유라고 한다. 전쟁이 주는 여러 이익과 명예를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냥 전쟁도 아니고. 국력을 깎아 먹는 내전이다.
처음에는 이 내전이 신성로마제국의 내부의 권력 다툼이라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애송이들이 하는 착각에 불과했다.
신성로마제국 사람들은 최대한 깔끔한 권력 분쟁으로 이 내전을 끝내려고 했지만, 주변국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좋아, 더 싸워라. 우리가 지원을 해줄 테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기사가 운명하고, 국토가 황폐해지고, 온갖 빚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쯤 되니 독일인들은 깨달았다. 자기들이 원하는 내전은 이런 내전이 아니라고.
국력과 국격이 모두 소고기처럼 살 녹아버리는 지금 이 상황을 절대로 예상하지 않았다고.
‘하느님, 어찌하여 이런 고난을 주셨습니까?’
‘우리는 주님께 모든 것을 봉헌한 신성로마제국입니다.’
‘어찌하여 우리를 버리십니까?’
힘없는 민중들이 공포와 슬픔을 제대로 느끼고 있을 때.
책임감을 가진 지휘관들은 민중과 같은 것을 느끼면서도. 다른 것을 염두에 두었다.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
빨리 이 내전을 본인들의 승리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투의 규모가 커지고, 결정적인 회전의 회전이 이루어졌다.
―휘잉.
화살의 소진과 함께 안개가 걷힌 전장.
“전군 돌격하라!”
“예!”
긴 싸움이 끝나려 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동로마 제국의 도움을 받아 가며 꾸역꾸역 버티는 독일왕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죽은 사자공의 영웅 됨을 잊지 않은 사람들도, 사자공의 능력 못지않게 기개를 가지고 있는 아들 오토.
이 시너지의 효과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가장 약하고, 가장 보잘것없는 우익군을 노릴 거라는 생각과 달리.
오토는 중앙군을 노렸다.
이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독일왕 하인리히 본대의 사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나 또한 최후 기사다.”
외숙의 존이 직접 선물한 풀 플레이트 아머와 마갑을 갖춘 오토가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오토를 따라 기사들이 밀집하고.
―캉.
충격이 이루어졌고.
“진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최대한 진영을 지켜라!”
“버텨라, 버티기만 하면 새로운 지원군이 온다!”
“전하, 지금 중앙군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끝이군. 종말이 눈앞에 왔어.”
독일왕 하인리히는 최대한 발악했고, 최대한 많은 적을 죽였다.
하지만 대세는 결정되었고. 패배자는 고귀한 포로가 될 수밖에 없는 지경이었다.
치열했던 싸움은 끝나버렸다. 작센의 선제후이며 바이에른의 선제후 자리까지 얻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젠 황제에 가까워진 오토의 손으로 말이다.
승자가 된 오토는 승자의 여유를 가지며 패배자에게 말했다.
“하인리히, 아버지와 존호가 똑같은 당신이 이런 고초를 겪은 건 유감이오.”
독일왕은 자기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그건 오토가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황제의 옥좌를 두고 다툴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이 최후의 결전까지 독일왕과 자신이 싸우지 않았던가.
하지만 분쟁의 시간은 지났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났고.
“…….”
잠시 멍하게 오토를 바라보던 독일왕은.
“봐봐,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자기도 모르게 억울함을 토로했다.
오랫동안 억울함을 당해 마음고생한 것과 전장에서 얻은 상처이 그를 괴롭혔다. 지도자로서 최대한 버티고 버텼지만, 이제 한계다.
욱, 하며 피를 토한 독일왕.
그러자 독일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다가왔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어째서 이렇게 되실 때까지 티를 내지 않으셨단 말입니까?”
오토에 비해 부족할지언정 독일왕 역시 인망이 있는 지도자였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순간까지 독일왕에게 충성을 다 바치고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봉신이 있었겠는가?
“멈춰라.”
그렇게 수하들을 진정시킨 독일왕은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심경으로 오토에게 말했다.
“작센 선제후 오토.”
“나를 부르셨소?”
그렇게 오토가 자신을 바라보자 독일왕은 원망스러웠던 아버지의 유언이 생각났다.
‘짐의 치세 후, 홍수가…….’
그 애증 어린 유언이 성공했고, 자신은 몰락했다.
그리고 이제 망가진 몸도 다시 성치 못할 것 같다.
이미 자신은 고귀한 포로가 되었고, 완전히 패배한 입장이다.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할까?
그건 이 내전을 끝내는 것이다.
“오토, 당신이 이겼소. 본관은 독일왕으로서 홍수를 막지 못했고, 홍수를 충분히 막아낸 황제는 그대의 것이오. 그러니 아무런 잘못 없는 내 봉신들을 그대의 품에 받아주고, 그대의 아비의 죽음에 관련된 자들을 모두 처형하시오.”
“…고맙소.”
오토가 입에 담은 고맙다는 말에는 패배뿐만 아니라, 정통성까지 인정해 주었다는 말까지 포함되었다.
그러자 독일왕은 봉신이 황제에게 바치는 것과 같은 예의를 오토에게 보이며 말했다.
“오토 4세, 나를 이기고 황제 폐하가 된 것을 축하합니다. 이제 소신은 쉬고 싶습니다…아버지에게 따질 것이 많은…….”
―털썩.
말을 마저 끝내지 못하고 한 사람이 죽었다.
“전하!”
석양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