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51)
콩가루집 막내왕자-151화(151/205)
151화 우린 앙주인
-1202년, 잉글랜드, 루앙-
‘민족에 따른 차별이 빠르게 사라질 수 없겠지.’
리처드 1세는 생각했다. 서프랑스, 잉글랜드 출신 귀족들이 다른 지역의 인민을 공정하게 대하는 정치는 힘들 거라고.
사실 리처드 본인부터가 자신을 ‘서프랑스인’으로 생각하며 다른 지역의 귀족들에게 고정관념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리처드 국왕은 궁금했다. 수십 년 전부터 ‘앙주’는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아우 세이프 존이 얼마나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일지.
뜬금없이 유아 세례 전 죽은 아이들에게는 원죄가 없다는 고성소 문제는 언급하던 아우는, 셈법을 통합하고, 기존의 프랑스어를 활용해 만든 앙주어가 잉글랜드의 공용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앙주화에 관련된 아키텐에서 이루어졌고, ‘앙주론’이니 ‘양주통합’이니 하는 소란스러운 움직임들은 루앙에 잘 전해졌다.
샹파뉴 백작은 진중한 표정으로 주군에게 고했다.
“폐하, 이로써 아키텐에 대대적으로 앙주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흥미로워.”
아키텐과 그 주변의 귀족들을 제압한 존 왕자가 드디어 행동에 들어갔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그 움직임을 4개로 줄이면.
[성실재판소 설치.가톨릭교회의 연대.
집행을 위한 전력인 상비군 확충.
주일학교 출신의 중용한 행정력 확대.]
정도로 볼 수 있었다.
존은 본인의 영지에서 차근차근 앙주화 작업을 시행해 나갔지만 이럴 때마다 나타날 법한 영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귀족은 없었다.
아키텐 지역의 귀족에게는 이렇게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에서 노르망디 대공의 의중에 반할 명분도 없고, 그럴 전력도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존 왕자 덕분에 같은 언어, 같은 교육, 같은 신앙심을 공유하는 아키텐의 인민은 이제 ‘앙주인’이라는 민족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1세는 웃음이 나왔다.
막상 자신이 그 행동을 묵인했지만, 아키텐의 앙주화에 나서는 아우의 움직임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정석적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렇다고 휘하 귀족들을 무조건 적대하지 않고 협상의 여지를 주기 마련이었다.
무엇보다 존이 대단한 건, 아키텐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귀족들에게도 ‘본보기’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앙주화가 나름대로 할 만하다는 본보기 말이다.
“내 아우는 참 대단해. 결국, 아키텐에서 들려온 소식이 루앙의 귀족들이 잉글랜드 전국의 앙주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그것 역시 영명하신 폐하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결국 모든 것은 리처드 1세가 잘났기 때문이라고 샹파뉴 백작이 말하자, 리처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앙리, 그게 아니다. 존 그 아이는 그런 일을 하면서도 짐의 위신에 해가 될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리처드 1세는 정말 감탄했다. 그의 아우 존은 단 한 번도 루앙에 있는 자신의 심기를 어지럽힐 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감한 일에는 자신의 동의를 구했다. 사람을 통하든 편지를 통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제일 중요한 건 리처드 1세의 이익을 절대 방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신성로마제국의 내전에서 가장 재미를 본 잉글랜드 사람이 리처드 1세 국왕이 된 것도 모두 존 덕분이었다.
아무튼 존은 그렇게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루앙에 있는 귀족들도 존을 하나의 권력자로 인정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존이 그토록 바랐던 유능한 대귀족으로 말이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리처드 1세는 전 국토의 앙주화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어떤 일이든 한 사람의 뜻으로 돌아가는 건 없기 때문이다.
“폐하, 자문회에 참가하실 시간입니다.”
“알았소.”
그래서 오늘 궁정 자문회가 열렸다. 의제는 세이프 존이 아키텐에서 주장했던 앙주론이다
신성로마제국이 독일인의 나라고, 동로마 제국이 그리스인의 나라인 것처럼 앞으로 잉글랜드는 앙주인의 나라가 될 것으로 할지에 대한 논의였다.
반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프랑스, 잉글랜드인을 지배 민족으로 삼고. 나머지 민족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귀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폐하, 잉글랜드-서프랑스인과 나머지 민족 간은 구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건 소수의 의견일 뿐이다.
“폐하와 노르망디 대공의 생각은 잉글랜드의 통치에 도움이 되니, 저 노퍽 공작은 잉글랜드의 앙주화에 찬성합니다.”
노퍽 공작의 겸허한 말에. 리처드 1세는 흡족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대처럼 기품 있는 귀족이 짐의 뜻을 지지해줘서 고맙소.”
엄밀히 말하자면 노퍽 공작은 아들 로빈 때문에 리처드 1세보다 노르망디 대공 존에 가까운 대귀족이고, 구태여 존이 만든 앙주론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 리처드 1세가 기뻐하는 이유는 무시 못 할 세력을 가진 노퍽 공작 가장 먼저 찬성하는 뜻을 보여, 국왕을 존중한 것이다.
그러자 또 다른 귀족이 나섰다.
“저 역시 폐하의 뜻을 지지합니다. 하나의 국왕, 하나의 잉글랜드. 그것이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야 할 길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리처드가 존중하는 나이 많은 귀족, 옥스퍼드 백작이 앙주화에 동의했다.
“고맙소. 옥스퍼드 백작.”
“저는 그저 잉글랜드의 미래를 위해 합당한 의견이라 찬성했을 뿐입니다.”
연륜과 실력을 겸비한 귀족들이 앙주론을 찬성하자, 그것을 승인하는 쪽으로 중론이 기울었다.
잉글랜드의 확실한 유럽 대륙 지배를 위해 잉글랜드는 앙주인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루앙에 있는 귀족들 역시 ‘통치’에 앙주론이 쓸모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들, 회의하느라 고생하셨소. 이렇게까지 협조적일 줄은 몰랐군.”
리처드 1세는 이렇게 회의가 빨리 그리고 긍정적으로 끝날 줄 몰랐다.
오히려 너무나도 무난하게 끝난 회의에 국왕 자신이 허탈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회의가 끝나고.
“결국, 아우가 성공했구나.”
리처드 1세는 얼떨떨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다. 리처드 1세 본인 역시 잉글랜드의 통합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집한 힘이 주는 위력을 여러 전장을 통해 경험했다.
바로 그때.
[할머니, 저는 잉글랜드와 결혼할게요. 어머니가 물려준 재산으로 평생 호의호식하다 요단강을 건너면 하느님께서 심히 기뻐하실걸요.]리처드 1세는 아키텐에 있는 조카딸이 어머니 마틸다에게 했던 말이 담긴 소식을 들었고.
“아름다운 딸을 가진 아버지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시련이지.”
아우 존에게 공감했다.
* * *
-잉글랜드, 아키텐 주도 푸아티에-
오늘도 평화로운 아키텐, 아니 기분 좋은 아키텐이다.
잉글랜드의 수도 루앙에서 내가 제의했던 ‘앙주화’가 승인되었기 때문이다.
리처드 1세는 한술 더 떠서 루앙 칙령을 통해 [잉글랜드의 모든 인민은 앙주인이다]라는 주장을 정식으로 공표했다.
아무리 봉건 시대라 하더라도, 수도에서 내려진 국왕의 결정에 담긴 무게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옳게 된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전하.”
“아니오. 이 모든 것은 그대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지.”
솔직히 내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봉신들이 잘 도와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래, 전 잉글랜드의 앙주화…그것이 바로 잉글랜드인의 숙원이라고!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내가 평화롭지 않았다. 아키텐이 대기업이라면 2대 주주라 할 수 있는 메리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아내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아랫도리를 놀리던 우리 아버지 헨리도 그러했다.
‘엘리자베트가 수상해요. 당신이 가서 말 좀 해봐요.’
아내에게 미션을 받았다. 딸아이의 상태를 보는 것이다.
“대공께서 입실하셨습니다.”
딸을 섬기는 시녀의 말을 들으며 딸아이의 방에 들어갔다.
“아빠, 오셨어요?”
반갑게 나를 맞이하는 나는 사랑하는 딸은 저기 할머니와 어머니의 장점을 모두 닮은 나의 딸 엘리자베트다.
내 딸아이라 자랑하는 게 아니라, 근래에 한 끗발 하는 가문이라면 내 딸아이에게 청혼하는 귀족이 많았다. 그 정도로 자타공인 잉글랜드 미녀 중 하나가 된 딸이었다.
[할머니, 저는 잉글랜드와 결혼할게요. 어머니가 물려준 재산으로 평생 호의호식하다 요단강을 건너면 하느님께서 심히 기뻐하실걸요.]그 말만 안 했어도 더 좋았을 텐데.
나는 어머니한테 엘리자베트의 소식을 듣고 놀랐다. 이거 완전 엘리자베스 1세가 했던 말을 하고 있잖아?
너무나도 완벽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신랑감이 없다는 딸의 마음을 이해하긴 한다.
‘물론 사위가 없으면 나야 좋지만…’
나 역시 아버지이기 때문에 예쁘고 현명한 딸이 시꺼먼 남자 놈을 남편으로 삼지 않고, 영원히 내 곁에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평생 홀로 사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 일인지도 잘 알았다.
내가 잘못해서 딸아이가 루이 15세의 딸들처럼 평생 아버지 곁에서 고생만 하면 안 되는데.
마음을 가다듬은 나는 엘리자베트에게 말했다.
“딸아.”
“네, 아버지.”
“정말 수녀처럼 살다가 죽을 거니?”
정말 결혼 따윈 안 하고 홀로 살다 죽을 거냐고 묻는 나의 물음에.
딸아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 같은 미녀라도 짝이 없을 리 없잖아요?”
사랑하는 딸아, 너 잉글랜드와 결혼한다고 그러지 않았니?
잠깐…이건 느낌이 안 좋은데.
나는 그 순간.
인생에 얼마 없었던 불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
“사실 연모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게 누구더냐?”
“금화 두카트요.”
“뭐?”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 * *
-예루살렘 왕국-
신성로마제국의 내전이 끝나고 오토 4세가 황제로 등극한 후, 게르만인들은 다시 얌전해졌고. 유럽의 전운은 다 타들어 간 횃불처럼 사그라졌다.
세상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중세 유럽에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루살렘 왕국의 국왕 제프리 1세.
프랑스계 귀족들이 간절히 원하는 예루살렘 왕국의 군주가 되었지만,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아니, 절대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이 모래 묻은 왕좌가 아니라, 사자가 그려진(앙주 가문의 상징) 왕좌에 앉아야 할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제프리 1세는 분명히 내전에서 패배하고, 사실상 잉글랜드에서 추방된 패배자였다.
[패배자는 말없이 가는 법…유언은 없다.]제프리 1세는 때론 적이었고, 아군이었으며, 끝내는 애달픈 형제가 되었던 헨리 왕자의 죽음을 아직 잊지 못했다.
“폐하, 왕세자께서 오셨습니다.”
“들라 하라.”
그렇게 자신을 무척이나 닮은 아들 왕세자 아서가 들어오자 제프리 1세가 말했다.
“부왕 저를 부르셨습니까?”
“아서, 내 사랑하는 아들아.”
“예, 부왕.”
먼 옛날 한니발 바르카를 앞에 두고, 복수를 다짐하는 하밀카르 바르카처럼 제프리는 아들 아서를 향해 말했다.
“너는 누구냐?”
“앙주 왕가의 장손입니다.”
아서는 아버지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망설임 없이 자신의 ‘본질’을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냐?”
“우리가 앙주 가문의 일원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린 아들 아서의 확고한 대답에 제프리 1세는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너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누구인지 말이다. 일단 복수심은 그다음이다.”
“부왕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그때 기사 한 명이 들어와 고했다.
“폐하, 사절단이 모두 모였습니다.”
“알겠소.”
시종의 목소리에 제프리 1세는.
-폐하!
자신에게 예를 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곳에 은밀하게 모였소. 다행히도 지금의 잉글랜드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이 예루살렘 왕국에는 관심이 없지. 아니, 이미 몰락한 나에 대한 경계심조차 없을 거요. 리처드 형과 존, 그들은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잠시 말을 흐리던 제프리 1세는.
무척이나 진중한 눈빛으로 ‘손님’들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프랑스, 에스파냐, 시칠리아… 그리고 우리 예루살렘 왕국이 보이지 않을 싸움을 해야 할 때요.”
예전 존 왕자와 리처드 왕자에게 패배한 뒤, 인생을 제대로 배운 제프리는 멍청하게 바로 칼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유럽의 전통과 다름없는 ‘견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