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55)
콩가루집 막내왕자-155화(155/205)
155화 평화의 사자(1)
-1202년, 덴마크 왕국-
유능한 군주들은 아침마다 변하는 세상을 염두에 두며 왕국을 통치한다. 덴마크의 크누드 6세도 그런 군주 중 하나였다.
그는 아픈 와중에도 유럽의 정세를 침착하게 지켜보았다.
십자군 원정의 대승리, 이슬람의 몰락, 잉글랜드의 부흥, 폴란드 왕국의 재건, 신성로마제국의 내전, 동로마 제국의 재부흥.
“더는 남의 땅을 정복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덴마크는 그저 방패를 들고, 내정을 해야 할 때야. 그래야만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나아갈 수 있어!”
덴마크의 군주 크누드 6세는 솔직히 잉글랜드에 맞설 생각이 절대 없었다. 그래서 폴란드 같은 마음에 들지 않는 폴란드 놈들이 잉글랜드와 교역을 한다 해도 적당히 넘어갔다.
크누드 6세의 아내가 사자공 하인리히의 딸이라는 점도 그렇고, 아무래도 폴란드보다 먼저 견제할 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가면 큰일이야. 안 그래도 스웨덴도 견제해야 하는데. 부질없는 예산을 낭비할 수는 없지.’
덴마크의 강역을 넓힌 명군으로 알려진 크누드 6세는 여기서 더 무리해 국제전을 펼치게 되면 덴마크의 국력이 의미 없이 소모될 거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제는 내정에 집중할 때다.
후계자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국왕이 자식을 얻지 못했기에, 왕관을 동생에게 줘야 했다. 동생의 후계자 임명을 위해 요즘 선을 넘는 윌란반도 의회의 실책도 눈감아주었다. 의회가 협조해야 계승 작업이 원활하게 완료되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더 강해져야 했고, 지혜로운 아우는 강해진 덴마크를 이끌 유능한 군주가 될 것이다.
“폐하, 부르셨습니까?”
“형제 상속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나는 너를 믿는다. 발데마르.”
국왕의 아픈 눈빛에는 능력 있는 동생을 향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만약 국왕 본인에게 왕세자가 있었으면 경계해야 할 ‘능력’을 가진 녀석이지만, 혈육을 남기지 못한 국왕에게는 동생의 출중한 능력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잠깐···.”
“폐하. 괜찮습니까?”
“괜찮다.”
콜록콜록 잠시 기침하던 국왕은.
‘미안하다, 아우야.’
안타까운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항상 미안하다고.
그동안 아우를 정치적으로 견제했던 것도, 그리고 이용했던 일까지 모두.
“아우야, 이제 이 덴마크의 너밖에 없다.”
“저밖에 없다니요. 어찌 그런 약한 말씀을 하십니까? 폐하야말로 덴마크에 가장 필요한 명군이십니다.”
“이젠 틀렸구나, 내 몸도 예전 같지 않아.”
지금 국왕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덴마크를 위해 일하느라, 몸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복, 반란 진압, 그리고 다시 정복, 반란 진압.
반복되는 덴마크 왕국의 혼란은 야망에 넘치던 국왕을 노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훌륭한 덴마크 국왕에게 낭만적인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폐하, 큰일입니다.”
“다시 한번 말해보게.”
“폐하. 그것이. 윌란반도 의회의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 폴란드의 상선을 약탈하고 있다고 합니다.”
충격적인 소식에 국왕의 얼굴이 찌푸려졌고, 폐가 아파지고 시작했다.
“클록, 빨리··· 막아라! 빨리··· 대체 의회는 뭘 하는 건가?”
폴란드 왕국의 주요 고객이 누군지 알고 하는 짓인가? 그 잉글랜드다! 그걸 알면서도 폴란드의 상선을 건드렸다고?
‘의회 놈들의 짓이 분명해.’
국왕인 자신이 슬슬 병들고 있을 때를 기회로 삼아 의회가 폭주했다. 좋게 좋게 말하려 해도, 들어먹지 않는다. 생각 같아선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회 귀족 놈들을 두들기고 싶어도. 일단 최대한 좋게 그만 자중하라는 명령을 의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며칠 후.
“잉글랜드의 국왕은 이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고 했고 했습니다.”
의회 놈들은 안타깝게도 가짜 해적의 운용을 그만두지 않았고, 결국 잉글랜드의 국왕이 대로했다.
[우리 잉글랜드는 평화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평화를 깨뜨리는 적들은 몰락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이처럼 살벌한 경고를 날릴 정도로.
“···!”
덴마크의 ‘평화’를 가장한 협박에 덴마크의 국왕은 미칠 것만 같았다.
“빨리 해결하시오. 잉글랜드에서 명분을 잡으면 안 된단 말이오!”
하지만 며칠 후 의회가 게으름을 부리다 수습에 나설 때, 잉글랜드가 먼저 움직였다.
“폐하, 잉글랜드의 왕립해군이 움직였다고 합니다. 명분은 북해에 준동하는 해적 퇴치라고 합니다.”
“하··· 이젠 할 말이 없구나.”
총명한 국왕이 ‘북해의 해적’이 누굴 말하는지 모를 리 없다. 의회 놈들이 자기 영지의 해군들을 동원해 정성껏 만든 가짜 해적들 아닌가?
“신형 전함이 포함된 해군을 이끄는 건 해군 최고사령관 존입니다.”
“존, 존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눈치를 보는 봉신의 말에.
“차라리 잘 되었어! 하하하.”
국왕은 웃음을 짓다가 쓰러졌다.
“여보··· 어서 의사를! 빨리!”
존의 조카딸이자 덴마크의 왕비인 게르트루트는 인생에서 가장 큰 비명을 질렀다. 소프라노 톤이었다.
하지만 쓰러졌던 국왕은 다시 깨어나 눈을 부릅뜨더니 사랑하는 왕비를 향해 말했다.
“왕비, 갑옷을 준비하시오. 짐이 곧 죽여도 될 반역자를 처리하러 가야 하니.”
* * *
-유럽 북해-
휙!
신형 군함이자 기함인 산타 마틸다에 오른 나는 차가운 바람을 맞았다. 그래, 아무리 껴입어도 춥긴 했다. 역시나 북해는 험난했다.
‘이런 거친 파도를 이겨내야 바이킹 노릇 할 수 있는 걸까?’
갑자기 내 먼 조상인 ‘바이킹’에 대한 존경심이 들 정도로.
차가운 북해의 바다. 따스하게 입어도 춥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내 마음속에서 따뜻한 정의가 느껴지고 있다. 물론 우리 잉글랜드에 유리한 ‘정의’지만. 약자인 폴란드 왕국을 도와준다는 명분이 썩 나쁘진 않잖아?
물론 지금의 나는 그저 그런 세이프 존이 아니라. 직책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해군 최고사령관으로 임명된 존이다.
‘노르망디 대공 존에게 툴루즈 백작 작위를 하사한다. 그대가 바로 잉글랜드 바다의 수호자다.’
이 말은 내가 잉글랜드의 해군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군 최고사령관 자리는 당연히 내 몫이지.’
그동안 나는 경이로운 군함을 개발 및 건조하고, 유능한 제독을 고용했다. 잉글랜드의 왕립 해군이 사실상 나의 수중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주군, 진정한 해적질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정통 바이킹 해적을 약탈하는 엄청난 한탕이라니!”
“해적질이라니, 우리는 약자를 도우러 가는 거요.”
“아, 실례했습니다.”
앞으로 북해의 평화 전도사는 세인트 존이다.
“샤를 경, 가서 평화를 전하러 갑시다.”
“아멘!”
어찌 되었든 우리의 임무는 악독한 북해의 해적들로부터 불쌍한 폴란드 왕국의 상선을 구하는 것이다.
재건된 폴란드 왕국의 육군은 무시할 수 없었지만, 해군 자체는 2차 세계 대전의 이탈리아군처럼 있으나 마나 한 전력이었다.
세상에 버젓이 호위함대가 있는데 해적들에게 두들겨 맞는 수준을 보니 가슴이 옹졸해질 것만 같다.
물론 그렇기에 우리가 가엾고 딱한 폴란드를 돕는 거고.
어디, 멋모르고 지나가는 해적 없나?
“전하, 전방에 해적들입니다.”
“좋아!”
나는 히딩크 감독처럼 어퍼컷을 하고 말았다. 체통을 지켜야 한다는 걸 잠시 망각할 정도로 기쁜 순간이다.
교역로를 침공한 사악한 해적에게 잉글랜드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순간이리라. 물론 이번에는 조금 무서운 공격을 할 거다.
“샤를 경.”
“예, 전하.”
“발포하시오.”
아마 내가 유럽 최초로 해상 포격을 지시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리처드 1세의 함대는 조금 더 있다 출항할 테니 말이다.
“발포하라!”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샤를 제독이 큰 목소리로 명령했다.
“쾅!”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움직이는 표적지에 화포가 발사되었다.
‘기념비적인 실전 포격이군.’
“···!”
“오, 주님.”
“미카엘을 축복이 우리를 돕는다!”
“이게 바로 잉글랜드의 힘?”
내 최측근을 제외한 잉글랜드 왕립해군의 일원들은 첫 해상 포격에 가슴이 웅장해진 모양이다.
덴마크의 국왕이 병에 걸렸다고, 의회 친구들이 정신 나가서 해적 놀이를 하고 있다니. 참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었다.
얼마 뒤 우리는 폴란드 상선에 있는 상인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안심하시고 생업에 종사하셔도 됩니다.”
“흑흑, 감사합니다. 대공이시여!”
“아닙니다. 폴란드 왕국은 우리 잉글랜드의 친우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로마’라는 간판을 단 것들이 우리 잉글랜드를 괴롭히려고 마음먹을 때, 든든한 아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쓸데없는 귀족 의회도 없고. 왕권이 든든한 근세 폴란드는 나름 괜찮은 동맹 상대였다.
이렇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저쪽에서도 우리의 뜻을 이해하겠지?
생각해보니, 근세 프랑스 왕국의 전통적인 동맹도 폴란드 왕국이 아니었던가?
* * *
-덴마크 왕국-
북해 해적을 무찌르고, 덴마크의 난신적자들에게 잉글랜드에 무서움을 알려준 나는 국왕과 며칠 동안 연락을 주고받은 후, 북해의 자랑 덴마크 왕국에 왔다.
“전하, 반역자들이 처형되었나 봅니다.”
오면서 소식을 들었다. 의회 놈 중 몇 명이 본보기 삼아 반역죄로 처형당했다는데, 쯧쯧쯧 그러길래 주군의 말을 잘 들어야지.
성벽에는 반역자들의 목이 매달려 있었다.
잠시 후 나를 맞이하러 덴마크의 국왕 크누드 6세와 근위대가 나왔다.
“어서 오시오. 존.”
“노르망디 대공 존이, 덴마크의 국왕 폐하께 인사드립니다.”
덴마크 국왕의 장모님은 내 친누나인 마틸다였다. 따지고 보면 내 조카사위인 크누드 6세. 훌륭한 사람이지만, 참 안타까운 사람이기도 했다.
이윽고 안내받은 밀실에서 나와 독대를 시작한 크누드 6세가 말했다.
“그대와 나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따지지 않겠지만, 조금 심한 거 아니오? 아무리 의회 놈들의 사병이라고 한들 많은 덴마크인이 죽었소.”
“폐하, 위대한 국왕을 따르지 않은 것은 바이킹인은 숨을 쉬는 것도 아까운 반역자들일 뿐입니다. 예전이었다면 피의 독수리형을 당했을 작자들이지요.”
“예전에 없어진 본국의 극형은 이번 대화 주제에 어울리지 않소. 짐이 궁금한 건 다른 거야. 그래서 스웨덴은 언제 공격할 거요?”
우리가 미쳤다고 스웨덴이랑 직접 싸우겠나? 간접적으로 경고해야지!
“우리는 스웨덴을 공격하지 않을 겁니다.”
“아쉽구려.”
너무 대놓고 아쉬워하는 국왕에게 말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웨덴의 새로운 호주머니를 자처하던 북해 상인 동맹도 좋은 꼴을 보진 못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국왕께서 북해 상인회의 기강을 잡으러 가실 테니 말이죠.”
무려 SSS급 전함 그레이트 윌리엄을 탄 리처드 1세가 뤼벡으로 가신다고!
‘아마 지금은 완성된 한자 동맹이라기 보다는 슬슬 형성되는 북해 상인 연합이긴 하지만, 뒤통수를 쳤다면 각오를 해야지.’
* * *
-유럽, 뤼벡-
잉글랜드 사람들은 13세기에도 혐성국 특유의 DNA가 있다.
자기가 치졸한 짓을 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대의지만, 상대방이 하는 순간 그것을 인류의 위협으로 해석하는 DNA.
북해 해적들이 날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잉글랜드의 ‘경제’를 공격하려는 북해 상인 연합의 삿된 마음이라는 걸 리처드 1세도 알고 있었다.
[이들의 기강을 잡을 필요가 있다.]그래서 아우 존을 덴마큰 인근 해역을 통해 북해 해적들을 토벌하게 하고, 본인은 또 다른 신형 전함 그레이트 윌리엄 호에 승선해 북해 상인연합의 중심지를 노렸다.
사실 잉글랜드 사람들은 앵글로색슨의 후예다. 몸에 있는 치졸한 잉글랜드인 DNA 어딘가에 ‘약탈’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말이다.
상인들의 힘은 함대에서 나오는 법. 당연히 교역로를 지키기 위해 해안을 순찰 중이던 뤼벡의 함대가 잉글랜드 함대를 볼 수밖에 없었고.
곧바로 뤼벡의 함대에서는 난리가 났다.
-후유 우우!
-땡. 땡, 땡.
뿔 나팔과 종소리가 울렸다.
“비상!”
“전방에 잉글랜드 왕립해군입니다.”
“잉글랜드 함대다 우리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함대로 우리를 침공했으니, 맞서야 합니다.”
아무튼 갑자기 들이닥친 잉글랜드 해군에 맞서기 위해 뤼벡의 앞바다를 지키려 했다.
“감히···우리 잉글랜드의 교역을 망하게 하다니.”
리처드 1세가 중얼거렸다. 폴란드와의 교역은 잉글랜드의 중요한 사업이다. 사실 상업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잉여 식량이 필요하다는 것은 중세 시대 사람들도 알고 있는 상식이었으니까.
“저들에게 새로운 공포를 알려주지. 발포하라!”
“예, 폐하!”
존의 기함 산타 마틸다가 했던 것처럼, 그레이트 윌리엄은 13세기 초반 사람들이 처음 겪는 해상 포격을 시작했다.
함포에서 불꽃이 일어났고.
-쾅!
포성이 울렸다.
처음 보는 폭음에 놀란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동로마 제국의 화염 공격인 그리스의 불은 익숙했지만, 이런 생소한 ‘공포’는 처음이었으니까.
“맙소사!”
“잉글랜드가 사탄을 부린다!”
“마리아와 그리스도여. 자비를!”
“전방의 아군 전함이 격침당했다.”
-쾅!
아쉽지만 그레이트 윌리엄의 화약은 아직 넉넉했기에, 잔인하고 두려운 포성을 계속 울려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뤼벡의 제1함대는 나포되거나 침몰했다.
“우리 뤼벡을 침공한 잉글랜드 놈들을 무찔러라, 우리가 더 숫자가 많다.”
물론 북해 상인연합의 힘은 뤼벡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다른 지역 출신 함대가 연합을 이뤄 잉글랜드 함대를 공격했지만.
그들의 함대 역시 백기를 달고 나포당한 전함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틀란티스를 찾아 해저 모험에 떠났다.
“폐하, 대승입니다. 우리 함대는 그야말로 무적함대입니다!”
싱글벙글한 샹파뉴 백작이 웃음 짓는 순간, 리처드 1세는 존을 생각했다.
“약하군··· 역시 존이 고쳐 만든 함대가 옳았어.”
신형 전함 이외에도 여러 ‘전력’을 보강한 잉글랜드의 함대는 강했고, 북해 상인 연합의 함대가 궤멸한 순간, 상륙은 포도주 먹기보다 더 간단한 일이었다.
“우리의 전우 폴란드 왕국의 복수를 하자!”
전우의 복수라는 명분을 입에 담은 리처드 1세는, 직접 기강을 잡기 위해 해안을 약탈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