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56)
콩가루집 막내왕자-156화(156/205)
156화 평화의 사자(2)
뤼벡의 사람들은 훈족보다 더한 잉글랜드의 공포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
매캐한 포연이 대기에 퍼지고, 뤼벡은 잉글랜드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더는 자신을 희생하고 싶은 용병도 없었다.
“도망쳐!”
“개죽음은 싫다고!”
자기 목숨이 우선이었으니까.
하지만 잉글랜드의 장궁의 사정거리는 그들의 생각보다 길었다.
“발사하라!”
-피웅.
화살을 발사하는 잉글랜드 병사들의 눈에는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명분은 잉글랜드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허가된 약탈은 이 시대 최고의 돈벌이가 아니던가?
-으악.
멀리서 잔인하게 표적을 노리는 화살은, 온갖 비명을 만들어냈고.
저 멀리서.
-쾅.
공포 그 자체인 해안 포격이 이루어졌다.
“잉글랜드 놈들이 사탄을 부린다!”
“이런 무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안 그래도 기습 침략에 속수무책이던 뤼벡으로선 더는 버틸 수가 없었고, 곧 항복의 의미로 백기를 들었다.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최근 기세를 높이고 있는 신흥 상인 연합인 북해 연합의 상인들이 좀 더 발악할 줄 알았던 리처드 1세는 무척 아쉬웠다.
“벌써?”
앙주인으로서 게르만족의 발악을 조금 더 지켜보며,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했지만 이미 저쪽에서 항복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목표한 이득을 다 얻기도 했고.
상대편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고 나왔으니 항복을 받아줘야 할 것 아닌가?
“폐하,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자비라…. 하지만 잉글랜드의 자비에는 조건이 있지.”
리처드 1세는 싸움을 좋아하는 국왕이 아니다. 싸움을 피하지 않는 국왕이지.
전쟁이 낭만이 아닌, 재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군주는 무용담에 취한 척만 하지, 정말로 전쟁에 미치지는 않는다.
‘짐이 병력을 동원했으니, 쉽게 용서할 수는 없지.’
단지 해적들을 이용해 분탕만 쳤으면 용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수준의 일이 아니었다. 잉글랜드의 국왕은 이런 것을 지켜봐서는 안 된다.
북해 상인 연합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그들은 떳떳하지 못하게 재화를 운용해 ‘북방 전쟁’을 계획했고, 같은 상인 세력인 베네치아는 물론 스웨덴의 편을 들어 폴란드 왕국에 수작질했다.
이로써 북해 상인 연합이 감당해야 할 조건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 조건은 너무 가혹합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총대를 맨 늙은 상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리처드 1세는 단호하게 말했다.
“가혹하다니, 우리는 그저 평화를 어긴 간악한 상인들로부터 합당한 대가를 받으려는 것뿐이다.”
명분을 거머쥔 해적은 해적이 아니라 정의를 집행하는 용사에 가까웠다.
“어서 평화를 위한 조약에 서명하시오.”
“서명… 하겠습니다.”
“폐하, 모든 일이 처리되었습니다.”
“고생했소.”
사자가 왜 백수의 왕인가? 그것은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도 위험한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짐승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북해 상인 연합에 예절 교육을 완료한 리처드 1세는 조금 전 도착한 연락관에게 물었다.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움직임은?”
“얌전히 있다고 합니다.”
“하여간 영악한 것들… 만약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면 그것대로 좋았을 텐데.”
잉글랜드의 국왕과 노르망디 대공이 부재한 지금.
이럴 때 안 좋은 생각을 실행에 옮긴다면. 제대로 털어먹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에스파냐와 프랑스는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나라가 아니었다.
그래서 리처드 1세는 말했다.
“이제 저지대로 간다.”
* * *
-덴마크 왕국, 수도 로스킬레-
‘역시 형님이야.’
북해 상인 연합을 혼내준 리처드 1세가 다시 저지대의 상인들을 대상으로 예절 교육하고 있다고 들었다. 미래의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쪽인 저지대를 약탈하지는 않겠지만, 확실하게 경고를 해둘 것이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해주겠지.
물론 나라고 마냥 놀고 있진 않았다. 방금, 덴마크 왕국과 잉글랜드 왕국의 기분 좋은 조약이 완료되었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사항의 핵심을 보자면 잉글랜드로서 나쁠 게 없는 조약이다.
“결단에 감사합니다. 폐하, 그리고 발데마르 공작님.”
“잉글랜드가 명분을 쥐었을 때부터 승인될 조약이었소.”
“하하, 그 명망 높은 노르망디 대공과 이해관계가 맞아 다행입니다.”
덴마크 국왕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후계자이자 동생인 발데마르 공작 역시 잉글랜드의 의중을 알고 있는 현명한 사람이었고.
그들의 뜻은 곧 덴마크 왕국의 공식 입장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이대로 해당 조약은 파기되기 전까지 효력을 가지게 되리라.
“우리 덴마크는 잉글랜드의 뜻대로 폴란드 왕국과 상생을 도모할 것이오.”
“감사합니다.”
덴마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잉글랜드에 협조했고, 잉글랜드와 함께 폴란드를 밀어주기로 했다.
거기에 더하여 융숭한 연회도 베풀어주었다.
우리 잉글랜드가 적당히 깽판 쳐 준 덕분에 그 기회를 노려 맘에 안 드는 귀족 모가지를 날린 덴마크 국왕의 기분이 살짝 좋아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크누드 6세 이 양반, 혈색은 좋지만, 건강이 정말 안 좋을 텐데.
“대접받는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로군. 그렇지 않소, 샤를 경.”
“우리의 힘을 보여줬으니까요.”
덴마크는 한때는 잉글랜드마저 지배하고 ‘북해 제국’을 만들었던 강대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잉글랜드보다 한 끗 아래 국가로 평가된다.
내가 제일 믿고 일을 맡기는 샤를. 프랑스 왕국 출신 귀족으로 내가 아끼고 존중하는 봉신이다.
“샤를, 해군 지휘부는 점차 바꿔야 할 거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아크 경과 함께 개발하신 전함은 그 존재만으로 ‘진보’를 떠올리게 하니까요.”
단번에 중세 잉글랜드의 해군 지휘 방침을 ‘싹’ 바꿀 순 없다. 하지만 최대한 가능한 부분에 한해서는 손을 봐야 했다.
10년 대계.
잉글랜드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내 계산이었다.
이제 10년 대계를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내 죽음까지 기틀을 만들 생각이다. 적어도 100년 동안 이어질 성세를 만들어야 한다.
내 아들 제임스… 그리고 내 자손들이 프랑스를 완전히 복속하고, 무너지지 않는 앙주 제국으로 대표되는 100년 성세를.
샤를 경이 있으니 미래 지향형 함대를 계획해볼 수 있으리라.
그러기 위해서 일단 오늘은 쉬어야 할 때다.
“귀관의 잔을 채워주겠소.”
쪼르르.
나는 비워진 샤를의 잔을 와인으로 채워주었다.
“영광입니다, 전하.”
“그동안 제독께서 고생이 많으셨소. 지금은 쉬어 두어야지.”
“암요, 열심히 일하다가 이렇게 쉴 때도 있는 거죠.”
그렇게 샤를과 잔을 나누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로부터 1시간쯤 지났을까?
“대공님, 왕비 전하께서 후원에서 기다리겠으니, 얼른 찾아오라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가족으로서 대화하고 싶다는 조카의 말.
“샤를 경.”
“흠, 저도 이만 취했으니 가보겠습니다.”
나는 시종들을 데리고 후원에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안의 피를 이어 아리따운 외모를 가진 여인이 다가와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숙부님.”
“오랜만입니다, 왕비님.”
덴마크의 왕비는 매형 사자공과 마틸다 누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니 사적으로는 내 조카다.
그 예전 모르땅에서 더부살이하던 매형이 데려왔던 아이 중 하나고.
“다들 물러나거라.”
조카가 목청을 높이자. 호위 기사와 시녀들이 약간 더 우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그제야 조카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듣는 귀가 물러났으니, 이제 숙부가 저를 가족으로 대해도 돼요.”
편하게 반말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거트루트. 눈빛이 무겁구나.”
“그래도 꼴에 일국의 왕비니 그렇죠.”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내 조카딸의 눈빛에는 세월이 조금 담겼다는 거다.
‘그 귀여웠던 녀석이… 많이 달라졌군.’
영어로 거트루트 독일식으로는 게르트루트.
한때 순했던 여자아이는, 세상에 찌든 덴마크의 왕비가 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숙부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너무 하다니.”
“아시잖아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용돈을 안 주었구나?”
“용돈이라뇨… 아직도 제가 어린아이 같나요? 그것 보다는 차후의 일을 논하러 왔어요. 그이가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곧 요단강을 건너겠죠.”
“그렇구나….”
잠시 회복되어 착각할 수 있지만, 크누드 6세의 상태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아마 곧 운명할지도 모른다. 과부가 되면 아마 조카딸은 작센 영지나 수도원으로 가야 할 수도 있었다.
후대의 자식을 낳지 못한 덴마크의 전임 왕비는 아무 의미 없는 자리였으니까.
“걱정 말거라, 이미 다 준비해뒀으니. 네가 편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거다.”
“정말 고마워요. 예전에 더부살이하는 제 가족을 돌보실 때나 지금이나… 숙부님께 의지하게 되네요.”
나는 그런 조카를 보며 말했다.
“이제 국왕께 인사를 드리고 가봐야겠구나.”
“잘 생각하셨어요. 그이는 지금 평온이 필요해요.”
다음날.
병에 걸렸으면서도 눈치 때문에 멀쩡한 척하는 덴마크의 군주를 위해서라도 슬슬 떠날 때다. 그래서 나는 국왕 내외에게 인사를 올리고 출항을 준비했다.
“전하, 폴란드 왕국에서 특사가 왔습니다.”
외교 특사라.
아마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을 것 같다.
“어서 오시오.”
“노르망디 대공을 봬서 참으로 기쁩니다.”
주변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보니 내가 직접 폴란드 왕궁을 방문할 수는 없었다.
전권을 지닌 외교 특사 지크문트가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잉글랜드 덕분에 해적들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해적들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해적으로 위장하는 놈들이 없을 거라는 의미였다.
특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온갖 미사여구가 있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 덕분에 폴란드 왕국의 고민이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전하께서는 우리 폴란드 왕국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를 떠보려고 하는 간단한 질문이다.
“신성한 가톨릭의 방패.”
우리 잉글랜드가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장창이라면 폴란드 왕국은 동로마 제국과 함께 거대한 방패가 되어야 했다.
나의 말이 제법 흥미롭게 들렸는지. 지크문트가 기분 좋게 답했다.
“가톨릭의 신성한 방패라. 그 말씀에 어긋나지 않은 폴란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위대하신 카지미에시 대왕께서는 공과 사가 뚜렷하신 분입니다.”
“본 대공도 잘 알고 있소. 카지미에시 대왕의 총명함을.”
원래 역사에서 폴란드에서 호칭하는 카지미에시 대왕은 카지미에시 2세가 아닌, 먼 후손인 카지미에시 3세를 부르는 말이지만, 지금 행보를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카지미에시 2세는 세이프 존의 안전함을 믿을 정도로 유능한 군주였으니까.
* * *
-노르망디 해안-
-쾅.
남아 있던 화약을 이용하여 이번에는 스웨덴과 몇몇 이교도(북방의 토착 종교인들) 해적들에게 세상의 쓴맛을 보여주었다.
요동치는 파도가 보인다. 지금은 잉글랜드가 강해졌지만, 우리가 겪을 파도는 이것보다 더 높을 것이다.
얼마 전 동방의 소식은 노예들로 알 수 있었다. 신성 몽골제국은 과연 괴물이었다. 두 부족장인 자무카와 테무친이 내전도 하지 않고, 중국을 정복해 버렸다고 했다.
그 큰 대륙을 정복한 만큼 이른바 기독교화라고 하는 영토의 안정화가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내가 더 서두르는 거지.
군항으로 도착할 때쯤, 그레이트 윌리엄이 보였다. 리처드 1세가 먼저 노르망디에 도착한 것 같다.
노르망디에 상륙한 후, 나는 리처드 1세… 아니, 우리 형에게 인사를 올렸다.
“다녀왔습니다. 폐하!”
“아우야, 폴란드와 이야기가 잘 되었다고 들었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아닙니다. 폐하, 잉글랜드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겸손하기는. 자, 어서 민중들의 환영을 받아라.”
곧이어 루앙으로 들어올 때, 인민들은 우리를 환호했다.
“잉글랜드 만세! 리처드 1세 만세, 노르망디 대공 만세!”
“잉글랜드 만세! 리처드 1세 만세, 노르망디 대공 만세!”
“잉글랜드 만세! 리처드 1세 만세, 노르망디 대공 만세!”
만세 삼창.
물론 이들이 기분이 좋은 이유는 나와 리처드 1세가 잉글랜드에 막대한 이득을 주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세상에는 이득 없이 좋아할 사람이 없으니.
‘하지만 이건 북해 친구들 용이고. 나는 다른 곳으로 더 나아가야 할 텐데.’
“전하, 지금 교황 성하께서 급하게 전하를 찾으십니다.”
“성하께서?”
* * *
-교황령, 로마-
그리스도교의 형제를 중재해야 할 교황 쪽에서는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애초에 잉글랜드와 우호적인 교황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명분 역시 애초에 잉글랜드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해 상인 연합을 이용해, 교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많은 유럽인 만큼 남의 나라 장사를 방해하는 덴마크 의회 놈들이 마음이 들 리 없었다. 심지어 잉글랜드를 원수로 생각하는 필리프 2세 또한 이에 동의했다.
교황 비오 2세가 갑자기 쓰러져 병상에 누웠기 때문이다.
“…로타이레 추기경.”
“예, 성하.”
자기가 존을 위해 준비한 주님의 종을 바라보는 비오 2세는. 어린 시절 자신을 구했던 남자아이가 생각났다.
“존이 보고 싶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