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61)
콩가루집 막내왕자-161화(161/205)
161화 삼총사(2)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필리프 2세가 생각했다.
‘존, 당신은 대체 무슨 생각이지?’
원래 역사의 존 왕은 너무나도 단순하고 순수하게 ‘탐욕’을 갈구하는 인물이라 필리프 2세에게 제대로 털리는 사람이지만, 환생자가 존이 된 게 문제였다.
세이프 존은 아랫도리가 재미없을 정도로 고결하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여러 가지로 영악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 필리프 2세마저 짜증 나게 할 정도로 말이다.
선전을 위한 만든 무대에서 존이 선보인 총사대라는 극 중 인물들을 통해 존 왕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잉글랜드만이 유럽의 질서를 수호할 수 있다는 지극히 정치적 메시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필리프 2세는 존 왕자가 프랑스를 노리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필리프 2세 본인도 잉글랜드를 노려 고토 수복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삼총사라는 작품을 보면 작중 잉글랜드의 적대국 ‘프랑크’ 왕국을 악역으로 만들어, 역설적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프랑스에 대한 잉글랜드의 야욕을 보여주었고.
새로운 무기 대포와 머스킷 같은 작중 표현으로 ‘화약 무기’를 이용해 갈팡질팡하는 기사들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그리고 대포를 가지고 있는 몽골 제국과 어떤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지 묘사했다.
일생의 대적인 세이프 존이 한 땀 한 땀 집필했다고 알려진 삼총사를 본 필리프 2세는 생각했다.
“그 화약 무기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해.”
노르망디 대공 존이 머스킷과 대포라 부르는 병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이 개발 사업은 프랑스 왕국이 국가적으로 시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였다.
연금술사, 학자, 기술자, 하급 귀족, 그리고 죽어도 되는 사형수까지 투입되었다.
그 머스킷과 대포라는 혁신적인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말이다.
발전된 무기가 유럽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필리프 2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신무기의 개발이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유럽의 중심에서 프랑스 왕국은 멀어질 거라는 사실도.
프랑스는 동방 출신 노예를 샀고, 운 좋게도 중동의 기술자를 확보했다.
그리고 빠르게 화약 무기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미 중국에서부터 쓰인 만큼, 신무기에 대한 기틀이 아시아 사람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쾅!
굉음과 함께.
“실패라니!”
실험은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불굴에 가까운 의지를 가진 필리프 2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시도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해.”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비대칭 전력을 계속 허용하는 순간, 프랑스는 전략과 전술에서 도태되리라는 것을.
그 원수 같은 잉글랜드가 서유럽을 단어 그대로 독식해 버리는 순간. 프랑스 왕국은 더 이상 위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옛날 로마 제국에게 강탈당하던 갈리아족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래서였다.
필사적으로. 모든 것을 걸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프랑스 왕국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 * *
-동로마 제국, 콘스탄티노폴리스-
그리스어로 번역된 ‘삼총사’가 동로마 제국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존 왕자의 아내인 메리가 사람을 보내 콘스탄티노폴리스에 ‘명작’을 풀어 버린 것이다.
콧대 높은 세계 제국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시민들도 감탄할 정도로 앙주 귀족 달타냥의 일대기는 재밌었다.
“걸작이다!”
“이런 문학이 있다니!”
로마인보다 그리스인의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동로마 제국 사람들도 인정하는 삼총사는 금세 유행을 탔다.
“프랑크, 이거 그냥 프랑스 아니야.”
“이렇게 문학으로 프랑스 왕국을 공격할 수도 있구나!”
작가인 존 왕자의 추신대로라면 가상의 왕국 프랑크 왕국이 들어 있는 창작물이라고 했지만, 머리 좋은 동로마의 시민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애초에 삼총사는 서프랑스 지역의 사람들을 완전한 앙주인으로 만들겠다는 잉글랜드의 정치적인 작품 아닌가?
주인공 이름이 잉글랜드식이 아닌 프랑스식으로 만들어진 것부터가 너무 노골적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내용을 빼고 보았을 때, 더 흥미로운 것은 바로 소설 속 머스킷이다.
그 물건을 처음 본 무지렁이 농노도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는 개인화기 머스킷.
이 머스킷과 파이크를 이용해 기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동로마 제국의 각 계층에 큰 인상을 주었고.
존 왕자가 대포 이후 새롭게 발명한 개인화기가 실존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잉글랜드 본토의 공연에서 상연되는 삼총사에서 배우들이 홍보용으로 직접 머스킷을 발사했고, 직접 두 눈으로 이것을 ‘목격’한 동로마 사람들이 그 위력을 온 유럽에 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시간이 지나 로마 제국의 진정한 적자라고 자부하는 동로마 제국의 사람들 역시, 잉글랜드의 신무기가 가진 전략적 가치를 깨달았다.
이제 가장 강력한 선진 무기는 동로마 제국에서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말 그대로 옛이야기가 된 것이다.
“언제까지 그리스의 불만 쓸 수 없다.”
황제 알렉시오스 2세 역시 그 문제에 공감했다.
각 계층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프랑스 왕국처럼 동로마 제국 역시 신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랑스 왕국처럼 쉽게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쾅.
총열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또 실패인가.”
“폐하… 황공합니다.”
“아니요. 계속 시도하다 보면 우리도 존이 발명한 화약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겠지.”
단 하루 만에 익는 포도주는 없다. 그래서 알렉시오스 2세는 조금 여유를 갖기로 했다. 이런 일은 서두른다고 좋을 게 없었다.
그나마 희망이 있는 건 기술 대신의 보고문과 재상의 자신감이다.
“그래도 아직…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초에 원리는 알아내지 않았습니까?”
재상의 말에 알렉시오스 2세가 말했다.
“그게 수상하다고 생각하오.”
잉글랜드에 있는 무기 제조법이 일부 유출되었다.
처음에는 이민국(정보부)의 유능함인 줄 알았지만, 생각해보니 잘못된 제조법의 유포를 위한 존 왕자의 수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실 동로마 제국은 급했다.
유럽의 중심지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프랑스 왕국과 같으면서도 다른 이유 때문이다.
지금 주변의 정세 역시 그렇게 평화롭다고 볼 수 없었다.
[성서의 민족이여, 몽골의 위협은 우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오.]살라딘과.
[로마의 황제 폐하, 우리는 몽골과의 전쟁을 각오해야 합니다.]카지미에시 2세의 편지 때문이다.
동쪽에서 전해져오는 편지들, 그리고 지금 덮은 ‘삼총사’의 내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알렉시오스 2세는 마음이 복잡했다.
‘존 왕자 당신은 대체 어딜 보고 계시는 거요?’
알렉시오스 2세는 궁금했다.
자신에게 은인이며, 유럽 패권을 다툴 새로운 대적자인 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 * *
-잉글랜드, 캉 주-
한동안 바빴다.
[잉글랜드만 그런 무기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유럽의 평화를 위해 진보는 공유되어야 합니다.]여러 특사들이 나를 찾아와 ‘머스킷, 그거 우리도 알려줘라!’라는 개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역시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유럽다웠다. 잉글랜드가 유일하게 대포와 머스킷을 개발했으니, 노력도 안 하고 그 제조법을 강탈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하지만 우리 잉글랜드가 눈치 볼 필요는 없었다. 다른 방식으로 유럽을 바쁘게 하면 된다. 나는 제조법의 일정 부분을 유출했다.
‘저’들이 첩보를 통해 제조법을 알아냈다는 착각을 주면서 말이다.
아마 지금 많은 나라가 내가 알려준 유사 제조법으로 개발 사업에 뛰어들 것이다. 제조법이 완전 거짓은 아니니 성과도 조금 보일 테고.
끝내는 제발 잉글랜드산 화약 무기를 팔아 달라고 하겠지?
아무튼 내가 할 일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몽골과의 결전을 대비해야 한다.
‘캉의 내정도 조금은 신경 써야 하고.’
요즘따라 캉과 루앙을 왔다 갔다 해도, 같은 노르망디라 그런지 다른 ‘주’에서 이동하는 것처럼 피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중세의 길은 험했다.
하지만 그런 험한 길도 얼마 전부터 꽤 편해졌다.
“대공 전하, 앙주 도로 공사 덕분에 이동이 편해졌습니다.”
알려주신 포장 도로 공사가 끝났기 때문이다.
현대와 비교하면 원시적인 시멘트였지만, 알프스 인근 석회석으로 제법 그럴듯한 시멘트 도로를 얼마 전에 완성했다.
우리 형 리처드 1세와 앙주 가문의 국장을 생각하며 그 이름을 ‘사자의 길’로 지었다.
도로의 건설비가 생각보다 비싸, 지금은 수도가 있는 지역인 노르망디 쪽부터 하고 있었지만. 다음은 노르망디와 아키텐을 이어줄 도로를 만들 계획이었다.
물론 나는 또 모아둔 재화를 소모해야 하겠지.
정말 다행히도 나를 대신해 아키텐을 운영하는 제임스 녀석과 아버지 브리튼 대공 덕분에 일이 줄어들었지만, 재상으로서 국왕의 직할령을 ‘운용’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나는 잠이 들었다. 일이 고되니 잠드는 게 빨랐다.
피비린내가 나는 서울 도심부를 이동하는 남자가 보이는 꿈.
[살, 살려주세요 대장…] [살아 남는 게 우선이다. 자비는 사치일 뿐.]-탕.
적이 보이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죽이고, 배신의 낌새가 보이거나 방해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휘하 사람을 가감 없이 버리는.
혼혈 독재자로 불리는 남자가 바로 나다.
혼혈인 주제에 어이없게 징집되고, 그 와중에 비극을 겪은 전생의 나, 샤를 리.
물론 꿈속에서 내가 즉결 처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죄책감이 들거나, 괴롭진 않았다. 꿈은 꿈일 뿐이었다.
“전하, 아침 미사 시간입니다.”
“알았소.”
‘몽골족을 막기 위해서도 많은 희생이 필요하겠지.’
씁쓸한 세상살이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지만, 다시 냉정하게 이성을 갈무리했다.
그래, 다시 일어날 시간이다.
* * *
-1203년, 잉글랜드 수도 루앙-
오늘은 여러 부작으로 나눈 삼총사의 마지막 회가 공연되는 날이다.
간악한 프랑크의 사내를 무찌른 삼총사들은.
[기사의 본분을 잊은 자들이여~ 망각하지 마라, 우리는 위대한 앙주인의 후예들이다! 하느님 잉글랜드의 국왕을 보호하소서!]-탕, 탕.
작중 이웃 나라인 프랑크 앙국을 제압한 후, 노래와 함께 머스킷을 하늘로 발사하며 신무기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달타냥,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주연의 이름 자체가 프랑스 사람이지만, 우리 위대한 잉글랜드는 앙주인이라면 너도나도 품어주는 보편 왕국이니. 상관없는 일이다.
삼총사의 결말에는 동방 경교를 자칭하는 이단 유목민 신성몽골제국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잉글랜드의 모습이 나오고.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온 유럽이, 두려운 이단에 맞서기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진정한 마지막은 죄를 회개한 프랑크 왕국과 손에 손잡고. 최후의 십자군을 준비하는 내용이다. 아무리 적이라도 몽골이라는 이단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는 훈훈한 결말이었다.
그렇게 머스킷 일발을 발사한 이들은 다 함께 ‘리처드 1세 만세!’를 제창하고.
주연을 맡은 프랑수아가 ‘이 무대는 잉글랜드의 국왕께 바치는 것입니다.’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어떻습니까?”
“만족스럽구나.”
“그래서 몽골족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
“폐하, 폴란드 왕국을 지원 중입니다.”
“잘하고 있구나.”
솔직히 내가 진심으로 지원하는 건 폴란드였다.
폴란드가 버텨야 나와 협조한 덴마크가 그만큼의 지원을 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슬람 친구들과 동로마 제국 사람들은 차라리 알아서 당했으면 좋겠다.
내가 이슬람 세력에게 원수나 마찬가지니, 이제라도 몽골족을 위해 손을 잡자는 이야기도 할 수 없을 터였다. 아직도 살아 있는 살라딘은 이슬람 세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본인의 장점인 융통성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콧대 높은 동로마 제국 사람들은 내가 어떠한 경고하더라도 듣지 않을 거였다. 함께 이슬람을 무찌르는 성전을 할 때는 그래도 잉글랜드와 동로마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겠지만.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금, 아무리 내가 알렉시오스 2세와 친분이 있다고 한들, 제국 내부에서는 ‘몽골’의 위협을 부정할 것이다.
하…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