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65)
콩가루집 막내왕자-165화(165/205)
165화 비가 내린다(1)
(1204년의 역사는 간단하다. 동방의 테무친, 서방의 존.
―로베스피에르, 존 1세의 시대 中―)
* * *
‘이곳이 동방인가?’
젊고 잘생긴 서방인은.
피비린내가 나는 전장을 바라보다가 손을 올렸고. 부관은 그 모습을 보며 깃발을 올렸다.
포격 명령이다.
―쾅.
저 너머에 있는 포병들이 신호를 확인했는지, 약속한 대로 포격이 이루어졌다.
‘갑작스레 포격이라니. 저들마저 화약을 가졌단 말인가?’
졸지에 포격을 당한 몽골군은 놀랬다.
사실 그들이 놀란 이유는 갑작스러운 포격 때문만은 아니다.
몽골은 알고 있다. 화약의 자기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대응 포격을 시행하라!”
―쾅.
몽골군은 대응 포격을 하며 새로운 군대들을 견제했지만. 몽골군의 고려 방면 지휘관 주치는 지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천부장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고려를 담그려고 왔는데, 여러 방해꾼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늘어난 송나라의 부흥군, 가마쿠라 막부군에 이어.
코쟁이들의 군대가 밀려 들어온 것은 절대 예상할 수 없는 일이고, 갑자기 일어난 변수로 인해 몽골군은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건, 새로운 군대가 올 때까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냐는 것이다.
“후퇴하라!”
몽골의 눈과 귀가 ‘적’들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서역인의 남자는 손을 올리며 말했다.
“추격하지 마라, 분명 매복이 있겠지.”
남자는 존의 명령을 따라 이역만리 동방에까지 온 충성스러운 기사였다.
단지 충성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 기사였다.
존 왕자가 지시한 ‘화약의 길’을 만들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한 지휘관이기도 하고.
‘이곳까지 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몽골군의 병력이 퇴각한 모습을 본 최충헌이 서역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소관은 동방의 언어도 제법 잘합니다.”
“…!”
살짝 억양이 다르지만, 잘 들리는 고려말.
‘우리 말에 이렇게 익숙한 서역인이라니.’
최충헌은 놀랐다.
물론 고려와 교역을 위해 벽란도로 들어오는 중동인과 서역인은 적지 않고, 고려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유창한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동방 노예들과 악불회의 도움으로 중국어와 고려어 아랍어까지 모두 잘하는 잉글랜드의 언어 천재. 그는 예전 헨리 2세로 불린 남자의 아랫도리로 태어난 사생아 중 하나인 롱스피다.
그는 홍해라는 길목을 통해, 고려까지 올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알렉산드리아 공국과 수에즈 공국이 존을 도왔기 때문이다
수에즈 공국의 주인이 줄츠바흐 백작 측근인 건 공연한 비밀이지만, 사실상 수에즈 공국을 경영하는 줄츠바흐 백작이 노르망디 대공비 메리의 외할아버지라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었다.
“지금 고려를 정복하기 위해 온 몽골의 장수는 주치입니다. 몽골의 황제는 서쪽으로 진군 중이고요. 본대가 아니기에 고려의 살길이 있습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최충헌이 물었다.
“우리 말을 어찌 그리 능숙하게 하는 거요?”
“나의 주군을 존을 위해서 말입니다.”
원래 역사에서 존 왕의 머저리 같은 행동에 분노해 프랑스 왕국을 도왔던 롱스피는, 역사가 바뀌어 존 왕자를 위해 고려를 도우러 왔다. 정확히는 몽골의 뒷덜미를 잡으러 왔다.
* * *
―1204년, 유럽―
한동안 세이프 존은 조용했다.
그래서 유럽에 있는 많은 위정자가 안심했다.
분명 이유가 있었다.
리처드 1세와 존의 공동 손자인 윌리엄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정통성을 가득 품고 태어난 후계자의 탄생으로 존은 별다른 정치적, 외교적 행보를 하지 않고 아키텐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존이 활동하지 않자, 서유럽은 고요했다.
‘이제 유럽은 평화로운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유럽이 어떤 동네인가? 보이지 않는 싸움을 수도 없이 하는 전쟁터 아니었던가?
빈틈이 보이는 나라를 치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것이 야수 같은 유럽의 외교판이다.
물론 프랑스, 에스파냐, 잉글랜드같은 나라는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중소 약소국도 그럴 수 있을까?
“… 좋은 일이야, 우리에게 기회가 생겼으니.”
존과 친밀한 합스부르크 가문의 백작은 웃음을 지었다.
“주군, 명령을 내려주소서.”
“이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허가했다. 안으로부터 분열시켜.”
합스부르크 백작은 미래의 스위스라 불리는 헬베티아 변방을 하나둘 차지하려 기세를 올렸다.
고증대로 말이다.
* * *
잉글랜드의 국왕과 왕비인 형과 형수님은 나랏일이 바빠 루앙으로 먼저 갔다.
‘하…나도 루앙에 가야겠지.’
나는 손자와의 애틋한 시간과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귀여운 윌리엄과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아우우!”
“그래, 나도 아쉽구나.”
안아봐도, 안아봐도 질리지 않는 사랑스러운 내 손자. 자기 할아버지를 알아보기라도 하는 듯 온갖 애교를 부리는 아기 천사 때문에 내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
마치 내가 곧 떠날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애교 빈도도 늘어났다.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할아버지인 것 같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완전히 늙은 것 같지만, 나는 생일이 지나지 않은 66년생 존이라 아직 38살이다.
손자 윌리엄과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얻는 손자인 만큼 더 애정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하, 편지입니다.”
“고맙소.”
[전하, 동방에 도착했습니다. 몽골을 증오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았고, 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켰습니다.]롱스피.
나의 많고 많은 이복동생 중에서 제일 자신 있게 이 임무를 맡겠다고 한 고마운 동생이다.
아무리 수에즈 공국이 도와줬다 해도 그 과정이 힘들 텐데.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그렇게 이복동생의 편지를 읽은 나는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존.”
“예, 아버지.”
나를 보는 브리튼 대공 헨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뭐야 갑자기 왜 이리 진중한 얼굴을 하는데. 설마, 나한테 말하지 못한 사생아가 한 명 더 있다는 건 아니겠죠, 아버지?
“나는 내 작위를 브리튼 대공이라 정했다.”
“그랬죠.”
“이제… 작위 값을 해야지. 이 아버지는 이제 잉글랜드에 가련다. 거기서 마지막 생애를 보낸 생각이야.”
“브리튼으로 가신다고요?”
“그래….”
브리튼은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가 있는 거대한 섬.
브리튼 대공이라는 작위를 가지고, 한 번도 브리튼 섬으로 가지 않았던 아버지는 이제 작위의 이름값을 하려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물었다.
“그냥 루앙에서 편의 지내시지 않고요?”
“리처드 국왕이 있는데, 이 늙은이가 어찌 수도로 가겠느냐. 게다가 잉글랜드는 내 고향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유서 깊은 곳이야. 그곳이 나의 왕관이었으니.”
지엽적인 말이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아버지의 고향은 프랑스 지역의 르망이었고, 아버지가 브리튼 내전을 일으킨 이유는 그곳에 잉글랜드의 왕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사람이 교황이 되었고, 나의 조국이 강대해졌고, 나의 후손이 번창해 증손자인 윌리엄을 보기까지 했으니. 이 아비는 사내로서 모든 걸 이뤘어.”
마지막 제자나 다름없는 든든한 손자 제임스와 귀여운 증손자 윌리엄까지 본 아버지 헨리는 이제 여한이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아직 해결 못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남았군요.”
핵심을 찌르는 나의 말에 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부부의 전쟁을 끝내야겠지. 죽기 전까지 말이다.”
사실 부부싸움을 내전 수준으로 했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 늙어서 화해한 지 오래다. 하지만 젊은 시절 아버지는 한창때의 어머니보다 더 많은 죄를 지었고. 아직도 죄책감을 가졌다.
“아버지의 행운을 빕니다.”
“너의 개혁이 성공하길….”
그렇게 아버지는 떠나셨다. 어머니와 함께 말이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 * *
여섯 봉신의 이름을 불렀다.
“아미아르, 피터, 고드프리, 로빈, 샤를, 악불회.”
태어난 동네는 다르지만, 나의 봉신이 된 6명의 남자.
내가 생각하는 이들은 세이프 존의 많고 많은 측근 중에 나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질 이들이다.
―예, 전하.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다만, 내가 이 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해야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잉글랜드의 혼란을 만들지도 모르오.”
첩보를 통해 나의 반대파들이 파벌을 형성하는 걸 들었다. 세대를 초월해 잉글랜드의 격변을 우려하는 ‘신중파’다.
이들은 단순히 반 노르망디 대공 파벌이 아니다. 단지 나와 다른 방향으로 잉글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중소 파벌인 브리튼 파, 노르망디 파, 브르타뉴파 같은 소규모 파벌들도 생겨났다. 슬슬 정치 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밖에서 보기에는 손자의 탄생으로 일종의 안식년을 보냈다고 생각하겠지만, 더 심각하게 사태를 생각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 더 정확히는 확실한 준비를 위해서 소리 없이 많은 걸 준비했다.
개혁이란 결국 전쟁이다. 왜냐하면 어떤 개혁을 해도 손해 보는 사람이 있을 테고 손해 볼 것이 가장 많은 보수층의 저항은 필연적이다.
다행인 것은 국왕인 리처드 1세와 싸울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해관계란 무엇일까? 나와 리처드 형은 몽골족에게 대비하기 위한 개혁을 공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왕에게만 의지해서 이룰 수 있는 개혁은 없다.’
순진하게 사람만을 믿으면 안 된다. ‘상황’도 믿어야 한다. 정치라는 것은 참으로 잔혹한 것이라서 좀 더 뒷일을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몰라.’
그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나의 바로 옆에 말이다.
내 앞에 있는 백발의 귀족.
어쩌면 구 귀족 중에 가장 나에게 호의적인 귀족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백부님.”
바로 나의 큰아버지(사생아 출신)인 서리 백작이다.
“말씀하시오. 대공.”
“아마 앞으로는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잉글랜드가 언제는 평화로웠소? 노르만 왕가의 몰락을 생각하면, 앙주 왕가가 통치하는 지금의 잉글랜드는 평온한 겁니다.”
백부님은 웃었다. 마치 자기의 젊은 시절에 이루어진 혼란에 비하면, 지금은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앞으로 이 조카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오.”
이야기가 끝난 나는 마차에 들어왔다.
“메리, 당신도 준비가 끝났소?”
그러자 아내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확실하게 내조할 거니까요.”
그래, 이제 준비는 끝났다.
* * *
루앙에 도착한 후, 리처드 1세에게 부복하는 찰나의 순간 나는 이곳에 있는 귀족들을 보았다.
여러 시선이 느껴졌다.
나에게 호의적인 눈빛을 하는 사람들, 이 자들은 나와 이해관계가 맞은 귀족들이다. 아마 내가 개혁하더라도 어지간히 따라 줄 것이다. 대다수가 앞으로의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니까.
나에게 감흥 없는 눈빛을 하는 사람들, 이 자들은 공식적으로 나와 다른 노선에 있는 귀족들이다. 이들은 나의 행보를 냉정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그들은 내 행보에 따라 자기의 것을 지키기 위해 돌변할 사람들이니까.
나에게 우려 섞인 눈빛을 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중립이다. 일단은 방관자로 있겠지만, 나의 행보에 따라 본인의 정치적 위치를 바꿀 사람이다.
아무튼 나는 리처드 형에게 예의를 표하며 말했다.
“폐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리처드 형에게 전해줄 수 없었다.
“폐하, 큰일 났습니다. 옥스퍼드 백작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 세이프 존의 할머니 마틸다의 측근이자, 헨리 2세, 리처드 1세를 섬긴 잉글랜드의 거목이 운명했다.
옥스퍼드 백작. 그는 잉글랜드의 권력자인 주제에 갈등을 싫어하던 늙은 귀족이었다.
그가 죽었다는 것은, 그의 자리를 아들 로버트가 물려받는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