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66)
콩가루집 막내왕자-166화(166/205)
166화 비가 내린다(2)
옥스퍼드 백작.
잉글랜드의 권력 서열에서 가장 중요한 중신 중 하나였다. 그가 유명한 이유는 잉글랜드의 번영을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은 충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반드시 얻어야 할 이익을 포기해 잉글랜드의 번영만을 생각했다.
그것이 혼란스러웠던 잉글랜드에서 모든 시간을 보냈던 옥스퍼드 백작의 신념이었다
물론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는 그리 좋지 못한 행동이었다.
“당신이 마음만 먹었다면, 7귀족보다 더 고귀한 사람이 되었을 거예요. 잉글랜드를 위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하지만 당신은 더 높은 자리에 오르지 않았죠.”
아내의 푸념에 늙은 귀족이 웃었다.
“하하… 헨리(헨리 2세) 형님이 그걸 허락했을 것 같소?”
“갈 때가 되니 이제 퇴임한 군주의 이름을 막 부르네요.”
“그분은 나의 의형제였으니까….”
오래전 잉글랜드의 내전에서 서로의 목숨을 구하며 동고동락했던 젊고 야망 있는 앙주 백작 헨리를 모시던 과거가 생각나는 옥스퍼드 백작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여보. 이제 내 몸도 한계인 것 같소. 이제 정말 요단강이 보이고 있소.”
“요단강이라, 늙은 몸에 당신 애를 낳느라고 수십 번은 넘게 보았어요.”
“….”
하지만 그렇기에 아내 입장에서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더 오래 살아야죠. 당신 아들 로버트는 아직 어리잖아요.”
늙은 귀부인은 남편이 곧 죽을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남겨진 아들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무심했던 남편에게 아들의 문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아내의 걱정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아무 고민 없이 말했다.
“그 아이는 알아서 잘할 거요. 당신도 잘 알잖소? 그 아이는 난세에는 권신이 되겠지만, 지금처럼 강력하고 지혜로운 군주가 있을 때는 나와 같은 충성스러운 기사가 될 것이니.”
“참…말은 잘해요.”
“나는… 이제 가오. 그동안 나를 사랑해주어 참 고마웠소, 나의 사랑.”
그렇게 부인을 바라보며 주름진 미소를 지었던 옥스퍼드 백작은, 시선을 돌리더니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틸다 여왕…나의 진정한 주군이여, 이번에도 당신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오래전 과거를 회상한 걸까? 보여서는 안 될 사람이 보이는 걸까?
앙주 백작 부인은 가능했지만, 결코 잉글랜드의 ‘여왕’이 될 수 없었던 가련한 누군가를 떠올리며 늙은 귀족이 죽었다.
“이 인간, 마지막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아.”
평생을 가족보다 잉글랜드를 우선으로 생각했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 남편의 식어가는 손을 잡은 늙은 귀부인이 중얼거렸다.
“로버트는 당신과 달라….”
늙은 나이에 로버트라는 아들을 얻을 수 있었던 귀부인은 눈물을 흘렸다. 애증이 담긴 눈물이었다.
남편의 시대가 끝났다.
* * *
―1204년 잉글랜드, 루앙―
옥스퍼드 백작의 죽음.
그것은 잉글랜드에서 엄청난 파급력이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잉글랜드에 충성한 늙은 기사 옥스퍼드 백작 앤드루는 평소에는 조용했지만, 그가 가진 정치적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괜히 우리 리처드 형이 내전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서 주님의 말씀을 전합시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집도 사제의 말을 끝으로 옥스퍼드 백작의 장례 미사가 끝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계에는 격변이 일었다.
신임 옥스퍼드 백작 로버트가 전면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아버지의 봉신들을 흡수했고. 그동안 보여준 정치적 행보와 다르게 직접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나와도 관계가 있었다.
‘하, 재밌군.’
장례 미사가 끝나고 아버지의 작위를 이은 신임 옥스퍼드 백작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동서양 어느 문화권이나 식사에 초대받는다는 것은 다름대로 나를 좋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그 초대를 곧바로 수락했다.
“이렇게 마주하니 큰 영광입니다. 대장경 각하.”
옥스퍼드 백작이 나의 직책을 불러 나를 ‘재상’으로 대했지만. 여기서 나는 재상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지금 나는 노르망디 대공으로서 온 거요.”
나는 이 자리에서 왕위계승자로 불리길 원했다.
“그렇군요, 제가 그 생각 못했습니다. 노르망디 대공 전하.”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 시간이 있었다.
저녁 식사의 요리는 맛있었지만. 그것뿐이었다. 애초에 이곳에는 음식의 맛을 즐기기보다 새로운 옥스퍼드 백작 로버트를 제대로 알아가려는 목적이 급했으니까.
‘나와 동갑내기 중에 이런 실력자가 있다니.’
옥스퍼드 백작 로버트.
우연인지 필연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는 나와 비슷한 1166년생이다.
할리우드의 배우가 연상될 정도로 무척이나 잘생긴 얼굴에, 다부진 근육을 가지고 있는 외모.
그리고 여러 귀족에게 인정받은 ‘총명’, 잉글랜드의 살아있는 테오도시우스 성벽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만큼 틈을 보이지 않는 처세술을 보이는 남자다.
그동안은 그저 옥스퍼드 백작 앤드루의 아들로밖에 여기지 않았으나, 내가 아키텐의 대공으로 임명된 이후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더니, 새로운 옥스퍼드 백작이 된 이후 전면적으로 본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세이프 존이 권력에 정점을 다가갈 때, 모습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아무튼 격식 있는 식사를 마치고, 포도주를 마실 때. 옥스퍼드 백작이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공을 흠모했습니다.”
처음부터 아부는 아닐 것이다. 겉치레하는 말이겠지.
“그렇소?”
“누구보다 위대한 음유시를 만드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시들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아주 여러 해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아녜스― 날 사랑하고 내 사랑받는 걸 거부했지만, 그건 가슴 아픈 이유였어요~”
‘그걸 다 외웠네. 하….’
아녜스 공주에게 마지막으로 거절당할 때 읊었던 러브 존의 음유시였다.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음유시였소. 그 당시에는 아녜스 공주 같은 미녀가 없었지. 다행히 그에 못지않은 미녀 메리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지만.”
“하하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그때 전하를 흠모해 십자군도 참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당시 몸이 좋지 않아 십자군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일한 아들이니까요.”
.
.
.
.
그렇게 대화가 오가다가.
“머스킷은 대단한 무기입니다. 우리 귀족들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주는 신무기니까요.”
머스킷 이야기까지 나왔다.
나와 동갑내기 귀족 옥스퍼드 백작은 벌써 내가 머스킷으로 이루려는 것을 짐작한 모양이다.
“옥스퍼드 백작께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그리고 본인 역시 귀족이오.”
“하하하, 하지만 전하께서는 왕위계승자 아니십니까?”
“뭐 머스킷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시간이 늦어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 노르망디 대공 전하.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저는 대공과 뜻이 같지는 않지만, 잉글랜드를 생각하는 귀족입니다.”
“나도 잘 부탁드리오.”
그리고 나와 옥스퍼드 백작은 악수했다.
지금 손을 맞잡으며 내가 느끼는 옥스퍼드 백작은 무색무취. 아무 색깔도 냄새도 나지 않는 느낌이다.
본인을 감추면서, 빈틈을 전혀 보이지 않은 작자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그래 나는 이걸 원했어.’
이런 중세 시대에서 이렇게 생각이 트인 귀족이라.
만만치 않은 남자다.
* * *
―잉글랜드, 수도 루앙―
왕실 자문회가 시작되었고, 재상으로서 이 회의에 참석했다.
“대장경, 앞으로 잉글랜드가 필요한 것이 무엇이오?”
국왕의 물음에 나는 자신 있게 답했다.
“폐하와 새로운 잉글랜드를 위한 궁전을 건축하는 겁니다.”
“…!”
나의 말에 내 파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특히 샹파뉴 백작 앙리와 옥스퍼드 백작 로버트의 눈빛이 묘했다.
이 사람들, 내가 바로 개혁을 입에 올릴 줄 알았나 보다.
물론 내가 개혁을 중요시하지만, 초장부터 개혁을 입에 담을 애송이는 아니었다. 리처드 형이 개혁을 지지해줄지언정, 귀족들에 대한 설득도 필요하다.
이른바 모든 것을 말하기 전에는 차근차근 빌드업이 필요한 법.
일단 나는 궁전 건축을 주장했다.
“굳이 건설할 필요가 있소? 노르망디의 내성이 있거늘.”
이 시대에는 군주를 위한 궁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구태여 굳이 많은 돈을 써서 건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군주도 많았다.
외부에 노출된 궁전보다 기능적인 요새로서의 성곽을 더 선호하는 리처드 형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할 말은 한다. 스위트 존.
“궁전은 꼭 필요합니다. 윌리엄 대왕 이후로, 루앙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가 바로 폐하시지 않습니까?”
리처드 형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내가 처음으로 의논할 문제가 궁전임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뭐, 나중에 내 ‘궁전’이 되기도 할 거니까. 필요한 일은 맞고, 지금의 나는 진심이다.
나의 진심이 전해졌을까? 가만히 내 모습을 지켜보던 귀족 중 생각이 드러나는 사람들은 마음이 복잡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영광된 건축을 위해서 먼저 시급하게 해결할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뭐요?”
리처드 형의 물음에 나는 새삼 원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잉글랜드의 징세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동안 생각했던 의견을 담담하게 국왕에게 고했다. 아니, 굳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사실상 지금 잉글랜드에 필요한 일이니까.
“문제가 있다니, 그렇다면 짐의 대리인 중에 도둑놈들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그러합니다.”
프랑스 에스파냐와 달리 노르만 왕가의 초대 군주 윌리엄 1세가 둠즈데이 북도 징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후, 잉글랜드는 적어도 ‘세금’에 한해서는 중앙집권이 이루어진 국가다.
바꾸어 말하면 잉글랜드 왕국의 세금은 국왕의 권리이자 역린이라는 뜻이다.
“하… 이것들이.”
당연히 리처드 형은 분노했지만, 아직 이성을 갈무리했다.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선 듯 차분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잠깐, 증거가 있소?”
당연하지, 징세 문제는 내가 쥐새끼 같은 작자들을 위해 만든 기습 공격이니까.
“그동안 많은 물증을 확보했습니다.”
“샹파뉴 백작, 대장경이 준비한 문서를 가져오게.”
나에게 받은 증거를 읽은 리처드 형은 분노했다.
“이런 죽일 자들을 보았나!”
설마 이렇게 겁 없는 징세관들이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긴, 오리지널 존 왕 시절에도 잉글랜드의 인민들을 오징어 짜듯 괴롭히면서 정작 멍청한 존 왕에게까지 세금을 숨긴 사람들이 징세관들이고. 내가 역사를 바꾼 지금도 이런 쓰레기 같은 자들이 있었다.
“폐하, 저는 대장경을 맡은 이래 징세관에 대한 부정부패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탄식을 금치 못했습니다. 징세관들이 폐하를 속였습니다.”
“의심하지 않고, 그들에게 짐의 업무를 대리했는데, 이렇게. 그들은 목이 두 개나 되는가 보오.”
18세기 말 프랑스 왕가가 몰락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징세관의 탐욕이었다. 쓸데없이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는 주제에 착복까지 해버리는 징세관의 존재만으로 나라가 기울기 쉽다는 것이다.
일단은 하나다.
징세관을 통해 더러운 수작질을 하려는 귀족들을 청소해야 한다.
내 영지에 쥐새끼들은 처리한 지 오래지만, 감히 리처드 형을 속였던 쥐새끼들 말이다.
“폐하를 기만한 자들을 처벌해야 합니다.”
“흠….”
‘아마 지금 리처드 형은 어디까지 족쳐야 할지 고민이겠지.’
나의 말에 설득된 리처드 형이 ‘선’을 고민하는 순간.
“폐하, 저 역시 명예로운 귀족으로서 대장경을 돕고 싶습니다.”
옥스퍼드 백작이 끼어들었다.
‘하…이 사람은 무슨 생각이지?’
솔직히 옥스퍼드 백작이 나를 반대할 줄 알았다. 하지만 도리어 나를 도왔다.
당연하게도 순수한 선의를 아닐 텐데, 무슨 생각인 건가?
“그렇게 하도록 하시오.”
국왕이 결정했다.
* * *
결국, 국왕은 대장경 존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잉글랜드에는 광풍이 불었다.
비렁뱅이처럼 위장한 남자가.
사자가 3마리 그려진 사자패를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흑사자가 운다!
“감찰병들이야.”
바로 그 순간 매복하고 있던 군사들이 움직이고.
“타락한 세리는 체포한다.”
타락한 세리들이 표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