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72)
콩가루집 막내왕자-172화(172/205)
172화 공동 왕(4)
세이프 존은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별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원래 역사와 달리 지금의 세이프 존은 세상에 파란을 일으킬 정도로 제법 명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늘 짜릿하고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가 삼총사부터 시작해 크라쿠프에서 온 편지, 동방견문록으로 몽골에 대한 위험을 수도 없이 경고할 당시.
사람들은 ‘이 사람이 또 관심병이 도졌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유럽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도 바빠죽겠는데, 몽골 문제까지 알게 무엇인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존 왕자가 애매모호하게 언급했던 묵시록의 예언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유럽은 지금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미 훌륭한 선례가 있지 않은가 자신들의 조상인 게르만족이나, 그 공포의 훈족이라는 선례가 말이다.
그렇게 유럽이 몽골에 대한 두려움을 차차 알아가고 있을 때.
“좋아, 내 투자가 성공했군.”
이미 오래전부터 낌새를 눈치채 군수물자에 많은 재산을 투자한 남자가 웃었다.
“우리 아버지는 역시 대단하신 분이야.”
“아니, 그렇게 좋습니까?”
“당연하지. 나는 황금이 좋아.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
그리고 존의 둘째 아들 찰스는 선지자 세이프 존의 예언이 적중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럼 나는 아버지의 예언이 적중한 기념으로 술이나 마시러 가볼까?”
“왕자님, 또 저 몰래 혼자 가시는 것입니까?”
“으악. 시종이 온다!”
찰스는 자칭 유럽 제일 미남이었고.
술이 제일 좋은 왕자였다.
* * *
―유럽 어딘가―
‘아, 망할 누이를 피해서 도망쳐 오다니.’
아키텐에서 아델라이드에게 신부 수업을 받느라 스트레스가 심해 시도 때도 없이 자기를 괴롭히는 쌍둥이 남매인 엘리자베트를 피해 브르타뉴로 온 찰스였다.
제 누이 엘리자베트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는 꽃미남이 중얼거렸다.
“하, 우리 아버지. 나에게 어찌 이런 얼굴을 주었습니까?”
입만 다물면 참 괜찮은 주군인데 평생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또 왕자병이 도셨습니까?”
찰스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특별함을 알았다.
부모님의 인물이 훤칠하고, 자신 역시 세계 제일의 꽃미남이란 사실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에게도 인기가 많은 것도 말이다.
“자 오늘은 또 다른 노래를 부를 차례다.”
그렇게 또 다른 노래가 시작되었다.
“나의 사랑 엘빔보~ 그리운 브르타뉴~”
“꺄악, 왕자님!”
당연히 공연의 반응은 좋았고.
오늘도 찰스는 제 잘난 맛에 취했다.
‘나는 왜 이리 잘났을까?’
찰스는 제 잘난 맛에 취하기 시작했다.
이런 겨울이야말로 자신의 존귀함을 드러내기 딱 좋은 계절이 아닌가.
브르타뉴는 잉글랜드의 소금을 담당하는 경제적 요충지이자 주변 항구가 아름다운 도시였다.
하지만 이제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하…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할까?”
찰스는 자기의 신세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차남이라는 사실과 아버지가 장자 상속제를 따르리란 것을.
‘내가 받을 건 문자 그대로 애매모호한 영지겠지.’
솔직히 코딱지만 한 영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귀족가의 막내들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귀족가의 차남도 할 말이 많았다.
한 끗 차이로 둘째로 태어났기에, 애매한 영지나 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있으나 마나 한 코딱지만 한 영지를 받고 만족해야 해야 했다.
그러고는 ‘자, 나는 모든 걸 다 주었다.’ 같은 소리나 듣는 것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찰스는 왕족이라 더 받을 것이 많았지만 말이다.
‘내 아버지는 완전한 장자 상속제를 추진하는 분이니. 결국, 나도 많은 걸 바랄 수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스스로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영지나 작위는 대부분 제임스 형에게 상속되겠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섭섭하지 않게 자신을 대우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게 낭만이겠지?”
낭만 다 죽었다.
그즈음 찰스는 이웃 나라에서 공주가 벌이는 기행을 들었다.
“왕자는 없고 공주만 있는 나라라서 벌어진 기행이라, 이거 재밌는데?”
“저기 왕자님, 이상한 생각하시는 거 아니죠?”
아무리 둘째 왕자의 시종이라고 해도, 뼈대 있는 귀족 가문에서 차출된 만큼 눈치가 빠르고 영민했다.
이거 왠지 자기가 모시는 주군이 세이프 존의 옛 전철을 따라갈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 자랑스러운 아버지 세이프 존께서 어린 시절 들려준 음유시가 있었지.”
갑자기 찰스는 무게를 잡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3초 만에 간파한 시종이 말했다.
“설마 거기까지 가려고요?”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
“아니, 제발 좀.”
툴루즈 영지에서 태어난 시종은 미쳐 버릴 것 같다.
이런 답도 없는 왕자병에 걸린 왕자가 자신이 모실 사람이라니.
“가자!”
“네?”
“공주 출신 신부를 얻으러!”
형처럼 공주 아내를 두고 싶은 찰스였다.
* * *
―에스파냐 왕국, 톨레도 왕궁―
‘그러니까, 중동에 몽골이 쳐들어왔다고!’
왕궁은 지금 난리가 났다.
북아프리카에 식민도시를 착실하게 건설하고 있던 에스파냐 입장에서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몽골이 시리아까지 먹어 버렸고. 선교사와 난민들을 보내 접경 도시의 안보를 어지럽히고 있다.
작은 엘레오노르나 페르난도 1세나 제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죽했으면.
‘세이프 존과 사자왕이 알아서 해줄 거야.’
경원시하던 잉글랜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난 여인이 있다.
에스파냐 왕국은 건국 이래 전해진 수도는 없지만, 최근 에스파냐의 수도처럼 여겨진 톨레도.
이곳에는 어머니인 작은 엘레오노르를 닮아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이 심심해하고 있었다.
“하….”
“공주님 왜 한숨을 쉬시나요?”
시녀의 물음에 이사벨 공주가 말했다.
“따분해… 이렇게 따분하게 있다가 팔려 가는 거야?”
“아니, 공주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이 시대 유럽의 공주들은 자기들이 팔려 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긴 에스파냐라 살리카 법이 없어요.”
여성 계승자 따위 허락하지 않겠다는 프랑크 부족의 계승법인 살리카 법이 없다는 것은, 무남독녀인 이사벨에게 왕위계승권이 있다는 것이다.
“아, 그러면 나는 부군에게 팔려 가겠네? 살아있는 왕관이 되려나?”
어째서인지 자조적인 공주의 목소리에, 시녀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또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이사벨 공주는 무탈하고 건강하게 자라왔다. 요절하는 아이들이 많은 이 시대에는 큰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사벨 공주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가 판을 키우는 건 어떨까?”
무엇보다 에스파냐 왕가의 무남독녀인 이사벨 공주는 무척이나 심심했다.
그깟 몽골의 침입이 자신의 심심함보다 중요한 것 같지도 않았다.
단순히 따분하기 때문이 아니라, 에스파냐의 미래를 위해서 이사벨 공주는 기어코 기행을 벌이기 시작했다.
“내 짝은 내가 찾겠어!”
그 기행이란 무엇일까? 직접 미래의 부군을 뽑겠다는 것이다.
“공주님,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뭐, 어때 내 외숙인 존도 해본 거잖아.”
어차피 지역 유지의 아들이랑 결혼하는 건 싫었다.
예전에 포르투갈이니 아라곤이니 나바라니 하며 잘난척하는 귀족들도 싫었고.
황금의 왕국 에스파냐의 공주답게 이사벨 공주는 막대한 황금을 걸고, 부군을 직접 뽑기로 했다. 적어도 자신은 그럴 힘이 있었다.
‘이사벨, 지혜로운 너라면 마음에 드는 부군도 정할 수 있겠지, 어디 마음대로 해보거라.’
혼란에 가득 찬 에스파냐의 현 상황을 잠시라도 잊을 만한 재밌는 이슈가 필요했던 작은 엘레오노르도 흔쾌히 허락한 마당이라 명분까지 있었다.
그렇게 공주의 부근 찾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사벨 공주는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
“왜 내 눈에는 다들 부족해 보이지?”
그녀는 무척이나 눈이 높았기 때문이다.
잘생기고, 총명하면 무엇 하는가? 그녀가 보기에는 하나 같이 부족해 보이는 것투성인데.
하지만 운명은 존재하는지.
그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알프스산맥에서 온 카를 폰 합스부르크요.”
“합스부르크, 그 촌구석 귀족?”
합스부르크 가문은 현재 신흥 귀족으로 명성이 높았지만, 에스파냐 공주에 비하면 격이 낮은 가문이었다.
‘귀천 상혼은 별론데. 그냥 즐기기만 하자.’
하지만 이사벨 공주가 그를 거부하지 않은 건 그저 잘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위한 노래를 준비했소.”
그렇게 분위기를 잡은 남자가 노래를 시작했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타구스강에서 나는 그곳에 앉았어요. 그래서 나는 울었어요. 이사벨 공주를 떠올리며~ 예에, 나는 알았어요. 그녀가 내 사랑인걸~”
자기 아버지 세이프 존이 가끔 부르는 ‘바빌론 강가에서’를 개사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카를을 자처하는 남자의 노래는 감미로웠고.
그의 얼굴이 빛나 보이기 시작했다.
“헉….”
카를로 위장한 찰스 왕자는 자만이 좀 심하긴 해도, 어머니 메리와 아버지 존의 외모의 잘난 점만 물려받았다.
그러니 그 외모에 이사벨 공주도 반할 정도였다.
게다가 가창력도 뛰어났다.
세이프 존이 가끔 맥주를 먹고 부르는 음률을 기억한 찰스 왕자는 아버지의 창법을 물려받아 잉글랜드의 2대 가왕이 되었다고 자부하는 남자다.
곳곳에서 감탄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좋은 가창력이에요.”
그렇게 찰스의 노래가 끝나고 이사벨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흠… 이 정도인가?”
“뭐라고 했나요?”
하지만 찰스는 이사벨 공주를 보며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와 누이, 형수님의 미모가 워낙 아름다워서 상대적으로 이사벨의 외모가 빛나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왕관은 참을 수 없지.’
“아무튼 당신의 부군이 되고 싶습니다.”
“뭐가 ‘아무튼’인가요!”
이사벨 공주가 어이없어할 때 정보를 듣고 달려온 작은 엘레오노르가 이사벨 옆에 있는 찰스를 보며 말했다.
“너는 내 조카 찰스가 아니니!”
“당신이 찰스라고요?”
“아, 들켰네.”
* * *
―잉글랜드, 수도 루앙―
“하….”
에스파냐 왕국에서 들려온 기절초풍할 최신 뉴스에 할 말을 잃었다.
대체 나의 사랑스러운 둘째 아들 찰스는 왜 이렇게 타락했을까?
게다가 또 다른 조카딸인 이사벨 공주도 정상이 아니었다.
사실 낌새가 없던 것 아니다.
새벽에 꿈속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남자들이 나왔다.
[나는 멸망한 도시에서 살아남은 부정한 사내 룻이다] [나는 외숙부에게 사기 결혼을 당해버린 이스라엘이다]구약에 있는 가정적인 가장 두 명이 나왔다. 룻과 이스라엘(야곱)이다.
―세이프 존, 너의 앙주 왕가는 합스부르크처럼 번창하리라. 물론 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몽골 친구들 덕분에 얻은 스트레스 때문에 개꿈을 꾸나보다 했더니.
원래라면 망각했을 꿈 내용이 생각났다는 것은, 지금 난리가 여간 난리가 아니어서 그렇다.
세상에.
내 아들이 제 사촌 누이에게 세레나데로 청혼하다니. 이거 너무 창피해서 돌아버릴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찰스 녀석이 그럴 줄은 몰랐다.
내가 아는 찰스 1세, 2세, 3세가 모두 제 제각기 저마다의 이유로 대단한 점이 많았는데.
우리 아들 역시 참으로 대단했다.
내 아들 찰스가 벌인 일에 감동한 나머지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하하하, 우리 조카님이 어째 그리 본인 아버지를 닮았는지.”
이게 무슨 합스부르크도 아니고.
내 조카딸 아델라이드와 아들 제임스의 결혼과는 다르다고!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것 때문에 리처드 형이 자극받았다는 것이다.
“자, 사태가 이런데 공동 왕 받아야겠지?”
“알겠습니다. 해요. 해.”
앙주인의 바지 국왕 장(Jean, 프랑스식 존) 1세 출격 완료!
이제 나를 위해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