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73)
콩가루집 막내왕자-173화(173/205)
173화 예상했던 이별(1)
[삼중 제국의 성립 시기는 역사학자들마다 의견이 갈린다.하지만 가장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은 것은 카를루스가 이사벨을 유혹하던 ‘그때’이다. 그 시절 잉글랜드에는 하나의 희극과 하나의 비극이 있었다.
-20xx 년 피에르 노라, 앙주라는 제국의 시작 1부 中- ]
* * *
-잉글랜드 앙주-
나의 사랑하는 리처드 형이 무심한 눈으로 말했다.
‘찰스 문제도 그렇고, 이제 공동 국왕 해야겠지?’
21세기식으로 보자면 짬처리 하려는 것 같은데.
자기는 전쟁만 생각할 테니, 내정을 담당할 누군가가 필요했으리라.
아마도 보급 임무까지 맡게 될 것이 분명했다.
최대한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문제 덕분에 결국 나는 공동 국왕 자리를 맡게 되었다.
그저 ‘공동 왕’이었기에 따로 대관식을 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왕세제로서 권력이 더 강해진 셈이다.
아니, 갑자기 남의 나라 공주는 왜 꼬셔서 일을 이렇게 만드냐고.
물론 내 기분과 별개로 우리 파벌에서는 행복해할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측근들은 살판이 났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권좌에 오른 것을 축하드립니다.
당연히 우리 봉신들은 좋아 죽겠다는 의미로 웃고 즐겼다.
“축하해줘서 고맙소. 하지만 현시점에 좋은 자리는 아니지.”
앞에 ‘공동’이 달려 있잖아. 이게 참 애매한 단어거든.
“어찌 되었든 중요한 자리에 오르지 않으셨습니까. 이제 더 많은 일들을 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고드프리.
“언제든 상륙 준비가 되었습니다. 들이받으시겠습니까?”
-샤를.
“이제 동방 군단도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명령만 내리시며 파병하겠습니다.”
-악불회.
“우리를 따르는 귀족들의 세력이 강성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함부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로빈.
“예산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더 많은 투자를 바랍니다.”
-아미아르.
그렇게 내 측근들이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을 때.
“그래도 주군께서는 역대 다른 공동 국왕과 다르시지 않습니까? 선대의 실수를 반복할 리는 없을 겁니다.”
피터의 말이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아, 이미 죽은 첫째 형 헨리? 이름뿐인 공동 국왕 자리에서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지, 잠시 묵념.
존호는 앙주식으로 장으로 했다. 존 왕은 없어 보이지만, 장 1세는 있어 보이잖아?
원래 역사에서 존 왕은 절대 공동 국왕이 도지 못했다.
자기 형인 리처드가 십자군 원정을 나가 있을 때 자기 멋대로 국왕 노릇을 했다가, 리처드 1세와 그의 신하들에게 개 같이 털린 원래의 역사를 생각하면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오리지널 존은 불법, 세이프 존은 합법이니 다르겠지.’
정당한 잉글랜드의 ‘공동’ 국왕이 된 셈인데. 지금 내 감정을 딱히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쁜 건지 아니면 부담스러운 건지.
‘마냥 기뻐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자리란 말이지.’
그 이유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리처드 이 형.
자기는 정치 대신 전쟁만 할 거니, 잉글랜드 안에서 나라 운영은 나와 자기 측근들에게 일임할 생각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내가 정말 부담된다는 것이다.
만약 찰스 녀석의 일만 아니었으면, 나는 이 공동 국왕에 동의하지 않았으리라.
그 정도로 나는 이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최대한 나의 직책에 맞게 행동해야지.
“아무튼 이제 내가 제2 국왕이 되었으니, 전쟁을 위한 준비가 확실히 돼야 할거요.”
-예, 폐하.
“이제 물러가시오.”
아무리 ‘공동’이라는 단어가 붙었어도, 국왕은 국왕이었다. 당연히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신하들을 보내고. 여러 업무를 마무리한 나는 홀로 앉아 창가를 바라보았다.
세상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오래된 생각이 다시 들었다.
‘이런 편지를 내가 꼭 받아야 하나.’
[우리 존, 이 유다 같은 동생아···.]내 둘째 누나 작은 엘레오노르는 평생 쓰기 힘든 욕설까지 편지에 적으며 나에게 ‘자식 교육’을 따져 묻기로 했나 보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욕을 먹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에스파냐의 왕비님이 입국을 청했습니다.”
요컨대.
나보고 직접 마중을 나오라는 것이다
하, 진짜. 내가 아들 일에 해명도 해야 하고 참 불쌍하다.
“찰스 왕자님도 함께 말입니다.”
“이 망할 찰스 놈.”
생각해보니 내가 알던 역사의 찰스 1, 2, 3세는 모두 하나씩 나사 빠진 군주들이었는데.
우리 아들 역시 그 존호를 따라서 사람이 맛이 간 것이 아닐까?
자식 문제는 부모 탓이니 어쩔 수 있겠어?
가서, 뒷수습해야지.
내가 진짜 너무나 고생이 많았다.
* * *
-잉글랜드, 가스코뉴-
-두두두.
에스파냐와 잉글랜드의 접경지에 말을 타고 왔다. 안전하게 기병대를 이끌고.
“하···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해서.”
“오히려 주군에게는 좋은 거 아닙니까?”
피터의 말에 나는 최대한 침착한 얼굴로 답했다.
“그럴 리가 있나.”
그렇게 피터와 대화를 나누고.
약속 장소에 도착해 둘째 누나를 만났다.
“아직도 아름다우신 누님께 인사드립니다.”
“아, 우리 동생··· 너무한단 말이지. 휴, 대체 왜 이런 짓을 해서 내가 이곳까지 와야 해?”
“누님···.”
“아무튼 옆에는 내 딸이야.”
그 옆에는 누나를 닮은 아리따운 아가씨가 한 명 있었다.
“외숙, 처음 뵙습니다. 이사벨이라고 해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내 조카딸 이사벨이다.
“찰스, 해명해라.”
참 세상일은 모른다고, 자식놈 때문에 속이 상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니, 이렇게 생각하니 엄청 억울하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헨리 2세에게 듬직한 아들이었다고!
부모의 마음에 대못 하나 박지 않은 내가, 왜 자식 때문에 고생해야 할까?
“아버지··· 그게 제가 너무 잘나서 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너무 어이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브르타뉴에서 얌전히 노래나 하지 뜬금없이 에스파냐에 가서 난리를 피워?
-퍽.
“이놈이 뭘 잘했다고? 조카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더냐.”
“너무하십니다!”
다행히 기독교인으로서 남의 나라 공주의 ‘순결’을 해치는 짓을 하지 않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정말 머리가 아팠다.
‘얌전히 브르타뉴에나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그렇게 고백병에 걸려서.’
“나도 이제 공동 국왕이니 너도 이제 왕자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단 말이다.”
나는 아들에게 훈계했지만.
“그래서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이제 이사벨은 제 여자입니다.”
찰스 녀석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대답했다.
보는 내가 다 부끄럽다.
“존, 너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라 영악하구나.”
“절대 저를 닮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외모를 제외하고는 나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이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
하지만 결정적일 때, 약아빠져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누님, 두 아이를 결혼시킵시다.”
“욕심이 그득하구나. 아직 생각할 것이 많다.”
아무튼 왕비께서 여기까지 오셨으니, 나름대로 저녁 연회를 열어서 즐겼다.
연회를 즐기긴 개뿔 누나와 협상해야 하는 자리였다. 찰스와 이사벨의 결혼에 대한 협상 말이다.
힘든 연회를 마치고 숙소로 갈 때.
“별들이 지는 하늘이 아름답구나.”
하늘이 두 개의 별이 떨어졌다.
별이 떨어지는 건, 늘 있는 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폐하, 큰일 났습니다.”
“뭐?”
나는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 * *
-잉글랜드, 런던-
한때 잉글랜드의 중심지였지만, 이제는 서프랑스라는 달콤한 영지의 존재로 경제 중심지 중 하나일 뿐인 도시가 된 런던.
이곳에서 노후를 즐기던 브리튼 대공 헨리는 토착 귀족들의 원성을 들어주고 있었다.
이곳 런던은 자신처럼 늙은 귀족들이 있는 곳이었으니까. 늙고 죽어가는 자신이 돌봐주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브리튼 대공 헨리는 즐거웠다.
귀족들을 어르고 달래는 소일거리, 그리고 결코 여왕이 될 수 없었던 어머니(마틸다)의 흔적이 있는 여러 건물을 돌아보는 일들까지도.
물론 업보 때문인지, 헨리 그렇게 행복하게만 살아갈 수는 없었다.
병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의사에는 알리지 않고, 아내에게만 그 사실을 알렸다.
“하하하. 나도 이제 늙어가는군.”
“그렇게까지 되고도 그렇게 웃어? 어떻게 부부가 동시에 병에 걸리는지.”
“엘리,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잖아.”
다 늙어서 빌어먹을 병에 걸렸다. 하지만 듬직한 아이들이 있으니, 헨리는 웃을 수 있었다.
권력을 잃었다고 헨리와 엘레오노르가 세상일에 완전히 무관심한 것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시리아 지역에 있던 이슬람 세력의 완전한 멸망.
동방 기독교라 부르고 유목 이단이라 불리는 신성몽골제국의 준동.
“리처드가 존을 공동 국왕으로 임명하려고 한다는군.”
헨리는 웃었다.
자기가 권력을 포기한 사이. 자식들이 재미난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공동 국왕이라니. 설마 리처드 녀석이 존에게 먼저 공동 국왕을 제의할 줄은 몰랐다.
“자기 권력에 자신감이 있겠지. 아마 존, 그 녀석이 자기를 배신해도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물론 지금까지 존이 보인 행보가 있으니 계속 아껴주기야 하겠지만.”
자기 아들 중 영악한 놈들이 많았지만, 헨리가 기억하기로 가장 영악한 아들은 리처드였다.
“존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건데? 당신이 죽은 헨리를 공동 왕으로 임명하고 어찌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우리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한때 헨리 2세라 불리던 늙은 헨리는 브리튼의 귀족들을 달래며 지금까지 생애를 돌아보았다. 권력을 모두 놓고 보니, 지금까지 자신이 너무 급하게 달려왔다.
매번 하는 후회였다.
어쩌면 자기의 이기심 때문에 앙주 가문에 혼란이 생긴 건 아닐까?
그때, 아이들을 누구보다 아껴주었으면, 좀 더 가정에 충실했으면 지금보다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여생을 보냈을 텐데.
하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이야기였다.
부질없는 후회라서 그런지 가슴만 답답해질 뿐이다.
어쩌면 헨리가 늙어서 그런 건지도 몰랐다.
“내가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었다면, 더 많은 것이 변했을까?”
“이제 와서 후회해?”
“···그래도 나 정도면 제법 훌륭한 군주가 아닌가?”
가정은 지키지 못했어도, 잉글랜드는 지켜냈다. 그런 자부심이 없었다면 헨리는 이미 화병으로 죽었을 것이다.
“그래. 당신은 죽이고 싶은 바람둥이였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군주였지.”
아버지로서는 부족할지언정 군주로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혼란한 시대를 종결하고 잉글랜드를 강하게 만들지 않았나?
“엘리, 당신에게 칭찬받다니.”
그 말과 함께 늙은 헨리는 울었다.
“우는 거야?”
“이제 죽을 때가 되니. 감성이 풍부해지는군. 빌어먹게도.”
“엘레오노르, 당신···내가 먼저 죽으면 슬퍼할 거지?”
“이 영감이 미쳤어?”
“그런가? 필레몬 같은 죽음은 무리인가?”
뜬금없이 필레몬이라는 이름을 언급한 남편을 멍하니 본 엘레오노르는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할 때.
“나까지 데려가려고 그래? 다 죽어가면서 주책은.”
오래전부터 전해온 그리스 신화의 인물의 이름을 대는 남편의 심보를 잘 아는 엘레오노르가 말했다.
“그럼 나는 아내 바우키스의 역할이고?”
거지로 위장한 제우스에게 귀한 접대를 베풀어 소원권을 얻은 필레몬 부부는 주신 제우스에게 빌었다.
첫 소원은 제우스를 섬기는 사제로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먼저 죽어 남겨진 다른 쪽이 장례를 치러야 하는 슬픔을 겪지 않도록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도 리처드와 존이니 믿을 만해···. 그 녀석들은 내가 만든 왕국을 알아서 잘 만들어주겠지. 제임스 그놈은 본인 말대로 황제가 될 것이고. 어쩌면 내 후손들은 내가 이룬 것 이상으로 잉글랜드를 강하게 만들 테지.”
“그래서 행복해?”
“엘리, 지금 나는 무척 행복해, 당신을 처음 만났던 아키텐에서처럼. 이제 여한은 없어. 내 삶은 재미있는 희극이었으니까.”
-털썩.
그 말을 끝으로 브리튼 대공 헨리. 아니, 앙주의 잉글랜드를 만들었던 대왕 헨리 2세가 세상을 떠났다.
“···”
홀로 남은 엘레오노르는.
식어가는 남편의 육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헨리 드 앙주.”
프랑스의 왕비를 포기하게 만든 평생의 반려자.
“우리의 시대도 나쁘지만은 않았어, 헨리.”
21세기식으로 말하면 예전부터 ‘암’에 걸린 부부였다. 그동안 지독한 통증에 시달려왔지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 초인적인 인내로 티를 내지 않았을 뿐이다.
남편의 죽음을 지켜본 엘레오노르는 죽은 남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가시 많은 장미와 같은 삶, 하지만 그래도 재밌었어··· 그래, 나도 바우키스처럼 당신을 바로 따라갈게.”
그 말을 끝낸 잠을 자듯,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털썩.
그날, 브리튼의 큰 별들이 빛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