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76)
콩가루집 막내왕자-176화(176/205)
176화 세계대전의 시작(1)
-1205년, 잉글랜드 수도 루앙-
-땡, 땡, 땡.
침묵 속에 삼종이 울려 퍼졌다.
“···.”
사람들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남동생, 남편, 아들, 조카가 전장으로 떠난 마당이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루앙 대주교가 연단에 올라와 말했다.
“자, 이제 먼 길을 떠난 자들을 위해 주님께 기도합시다.”
그제야 사람들을 두 손을 모으고 통성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느님 우리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 주세요.”
“아버지가 무사히 올 수 있게 해 주세요.”
“예수와 마리아시여···제발 우리의 남편이 건강하게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다.
비록 병력 대다수가 징집병이 아니라, 봉급을 받는 정규병에 가까웠지만. 어찌 되었든 죽고 죽이는 전장으로 가는 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친형인 리처드 1세를 전장으로 보낸 나 역시, 두 손을 모으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 형님이 원래 역사처럼 어이없는 죽임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원래 역사에서 눈먼 석궁 화살에 맞아 죽었을 리처드 1세가, 내가 존재하는 역사에서는 허망하게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렇게 기도하다 보니 문득, 출정하기 전에 리처드 형님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존, 명심하거라. 내 치세는 몽골을 막는 걸로 끝내려 한다. 총명한 너라면 내 의도를 알겠지.’
‘형님, 이 아우는 형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적들을 무찔러 주세요.’
‘나를 지원하려면 여러모로 고생이 많을 텐데, 흔쾌히 말해주니 고맙구나, 내 동생아. 너를 믿고 안심하고 전장으로 가겠다.’
‘몸 조심히 돌아오세요, 형님.’
리처드 형은 출정하기 전에 나에게 고마워하면서 ‘고생’이라는 단어를 꺼냈었다.
물론 내가 앞으로 고생할 게 한둘이 아니긴 했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그냥 전쟁도 아니고 십자군 원정처럼 ‘장기전’을 대비해야 하는 전쟁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리처드 형에게 완벽한 ‘지원’을 약속했고, 거기에 대한 계획을 이미 시행 중이다.
“폐하, 업무가 너무 많습니다.”
물론 그 계획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구르는 나의 수석국무장관 피터가 불쌍했지만.
그런 피터를 잉글랜드의 황희 정승처럼 가성비 있게 부려 먹을 생각이었다.
그래도 피터에게 금화와 비단을 보내 금융 치료를 자주 해주니 절대 미안하거나 하진 않았다.
“피터, 표정이 왜 그런가? 국왕인 나 역시 일이 많은데, 그것도 못 버티는가?”
나도 할 말은 있다. 일을 하는 건 피터뿐만이 아니니.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우리 피터가 이제 늙어서 그런가, 숨길 생각도 없이 힘든 티를 내고 있다. 자기 고생을 알아달라는 신호다.
“폐하, 벌써 많은 물자와 인력이 소모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제가 할 일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이미 각오하고 있지 않았는가, 피터. 전쟁일세. 전쟁에 관한 일이 쉬울 리가 있나.”
“앙주어로 된 행정 문서만 아니었다면, 전 이미 성당으로 들어갔을 겁니다.”
“응, 이미 자네는 결혼하지 않았는가?”
그때 수석 행정관 아미아르가 피터를 변호하듯 말했다.
“폐하, 피터 공의 저런 반응이 당연한 겁니다. 전쟁으로 인해 저희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소모가 이루어졌고, 막대한 물자 보급을 더 이상 행정력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지금 잉글랜드의 상태를 말하자면, 기둥뿌리가 뽑힌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 전쟁이 그렇다. 전쟁은 사람도, 물자도 모두 집어삼키는 하마나 다름없다.
그나마 우리 잉글랜드에는 명분이 있었다. 일단 우리 잉글랜드는 저 가증스러운 이단인 몽골의 침입에 맞서는 지키는 자들이지, 침략군이 아니었다.
“새로운 행정관을 뽑아 주겠네. 물론 한동안 그들의 임금을 내 사비로 내주지.”
“폐하께서는 역시 그리스도의 대리인이십니다.”
“역시 프랑스가 아닌 잉글랜드를 선택하길 잘했습니다.”
나의 공수표에 피터와 아미아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런 신하들을 보니 나 역시 꽤 괜찮은 군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장에 가지 않은 게 잘한 선택인가?’
솔직히 친정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두 왕이 모두 전쟁에 나서면 잉글랜드는 누가 이끌 거야?
여기서 나는 오리지널 존 왕의 애환을 느꼈다.
십자군 원정을 간다고 잉글랜드의 기둥을 뽑아 간 상태.
‘이야··· 예전부터 준비한 나라서 이렇게 버티지. 오리지널 존은 흑화하는 게 당연했을지도 몰라.’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오리지널 존 왕과 나는 여러 가지로 다른 상황이었지만, 형의 전쟁 수행을 위해 모든 것을 모든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내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건 똑같았다.
흉년을 대비하여 오랫동안 곡물을 창고에 모았던 구약의 요셉처럼 수십 년 동안 나는 언제나 최악을 생각하며 미래를 대비했다.
‘테무친, 쉽지는 않을 거다.’
신성몽골제국이 기독교 국가인 것도 머리가 아픈데, ‘사상최강의 이단’으로서 유럽의 좋은 땅을 원하는 것이 문제다.
자무카가 죽지 않은 몽골은 단결이 잘되었고, 더 무서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있다. 아니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오리지널 존 왕처럼 진짜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으니, 더 힘을 내서 잉글랜드의 영광을 이뤄야 했다.
바로 그때 기다리던 손님이 왔다.
“폐하, 베네치아에서 특사가 폐하를 뵙길 청했습니다.”
그 특사가 누군지 잘 알기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들어오라 해라.”
“폐하, 오랜만입니다.”
“로니에로, 어서 오시오.”
로니에로, 베네치아의 총사령관이 잉글랜드에 왔다.
“폐하, 소관이 베네치아를 다 정리했습니다. 이제 우리와 잉글랜드의 우정을 방해하는 자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먼 미래에서 군주론이라도 읽고 온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 엔리코 단돌로를 닮았는지 온갖 악독한 술수를 사용해, 결국 모든 정치 싸움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로니에로.
사실 도제에 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베네치아 공화국의 전권을 차지한 그는 잉글랜드와 베네치아의 외교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잉글랜드에 직접 찾아온 것이다.
“적어도 잉글랜드와 베네치아의 신성 함대가 있는 한. 앗!”
나는 서두가 긴 로니에로의 말을 끓으며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소?”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시작할 시간이다.
* * *
-프랑스 왕국.-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국왕이 어마어마한 숫자의 병사를 이끌고 들판에서 만났다.
“어서 오시오.”
“이렇게 보니 반갑소, 필리프.”
사실 백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시대지만, 프랑스와 잉글랜드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민족 대 민족의 갈등이 아니라, 영지를 놓고 벌어진 ‘갈등’이 컸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도 강대한 적이 있었지만, 유럽의 위기 앞에서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의 앙금을 모두 잊고 몽골과 싸우는 데 전념해야 할 거요.”
몽골.
아무리 반쯤 시체가 되었다고 한들 저력이 남은 이슬람을 패망시킨 무시무시한 세력이었다.
그들이 지금 코앞에 당도해 있었다.
입술이 없으면 이기 시리다는 것을 유럽인들도 모르지 않았다. 예루살렘 왕국, 동로마 제국, 폴란드 왕국이 패망하면 다음은 독일 지방과 프랑스다.
또한 이 시대 중세 사람들에게는 ‘자국’이 전장이 되면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군대는 다른 나라의 들판에서 몽골을 격퇴할 생각이었다.
연합군이 달리기 시작했다.
* * *
-신성로마제국, 아헨-
“폐하, 잉글랜드군과 프랑스군이 우리 제국으로 오고 있고, 에스파냐군은 예루살렘 왕국을 돕기 위해 이집트에 상륙했습니다.”
모든 강대국이 움직였다.
그런데 전통적인 강대국인 신성로마제국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황제의 명으로 각 지휘관을 소집한 오토 4세가 말했다.
“리처드 1세와 필리프 2세, 그리고 알렉시오스 2세는 물론, 모두가 한 급 아래로 보았던 페르난도 1세 에스파냐 국왕까지 결전에 나섰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소. 우리는 샤를마뉴의 유지를 직접 이은 진정한 로마요.”
이미 귀족들과 정치적 합의가 끝난 상황이지만, 민초들에게 그리고 성직자들에게 보이기 위한 무대가 필요했다.
“폐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같은 기독교인의 비극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바로 로마입니다.”
황위 쟁탈전을 모두 끝내고, 그 뒷수습까지 완벽하게 한 신성로마제국 역시 이 싸움에 자신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번 다시 훈족의 침입을 허락할 순 없다.”
로마 제국이라는 이름을 쓰는 국가치고, 훈족의 무시무시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시아계 유목민의 흉포함이 역사를 통해 그들의 뇌리에 새겨진 것이리라.
몽골은 ‘기독교의 정통 후계자’를 자처하고, 투르크인들과 페르시아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슬람 세력을 빠르게 패망시켰다.
그러니 서로마의 후예들이 나설 때가 온 것이다.
* * *
-1205년, 고려 전역-
서방에서 몽골을 막기 위해 군대를 움직이고 있을 때.
고려 전역은 치열한 전투 중이었다.
언제든 대륙을 통할 수 있는 교두보에 위치한 고려는 중세 시대에도 전략적 가치가 큰 영토였고, 중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은 이곳이 무너지면 파국이 올 것이라 예상했다.
롱스피를 포함한 서방에서 온 지원군들은 동쪽에서 최대한 몽골을 괴롭히며, 이 전쟁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고자 했다.
동방을 지키기 위한 연합군은 정말로 사력을 다해 싸웠다.
특히, 고려는 예전부터 외적의 침입이 잦았던 나라였다.
“저들의 화약은 무적이 아니야.”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하고.”
“막아라!”
“상장군, 왜 그러십니까?”
“하지만···. 무언가 이상해.”
최충헌은 문득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고려에 모인 ‘유자의 군대’는 착각했다.
몽골족이 예전의 그 무식한 초원 유목민일 것이라는 착각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 못한 게 있다면,
몽골족이 옛 거란-여진과 전혀 다른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충헌은 좋지 못한 소식을 들었다.
“급보입니다.”
“일본이 멸망··· 했습니다.”
“해상 보급이 무력화되었습니다.”
“애산에서 우리 대송의 희망이 불타버렸습니다.”
원래 역사에서 왜구 놀이를 하던 일본은, 신성몽골제국의 존재로 인해 착해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육군을 파병하고 수군을 통해 제때제때 보급을 해주는 고려의 친절한 이웃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일본에 몽골군이 상륙해서 멸망 당했다고?
그 말인즉.
“하···.”
고려 역시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고려의 상장군 최충헌은 멀고 먼 서방에서 고려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온 롱스피를 불렀다.
“랑공.”
랑공은 잉글랜드 사람들이 악불회를 아크라고 부르는 것처럼 롱스피를 편하게 발음하기 위해 만든 별칭이다.
이제는 랑공이라는 단어에 익숙할 정도로 고려에 애정이 생긴 서방의 군자 롱스피는, 최충헌의 표정에서 불길함을 읽어냈다.
“상장군, 무슨 일이십니까?”
“이제 곧 고려는 죽음을 각오하고 결전을 벌일 거요.”
“예? 아직 희망이 있지 않습니까?”
“왜국과 남송의 부흥 세력이 멸망했소.”
“그럴 수가···.”
고려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주치의 경험 부족과 중국과 일본에서 오는 해상 보급 덕분이었다. 하지만 신성몽골제국은 ‘해군’도 중요시하는 제국이 되었고, 결국 송나라 부흥군과 왜국이란 동맹 세력이 멸망했다.
“기사는 결코 신의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롱스피는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존의 명령과 자부심으로 떠난 동방 길이지만, 이제 자기도 동방 사람들과 같은 전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대는 떠나시오. 그대는 잉글랜드의 사람. 고려에서 죽어서는 아니 되오. 가서 우리의 이야기를 증언해주시오.”
“동방에 몽골과 마지막까지 싸우던 고려라는 나라가 있음을···.”
죽음을 각오한 최충헌의 눈빛.
그 눈빛에 담긴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롱스피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겠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랑공은 이 고려로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도와준, 우리의 전우요.”
“크윽. 상장군, 그럼 무운을 빕니다.”
롱스피는 휘하의 기사들을 데리고 재빠르게 고려를 벗어났다.
다행히 동해와 중국해에서 했던 해전의 여파로 몽골인들의 함대는 롱스피의 작은 배를 눈치채지 못했다.
“몽골··· 내 너희에게 복수하리라.”
롱스피는 멀어져 가는 벽란도를 바라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롱스피, 그는 보았다. 그 강력한 몽골족에 저항했던 역전의 용사들을.
그래서 다짐했다. 최후의 최후까지 살아남아, 저들의 이야기를 후대에 전해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