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80)
콩가루집 막내왕자-180화(180/205)
180화, 사막의 늑대들(2)
-우린 주군을 위해 모든 것을 각오했습니다!
-몽골을 반드시 몰아내겠습니다.
나의 말에 동방인들이 예의를 표했다. 서양식 부복에 가까운 경례였다. 그 모습에서 나는 전쟁 영화에서 느끼던 특유의 ‘비장함’을 느꼈다.
중국인, 고려인… 그리고 중앙아시아 사람들까지.
그들은 동방인을 군사력으로 이용하는 내 목적을 알고 있음에도, 오히려 고마워했다.
아시아부터 시작된 제3차 세계대전이 경험한 나로서는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나 역시 이도 저도 아닌 ‘동양’의 혼혈인으로서 저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으니.
순간 마음이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오히려 내가 저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들의 어깨에 손을 얹어 말했다.
“오히려 경들에게 고마운 것은 짐이오.”
“폐하….”
이양무가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인종적으로 동방에 가까운 기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동방에서 그대들과 그대들의 가족에게 어떤 비극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소.”
몽골족의 정체성은 유목민이다. 짐승과 가족을 먹일 초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 부족들과 싸우고, 또한 주변국을 정복해 병사와 군마를 무수히 많이 생산하는 것이 몽골의 본질.
물론 몽골의 대제 테무친은 ‘정통 기독교’인으로서 주님 아래 있는 모든 세계의 통합이라는 신성한 명분을 들먹이고 있었지만.
침략받은 사람들은 그 상처를 잊지 않았고, 여기 있는 사람들 역시도 복수를 위해 자발적으로 전장에 나서는 것이었다.
“피부색이 달라도 언제나 그대들이 짐의 봉신임을 잊지 마오.”
“크윽…. 전하. 어찌 이런 은혜를.”
악비의 후예인 악불회는 눈물을 쏟았다.
“살아만 오시오. 악불회, 아니 나의 기사 아크여.”
“소장, 명령을 제대로 이끌겠습니다.”
얼마 뒤.
동방군은 중동으로 향하는 상륙 함대에 몸을 실었다.
쉽지 않은 뱃길이지만, 그들이 제대로 싸워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믿어야지. 저들을….’
중세 시대 공동 왕이었지만, 아무튼 군주가 되었다. 내 어깨에 무수한 책임감이 얹혀 있었다.
이 세상은 내가 스팀으로 돌리던 역사 전략게임이 아니다.
나는 몽골에 대한 혐오감이 들기까지 했다. 그냥 얌전히 동방 제국으로 살지 왜 ‘정통 기독교’의 간판을 들이밀고 정복 전쟁을 벌이는지.
또 하나의 군대가 떠나간 자리.
나는 옆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본 아내에게 말했다.
“메리, 내가 저들을 믿어도 될까?”
“당신은 이미 믿고 있잖아요?”
“그래, 나는 이미 저들을 믿고 있지.”
악불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타지에서 고생하면서도, 고맙게 나를 이해해주는 동방인들이었다.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존… 저들은 당신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군.”
잉글랜드의 석양이 지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 * *
동방 기사단을 떠나보낸 후. 두 행정관이 나를 찾아왔다.
피터와 아미아르였다.
그들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적혀진 보고서를 들고 나에게 찾아와, 그리 좋지 못한 소식을 알려주었다.
“폐하, 세금 인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부로 전쟁 세금을 인상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잉글랜드에서 가장 부자는 바로 나, 장 1세다.
젊은 시절부터 세이프 길드를 이끌면서 엄청난 이익을 보았고, 내 아내 메리 역시 엄청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자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많이 버는 만큼 막대한 세금을 국고에 보탰다.
프랑스가 어떻게 돼도 ‘아. 물라, 국고에 있는 돈으로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한 루이 14, 15, 16세의 말로를 잘 알기 때문에, 나 자신이 모범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돈 먹는 하마는 세이프 존의 창고로도 만족하지 못했고, 이제는 다른 사람의 힘이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회의를 소집해, 신료들에게 내 생각을 전했다.
“전쟁 세금을 늘려야겠소. 물론 전쟁 세금이 인상되는 만큼, 짐이 부담하는 세금도 높아질 거요.”
“….”
오리지널 존은 형의 십자군을 위해 세금을 걷었지만, 본인이 세금을 내는 것은 싫어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인정할 정도로 성실한 납세자인 내가 이렇게 말하는데, 대놓고 반대할 멍청이는 이 중앙 무대에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전쟁 중이오. 전쟁! 멍청한 작자들은 반란은 일으키고 자기 가문과 함께 산화했지만, 그대들은 이 나라에서 가장 존귀하고 지혜로운 귀족들이 아니오?”
나는 지금 저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을 말해주었고.
“이 나라에 군림한 이상, 조국의 위기를 외면하는 자들은 더 이상 군림할 수 없소. 경들은 정녕 잉글랜드가 전장이 되길 원하는 거요?”
그렇게까지 내가 말하자.
“잉글랜드의 귀족은 국가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옥스퍼드 백작이 먼저 나서, 나에게 복종했다.
“이만들 퇴청하시오.”
모든 귀족이 물러가고. 텅 빈 집무실에서 나는 지도를 보았다.
‘역사와 달리, 몽골이 서유럽을 대놓고 노리다니. 난이도로 치면 헬 난이도였을 거야.’
물론 이 세상은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무튼 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럽의 평화를 지킬 것이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신성몽골제국의 힘이 강성했지만, 나는 그들의 ‘유통기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신성몽골제국은 테무친과 자무카라는 걸출한 영웅들이 세운 대제국이다. 하지만 테무친과 자무카가 갈등을 일으키거나, 테무친이 죽게 된다면 옛 ‘대제국’들의 말로처럼 분열될 것이다.
아무리 기독교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신성몽골제국의 본질은 유목(정복)제국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 보면 전자의 일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자무카가 직접 고개를 숙여 신하가 되었으니.
‘그래, 우리 잉글랜드가 혐성국이 되어야 한다.’
혐성국(혐오스러운 인성의 나라)은 대영제국의 일그러진 이름이다.
내가 독해지지 않으면, 당해버리는 이 세상에서 혐성국이 되지 못한다면 우리 조국은 위험해질 것이다.
이 치사한 유럽 놈들을 생각해보면 비단 ‘몽골’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 흉악한 물건은 모두 잉글랜드에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은 폴란드, 예루살렘, 동로마 전역에서 끝나야 한다. 우리 잉글랜드의 땅으로 몽골이 들어오는 꼴은 용납할 수 없지.’
그 생각을 하며 포도주를 마셨다.
“폐하, 로빈입니다.”
“들어오시오.”
집무실에 들어온 중앙정보부장 로빈이 말했다.
“폐하, 블랙 드래곤의 시범 운행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하, 좋소. 좋아. 몽골 놈들 드래곤 맛 좀 보라지.”
* * *
-예루살렘 왕국 전역-
“대제를 위하여.”
“잉글랜드를 위하여.”
조국의 영광을 위해 싸우는 자들이 있었다. 신성몽골제국과 잉글랜드다.
두 세력은 노골적인 백병전을 벌이고 있지만, 버티는 건 몽골의 잔존 세력이고, 급한 건 잉글랜드였다.
‘이대로 지체되었다가는 예루살렘 성이 함락당한다.’
고드프리는 정말 걱정이 컸다.
조금만 더 진군이 늦어진다면, 예루살렘 왕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도 죽을상이 아닌 이유는. 전쟁에 참여하기 전, ‘약속’ 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고.
지금 그 약속이 이루어졌다.
-두두두두.
“우리의 형제를 구하자!”
“와아아아아!”
흙먼지를 일으키며 콥트 기병대가 모습을 드러냈고. 빠르게 몽골의 진형을 무너뜨렸다.
“오래 기다리게 했군, 고드프리.”
“예상보다 빠르게 오셨습니다. 마수드 대공.”
마수드는 그런 고드프리에게 웃음을 짓더니. 동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세… 전우를 지키러.”
이집트군, 정확히는 마수드가 이끄는 정예병은 강했다.
‘몽골’에게 당한 호라즘의 참전 용사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병을 이끌고 온 마수드가 고드프리와 합류했고, 곳곳에 숨어든 몽골의 매복군을 몰살시킨 후. 예루살렘 성 인근에 도착했다.
“예루살렘 왕국의 함락을 막아야 하오.”
이미 오래전부터 편지를 교환했기에 고드프리와 마수드는 무엇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예루살렘 왕국의 함락을 막는 것이다.
“지원군이군.”
마수드군, 고드프리의 연합군과 제베 군단은 곧바로 예루살렘 성채에 진입했고.
졸지에 습격당한 꼴이 된 제베였지만, 몽골군은 갑자기 투입된 서방군에 맞서 나름대로 선전했다.
서방이 몽골의 전술에 적응하는 것처럼, 몽골 역시 서방의 야전교범에 적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몽골의 여유도 오래가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모로 지쳐 있던 몽골군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 차이 때문이었다. 반면에 지원군이 합류한 서방군의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
“와아아아아아!”
새로운 부대는 효율적으로 몽골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장 1세가 온갖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들든 상비군인 잉글랜드 왕립 육군은, 예루살렘 왕국군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저자들은 호라즘의 유장들입니다.”
“그자들이 왜?”
“서방에 빌붙어 우리에게 복수하려는 거 아니겠습니까?”
“장군, 큰일 났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수심에 사무친 호라즘 기병을 중심으로 전력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몽골은 꿋꿋하게 버텼다.
몽골의 입장에서는 ‘들개’가 아무리 많아도 ‘늑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성안에 움츠려 있던 예루살렘 왕국군이 출성했다.
“우리는 예루살렘 왕국의 수호자들이다. 지금부터 형제들을 지원한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군대가 도착했다. 몽골군에게는 불행하게도 이 기독교 세력은 에스파냐에서 왔다.
“에스파냐의 영웅들이여, 위대한 국왕 페르난도 1세를 따르는 우리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쓸 시간이다.”
“와아아아아아!”
“에스파냐 만세!”
에스파냐의 군대를 이끄는 건.
마수드와 비슷한 또래의 노장이자, 카스티야 영웅 엘시드의 손자 로드리고 3세.
이제 서방의 제대로 된 반격이 시작되었다.
몽골의 군단은 점점 지치기 시작했고, 서방의 군대는 점차 강성해지기 시작했다.
‘하…. 이게 세계인가?’
제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신성몽골제국의 군대는 패배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적들은 언제나 나약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제대로 준비된 전력이 몽골의 앞을 막아선 순간부터, 몽골이 싫어하는 장기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후방의 병참기지가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이슬람교도의 습격입니다.”
“이런…그것 하나도 관리를 못 했단 말인가?”
잠시 화를 내던 제베는.
“어차피 소기의 목적은 이루었다. 퇴각한다.”
곧바로 회군을 명령했다.
몽골인은 그리 독실한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 * *
-지중해 어딘가-
“주님 오늘도 이교도 놈들을 보내드립니다.”
샤를은 성호를 그었다.
수백 개의 함선이 바다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함대가 있었다.
육지에서의 싸움만큼 바다의 싸움도 중요했다.
보급과 상륙이라는 두 가지 목적은 ‘바다’에서 자신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함대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성몽골제국의 함대는 분명히 잉글랜드-베네치아 연합함대에 패배했다.
하지만 그들은 쉽사리 패배에 굴복하지 않았다.
몇 번의 승전이 있었지만, 몽골인들은 바다를 절대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각하, 다시 몽골의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끈질긴 자들이군, 처리해.”
“함포를 발사하라!”
-예!
-쾅, 쾅.
“또 다른 몽골 함대입니다.”
“젠장, 또 튀어나왔군.”
풍족하게 준비해 두었던 화약과 물자들도 점점 소모되고 있었고, 선원들의 인내심도 바닥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샤를은 지겨웠다.
몽골은 커다란 괴물이었다.
단순히 그들의 용맹이 강함 때문만이 아니라. 저 괴물 같은 인력과 생산력이 두려웠다.
몽골은 계속해서 함대를 보냈다.
물론 ‘함포’을 탑재했지만, 제대로 된 해상 포격 전술을 알지 못하고 그저 함포의 지원을 받아 갑판에 올라 ‘백병전’을 치르려 하는 저들이 징그러울 지경이었다.
“동로마 제국의 함대는 왜 이리 무능한가? 한물간 그리스의 불만 믿어서 그런가?”
독자적인 힘으로 육지와 바다를 지키겠다는 동로마 제국의 함대는 자국의 바다를 지키지도 못한 모양이다.
동로마 제국이 제대로 된 함대라면, 이곳 지중해에 몽골 함대가 계속 튀어나올 수 없을 터였다.
“후방에 함대 출현!”
“이번엔 우리 잉글랜드의 함대로군.”
“각하, 본국에서 다시 상륙 함대를 보내왔습니다.”
“역시 우리의 주군, 이번에 제대로 몽골을 두들기실 생각이시군. 저 함선까지 꺼내시다니.”
“각하, 저건….”
“우리의 국왕께서 여러 번 시도하신 블랙 드래곤이야. 저게 드디어 바다에 나왔군.”
샤를의 부관 휴버트는 감탄했다.
“블랙 드래곤….”
용머리, 철갑, 그리고 무수한 함포를 가진 블랙 드래곤이 포성을 내며 몽골의 함대를 공격했다.
그래, 세상 흉악한 물건은 모두 잉글랜드가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