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83)
콩가루집 막내왕자-183화(183/205)
183화, 에스파냐와의 혼인 동맹(1)
-잉글랜드 왕국, 루앙-
존 왕 대신 장 1세라는 거창한 존호를 가진 잉글랜드의 ‘공동’ 국왕이 되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진짜 힘들었다.
직접 몽골 친구들이 있는 전장에 가지도 않은 국왕이 왜 힘드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내정이라는 것이 아무리 사람을 굴려 먹어도 ‘책임’은 군주가 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막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일하던 나는 서랍을 열어 신성로마제국에서 리처드 형이 보낸 답서를 꺼냈다.
[존. 네가 구상한 외교 방책을 허락할 테니, 네 마음대로 하거라.]집안일에 관련된 요청에 관한 편지다. 이렇게 호쾌하게 허락하다니.
편지만 봐도 가슴이 든든해진다.
‘리처드 형님, 그립습니다….’
리처드 형이 그립다.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 귀족 억제기인 리처드 형. 게다가 리처드 형들이 데려간 귀족 중에 제법 행정에 능한 사람들이 많은데. 가령 샹파뉴 백작이라던가?
내정은 언제나 피곤하다. 아마 어떤 제왕을 데려와도 똑같을 것이다. 한 가정의 살림살이만 해도 쉽지 않은데 거대한 국가를 돌보기가 어디 쉬울까?
[아무튼 허락은 허락이고. 존, 총, 화약, 화살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군량미도.]전쟁이 계속되니 리처드 형의 요청에 머리가 아플 때가 많지만, 그런데도 나에게 한 가지 위안이 있다.
‘그래도 내가 오리지널 존보다는 낫지.’
원래였다면 리처드 1세의 요구에 흑화해 반란이나 일삼던 그 멍청한 존 왕과, 형님을 지원할 생각에 잠도 못 이루고 일하는 장 1세는 다르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많은 관료의 시간을 갈아 넣고, 나라의 돈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식 보급 사업을 진행하면서 또 내정까지 하느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이다.
내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종이 뭉치들. 이것이 내가 쓴 왕관의 무게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혼자 죽지 않지.’
하지만 왕관의 무게는 봉신들과 함께 감당하면 더 좋지 않을까?
“폐하의 충신이 들어가도 되겠습니다.”
자기 입으로 충신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이름을 대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다.
“수석국무장관, 무슨 일인가?”
“일이 또 늘었습니다.”
-턱.
책상에 또 다른 종이 뭉치가 올라왔다.
정말 무서운 건 이것도, 아래에서 충분히 처리하고 올라온 업무라는 거다.
“외교 안건입니다.”
“동로마와 관련된 안건은 처리했잖는가.”
“에스파냐입니다.”
“그렇군….”
“그리고 이건 병참기지 안건입니다.”
-턱.
“하. 폐하, 이 정도면 전쟁입니다. 전쟁!”
나와 같이 늙어가는 피터가 너무나 힘들어하고 있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피터가 부담해야 할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행정관을 추가하고, 여러 기관에 일감을 분산해도 일은 줄지 않았다. 왜냐하면 해야 할 것이 정말 많았으니까.
그 마음은 잘 알지만.
“나도 지금 머리 빠지게 힘드오.”
나도 힘들다.
신하들에게 어려운 업무를 다 맡기고 탱자탱자 놀고 있었다면 피터의 말에 일말의 미안함이라도 느꼈겠지만, 나 역시 엄청난 업무를 전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의 말에 피터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더니, 창가를 바라보며 감상적인 어투로 말했다.
“허, 이제는 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폐하와 함께 우유를 마셨던 그때를 생각하면… 그때 외조부한테 구박당하던 저를 가장 먼저 도와준 이가 폐하였습니다.”
누가 들으면 내가 늙은이 학대라도 하는 줄 알겠다. 내가 무슨 세종대왕도 아니고, 신하를 그렇게 모질게 굴릴까?
“우리는 우리만의 ‘전쟁’을 하는 거니까, 더 힘내줬으면 하네. 짐도 정말 힘들어.”
“일을 자꾸 만드시니까 그러지 않습니까? 샤를르빌과 블랙 드래곤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습니다.”
“….”
피터의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선에 추가 지원병과 보급을 보내고.
동시에 유사 플릭트락인 샤를르빌-1204 머스킷을 전선에 순차적으로 지급했다.
어느 세상이나 그렇듯 체계적인 군수품 보급과 장사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근래에는.
‘블랙 드래곤.’
중세 시대에서 나름대로 거북선을 구현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열심히 건조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이순신 장군님, 우리 잉글랜드 바다에 임하소서.
물론 블랙 드래곤을 건조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건 일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나는 정말 할 일이 많았다.
피눈물을 삼키고 있는 피터의 말에.
“그래도… 많이 팔아먹지 않았는가?”
“그건 맞습니다.”
좋은 소식을 말해주었다.
일이 아무리 많아도,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잉글랜드산 군수품이 정말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과장하면 양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연합군에 팔아먹은 느낌을 알 것만 같았다.
물론 버는 만큼 또 많이 썼지만, 잉글랜드산 ‘군수품’으로 생산과 소비를 모두 담당하니 국내 사정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무튼 일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귀족 문제!”
옥스퍼드 백작은 그나마 양지에 나온 그의 세력을 견제할 수라도 있지만, 음지에 숨어 있는 귀족들이 문제다.
잉글랜드의 귀족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고, 내가 틈을 보이지 않는 지금은 별다른 수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의미로 더 무서웠다.
“이건 직계 왕족 전하들의 문제들입니다.”
아키텐에서 곧 루앙으로 올 내 가족들 문제. 뭐,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이니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일감을 전해준 피터가 투덜거리며 자리를 떠난 그때.
“어휴, 잉글랜드의 문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벌컥.
문이 열리더니 피곤한 표정의 메리가 들어왔다.
“그리고 당신도 문제 있어요.”
“메리, 내가 무슨 문제가 있다고?”
“일을 완벽하게 하려고. 아래 사람들을 들들 볶잖아요.”
물론 중세 시대 군주의 ‘대강’이라는 개념은 알고 있지만.
“잉글랜드를 위해서라면 일을 대충 할 수 없지.”
“입만 살아서는…. 그나저나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우리 메리, 알면서 또 그런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당신과 나의 결실이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까.”
아무튼 오랜만에 보게 될 가족들이다.
“처음에 당신이 애들을 루앙으로 데려오지 않겠다고 했을 때, 참 원망스러웠어요. 제임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아이들은 부모가 필요한데. 특히 루이 말이에요.”
“아버지가 칼질하느라 어쩔 수 없었지.”
“아… 그렇군요.”
그동안 나는 가족을 아키텐에 내버려 두었다.
루앙에서 나를 음해할 세력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왕족들이 기거할 주거지도 문제였고.
내 아이들에게 ‘맏이’ 제임스의 통치를 지켜보면서 간접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하려는 것도 있었다.
그것도 오늘까지였다. 다들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쌍둥이 남매 찰스-엘리자베트, 막내아들 루이까지.
아. 며느리들도 있구나.
* * *
기다리던 마차들이 우리 궁전 앞에서 멈췄다.
내가 직접 개발을 지시한 귀족용 사치품 ‘바로크의 마차’다.
전쟁을 위해 귀족들에게 사치품을 여러 개 팔았고. 몇 개는 아키텐에 있는 아이들에게 선물했는데, 흔들림이 없는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마차에서는 익숙한 사람들이 내렸다.
오랜만에 만난 나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잉글랜드의 미래와 더불어 내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서다.
“왔구나….”
-부왕을 뵙습니다.
내 가족들이 한목소리로 나에게 인사했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으니, 나는 먼저 장남 내외에게 갔다.
이제는 한 가족의 가장이 된 제임스. 그리고 맏며느리 아델라이드.
“제임스, 많이 컸구나.”
“그럼 커야죠. 이제 더는 아버지에게 의지만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저를 인정해주셨다고요.”
“호, 그러니 일거리를 더 던져줘야겠구나.”
“부왕, 그것만은….”
응 다 던져 줄 거야. 지방의 일들은 말이야.
이제 며느리.
“아델라이드, 항상 고맙구나. 부족한 제임스를 보살펴 주느라.”
“아니에요. 제임스는 훌륭한 남편이에요.”
그리고 엘리자베트에게 갔다.
“엘리자베트… 많이 아름다워졌구나.”
“어머니를 닮아서 그래요. 하, 그나저나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네요.”
결혼할 신랑감이 없다는 말에.
“어차피 급하게 생각할 것도 없단다.”
나는 적당히 대응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막내 루이는 자기 앞에 있는 왕궁을 보며 말했다.
“우와 아버지, 이 왕궁은 언제 지었어요?”
“전쟁통에 왕궁을 지을 시간이 있었겠니. 윌리엄 대왕의 별궁을 약간 손봤을 뿐이다.”
그 말대로 궁전을 새로 지은 건 아니었다. 단지 예전 윌리엄 대왕(정복자 윌리엄) 시절 별궁으로 사용했던 걸 조금 손 봤을 뿐이다.
‘원래는 아예 새로 짓고 싶었지만. 리처드 형이 반대했지.’
아무튼 오랜만에 가족과 만난 나는 기쁜 마음으로 연회를 준비해두었다.
“오늘은 기념으로 연회를 열겠다.”
물론 특권층들만 하하 호호 즐길 수 있는 ‘베르사유’식 연회를 하자는 건 아니었다.
연회는 모두가 즐겨야 하는 거니까.
민중에게는 맥주의 빵. 귀족들에게는 소고기와 포도주를 마음껏 베풀었다.
갑작스러운 연회를 기쁘게 할 소식도 있었다.
“우리 잉글랜드의 위대한 지휘관 샤를과 고드프리가 승전보를 전해주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지중해와 예루살렘의 싸움에서 우리 잉글랜드가 아직 완전한 승리를 거둔 건 아니었지만, 전초전에서 값진 승리를 얻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연회의 흥을 더해줄 것이다.
“봉신들의 승전을 기념해, 짐은 오늘 밤, 루앙에 연회를 베풀겠노라.”
“우와아아!”
“잉글랜드 만세!”
“국왕 폐하 만세!”
‘솔직히 평민들에게도 고기를 먹이고 싶지만, 전쟁이라 닭고기라도 함부로 줄 수 없으니.’
인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도리어 미안해졌다.
그리고 여러 생각이 났다.
“아버지…. 무슨 생각을 하세요?”
“글쎄다….”
잉글랜드가 평화로워서 다행이다 정도?
그러자 제임스가 계속 말했다.
“부왕. 루앙은 역시 수도답네요. 아키텐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요.”
“한때 우리의 선조분들이 실질적으로 수도로 삼으셨던 곳이었지. 그러니 다를 수밖에.”
“그건 너무 옛날 아닐까요?”
제임스.
어린 시절 앙증맞았던 모습이 어제 같은데. 어쩜 이렇게 자랐는지.
“가기 싫은데, 여기에서 계속 살면 안 되나요?”
“내가 ‘공동’ 왕인 이상 너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단다.”
“그럼 동생들은요?”
“그 아이들과 너의 신분이 다르잖니. 이제 수도도 정리되었으니 여기에서 살아야지.”
“참 제 의무가 막중하네요.”
“왕세자는 원래 그런 법이란다.”
같은 왕에게서 잉태된 자식들이라도 왕세자와 왕족의 차이는 명백하다. 아니, 당연히 차이가 있어야 한다.
어차피 내 큰아들은 다시 아키텐으로 돌아가 굴러야 했다.
* * *
에스파냐에서 반란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에스파냐 귀족들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몽골과의 전쟁으로 어수선할 때, 한몫 잡으려는 자들도 있었고, 잉글랜드와의 국혼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매형 페르난도 1세는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반란을 진압했다.
그렇기에 오늘의 만남이 있는 거겠지.
“폐하, 지금 귀빈이 옵니다.”
“보고 있소.”
-두두두.
에스파냐 왕국에서 손님이 왔다.
누님과 매형 내외다.
저번에는 누님만 잉글랜드에 오셨지만, 이번에는 부부가 같이 왔다. 이게 무슨 뜻일까?
뻔하지.
둘째 놈 장가보낼 날이 왔다는 것이다.
전쟁이 한창인 이때 결혼 미사를 하는 이유는 효율 때문이었다.
“자네를 이렇게 볼 줄 몰랐군.”
“오셨습니까? 매형.”
“그래 내가 왔네. 장 1세, 나의 처남. 이렇게 보니 정말 반갑구먼.”
사사로이 내 매형이기도 한 페르난도 1세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인사를 건넸다.
에스파냐는 중요한 나라다. 바로 우리 잉글랜드 서쪽에 있는 나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지정학적 위치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프랑스와 양옆으로 잉글랜드령 프랑스 지역을 포위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지금 앙주 왕가의 잉글랜드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응 우리 잉글랜드의 앞바다만 지키면 돼.’를 할 수 있는 섬나라가 아니었다. 절대로 프랑스 지역을 잃은 생각이 없는 대륙 잉글랜드였다.
방심하다가 잉글랜드의 옆구리를 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잘난 나폴레옹도 에스파냐를 무시하다가 여러 가지로 당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꿨다.
나폴레옹이 말하길 피레네산맥 이남 사람은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했으니.
차라리 에스파냐에 북아프리카를 줄 거다.
물론 그 전에 찰스가 얻을 내 손자를 에스파냐의 국왕으로 만들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