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92)
콩가루집 막내왕자-192화(192/205)
[192화, 사자의 죽음]상파뉴 백작에게 외숙이자 주군인 리처드의 마지막 명령이 내려졌다.
-앙리, 너는 살거라. 나는 누님과의 약속을 어길 생각이 없으니.
[저도 주군과 함께 죽겠습니다.]처음에 그는 주군의 뜻을 거절했다. 전장이 곧 자신의 무덤이라고 예전부터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샹파뉴 백작은 리처드의 명령으로 전장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주군의 명령과 어머니의 유언 때문이었다.
“주군의 옆을 지켰어야 하는데.”
“각하, 리처드 폐하의 마지막 명령이었습니다.”
“잘 알고 있소··· 빌어먹게도 나는 이 명령을 지켜야 했고···!”
그렇게 샹파뉴 백작이 씁쓸해할 때.
저 너머 새로운 군대가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지휘관이 말했다.
“우리는 세이프존의 기사들을 맞이하기 위해 ‘로마 제국’의 황제께서 보낸 병사들입니다.”
국제 공용어 라틴어를 했지만, 동로마 특유의 자칭법을 하는 걸 보며 동로마에서 온 것이 맞는 듯했다.
“알렉시오스 황제께서 결심하신 겁니까?”
지금 샹파뉴 백작은 독자적인 작전이 아니라, 연합 작전으로 노선을 바꾸었는지 물어보는 거였다.
“그렇습니다.”
“각하, 이제 살았습니다. 동로마 친구들이라면 우리를 구원해줄 겁니다.”
하지만 샹파뉴 백작은 그처럼 좋아할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의심’이 깃들었다. 하필이면 이 시점에 구원자처럼 동로마의 지원군이 마중 나온다고?
‘함정이다.’
동로마의 병력이 이 지점에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몽골군대로부터 자신들을 구해주고 주군 역시 최후의 저항을 할 필요조차 없었으리라.
샹파뉴 백작은 함정임을 깨달았고, 곧바로 가스코뉴 사투리로 믿음직한 수하에게 말했다.
“피에르, 기사 3명을 이끌고 크리스티앙과 함께 신성로마제국으로 가! 이건 함정이다.”
“각하 설마?”
“여기가 내 무덤이다.”
“예, 각하.”
남아있는 수하나, 떠나간 수하나 모두 샹파뉴 백작의 결정에 따랐다.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으니.
가스코뉴 지방의 사투리를 제대로 못 알아들은 크리스티앙은 영문도 모른 채 기사들에 이끌려 떠날 뿐이다.
이제 샹파뉴 백작 곁에 남은 기사는 고작 3명.
그러자 자칭 로마 제국의 지휘관이 의아한 모습으로 물었다.
“저자들은 어딜 가는 겁니까?”
“동로마 제국군이 왔으니, 당연히 이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그렇군요. 참으로 옳으신 선택입니다.”
다정하게 답하던 지휘관은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며 ‘프랑스’어로 말했다.
“샹파뉴 백작 설마 내가 프랑스말도 못하는 줄 알았는가? 아, 가스코뉴 사투리라 헷갈리길 원했나 보군. 아쉽지만 내 고향이 남쪽이라.”
“···!”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자칭 로마 제국의 지휘관이라는 작자는 크리스티앙과 기사들이 떠나간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저 잔챙이들은 살려주도록 하지. 일개 평민과 서자 출신 기사들 아닌가? 물론 다른 친구들이 살려주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남쪽 사투리가 느껴지지만, 유창한 프랑스어다.
당연히 샹파뉴 백작과 기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각하, 저자는!”
“너는 누구냐.”
“샹파뉴 백작께 정체를 밝혀라.”
“앙주와 카페를 증오하는 프랑스인이다.”
“···설마? 레몽의 하수인들이냐!”
“하수인이라니, 동업자라고만 하지.”
상퍄뉴 백작에게서 튀어나온 의미심장한 말에 ‘프랑스’인은 무덤덤하게 답했다.
“우리는 그저···. 너희 가톨릭 이단을 심판하러 온 죽음의 천사다.”
죽음의 천사.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였지만, 지금 샹파뉴 백작은 저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중갑을 입고 툴루즈 억양을 하는 기사의 모습에 샹파뉴 백작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유럽을 배신했지?”
“하하하, 웃기는군. 1122년 이후로 너희는 압제자일 뿐이었어.”
“그래도 같은 유럽 아닌가?”
“유럽? 웃기는군. 틈만 나면 동족을 학살하는 유럽인보다 몽골인들이 더 신뢰가 간다.”
“그럼 폴란드인의 배신은?”
“계획한 거지. ‘우리’가.”
바로 그때.
“시간을 질질 끌지 마시오.”
새로운 기사들이 나왔다.
그러자 자칭 ‘프랑스’인이 불만이 섞인 듯 말했다.
“칼로얀 너 건방져.”
“네놈들은!”
새로운 남자들의 모습에 샹파뉴 백작이 물었다.
그러자 칼로얀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말했다.
“곧 죽을 놈들이 알 필요 없다.”
-피웅.
바로 그 순간, 여러 개의 화살이 샹파뉴 백작을 향해 날아왔고.
‘리처드, 나의 주군이여··· 저 역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잉글랜드를 위해 죽자!”
“와아아아!”
상퍄뉴 백작 앙리는 3명의 기사와 함께 최후의 돌격을 했다.
* * *
-1206년, 폴란드 전역-
이미 동방을 정복한 신성몽골제국은 아시아 역사상 최강의 군대였다.
이번 폴란드 전역에서 몽골이 유럽인들에게 보여준 건 일종의 절망이며 경고였다.
‘우리 몽골은 유럽의 길목 폴란드 왕국을 단숨에 패망시켰다. 그래서 너희들이 뭘 할 수 있는데?’ 같은 경고 말이다.
중동과 동로마 인근을 건드리긴 했어도 공세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몽골이 정한 첫 사냥감은 폴란드였다.
폴란드를 구원하러 온 유럽의 병사들을 각개 격파하고 폴란드에 보급 기지를 만들려는 것이 몽골군의 전략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 목표는 이루어지고 말았다.
폴란드 왕국은 멸망했고.
이제는 폴란드 왕국을 도와주러 온 유럽의 연합군만 무너뜨리면 되었다.
아니, 유럽 연합은 이미 실시간으로 도륙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표의 끝에서.
죽음들 두려워하지 않은 리처드와 10명의 기사.
그 괴물 같은 ‘마지막 결사대원’을 본 몽골의 장졸들은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냐.”
“저들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나!”
몽골의 천부장들이 탄식했다.
신성로마제국의 귀족이 죽었고. 프랑스의 국왕이라는 작자가 죽었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광전사들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잉글랜드의 영예로운 후예다!”
“가자!”
테무친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영웅호걸을 만났다. 하지만 오늘 본 서역인은 그 영웅들과 급이 달랐다.
리처드 1세.
서역의 군주. 그 유명한 세이프 존의 친형으로 알았지만 이런 괴물일 줄은 몰랐다.
이건 성서에 나오는 삼손이 생각날 정도다.
‘저자는··· 영웅이다.’
하지만 여자에 휘둘려 약점을 드러낸 삼손 따위와 달리. 최후의 순간까지 품위를 잃지 않은 리처드는, 적이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폐하를 보필하라!”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성전이다.”
죽을 자리인 것을 알고 주군 곁을 호위하는 기사들마저 몽골인들을 학살한다.
-피웅.
그러다 화살에 맞아 하나 둘 죽어가는 와중에도 전의를 잃지 않고 있었다.
“지독한 작자들입니다.”
젤멜은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 보이는 리처드 1세와 그를 따르는 ‘인간병기’들은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화살을 맞고도, 계속 달려갔다.
잉글랜드의 귀족들은 여러 혈통이 있지만, 대체로 정복자 윌리엄께 충성을 바치던 노르만족의 후예가 많았다.
바이킹의 피가 흐르는 그들은 예전 정복자 윌리엄을 따르는 기사들이 무수한 전장에서 그랬듯, 최후의 순간까지 주군과 함께하려고 했다.
-서걱.
수많은 몽골군을 눈앞에 두고도 이 노르만의 후예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잉글랜드 만세! 리처드 만세!”
“그는 경이로운 3가지 능력을 받으사.”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는 자로다.”
몽골군을 베어가고 있었다.
“괴··· 괴물들이다!”
“아랑전사들도 저들을 이길 수 없어!”
“저놈들은··· 악귀다.”
악귀.
죽음이 가까워져 옴을 느끼면서도, 단 한 명의 몽골인이라도 처리하고 죽겠다는 굳건한 신념을 가진 리처드와 기사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최후의 기사가 된 마이클이 피칠갑을 한 상태로 외쳤다.
“리처드, 세이프 존 만세!”
-피웅
그리고 죽었다.
.
.
.
리처드와 오랫동안 종군했던 마지막 기사 마이클이 죽었다.
하지만 리처드는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지척에 테무친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목표를 이루려면 앞으로, 더 앞으로 나서야 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존이 선물한 갑옷과 할버드는 대단했고, 자신의 무용은 그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원래도 그의 능력은 탁월했다. 괜히 사자심왕이라고 불렸던 것이 아니다. 마치 굶주린 사자와 같이 적들의 약점, 부족한 대열을 본능적으로 찾을 수 있었고.
-푹.
-서걱.
집요하게 파고들어 할버드를 이용해 베고 찔렀다.
리처드 얼굴에 피가 튀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달려야 했다.
‘하느님께서 능력을 선물하신 삼손도 나처럼 못하겠지. 그래, 나는 각오를 했으니까.’
그 순간 저 너머 요단강이 보였다.
[리처드, 이제 쉬거라. 너는 다 이루었다.]애증하던 아버지 헨리 2세가 보였다.
[리처드···.]자신을 어쩌면 아들 이상으로 생각했을 어머니 엘레오노르가 눈물을 삼키는 것이 보였다.
리처드 1세는 잘 알았다.
리처드는 이제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이제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견딜만했다.
자신은 목표가 있으니.
“대제께서 위험합니다.”
“어서 저자를 죽여라!”
그 순간 리처드는.
[존···나와 대련을 하자꾸나.]예전에 막내 존과 하던 대련이 떠올랐다.
‘존, 나의 왕국을 부탁한다. 그러기 위해.’
-히이이잉!
리처드의 애마 라이언이 울부짖었다.
아마 녀석도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저건 인간이 아닙니다.”
“막을 수 없습니다.”
“저자가 죽음입니다!”
아직 전장의 영웅이 살아 숨 쉬는 낭만의 시대였다. 죽음을 각오한 초인적인 마지막 질주는 제아무리 몽골군이라도 막을 수 없었다.
방해하는 몽골군의 기마병을 베어가며 앞으로 나갔다.
옛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이 이랬을까?
최후의 순간까지 남은 힘을 끌어 올린 리처드는 토르처럼 돌진했다.
그리고.
-푹.
-푹.
“테무친, 내가 이겼소···.”
“리처드, 명예로운 결투였소.”
피가 튀었다.
아쉽게도 테무친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만족했다. 제법 괜찮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생명이 불꽃이 가뭇없이 타오를 때.
[리처드, 무사히 다녀오세요.] [리처드, 내 아들을 부탁할게.]이부누이 마리가 부탁한 조카는 무사히 도망갔으려나.
살았으면 좋겠다. 앙리는 좋은 아이였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존··· 뒷일은 너에게 맡긴다.’.
[형님, 저는 콩가루집 막내왕자라니까요!]처음 대련할 때. 막내 존이 자신에게 했던 불평이 생각났고.
리처드는 웃었다.
적어도 꿈속의 결말보다 좋은 죽음이었다.
* * *
-잉글랜드, 루앙-
십자군이 정식으로 선포되었고, 나는 다시 루앙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는 나는 여러 생각을 해야 했다.
[숨어 있는 자들처럼 위험한 건 없습니다. 다른 의미로 몽골보다 성가신 적들입니다.]‘성가신 적들이라···.’
로니에로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알아낸 귀중한 ‘정보’는 나를 섬뜩하게 했다.
이미 프랑스 왕국의 왕세자 루이에게 협조를 구했고, 그들을 향한 십자군을 준비할 정도로 말이다.
아무튼 루앙에 돌아온 나는 측근들을 호출했다.
샤를, 악불회, 고드프리가 모두 전장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는 아미아르, 피터, 로빈이 남아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폴란드 사태를 만든 ‘적’을 알려주었다.
“결국 모든 근원은 알비파(카타리파)였소.”
“알비파 말씀입니까?”
알비파는 제3차 라테라노 공의회(1179년)에 이단으로 공식으로 금지된 오리지널 이단이다. 그리고 우리와 매우 관련이 있는 이단이었다.
원래 역사에서는 대대적으로 알비 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알비 십자군이 선포되기도 했다.
너무나도 고요해 알아서 ‘자기들의 신앙’을 포기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있다니.
“퀄른, 알비, 툴루즈, 이탈리아 남부, 발칸, 중동에 숨죽여 있던 이단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움직였다오.”
“지금까지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의 모든 흑막이 그들이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피터가 씁쓸하게 현실을 파악할 때.
연락관이 왔다.
“폐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오.”
“폴란드 전역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사람이 왔습니다. 병사 크리스티앙입니다.”
이번 폴란드 전역에서 이루어진 몽골 방어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는 단 한 명이었다.
그자는 가장 신분이 낮은 평민 출신의 머스킷병 크리스티앙이었다.
“폐, 폐하께 인사드립니다.”
그는 평민 출신이었지만, 역전의 용사이기도 했다.
“제 이름은 크리스티앙입니다. 그리고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폴란드 전역에서 살아 돌아온 유일한 병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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