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199)
콩가루집 막내왕자-199화(199/205)
[199화, 역관광(2)]-1207년 제베 본영-
위대한 신성몽골제국의 힘에는 그 한계가 분명했다. 그건 바로 신성몽골제국의 불투명한 미래 그 자체였다.
대제인 테무친은 불사신이 아니기에 그가 죽은 다음에는 필연적으로 분란이 일어날 것이다. 마치 알렉산더의 제국처럼 말이다.
대제의 후계자가 자무카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정치적 합의를 보지 못하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았다. 좋든 싫든 기독교로 개종한 테무친의 그릇은 자무카를 품을 수 있었지만. 대제의 자식들이 대제 같은 능력을 갖출지는 미지수였다.
그래서였을 거다. 제베의 위대한 주군 테무친이 세계 정복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더 서두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두 사람이 그저 무난한 성격만 됐어도 대제께서 이렇게 급하실 필요가 없었지.’
사람들은 차가타이만 성격이 이상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제베처럼 테무친 휘하의 실세들은 잘 알고 있다. 차가타이가 망나니 같은 작자라면, 주치는 오랫동안 당하기만 해서 피해의식이 너무나도 심한 사람이란 것을.
이런 이유로 주치와 차가타이는 각자 다른 의미로 무능함을 이미 증명한 것이다.
오고타이는 그나마 형들이 비해 유능하긴 해도 후계자로서 한계가 있었다. 그는 3남이기 때문이고, 삼남이기에 지지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외통수군.”
그래서 제베는 알 수 있었다. 근래에 있던 사건이 예삿일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런 이유로 몽골 ‘황자’들의 약점을 움직인 이번 분란은 서방의 의도로 일어난 게 분명했다.
“장군…”
“이건 서방의 수작이다.”
“누가 말입니까?”
“세이프 존··· 그놈이 말고 어디 있겠는가?”
서방의 진정한 머리가 누군지는 제베도 잘 알고 있다. 세이프 존은 몽골에서도 유명한 사람이었으니까.
제해권.
제노바와 베네치아라는 거대한 양대 해군 전력을 움켜쥔 쥐고 지중해의 제해권을 통해 몽골을 방해한 것도 존의 잉글랜드였고.
4차 십자군이라는 실질적인 전력으로 몽골을 방해하기 시작한 것도 존이며.
이제는 두 형제의 골육상쟁을 유도하여 몽골의 힘을 약화한 것도 존이다.
물론 제베는 전략이 아니라, 첩보에는 능한 자다. 그렇기에 그는 존이 개입한 낌새를 느끼자마자 기민하게 조처해두었다.
“첩자로부터 보고가 왔습니다. 하온데···.”
“어떻게 됐어?”
“페르시아를 향하던 연락관이 모두 사살되었습니다.”
“··· 이런.”
‘그것마저 준비했다는 건가?’
중동에 파견된 가장 위험한 지휘관은 존 왕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드프리였다.
한때 사상 최고의 사생아로 불렸던 그자는 겉으로는 미중년의 기사지만. 그만큼 영악한 사람이었다.
“대장군께 보낸 연락관도?”
“예···”
“자무카 대장군께서 먼저 움직이셨을 확률은.”
“희박합니다. 이미 대장군께서는 동로마 제국과 격돌 중입니다.”
동로마 제국.
몽골 제국은 한때 약해진 그리스인들의 제국이라 깎아내렸지만, 이미 아나톨리아의 ‘반’을 지키고 있는 그들은 충분히 강했고.
제베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오고타이 황자님도 어렵겠지?”
“그분은 지금 대장군의 부관 아닙니까? 그리고 그분께서는 본인의 형들을 구하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사실 제베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잘 알고 있기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당했군. 그러면 내가 이 쓴잔을 마셔야겠어.”
쓴 잔.
눈에 보이는 함정이지만, 그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자조적인 의미였다.
결과적으로 제베는 분쟁을 막을 수 없었다.
십자군과 이슬람 저항 세력이 여러 방식으로 그의 앞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물론 페르시아와 비단길이 가지는 지정학적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제베는 달렸지만, 번번이 중간에 가로막혀서 움직이지 못했다.
“당신은 못 가!”
왜냐하면 그가 넘어야 할 통곡의 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창한 몽골어를 하는 십자군들이 바로 그 벽이었다.
“서방의 사람들도 이제 우리 몽골을 대적으로 인정해주는 건가?”
제베는 피식 웃었다.
몽골인들이 전쟁을 준비하며 서방의 대표적인 언어인 라틴어와 앙주어를 배웠다면, 서방에서도 몽골의 말을 어떤 방식으로든 배워간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서방이 몽골의 대적으로 인정한 증거이기도 했으니.
중동에 있는 모든 병력이 마치 제베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후 제베 군대의 어떤 전략에도 걸려들지 않고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만 했다.
“오늘 몽골의 주구를 죽인다.”
“이들은 절대 위대한 세이프 존의 전략을 깨뜨리지 못한다.”
잉글랜드 십자군은 세이프 존의 명령에 따라, 이를 악물고 제배 혹은 제베의 수하들이 페르시아에 가는 것을 막았다.
“수부타이. 그자를 믿을 수밖에.”
제베는 페르시아 전역의 수습을 위해 십자군에 맞서 열심히 싸우고 있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예감하고 있었다. 이미 내부의 분란이 시작되고 있다는걸.
“서방인들을 멸족시켜라!”
“예, 장군.”
하지만 사냥꾼은 절대 사냥감이 될 생각이 없었다. 대제에게 하사받은 그의 이름은 제베(화살) 아니었던가?
그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하지만, 최대한 일을 수습하기 위해 움직였고.
그의 기병들은 빠르게 사막을 달리고 있다.
* * *
-주치 총독령-
주치가 다스리는 총독령에는 소식이 들어왔다.
차가타이의 대군이 정말로 비단길에서 이곳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는걸.
주치의 명분은 ‘가톨릭 세력과 야합한 메르키트 일족’의 완전한 멸절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주치는 메르키트 부족의 씨니 알아서 없애주겠다는 것이다.
주치는 정말 차가타이가 도발에 넘어갈 줄 몰랐다.
“총독, 이건 적들의 수작입니다. 누가 봐도 이간계가 아닙니까?”
그나마 수부타이라는 걸출한 지휘관이 이 충돌을 막고 있었지만.
먼저 검을 들어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동복형제를 노린 건 차가타이였다.
음해대로 아버지가 다를지언정 같은 배에서 태어났거늘. 그의 동생은 단 한 번도 자기 형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수부타이 장군, 저번에 말하지 않았소. 이게 이간계임을 차가타이 녀석도 알고 있다고.”
주치는 짜증이 밀려왔다. 차가타이의 인간성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은 영지만 받고 밀려날 처지다. 대제는 주치의 씨앗을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어떤 의미로 차가타이는 비단길만 잘 관리하고 형제들과 돈독하게 지낸다면 대전쟁이 끝난 후,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차가타이는 제 ‘동복형’에 조그마한 영지가 있는 것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대체 이런 도량으로 어찌 ‘대제’의 아들이라 할 수 있을까.
바로 그때.
“총독! 위험합니다!”
“총독을 보호하라!”
-피웅.
-턱.
주치는 화살을 맞을 뻔했고.
“잡종을 죽여라.”
“진정한 황태자를 위해 움직여라!”
오래전부터 주치 총독령에서 시녀와 시종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던 차가타이의 첩자들이 대놓고 움직였다.
물론 운이 좋게도 주치는 목숨을 건졌지만,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수부타이, 아버지가 아끼는 유능한 지휘관이여. 저놈과 나는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소.”
“하··· 그렇다면 빠르게 제압해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수부타이는 알면서도 적들의 계략에 걸려들어 버린 차가타이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단길을 준 이유가, 반쯤 차가타이를 인정한 대제의 생각 아닌가?
하지만 이 세상에는 이성적인 사람보다, 더 감정적인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고 덕분에.
몽골은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불필요한 전력 소모가 일어났다.
‘제베 같은 중동 지휘관들의 움직임이 제한되었어.’
지금, 이 순간 수부타이는 제베와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외통수였다.
* * *
-동유럽 전역-
폴란드 왕국이 멸망했지만, 전쟁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4차 십자군의 힘이 제대로 투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몽골족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거짓 선지자 테무친을 타도하자.”
“몽골은 적그리스도다.”
십자군은 몽골군을 향해 기세 좋게 움직였다.
아직 서로 어색한 연합이었지만 몽골 제국을 무찌르겠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었다.
“몽골인을 무찔러라!”
“물러서지 마라.”
유럽군은 결사 항전으로 몽골군에 맞서고 있지만, 테무친은 그 움직임이 ‘기만전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을 버리는 건가.’
몽골은 헝가리와 보헤미아를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테무친의 본대를 견제하는 모습이었다.
테무친은 그 이유를 얼마 뒤에 깨달았다.
차가타이와 주치의 갈등을 말이다.
아무리 형편없는 자식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헛짓거리를 할 줄은 몰랐다.
“오고타이는 어쩌고 있소?”
“지금 오고타이 황자님께서는 자무카 대장군과 함께 전투 중입니다.”
동로마 제국의 전력은 너무나도 강하다. 그 말인즉, 자무카가 후방의 분쟁에 개입 못할 정도로 그쪽 전선의 전투가 치열하다는 것이었다.
“자기 동생은 지금 제국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형이라는 것들이!”
정말 답답했다. 황자라는 것들이 대국을 보지 못하다니.
테무친은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몽골은 두 가지 선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진군을 멈추거나, 완전히 몰락하거나.’
테무친, 신성몽골황제의 초대 황제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몽골을 몰아내자!”
“폐하··· 십자군이 사방에서 우리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개떼들이라도 숫자가 너무 많군.”
테무친의 세이프 존의 노골적인 의도를 알아챘다.
세이프 존은 늑대 새끼들의 분쟁을 유도한 것이다. 그 역시도 형제들과 왕좌를 놓고 싸운 산증인이었기에, 그 갈등의 위력을 모를 리 없었다.
* * *
-잉글랜드, 루앙-
“최고의 외교 특사를 보내라. 짐이 성과급을 후하게 내릴 테니.”
“예, 전하.”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한 국가만으로 대전쟁을 치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외교가 중요했다.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따지고 보면 세계를 감탄시킬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외교라는 걸 하지 않았다. 아니, 하더라도 그저 상대방에게 눈속임이나 할 줄 알았지, 진정한 의미의 외교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잉글랜드는 원래 대영제국이 한 것처럼 최대한 외교적으로 다른 나라의 협조를 구했다. 물론 협박이 아닌 ‘거래’에 가까운 협조를 구한 것이다. 작은 엘레오노르 누님의 나라 에스파냐부터 그 원수 같고 껄끄러운 프랑스, 심지어 항상 만만하게 보았던 저지대의 귀족들에게 항상 진심으로 ‘도움’을 구했다.
4차 십자군이 결성된 것은 유럽의 힘을 모아 몽골과 싸우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이제 막 결성된 십자군의 내실을 다지는 건 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하나라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니까.
십자군은 주도하는 국가들만으로 할 수 없다. 1, 2차 십자군이 실패한 원인은, 참여국들이 개인 플레이어를 하려고 하다가 대전략이 협동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몽골이라는 공통의 위협이 생긴 지금, 잉글랜드가 적당히 그들의 자존심을 치켜 세워준다면 적어도 막 나가지 않을 거다.
“역시 폐하의 생각대로 되었습니다.”
피터가 말했다. 내 생각대로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새로운 용병 계약이다.
아무리 대륙을 점령한 잉글랜드라도, 인구수는 턱없이 부족했고 징집이 아닌 이상, 새로운 병력을 전장에 보내기 힘들었다.
“애초에 그들은 거대한 용병 집단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들은 일부의 인력을 잉글랜드에 용병으로 제공했고, 일부는 직접 전선에 나가기로 했다. 가만히 지켜보려던 마음이 바뀐 셈이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폴란드가 멸망한 이후 동맹을 맺었다. 평소에 두 나라가 원수 같은 사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애증의 왕국 폴란드의 멸망이 두 나라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이제 북유럽도 진심으로 십자군의 그늘에 들어갔다.
‘우리 잉글랜드는 최후의 전력이다.’
그런 의미로 잉글랜드의 앞날은 어둡지 않았다.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도 2차세계대전 때처럼 잉글랜드는 최후방을 자처하며 최대한 버틸 거니까.
‘형님, 아버지··· 나를 도와주세요.’
전쟁으로 인한 부담감이 나를 괴롭히는 지금, 죽은 형과 아버지가 생각났다.
< 실지왕을 만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