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203)
콩가루집 막내왕자-203화(203/205)
[203화, 완결편 3화]―1208년, 폴란드 전역―
언제나처럼 시간은 지나고. 1208년, 다시 새로운 한 해가 도래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인간들의 역사는 치열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대제 테무친이 죽었어도, 신성몽골제국이 일으킨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으니까.
‘우리는 마무리를 위해 간다.’
신성로마제국을 거쳐 폴란드 번역으로 온 하트포드 백작은 침착하게 전장을 살폈고,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전장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장 알아챘다.
“역시 자무카 대장군이 없군.”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오히려 하트포드 백작은 기분이 좋았다.
기사(지휘관)들이 직접 치열한 전투에 참여하는 것도 낭만적이겠지만, 하트포드 백작에게는 그런 낭만보다 확실한 승리가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강적인 자무카가 없으니 한결 편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몽골 군단의 움직임이 예전과 달라.”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적들의 움직임이 많이 느슨해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대제가 죽었으니 말입니다.”
부관의 말에 백작에게 말했다.
“저들은 폴란드를 꼭 지키려 할 거야. 저곳만큼 괜찮은 전진기지가 없을 테니까. 그러나 결국엔 물러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게 말끝을 흐리던 하트포드 백작은 눈빛을 빛내며 생각했다.
‘우리가 그들의 거점을 모두 불태울 테니.’
그렇게 생각을 마친 하트포드 백작은 품 안에서 망원경을 하나 꺼냈다.
“그나저나, 폐하께서 이런 기물을 만드신 줄도 몰랐군.”
세이프 존이 베네치아의 도제 로니에로 단돌로를 구슬려 만든 세기의 발명품 망원경.
전장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겼다.
넓은 시야로 전장을 관찰할 수 있으니,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가령. 저 앞에서 몰아쳐 들어오려는 적군의 숫자를 볼 수 있다던가.
“전방에 몽골군이군.”
동방인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십자가 깃발을 휘날리는 군대가 접근했다.
“저들이 대놓고 우리 진영을 향해 돌격합니다.”
“용감한 전사들이야, 그들에게 맞는 대우를 해줘야지.”
노르만의 후예이자 노르만 자유 용병대의 대장은 지금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투우사가 된 기분이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마지막으로 돌진해오는 소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가?
하트포드 백작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다가오는 적들은 죽기 직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저승길 동무를 데려가기 위해 광분한 상태라는 걸.
‘우리 잉글랜드 하면 화포지.’
하트포드 백작은 기병을 선호하던 전형적인 기사에 가까웠지만, 세이프 존이 권력을 차지하고 만든 ‘화포’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쾅.
대응 포격이 없었다.
‘예상은 했지만, 대제의 죽음이 몽골 놈들에게 크나큰 손실이었어. 가장 중요한 화약 보급이 안 되어있다니.’
화약이라는 커다란 이빨이 빠진 것부터가 지금의 싸움이 치열하지 않다는 걸 반증했다.
“그런데도 우리를 유인하고자 하는 부대가 있겠지.”
“각하의 말씀대로, 슬금슬금 물러나려는 부대가 있습니다.”
“쫓지 마라. 우리는 느긋하게 적들을 죽이면 돼.”
이 세상에 목숨을 버릴 용사들만 있는 건 아니다. 아무리 조국을 위해 싸운다고는 해도. 이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들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유럽에 남은 몽골군은 모든 것은 불태우려 하고 있다. 저들의 뻔한 자살극에 괜히 희생당할 필요는 없었다.
“저들의 신념은 대단하군, 매복군이 있어도 상대하고 싶은 정도야, 하지만 지휘관인 이상 병력을 아껴야지.”
비록 봉급을 받고 목숨을 담보삼아, 전장에 종사하는 용병들이 태반인 잉글랜드군이다.
죽음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고, 언제나 지휘관은 최악을 대비하며 전장에 나가야 했으니까.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인력이기에 하트포드 백작은 괜한 병력 손실을 감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유효거리는 우리가 앞선다. 저들을 천천히 포위해서, 전멸시키거나 노예로 삼는다.”
“예. 각하!”
부관의 모습을 본 하트포드 백작은 루앙에서의 일을 회생했다.
‘세이프 존께서 나에게 보내신 믿음에 보답해야지.’
출정 당일.
세이프 존은 이례적으로 자기 처남인 하트포드 백작 본인을 언급했다.
[하트포드 백작은 짐이 인정하는 잉글랜드의 최후의 대검! 그러니 모두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시오.]경애하는 세이프 존은 하트포드 백작을 최후의 대검이라 높여주었다. 하트포드 백작 본인이 보호했던 메리 왕비의 남편이기에 가졌던 세이프 존에 대한 충성심이 있었지만, 그 순간 더욱더 불타올랐다.
본디 대검은 찌르는 무기다. 지금처럼 몽골족이 위기에 처하는 순간, 그 목덜미를 찌를 치명적인 무기로 쓸만하다.
그래, 본인은 세이프 존이 바라는 것 이상의 힘을 보여주면 된다. 다른 승냥이들이 오기 전에 말이다.
“돌격하라!”
돌격 명령을 내린 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선에 달리는 기사단원들을 바라본 하트포드 백작은 오랜만에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 이거야, 반란 진압 때는 느끼지 못한 생생한 전장의 향기.’
지금, 이 순간, 전장의 향기라 봤자, 시체 냄새, 피 냄새, 그리고 파드득거리는 까마귀의 깃털 냄새뿐이다. 하지만 태생 자체가 ‘용병 대장’ 가문의 후계자인 하트포드 백작은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두두두두두.
기병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화포와 머스킷을 활용한 전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발 소총이 나오지 않은 이 시대에서는 기병대를 동원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효했다.
“몽골 놈들을 심판하라!”
“교황 성하께서 말씀하셨다. 저들은 가짜 기독교인들이다!”
“와아아아아아!”
하트포드 백작이 데려온 기병대는 하이에나처럼 몽골의 기병을 물어뜯기 시작했고.
무수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고참 머스킷 병은 적의 보병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푹.
“마음에 드는군.”
대검으로 몽골 지휘관의 목을 찌른 ‘잉글랜드의 대검’ 하트포드 백작은 만족함을 느꼈다.
이제 남하하면서 적들의 숫자를 줄이면서 전리품을 얻을 차례다. 이 치열한 전장에서 목숨을 건 도박에 성공하는 것이 하트포트 백작의 목표였다.
“그리고 남쪽의 십자군이 적들을 약화할 동안 우리가 몽골 놈들의 요충지를 불태워야지!”
하트포드 백작은 자신을 막는 몽골의 군세가 나약한 것을 보면, 아마 남쪽에서의 결전도 십자군이 승리하리라 생각했다.
얼마 뒤, 전장에서 적들을 압도하여 보물을 차지한 하트포드 백작은 새로운 보고를 들었다.
“각하, 십자군입니다.”
“이런 방해꾼들인가?”
“어차피 대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습니까?”
“다음 구역도 독식하려고 했건만.”
하트포트 백작의 아쉬움이 있든 말든, 저 멀리서 새로운 십자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만 있는 게 아니야.’
유럽의 군대는 당할 때는 이리저리 끈질기게 도망치는 주제에, 어느 정도 이기는 모습이 보이면 누구보다 용맹하게 물어뜯는 맹수가 된다.
그동안 당해왔던 유럽군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아틸라를 뛰어넘은 몽골의 대제는 이미 죽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생긴 기회를 놓칠 어리석은 유럽의 군주는 없는 법.
교회와 왕정이 합심하여 십자군이라는 거대한 해일을 만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동, 서, 남, 북에서 들려오는 함성.
동로마제국군.
신성로마제국군.
몽골을 제외할 세계에서 초강대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두 ‘로마’의 거대한 군세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모아두고 또 모아둔 잉글랜드의 대병력과 그에 질 수 없다는 듯 몰아치고 있는 프랑스의 중갑기병대.
그들을 제외하고도 몽골에 유감이 많은 ‘십자군’들이 역으로 몽골을 유린할 시간이었다.
* * *
유럽인들은 몽골인에게 복수하면서도 아직 착각하고 있었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아직도 정예병이 많이 있어 몽골 얘들 아직 정예병들을 남겼을 거야.’라는 착각 말이다.
유럽인들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유럽에 남은 몽골 제국의 군대는 이미 힘이 빠져 있었다. 오랜 전투를 치러서 병력과 물자가 소모된 것도 있지만,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황제 오고타이와 대장군 자무카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들은 반란이 연이어 터지는 동방 제국 그 자체를 지키고자 했다. 그 덕분에 지금 유럽을 지키는 몽골의 병력은 최고 정예군이 아니라, 2선급의 전력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젤멜, 토스부카, 무칼리 단 3명의 지휘관만으로도 몽골군은 유럽 십자군에 맞서 버티고 있었다. 이 위대한 삼 인의 사령관은 옛 거란족의 ‘순장’을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화약의 수급에 실패한 몽골군은 ‘발톱’ 빠진 사자와 같았다.
시간이 지나 유럽의 십자군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던 몽골군은 후퇴를 반복했고. 이제 유럽―몽골군은 본인들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옴을 느꼈다.
꽤 버텼다. 하지만 이제 유럽 주둔 몽골군은 한계가 왔다.
“장군들··· 할아버지께서 선제께 받은 은혜를 갚을 시간이 되어 기분이 오묘합니다.”
먼저 입을 연 이는 자무카의 명령을 받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유럽군의 침공을 막기로 한 토스부카 장군이었다.
“테무친 대제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죄를 이렇게나마 갚을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선제의 명예로운 싸움을 막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젤멜 장군.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을 여는 사람은.
“다음 시대를 위해 우리가 모든 것을 바칩시다.”
품속에 있던 마유주를 꺼내 호쾌하게 말하는 무칼리 장군이다.
그렇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말을 남긴 몽골의 용감한 장군들은, 활과 곡도를 들고 적진을 향해 달려갔다.
이제 그들도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전략도 십자군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이제는 병졸들과 함께 최후의 결전을 벌여야 할 때라는 걸.
―신성몽골제국이여 영원하여라!
―두두두두두.
예전 폴란드 왕국에서 포위당했던 리처드 1세와 친위군처럼, 죽음으로 자기 삶을 완성하려고 했다.
정말 놀라운 건.
죽음의 순간이 눈앞에 드리울 때. 그 공포의 순간마저 몽골의 병사는 단 한 명도 항복하지 않았다.
장군들부터 일개 병졸들까지 신성몽골제국의 용사로서 살아왔고 죽어갈 그들에겐, 고결한 마지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쾅
―타당.
유럽 십자군은 그런 몽골군에 대한 마지막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전력을 아끼지 않았다.
* * *
―잉글랜드, 앙주 궁전―
하트포드 백작만 보낸 게 아니다. 무수히 많은 군수 물자도 전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래서일까? 나는 평소에 달리 많이 긴장한 상태였다.
솔직히 말해, 이 정도면 진짜.
매번 이게 끝이라고 생각해도, 이번에 내가 들인 자금과 ‘정치 생명’은 막대한 것이었으니까.
원래 역사에서 실지왕이 실각한 이유가 뭘까? 프랑스에 털림으로써 국왕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건 그냥 승리도 아니고, 효율적인 승리다. 아무리 대개 용병으로 보냈다고 한들 잉글랜드의 아들들이 전장으로 보내졌고, 잉글랜드의 물산이 소모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하루 빨리 잉글랜드의 군사들이 최대한 적은 손실로 유럽의 평화를 지켰다는 소식을 듣고 싶었다.
[조급하군.]‘당연히 조급하지.’
실지왕의 말에 나는 숨길 생각이 없다.
기다리는 일은 항상 힘들다.
‘그래도 잉글랜드가 전장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나와 잉글랜드에 행운이 있다면, 전장이 잉글랜드가 아닌 동유럽, 중동에 그쳤다는 것이다. 사실 잉글랜드 자체가 전장이 되었다면, 정말 힘들 뻔했다.
[내가 이끌던 잉글랜드군은 나라가 전장이 되었고, 또 필리프 놈한테 졌지.]‘그게 뭔 자랑이라고.’
[세이프 존, 자네가 정말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하는 거야.]‘문제는 경제야··· 실지왕아. 전쟁이 이렇게 계속되면 잉글랜드의 경제가 무너지니까.’
[경제라?]전쟁은 오래 끌면 끌수록 불리한 것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겨우 승리를 얻어낸다 해도, 그것이 피로스의 승리로 바뀌기 마련이니까.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희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폐하.”
“피터 경, 그래, 좋은 소식이 왔소?”
“유럽에 있는 모든 영토에서 신성몽골제국의 군대를 몰아냈습니다!”
“그게 정말이오?”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소식이 왔다.
< 완결편(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