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204)
콩가루집 막내왕자-204화(204/205)
[204화, 완결편(4)]십자군은 기세를 따라가서 대대적인 역공을 취했다. 처음에는 몽골의 공격에 ‘어버버’한 자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몽골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진 상황. 결국 십자군은 아나톨리아 상륙 작전에 성공했다.
물론 상륙 작전의 성공에는 테무친의 죽음과 차가타이의 폭주 등의 이유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유럽 십자군의 전력이 제대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있던 것이다.
결국, 십자군의 반격으로 신성몽골제국은 동방으로 떠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신성몽골제국이 망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거점을 동방으로 옮겼을 뿐이니까.
침략자 몽골이 동방에서 무슨 짓을 하건 유럽사람들로서는 알 바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들이 쫓겨났다는 것이고, 그 사실은 곧 잉글랜드의 수도로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만세!”
“십자군 만세!”
“세이프 존 만세!”
잉글랜드는 축제 분위기였다. 어떤 의미로는 훈족보다 지독했던 몽골족이 유럽의 거점을 모두 잃고 그들의 본향으로 퇴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징집 명령은 내리지 않았지만, 전시 체제에 들어감으로써 얼마나 많은 인민이 고생했던가? 예나 지금이나 가장 먼저 챙길 사람들은 수도에 있는 인민들이었다.
당연히 국왕인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
“앙주 왕실 차원에서 성대한 연회를 열 것이다.”
나는 대대적으로 연회를 열었다.
안심하고 연회를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몽골의 위협이 종식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법 아니겠는가?
“제임스, 메리. 돈 좀 빌려줬으면 좋겠군.”
물론 이번에는 나도 돈이 많지 못한 상황이라, 아내 메리는 물론 요즘 돈을 잘 벌고 있는 왕세자인 아들 제임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 세상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 국왕이 친히 연회를 열어주자 모두가 만족하며 술과 빵을 나눠 먹었다.
그런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었으니.
[연회인데 나는 즐기지 못하겠군.]바로 실지왕 존의 영혼이었다. 그는 씁쓸한 얼굴로 행복하게 웃는 인민들의 얼굴을 보았다. 부럽나 보다. 이렇게 행복해하는 나의 신민들이.
‘전생에 인민들을 위해 후회되어서?’
[세이프 존, 그대가 착각하는군. 비록 짐이 정치적으로 무능하고 어리석었어도 로빈 후드 이야기에서처럼 악역을 자처하는 잔인한 군주는 아니었네. 나는 나름대로 인민들한테 잘해주었어. 결과가 안 좋아서 그렇지. 자네가 알고 있는 숭정제나 콘스탄티누스 11세처럼 운이 없었을 뿐이야.]내가 정곡을 찔렀는지, 실지왕의 표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저게 핑계인 것을 알면서 실지왕이 밉지는 않았다.
‘뭐 당신의 심정이야 이해하지··· 나도 진짜 훌륭하게 통치하고 있는데, 풀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
[···나를 이해한다고?]‘어찌 되었거나 실지왕 당신이나, 나나 존(요한)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된 자들이니까.’
그래 세상일이 쉽지 않다.
나는 모르땅 영지에 부임하자마자 작업질 당했고, 나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정말 많았지.
[흠, 세이프 존. 나는 이자벨을 만나러 가보겠네. 생각해보니 그녀의 바뀐 인생이 궁금해.]‘굳이 나에게 허락을 맡을 필요 있나? 갔다 와.’
원래 역사에서 존이 두 번째 왕비로 삼은 여인을 만나러 가는 건가? 참 기분이 오묘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령이라 아직도 미련이 남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무협 소설에 나왔던 명시 안구사가 떠올랐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그 돈과 명예밖에 모르는 실지왕이 한낱 영혼이 되어도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니. 참 세상은 알 수 없는 것 같다.
“폐하, 왕비 전하 입실입니다.”
그렇게 실지왕이 떠난 후. 왕비가 내 곁으로 왔다. 나의 사랑은 여전히 내 곁에 있었다.
내가 실지왕보다 잘난 부분이 하나 더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도 만난 지 꽤 오래되었어.’
이제는 늙어갈 나이건만, 아직도 30대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얼굴을 보니. 내가 정말 좋은 남편이라는 게 느껴졌다.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게 해줬으면, 저렇게 젊음을 유지하고 있겠냔 말이지.
“존 고생했어요.”
이번 전쟁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 전쟁이 내가 기획한 전쟁이 아니라, 몽골 놈들이 쳐들어와서 반격하는 의미의 전쟁이긴 했지만. 고생을 하긴 했다.
얼마나 고생했으면 실지왕이라는 유령까지 보겠냐.
물론 나는 이런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고생은 메리, 당신이 많이 했지. 귀족 부인들의 문단속이랑 우리 왕실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여러모로 고생하지 않았어.”
메리와 나의 ‘분야’가 달라도 결국 전시 정부에서 각자 저마다의 역할을 다하느라 고생했다.
“존, 당신의 이마에서도 주름살이 생겼어요. 하, 이제 우리도 늙어가네요.”
“아니, 나는 늙고 있어도 당신은 여전히 그대로요. 마치 나에게 결투를 신청했을 때처럼.”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아내가 봐준 것 같기도 하다. 그 괴물 마누일 대제의 딸인데, 한 합에 나한테 패배할 리가 있나?
“풋.”
나의 말이 그리 웃긴 지 메리가 입꼬리를 올렸다. 하긴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누님이 나보다 어린 소녀 흉내를 냈고. 내가 거기에 속아버렸으니 말이다.
“당신을 남편으로 삼은 일은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어요.”
“그랬겠지. 메리, 당신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니.”
처음에 몰랐는데, 그녀의 숨겨진 신분이 마누일 대제의 둘째 딸이자 붉은 독수리 길드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지금. 그녀가 나를 선택함으로써 내가 얼마나 많은 이득을 보았고, 그녀가 얼마나 많은 재화를 소모했는지 알겠다.
“그 선택을 후회하오?”
“전혀요··· 음흉한 황도보다 여기가 좋아요. 무엇보다 우리의 가족은 콩가루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래서 당신한테 정말 고마워요.”
그래, 다 참된 아버지 세이프 존 때문에 그럴 것이다. 당장 우리 친가나, 메리의 가족이나 심심하면 사람들인데 뭐.
다음날.
다시 업무를 보고 있는 오후.
―스윽.
이제는 익숙한 남자가 나의 집무실로 왔다.
낡은 왕관과 청색 예복 착용하고,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지만 조금 더 늙고 피곤한 얼굴의 남자. 실지왕이다.
전생에 가장 사랑했던 아내 앙굴렘의 이자벨을 보러 저 멀리 떠난 것이다. 물론 영혼의 파장이 맞지 않아, 나한테만 실지왕이 보이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이자벨이 실지왕의 유령을 봤으면 입에 거품을 물고 난리도 아니었을 테니.
[다녀왔네. 그녀는 결국 딴 남자와 결혼했더군. 자네가 역사를 바꾼 덕분에 다른 귀족 가문으로 갔어.]‘그래서 기분이 우울하겠군?’
앙굴렘의 이자벨은 실지왕 존이 한 번 이혼하고 맞이한 둘째 부인으로 엄청나게 사랑했던 여자였다.
[안식이 허락되지 않은 영혼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그건 나 역시 같은 신세지. 나 역시 안식을 못 누린 영혼이니.’
[전생의 가족 때문인가?]‘그래.’
처음에는 환생한 사실이 기쁘다가도, 전생의 아내와 자식들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마음이 울적해진다. 이제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전생의 가족들.
하지만 저 실지왕이 전생의 왕비를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처럼, 이제 나는 전생의 가족과 어찌할 수 없었다.
실지왕이 내가 있는 이곳에서 ‘존 왕’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더는 샤를 리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기분이 우울하지만, 도리어 여러 의미의 책임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 앞에 있는 실지왕을 향해 말했다.
‘실지왕.’
[왜 부르는가?]‘앞으로 잉글랜드를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할까?’
[알아서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내가 하는 노력이··· 그저 일부로 끝날 것 같아 그러지.’
나의 말에 실지왕은 어이없는 눈빛을 하더니, 이내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나의 실패로부터 제대로 배우려고 하는군.]물론 그런 실지왕은 정성껏 나를 가르쳤다.
[내 생각으로는···.]유익한 달밤이었다.
* * *
전시 상황 중에 여러 가지로 변수가 있음을 대비했지만, 적어도 잉글랜드 내부에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여러 귀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옥스퍼드 백작, 경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소.”
나의 말을 들은 상대는 겸허한 자세로 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귀족으로서의 본분을 다했을 뿐입니다.”
민감한 전시에서 조금이라도 반항하려는 귀족을 통제한 귀족이 옥스퍼드 백작이다.
물론 그가 귀족들을 통제한 것이 다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전시 상황에서 국왕의 뒤통수를 치지도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 할까?
‘사실 가장 먼저 반란을 일으킬 사람인데, 이렇게 얌전히 있을 줄은 몰랐지.’
아무튼 세상일은 정말 모르는 법이다. 물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는 게 세상일이었고 그렇기에 정치적으로 중립이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귀족을 너무 멀리할 필요도 없다.
“나는 내 직속 봉신이 아니더라도, 잉글랜드의 영예로운 귀족을 외면하지 않소. 그대에게도.”
“···.”
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는 옥스퍼드 백작은 무언가를 생각하듯 침묵했다.
그러더니 사람 좋은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저 역시 잉글랜드의 귀족이며, 폐하의 봉신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도 자신은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말하는 것 같지만, 옥스퍼드 백작의 본질을 잘 아는 나는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이젠 좀 나랑 친한 귀족을 찾아갈 시간인가? 이번에는 나이가 좀 있는 귀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하하, 폐하. 이 늙은이가 폐하 덕분에 명예롭게 살 수 있었습니다.”
내가 아끼는 로빈의 친아버지인 노퍽 공작이다.
‘노퍽 공작은 자기 아들 로빈과 같이 정치 귀족에 가까운 사람이지.’
노퍽 공작과 그의 아들 로빈은 직접 전장으로 가지 않았고, 정치적인 행보를 취하며 나를 도왔다.
“오히려 노퍽 공작께서 나를 도와줘서, 안심하고 내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봉신의 의무를 다한 것뿐입니다.”
이것저것 재는 젊은 귀족 주제에 선을 넘지 않은 옥스퍼드 백작에게도 고마운 점이 있었지만, 자기 아들을 중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것저것 지원 사격해준 노퍽 공작도 참 고맙다.
물론 문제는 뒤처리다.
다른 욕심 많은 나라들이 무언가를 더 하려 할 때. 우리 잉글랜드는 완벽하게 판을 접어야 하고, 군사력을 가진 지휘관들의 ‘딴생각’이 있는지도 살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서찰을 적기 시작했다.
* * *
―유럽, 보헤미아 인근 본영―
연락관들 통해 한자리에 모인 잉글랜드의 지휘관들.
존 왕의 편지를 전달받은 사람들은 모두 고민했다.
[하느님의 대리인 존 앙주―플랜태저넷이 지휘관들에게 보낸다···.]온갖 기독교식 미사여구를 곁들인 존 왕의 편지에는 결국.
[경들은 싸움을 멈추고 돌아와라.]회군하라는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확실한’ 보상을. 이미 유럽을 잃고 퇴각하는 신성몽골제국의 군대가 있는 동방을 제법 매력 있는 약탈지였다.
이미 약해진 몽골제국이기에 십자군을 통한 약탈의 성공 확률이 높을 거라고 십자군의 지휘관들은 생각했고. 잉글랜드 지휘관들도 이 판에 끼어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물론. 세이프 존의 가장 충성스러운 봉신 고드프리는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지휘관들에게 말했다.
“잉글랜드의 안정화를 원하시는 폐하의 뜻에 반하는 반역자가 없길 바라겠소.”
마음속으로 갈등하는 귀족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고드프리의 군세를 당해낼 수 없기에 회군을 결정했다.
―두두두두.
잉글랜드의 십자군이 회군을 시작했고, 바로 그 순간 회군하고 있는 조국의 군대를 확인한 사람이 있었다.
“잉글랜드의 십자군이야.”
성서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처럼 온갖 고난이 얼굴이 보이는 허름한 행색 사람들을 이끄는 한 남자.
그는 존 왕이 머나먼 동방으로 파병 보냈던 기사 롱스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