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28)
콩가루집 막내왕자-28화(28/205)
[28화, 억울한 베네치아]-신성로마제국, 빈-
서방의 강대국 잉글랜드와 신성로마제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3차 십자군 원정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질 것 같은 이름.
지금 당장 교황령에서 일어난 출정식 덕분에.
중동에 있는 이슬람 국가들이 다시 한번 긴장하고 있었다.
중동의 패권과 성지의 수호라는 이해관계로 이루어진 십자군!
하지만 아직 이교도들과의 전투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십자군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원래 십자군들이 자주 하는 실책 중 하나인.
‘이 지역은 내가 칠게, 너는 구경만 해.’ 같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지휘부의 갈등이 아니다.
원래라면 토마스 베켓은 헨리 2세를 추종하는 7귀족의 손에 암살당하고, 교황과 잉글랜드는 돌이킬 수 없는 강물을 건너게 된다.
하지만 존 왕자가 토마스 베켓을 살린 나비효과로 3차 십자군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 십자군의 최고 지휘부는.
오랜 세월 군림하여 각자의 나라를 강대하게 만든 헨리 2세. 프리드리히 1세!
알아주는 군주들이 있다.
이제 헝가리 왕국과의 협상이 끝내고 있을 이 시기!
하필이면 지금 군수품 민간 보급을 맡던 베네치아가 사고를 친 것이다.
신성한 성전을 앞에 두고 말이다.
“하. 이것들이?”
“베네치아 상인 놈들, 얼마나 떼먹은 거야.”
“유대인보다 독한 놈들!”
중세 시대 ‘유대인 같은 놈’은 ‘사생아’보다 더 독한 욕이다.
기사들의 입에서 그 욕이 터져 나왔다.
베네치아 상인들이 그 쌍욕을 먹은 건 보급에 장난질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 전쟁에서 보급은 무척 중요했는데.
적국의 점령지에서 뺏는 전통 방식의 약탈 보급.
자기 영지에서 보급품을 가져오는 징발형 보급.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상인이나 중간 관리자를 통한 민간 보급이 있었다.
3가지 방식은 모두 중요했고.
제대로 보급받지 못한 군대는 제대로 싸울 수 없다는 건. 싸움 좀 하는 지휘관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물론 한정적인 자체 보급을 떠나,
유동적으로 지중해에 군수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건.
가장 세레브한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있는 베네치아 공화국밖에 없다.
물론 유럽인들에게 베네치아 공화국은 그렇게 호감이 가는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경쟁자인 제노바 공화국도 상인 공화국보다 더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수완 좋은 도제(상인 공화국의 대표)가 있어, 프리드리히 황제와 헨리 2세는 베네치아를 믿었다.
하지만 십자군에게 전해질 민간 보급을 맡은 베네치아 공화국 상인들은.
‘불량한 화살과 검’을 보급했으며, 게다가 소중한 식량에 쭉정이 일부 섞어 놓았다.
어리석게도 주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군수품에 장난질하다니.
그러자 십자군의 기사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했다.
“부왕, 어찌하실 겁니까?”
노르망디 공작 리처드가 질문에,
헨리 2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곧 돌아올 독일의 황제가 알아서 하겠지.”
지금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보급과 관련된 협상을 위해 헝가리의 군주 벨러 3세를 만나러 갔다.
헝가리 왕국은 지리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동로마 제국과 서방 세력을 잇는 교두보 같은 나라니까.
얼마 후, 헝가리 왕국에서 돌아온 붉은 수염 프리드리히 황제는.
‘베네치아 놈들이 미치지 않고야 장난질을 못 할 텐데… 하지만 이번 기회에 힘의 차이를 보여줘야겠군.’
베네치아 사태를 듣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단호하게 말했다.
“따끔하게 경고를 날려야겠어. 우리 십자군을 능욕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프리드리히 황제는, 함대를 동원해 따끔한 훈계를 할 생각을 했다.
**
-베네치아 공화국-
지금 베네치아 공화국의 도제로 군림하고 있는, 베네치아의 제40대 도제 오리오 마스트로피에로.
그는, 베네치아의 미래는 무리한 확장이 아니라 안정화라는 주장을 해 도제로 선출된 인물.
세계 곳곳에 악명을 남겨 국제적으로 쌍욕을 먹는 베네치아의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양반이다.
아무튼 동로마 제국에서 서방인 학살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역사의 나비효과 때문에.
그의 온건책은 정당성을 얻었고.
오리오 도제는 이제 베네치아 공화국의 내부를 안정화한 다음, 좀 더 친밀한 ‘장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십자군이라는 역대급 사건이 벌어지는 이 순간.
탐욕에 영혼을 팔아버린 유대인 놈 같은 상인들 때문에.
대계가 어그러졌다.
평소에는 ‘허허, 자네들이 베네치아를 위해 고생이 많군.’이라며 강경파, 온건파 가리지 않고 달래는 것이 특기였던 인자한 도제가 오늘은 좀 많이 화가 났다.
“당신들 정신이 있어, 없어!”
“….”
“엔리코!”
“예, 각하.”
도제가 자신을 부르자, 엔리코 단돌로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앞으로 나왔다.
“당신, 나한테 뭐라 그랬어. 3차 십자군에게 협력해서 크게 벌겠다며?”
그렇게 말을 흐린 도제는 다른 상인들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게 협력이야?”
도제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시점에 자신의 의견을 낸다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단 걸 단돌로는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각하, 지금 큰일 났습니다.”
십자군 원정대의 함대가.
베네치아 앞에 슬금슬금 얼쩡거리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물론 십자군이 베네치아를 ‘정말’ 공격할 리는 없으니.
저건 압박을 주는 것이다
‘사기 친 상인 공화국 놈들아 돈 내놔!’라며 말이다.
도제는 다시 차가운 분노를 느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김에 기강을 좀 잡아야겠어.’
안 그래도 화가 나는데.
눈치 없는 상인 놈들이 너무 많았다.
장사는 신뢰다.
돈에만 미친것들은, 장사를 ‘함대’로 한다며 같잖은 소리를 했지만.
그런 과거의 방식을 고집한 덕분에 지금 얼마나 많은 국가에 원한을 샀는가?
일단 수습이 먼저다.
“당장 배상을 준비하고. 저들의 요구를 수용할 준비를 하게.”
도제의 명령이었다.
그 자존심 강한 단돌로 마저 그 의견에 반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번 사건의 범인을 처벌하는 일.
“그래서 알아냈는가? 누가 십자군을 해 먹으려고 한 건지?”
“이번 일은 아벨 길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도제의 물음에 단돌로가 답했고.
도제는 깜짝 놀랐다.
아벨!
오랫동안 목숨을 걸고 중동 무역을 해오던 믿음직한 그 사람이,
금방 걸릴 장난질을 쳤다고?
“아벨? 알아서 잘하던 그자가 왜?”
“여기 증거가 많습니다. 다만 물증은 건졌으나 당사자가 행방불명입니다.”
아벨의 자금 흐름과 행적이 적혀있는 물증을 단돌로에게 받은 도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당사자가 없어도 협조자는 있겠지. 아벨과 관련된 모두 체포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베네치아 공화국의 사절단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십자군 진영을 찾았다.
물론 모든 손해는 베네치아 공화국 몫이었고.
이 손실을 메꾸기 위해 온화했던 도제 오리오는 대대적인 숙청에 들어갔다.
**
-아일랜드 더블린-
오늘도 착실하게 살아가는 나는.
아일랜드의 수석국무장관 피터로부터 새로운 뉴스를 듣고 있다.
“…라고 합니다.”
“하…”
출정하기 전 문제가 생긴 3차 십자군의 꼬라지를!
‘그래도 우리 자존심 강한 아버지가, 황제의 멱살을 잡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야.’
아, 물론.
우리 아버지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서로 멱살을 잡은 게 아닌.
상인 놈들이 사고를 친 것이다.
역시 베네치아!
대단하다. 가장 세레브한 공화국!
“와 베네치아 놈들이, 선 넘네.”
“그러게 말입니다.”
나와 피터는 베네치아 혐오증에 걸릴 것 같다.
무슨 조선말 임오군란도 아니고.
우리 십자군 애들이 먹을 신성한 식량에 장난질을 치다니.
그렇게 피터와 베네치아 욕을 실컷 하고 집무실로 향할 때.
“어머니?”
복도에서 어머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아 공부해야지?”
아, 맞네. 나 요즘 어머니한테 수업 듣지?
“피터는요?”
“오늘 수업은 사생아가 아닌, 적법한 막내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특별 수업이란다.”
“설마 피터를…!”
“어머, 존. 이 어미는 아들들의 사람은 건드리지 않아. 피터의 생모는 죽일 년이지만, 피터는 너에게 도움이 되는 사생아잖니?”
어째 ‘사생아’라고 강요할 때, 어머니의 표정이 너무 싸해서.
‘내 사람은 안 됩니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피터를 걱정했지만.
그거 걱정일 뿐이었다.
“존, 너에게 십자군에 대해 알려주마.”
“네?”
“몰랐니? 이 어미는 프랑스 왕비 시절, 2차 십자군에 참여한 경험이 있단다.”
“아!”
“서운하구나, 이 어미가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교도 놈들은 죽였는데.”
아 맞다, 우리 어머니. 프랑스 왕비 시절 십자군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지.
새삼 우리 가족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주, 사람 멱따는 게 특기에요! 특기!
“아무튼 2차 십자군은 철저하게 실패한 전쟁이었어. 아주 엉망이었지. 얼간이들 같으니라고. 눈앞에만 보고 대세를 읽을 줄 몰랐지.”
어머니는 과거를 회상했다.
그때 어머니는 프랑스의 젊은 왕비였고.
유럽의 유일한 ‘여기사’였다.
“내가 아무리 충언해도 남자 놈들은 내 말을 듣지 않더구나. 하여간, 젊은 시절 나는 영악하지 않은 순수한 왕비였을 뿐이지.”
응?
영악하지 않았다고?
“나는 앙주 가문의 남자들처럼 영악하지 못해.”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니, ‘어머니’가 영악하지 않다니. 이런 뻔뻔한 말이 어딨어?
“젊고 화려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니 정말 아쉬운 점이 많구나.”
하지만 내 어머니는 지금, 무척이나 당당하게 과거를 회상했다.
“내가 헨리 놈과 네 형들처럼 영악했다면, 2차 십자군은 실패하지 않았고 대반란도 성공했을 거야.”
아아.
우리 어머니가 영악하지 않아서 그 루이 7세와 가뿐하게 이혼하고, 아들들을 꾀어 대반란도 일으켰구나.
지식이 또 늘었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 이 시기는 격변의 시기라는 것도 잊지 말고.”
그 말과 함께.
과거를 회상하던 어머니는 회한에 찬 얼굴로 말했다.
“일단 지금 우리 사람들은 중동을 잘 모른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이득만 취하려 했지. 그래서 2차 십자군에 실패한 거야…
존! 나의 막내아들아, 잘 들어라. 진정한 이득은 당장의 이득이 아니란다. 먼 미래의 이득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해.”
이윽고 입꼬리를 올린 어머니가 말했다.
“내 말은 베네치아에서 벌어진 사건이 우연이 아니란 거다.”
**
-중동 어느 성채-
존 왕자가, 십자군에 대해 착실하게 배우고 있을 때.
최신 뉴스인 십자군 선포를 접한 이슬람 세력은 경악했다.
자기들끼리 사이좋게 싸워야 할 간악한 이교도 놈들이.
갑자기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예루살렘 왕국을 구할 십자군을 선포하다니!
이 작자들이 무엇을 잘못 먹었나 싶었다.
사실 이슬람 친구들은, 예루살렘 왕국을 몰아낼 생각이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뿐만 아니라 이슬람의 성지다.
위대한 선지자 무하마드(마호메트)가 알라의 부름을 받고 승천한 곳이 예루살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이슬람 세력은 무리하지 않았다.
보두앵 4세가 있는 지금의 예루살렘 왕국을 멸망시키기 위해서는.
이슬람의 세력도 여러 가지 각오해야 할 게 많았다.
하지만 문둥병에 걸린 보두앵 4세가 죽고 난 이후엔.
머저리들의 권력 투쟁으로 안에서 무너질 것이 예루살렘 왕국이고.
그 이후에는 대추야자를 먹는 것보다 훨씬 쉽게 무너뜨릴 나라가 예루살렘 왕국이었다.
하지만 3차 십자군이 선포된 후.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린 보두앵 4세에게 한 번 패배한 이후, 한 번도 방심하지 않았던 술탄 살라딘!
그는 이번에는 엄청난 각오를 해야 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십자군은 지난 십자군(2차 십자군)과 달리, 치명적인 전쟁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불길한 일이야… 프랑크(이슬람인이 유럽인을 부르는 호칭)인들이 작정을 한 게 분명해.”
“술탄, 어찌하겠습니까?”
“바그다드에 있는 칼리프(이슬람 제국의 수장)께 서신을 넣어라. 어쩌면 우리는 이집트를 잃을 수 있다고.”
“예, 술탄.”
그렇게 수하가 떠나가고.
다시 시간이 흘러, 베네치아의 복색을 한 상인이 들어왔다.
베네치아의 도제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았던 대상인 아벨이다.
“술탄, 임무를 완수했나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혼란이 짧았나이다.”
“아벨, 아니 이브라힘. 베네치아에서 20년 동안 고생이 많았다. 이제 자네의 전쟁이 끝났으니, 우리의 전쟁을 시작해야겠지.”
그 말과 함께 살라딘은 생각했다.
‘새로운 십자군을 선포한 건 프랑크의 황제와 국왕이겠지만, 사실상 존… 그자로 인해 모든 것이 일어났다.’
물론 그건 오해였다.
존이 곁에 있었다면 데인저러스 할 오해!
알라의 해적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