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3)
콩가루집 막내왕자-3화(3/205)
[3화, 월드 스타 존]나는 양위를 거두기 위해 나서는 불쌍한 조선의 왕세자처럼 아버지에게 기었다.
“잉글랜드의 국왕이시자, 서프랑스의 대영주이신 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일부로 부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이렇게 풀 네임을 불러줄 때 기분을 좋은 헨리 2세였다.
“무엇이든 말하거라. 존, 너에게 아키텐을 주려고 한다.”
아, 받기 싫다고!
“아키텐은 헨리 2세의 영지여야 합니다.”
“그건 당연한 거지.”
“그러면 왜 그런 말씀을.”
아키텐 영지를 나에게 준다는 발작 버튼을 주었을까?
그 물음에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했다.
“네 형들의 충성심을 보기 위해서다.”
와… 이걸 이용해 먹네.
“하지만 단 한 놈도 걸려들지 않았지. 정말 아쉽게도.”
무척 아쉬운 표정의 아버지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역시 헨리 2세.
음흉해!
“그럼 정말 아키텐 영지는 관련 없는 일인가요?”
“그건 모르지.”
갑자기 또 불안하게 만들고 있어. 확!
그 순간 여행을 하고 싶었다.
“아버지 때문에 놀랐으니, 프랑스의 공주와 약혼하러 가야겠어요.”
“허, 아직도 그녀에게 도전할 마음이 있는 것이냐? 이 아비는 네가 다시 약혼을 요청한다 해도 쉽지 않으리라 보는데.”
하지만 나는 기죽지 않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왕, 이 아들은 세계 제일의 미녀와 혼인하고 싶습니다. 그럼 제 아들과 딸들도 최고의 미남 미녀이지 않겠습니까?”
아버지의 애첩 대다수가 프랑스 출신이다.
“흠. 그건 그렇구나.”
“저는 용감한 잉글랜드의 사내이며 정복자 윌리엄의 영예로운 후예입니다. 포기는 프랑스 놈들이나 하는 겁니다.”
이 시대는 야만스럽지만, 기사도가 살아 숨 쉬는 그런 낭만의 시대기도 하다.
헨리 2세의 위대함과 그 위대한 자식으로 태어난 막내 왕자의 패기를 보여주자, 아버지가 부담스럽게 손뼉을 쳤다.
“오호, 내 아들! 그렇다면 한 번 더 도전해 보거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대단히는 아니고 살짝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아바마마.”
스스로 생각해도 나는 사랑받아 마땅한 막내 왕자인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나는 무수한 기사의 호위를 받으며 프랑스 왕국으로 갔다.
뱃멀미는 아직도 적응이 덜 되었지만.
땅을 내딛는 순간 프랑스의 냄새가 느껴졌다.
“피터! 저 햇살을 보거라. 이번엔 공주의 마음을 얻어 약혼에 성공할 것 같지 않으냐?”
“왕자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하, 그냥 해본 말이야.”
피터의 노골적인 반응에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때웠다.
물론 이 시대의 프랑스 왕국은, 우리 플랜태저넷 소속 영주들에게 서쪽을 빼앗긴 불쌍한 처지에 있었다.
그런데도 프랑스 왕국을 완전히 병합하고 싶은 군주가 내 아버지 헨리 2세고 말이다.
물론 루이 7세 같은 음흉한 프랑스 왕족들이 그 꼴을 두고 보진 않겠지!
“우리 위대한 프랑스는 존 왕자님을 환영합니다.”
프랑스 파리로 들어오자마자, 루이 7세 파벌에 속한 프랑스 귀족들이 눈에 힘을 주어 말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물론 기사들이 멋진 척해도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카페 왕가의 낭만을 인정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발루아 왕가와 부르봉 프랑스라고.
그리고 지금 프랑스는 우리 콩가루 가족을 가스라이팅 하는 얍삽한 것들이다.
“저는 영지가 없지만, 사랑을 품고 있는 왕자일 뿐입니다. ”
그렇게 똥폼을 잡고 프랑스 그 자체인 파리에 갔다.
거기에는 국왕이 있었다.
“프랑스 왕국의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응 너희 프랑스 사실 동프랑스야. 서쪽은 우리 아버지가 다 먹었어.’
라는 건 마음으로 생각한 나는 예의가 가득하게 장인 후보자에게 인사를 했다.
“오호, 잉글랜드의 위대한 막내 존, 또 왔느냐.”
“다시 한번 도전하거라. 나의 딸은 귀한 자식이나, 존 너를 위해 기회를 충분히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폐하.”
말만 들어도 나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루이 7세는 사실 나를 약 올리는 게 맞다.
“우리 프랑스 왕국에는 존 왕자가 즐길 것이 많으니 많이 누리다 가거라. 돈도 많이 풀고 가면 더 좋고.”
내가 몸소 왔으니, 관광 수입이 기대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프랑스의 군주 루이 7세와 인사한 나는. 곧바로 약혼 호소인이 되기 위해 대상자를 찾아갔다.
“아녜스 공주.”
프랑스의 헬레나(엄청난 미녀)로 불린 아녜스다. 물론 그건 미래의 이야기고 소녀인 지금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제 입장을 충분히 아실 텐데 왜 또 찾아왔나요?”
“나와 약혼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의 천사여.”
성장하면 분명 세계관 최강 미녀가 될 프랑스의 공주 아녜스!
이 여자를 노리는 것은, 사실 망할 그리스 놈들이다. 자기들이 로마 제국이라고 말하는 가엾고 딱한 사람들이다.
“아녜스 공주, 그대에게 나의 음유시를 들러주고 싶습니다만?”
제법 있어 보이는 청소년 같은 모습이지만.
양심 따위는 이미 레테의 강물로 보낸 나는, 전 세계적인 아이돌 같은 ‘음유 시인’이었다.
“흠… 좋아요, 한 번 들어볼게요.”
좋아, 귀여운 공주 아가씨.
내가 좋은 걸 보여주지!
“피터 류트를 다오.”
“예, 왕자님.”
일단 조율 좀 하고.
-띵띵. 띵띵.
나는 다시 류트를 들고. 어느 먼 과거 에드거 앨런 포라는 옛 시인이 만든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는 딱 음유시에 맞게 고독하게 바꾸었다.
중요한 건 내 목소리가 아직 미성이다.
“아주 여러 해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아녜스─
날 사랑하고 내 사랑받는 걸 거부했지만, 그건 가슴 아픈 이유였어요~”
류트의 은은한 반주에 맞춰, 부드러운 노래가 나의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곤란한 얼굴로 나의 약혼을 거절했던 아녜스도 순간 빠져드는 듯했다.
“멋진 노래군요. 하지만 저는 이번에도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또 약혼을 거절당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애초에 나는 약혼이 성공하길 바라는 게 아니니까.
**
21세기나 12세기나 공통점이 있다면, 소문이 무척 빠르다는 것.
불행하게도 브르타뉴 영지에서 음흉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셋째 형이 나를 찾아올 정도였다.
얌전히 키 커지려고 우유를 마시고 있던 나에게 찾아온 제프리 형은,
할리우드 배우만큼이나 잘생긴 얼굴로 나를 비웃었다.
“푸 하하하, 우리 존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가 브르타뉴, 아니 사마리아 땅끝까지 닿았구나.”
“형님 웃지 마세요. 이 막내는 실연당했다고요.”
“하하하.”
냉소하는 것이 특기인 제프리 형이 빵 터졌다.
이 시대에 사마리아 땅끝까지라는 말!
한 마디로 내가 다시 거절당한 사실을 세상이 다 알게 될 거란 뜻이다.
‘키 커야 한다.’
나는 수치심에 우유를 한 잔을 더 마셔야 한다.
가공되지 않아 달짝지근한 비싼 우유를 마시니 용기가 났다.
“형님. 저는 꼭 약혼할 겁니다.”
“아무렴. 그 아키텐의 영지도 포기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파리스가 되었더구나.”
파리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나온 트로이의 왕자로.
무지하게 긴 신화를 빼자면, 여자 하나 잘못 건드렸다가 나라 말아먹은 왕자다.
워워, 그런 남자랑 나를 비교하면 안 되지.
“네가 그런 전대미문의 음유시로 유혹해도. 사랑을 얻지 못하다니. 역시 너는 연애운이 없어, 정말 안타깝구나.”
“형님들이 너무 잘 생기셔서 그렇습니다.”
“가치 없는 말은 그만두고. 중요한 건 조만간 온 세계에 너의 소문이 날 거야. 아마 여러 사람이 웃고 떠들며 너의 비극을 즐기겠지.”
“아…”
파리에 들러 아녜스에게 고백한 건 반쯤 노림수였지만.
놀림거리가 된다니 솔직히 내가 좀 불쌍하다.
사마리아 땅끝까지… 정말 끔찍하다.
“존, 유명인의 숙명은 그런 것이란다.”
그때 난 제프리 형의 얼굴을 보았다.
역시 사악한 제프리가 맞다.
**
제프리 왕자의 조금 이상한 저주대로.
[아녜스를 위하여]라는 멋진 음유시를 노래했음에도 존 왕자가 다시 한번 약혼이 거절된 것은 세계에 알려졌다.여기는 프랑스의 시농.
유배된 주제에 아들처럼 우유를 좋아해 고소한 우유를 자주 마시는 아름다운 미녀.
그녀가 안타깝게 말했다.
“우리 존을 또 거절하다니. 프랑스 공주님이 참으로 너무하네~”
“모후, 너무 진심이 안 느껴지십니다.”
그녀의 곁에는 그녀의 미모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잉글랜드의 ‘공동 왕’ 젊은왕 헨리가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또 거절당한 막내 존이 가여웠다.
“헨리. 이 어미는 언제나 진심을 말한단다.”
“그랬으면 막내를 더 찾아 주시지 그랬습니까? 오죽 외로웠으면 사생아 피터를 시종으로 삼은 녀석이 존입니다. 참 귀엽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가 피터의 ‘생모’를 살려주지 않았니?”
“어차피 존, 그 녀석은 아무것도 모를 겁니다.”
장남의 말에 다시 입꼬리를 올린 엘레오노르가 말했다.
“우리 며느리로 프랑스 공주가 두 명이면 더 좋을 텐데. 왜 프랑스 공주님은 무심하실까.”
“그 그리스 제국 놈들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프랑스와 동로마 제국이 야합하려는 걸 꺼려 막내의 장단을 맞춰주는 그런 분이십니다. 비정한 나의 부왕은.”
“나의 아들 헨리, 걱정하지 마라. 이 어미는 너를 위해 살아갈 테니까.”
그렇게 음흉한 모자가 헨리 2세에 대한 증오를 되새겼다.
그리고 여기는 막대한 빚과 복잡한 외교 노선, 그리고 여러 시련이 있지만.
요즘 다시 부흥하고 있는 동로마 제국!
본인들의 입으로는 정통적인 로마 제국이라고 말하는 나라의 황궁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적인 음유시인이자 잉글랜드 왕자인 존이, 프랑스 공주로부터 약혼을 거절당했다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는 소식이다.
자기 아들과 아녜스 공주와의 혼인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그러니까 이번에도 존 왕자가 약혼을 거절당했다고?”
마누일 1세는 진짜 존 왕자를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존 왕자는 그저 광대지만.
어쩌면 자기 아들 알렉시오스 황태자의 정적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쯧쯧, 그렇게 망신당했으면 포기도 할 법하거늘.’
요즘 화낼 일이 많은데 존 왕자의 고백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왔다.
오죽하면 서방인 하면 이를 가는 콘스탄티노플의 시민들조차도, 미개한 브리튼의 왕자 존에 대한 비웃음을 애써 감추며.
‘아, 존 왕자는 왜 자꾸 차이는데?’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방인 하면 입에 거품을 무는 콘스탄티노플의 반응이 이러한데, 다른 곳은 어떠할까?
이곳은 프랑스계 귀족이 건국한 예루살렘 왕국.
하느님의 신성한 성역을 지키는 국왕도 그 소식을 들었다.
“누님, 존이 또 약혼에 실패했습니다.”
“폐하, 대체 존은 왜 그렇게 미련한 도전을 했을까요?”
“매번 거절당하긴 하지만. 존은 노래하는 왕자, 참으로 매력 있는 아이요. 나에게 어린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요. 그래도 존 왕자의 음유시는 오늘도 저를 설레게 해요. 제가 조금만 어렸어도.”
여기는 신성로마제국.
붉은 수염의 군주는 존의 소식을 들으며 말했다.
“약해 빠졌어, 차라리 제 아비처럼 해야지. 가령 프랑스의 황태자비 이사벨을 빼앗던가.”
“폐하, 그러면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좋지 않은가?”
그리고 이곳은 사막이 느껴지는 스치는 이집트.
존 왕자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존 왕자가 또 약혼을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아아, 이교도 왕자의 사랑이 또 실패하다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독실한 무슬림인 살라딘마저 이교도의 수난에 가슴이 미어졌다.
존의 소식은 어디에도 들렸다. 사마리아 땅끝까지.
동로마에서 온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