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41)
콩가루집 막내왕자-41화(41/205)
[41화, 늙은 십자군]엄밀히 말해서 십자군은.
그 과정이 무척 험난하지만, 반대로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마어마한 재화와 영지를 얻을 수 있는 복권이었다.
잉글랜드의 유력 귀족의 대부분은 왕자들과 대왕 헨리를 따라 참전했지만.
3가지 부류에 포함되는 사람들은 빠졌다.
첫 번째는.
노퍽 공작처럼 충분히 능력은 있지만.
그들의 주군의 영지를 맡아야 했기에 본국에 남은 봉신들이다.
그들은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자기 주인 대신 영지를 지키고 있다.
두 번째는.
십자군이라는 전국구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그저 그런 귀족들이다.
애초에 이런 작자들은 헨리 2세는 물론.
젊은 헨리나 제프리 같은 야심가도 데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 속하지 않은 세 번째 부류는.
출중한 능력이 있어도 개인의 선택으로 본국에 남는 이들이다.
이들에게는 그리스도의 영광보다, 영지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여겨진다.
마치 세이프 존이 마르땅과 아일랜드를 아끼고 아끼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귀족 중.
가장 조용한 자가 있었다.
아주 조용히.
대세를 읽어가는 그런 귀족이 말이다.
**
-잉글랜드 어딘가-
늙은 귀족은 전선에서 오는 편지를 읽다가 아들을 향해 말했다.
“아들아.”
“예, 아버지.”
“왜 헨리 대왕께서 노퍽 백작, 그자의 작위를 공작으로 높여 주었는지 알겠느냐?”
노퍽 백작이 노퍽 공작으로 승작한 것에 대한.
정치적인 배경을 묻는 것이다.
그러자 늙은 귀족과 비슷하게 생긴 젊은 귀족이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젊은 아들은 그 답을 아예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답안 중 하나를 고르는 걸 망설이는 것이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알고 있는.
늙은 귀족이 말했다.
“존 왕자님 때문이란다.”
“존… 왕자님이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아들 역시.
존 왕자와 같은 1166년생이며, 늦은 나이에 얻은 소중한 아들이다.
하지만 이 아들과 전혀 위치가 다른 모르땅의 백작이자,
아일랜드의 공작이며, 위대한 잉글랜드의 막내 왕자가 바로 존이었다.
‘녀석이… 만약 내가 아닌 헨리 대왕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늙은 귀족의 마음이 쓰라렸다.
능력 있는 아들이지만 자신을 아버지로 둔 탓에.
신분의 한계를 가진 아픈 손가락이.
바로 눈앞의 귀한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절대 봉신들에게 보이지 않을 눈물이.
늙은 귀족의 두 눈에서 무겁게 떨어졌다.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울지 마세요. 제 마음이 미어집니다.”
“미안하구나. 윌리엄.”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다른 왕자님들에게도 인정받고 있고, 사람들이 저를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만일 내가 적자로 태어났으면. 애초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겠지.”
헨리 2세의 아버지이자, 늙은 귀족의 아버지는.
아주 오래전.
앙주 공작이었던 제프리다.
그가 적법한 아내가 아닌, 정부(애인)에게 아랫도리를 잘못 돌리지만 않았다면.
자신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불법적인 탄생을 했기에… 사생아로서 얼마나 험난하게 살아왔던가?
“이 아비는 적법하지 못한 방법으로 태어난 불행한 사생아다. 평생… 인정받지 못했지.”
“하지만 헨리 대왕께서는 누구보다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헨리 대왕께서는… 나를 일개 사생아가 아닌, 앙주-플랜태저넷의 소중한 일원으로 생각하셨지.”
이제 와 생각하니.
그 덕분에 이복동생이자 위대한 주군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영웅이 될 수 없지만, 헨리 대왕은 영웅이지.’
자기의 이복동생이자. 엄연한 잉글랜드의 국왕.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던 늙은 귀족은 다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모두가 외면한 나를 대왕께서 중용할 때, 내 남은 생을 위대한 헨리 2세에게 바치기로 했단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유심히 보며 말했다.
“아버지의 주군은 오로지 위대한 헨리 2세 그분뿐이시니까요.”
“그래, 헨리 2세뿐이다. 왕자님들은 내 주군이 아니지.”
“그들이 영웅들인 건 인정한다. 하지만 제 아비의 등을 찌른 것들…”
“그럼 존 왕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존 왕자님이라… 그분에 대해선 판단이 잘 서질 않아.”
늙은 귀족에게 존은 오랜 고민이었다.
존.
자신이 사랑하는 주군이자.
‘아우’라 부를 수 없는 헨리 2세가 낳은 아들이며 평범하지만, 인자한 왕자.
그것이 잉글랜드의 귀족들이 내린 평가였고.
자신도 그런 평가를 했다.
하지만.
고작 위대한 사자의 새끼 사자일 뿐.
섬길 필요는 없다.
“그분은 내가 눈여겨볼 분이 아니야. 그저 왕자님이실 뿐이니까.”
‘사생아를 품어준 존 왕자의 모습에 감동했지만, 그 역시… 일개 왕자에 불과하다.’
그렇다, 자신은 오직 헨리 2세의 봉신일 뿐이다.
“역시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윌리엄, 나는 존 왕자님을 포함한 왕자들의 문제에는 그저 방관할 생각이다. 느긋한 방관… 그것이 나의 무기니까.”
그런 의미로, 혹여나 존 왕자가 암투 중에 죽는다고 해도.
자신의 방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
-아일랜드-
저 너머 중동에서 피 터지는 성전이 있다고 한들.
오늘도 평화롭고 고요한 영지 아일랜드.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세이프 존이 자신을 세이프 하게 만들기 위해 아일랜드로 이주시킨.
이집트 콥트교인들이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산전수전은 물론 십자군 전쟁까지 겪은 강철의 여인 엘레오노르 대왕비지만.
콥트교인들이 물밑 듯 아일랜드로 오는 꼬라지에 할 말을 잃었다.
“존에게 미리 편지를 받긴 했지만. 정말 콥트교인들을 데려올 줄이야! 존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어.”
존이 보낸 편지는.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콥트교 친구들은 정말 좋은 인재들이니, 알아서 잘 부탁합니다.]가 끝이었다.“그런데 그대들은 뭘 믿고 낯선 아일랜드에 왔을꼬?”
“존 왕자님을 믿고 왔습니다.”
“그대들을 유혹한 존도 대단하지만, 그 유혹을 승낙한 그대들도 대단하군.”
왜 이집트 콥트인들은 멀고 먼 아일랜드 왔을까?
그건 지금 저들의 말처럼 ‘존’을 믿었기 때문이다.
부유한 이집트의 항구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보여준.
진정한 ‘기사’다운 모습.
그리고 그동안 이리저리 고생해서 얻은 세이프 존으로서의 명성.
무려 유대인에게 빌린 돈을 제대로 갚았고.
무려 사생아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무려 쟁기를 지는 짐승이라고 비하당하는 농노들마저 배려한 영주.
21세기의 마인드가 약간 들어간 그의 모습은.
12세기 중세인들에게 아이폰보다 더한 혁신이니까.
아무튼.
콥트인들이 각 잡고 아일랜드의 노동인구가 되는 순간.
아일랜드 공작부인 메리와 피터는 엄청나게 바빠졌다.
윤작으로 인해 생산물이 늘었고.
또다시 새로운 콥트 기독교인들이 아일랜드로 들어왔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염치없는 사람은 꼭 존재하는 법.
양심을 스튜에 말아먹은 한 여인은.
이제 이쯤이면 됐다고 생각하며.
슬슬 ‘런’각을 재고 있었다.
“호호호, 열심히들 일하는구나. 이 늙은이는… 몸이 좋지 않아서 이만 퇴청해야겠다.”
“어머님, 지금 도망치시는 건가요?”
엘레오노르가 ‘남다른’ 시어머니가 맞지만.
메리 역시 보통 며느리가 아니었다.
“메리, 지금 하늘 같은 시어미한테 화내는 거니?”
예전이었다면.
감히 잉글랜드의 대왕비이자 시어머니 엘레오노르에게.
더 개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겠지만.
아일랜드 공작부인 메리는.
이미 시어머니 엘레오노르 대왕비에 대해 ‘적응’을 끝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아니던가!
“어머… 어머님, 지금 저한테 화내시는 건가요?”
아일랜드 영지 내에 있다는 조건부 버프 스킬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곳 아일랜드에서는.
메리가 시어머니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다른 영지면 몰라도 이곳은 내 구역이거든. 게다가 우리 시어머님은 이미 내 정체를 알고 계시지. 그럼 게임 끝.’
지금도 봐라.
“어디서 시어머니한테 대…”
“뭐라고요?”
“들 수도 있지 뭐, 아무튼 열심히 일하마. 그럼 됐지?”
“그럼요,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여인이… 공짜 스튜를 먹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 이렇게 다 늙은 시어머니가 일하는 꼴을 보여주마.”
“어머, 늙다니요? 어머님의 겉모습을 보면, 저의 시어머니가 아니라 시누이 같다니까요?”
그렇게 훈훈한 고부 사이를 보며.
“그럼… 두 분이 잘해보세요. 저는 다른 용무가 있어…”
“어딜 가니 마틸다, 너도 같이해야 한다.”
“마틸다 공주님, 여긴 웨스트민스터 궁전(잉글랜드 궁전)이 아니에요.”
그렇게 교통정리가 끝났고.
귀족들을 시작으로.
사생아 군단.
성직자 군단.
막내 군단.
이렇게 존 왕자가 피땀 흘려 만든 일꾼들이 움직였고.
메리는.
아일랜드의 안주인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또 하루의 일상이 끝나고.
쓰러지듯 잠이 든 메리의 꿈에.
[미안하구나… 나의 딸아.]피눈물을 흘리는 ‘진짜 아버지’가 나왔다.
“당신은 그 말할 자격이 없어요. 모든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외면’했으니까요.”
죽은 자가 꿈에서 나왔지만, 메리는 도리어 당당했다.
잘못은 오로지 ‘아버지’에게 있었으니까.
[내가 너의 꿈에 찾아온 건 그 일 때문이 아니란다. 나는..]하지만.
꿈속에 나온 메리의 아버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마저 들을 수 없었다.
시녀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아일랜드 공작부인을 깨웠기 때문이다.
메리는 잠에서 깨어난 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시녀가 잠자는 공작부인을 깨운다?
예전부터 자신을 도왔던 시녀가 이런 일을 했다면.
뭔가 안 좋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공작부인, 지금 큰일 났어요. 지금 아일랜드 공작께서….”
“존이… 왜?”
그 뒤로 들린 소식에 털썩 쓰러진 메리는.
오늘 꿈에 나온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 피눈물의 의미를…
**
-아나톨리아-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다리라 할 수 있는 소아시아에서 벌어진 성전.
기독교나 이슬람이나 대대로 강조하곤 했던 성스러운 전쟁은.
수많은 피로 깃발을 만들어야 완성되는 세속적인 전쟁이다
이슬람 연합군은 강했다.
원거리에서 지원을 오느라 힘들었고.
아직 시아파-수니파의 갈등이 남은 부대 간의 협력이 조금 부자연스러웠어도,
‘중동’과 ‘성지’를 잃어버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아는 이슬람 연합군이었다.
룸 술탄국의 멸망.
룸 술탄국의 구원.
두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양군은 처절하게 싸웠고.
이제 싸움은 전술 전략이 배제된 ‘난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덧없는 소모전을 하는 양대 진영이 기대하고 있는 건.
‘아크레’였다.
기독교가 눈 뜬 채 빼앗기고, 이슬람 놈들이 날로 먹은 그 항구 도시.
룸 술탄국에 이어.
중동의 침투 도시가 될 수 있는 그곳을 누가 점령하는가에 따라,
대전략이 달라질 정도였다.
애초에 그런 중요성이 있기에,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아크레에 자원해서 출정한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는 십자군들과,
그 최고 지휘관 중 하나인 헨리 2세에게 아크레와 관련된 소식이 들려왔다.
물론 존에 관한 소식도.
“프리드리히 황제를 구하려던 존이… 대신 화살에 맞았다고?”
“뭐 존이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난전 중에.
자기 동생들과 처절한 내전을 벌였고.
남몰래 의지했던 아들 세 놈에게 등을 찔렸을 때도.
이렇게 놀라지 않았다.
앞날이 밝은 젊은 시절 앙주 공작의 작위.
잉글랜드 국왕, 유럽 제일의 꽃미남.
그 찬란한 인생의 이면에.
따가운 가시밭길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헨리 2세에게.
막둥이 존은.
소중한 막내아들이었다.
‘존… 존, 그 아이가…’
원래 역사에서도, 무능하고 세이프 하지 못했던 존을 마지막까지 믿었던 헨리 2세였다.
언제나 이성적이었던 대왕은 흔들렸다.
당장이라도 존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그 아이 존은,
‘평범’했다.
적당히 제 안위를 살피는 듯했지만. 한 사람의 인간이고, 귀족인 이상 그게 뭐 어떤가.
망할 놈의 앙주-플랜태저넷 가문에서.
세이프 존은.
헨리 2세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대왕이라는 자리는.
자식보다 조국이 더 먼저인 자리다.
빌어먹게도.
치열한 이 전장에서.
어찌 기독교의 국왕이 퇴각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죽어가는 이곳에서 말이다.
헨리 2세는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내 아들 존도 십자군의 하나일 뿐이다. 내 자식의 일로 ‘성전’을 망칠 수 없다.”
그 말과 함께.
헨리 2세는.
오랜 세월 무수히 반복했던, 너무나 뻔한 명령을 내렸다.
“자, 믿음의 형제들이여, 나를 따르라!”
잉글랜드의 국왕 헨리 2세 역시,
십자군의 하나일 뿐이었다.
**
그리고 아크레.
“빨리 전하를 살려주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악.”
생사에 고비에 빠진 데인저러스 존은 John말 아프다.
특별휴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