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47)
콩가루집 막내왕자-47화(47/205)
[47화, 예루살렘의 이방인(2)]그렇게 동방에서 온 고귀한 야만인을 구매한 나, 세이프 존!
나는 상인 놈들과 제법 만족한 거래를 했지만.
“하, 내가 이렇게 팔려 와 서역인의 노비가 되는 건가….”
옆에 있는 중국인 노예는 서러운 모양이다.
한탄까지 하고 있다.
저렇게 가여운 모습이 조금 불쌍하지만.
뭐,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 팔린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적어도 전생에 아버지가 한국인이었던 세이프 존은.
인종 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어차피 쓸모만 있으면 내가 아껴 줄 테고. 당신은 정말 운이 좋군.’
아무튼 새로운 노예를 얻고 돌아가는 길에.
태양이 반짝 빛났다.
요즘은 전투도 없고 정말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물밑으로 수많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오가고 있지만.
그쪽은 나의 자랑스러운 기사 고드프리가 전적으로 담당해 주겠지.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몰락해 버렸는지.”
고귀한 야만인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탄식했다.
아마, 이 한족은 송나라의 이름 있는 사대부 집안일 것이다.
뭐 아니면 금나라 밑에서 뺑이치다 온 집안일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저 불쌍한 동방인에게 동정심이 든 나는.
“저 노예에게 부드러운 오트밀을 먹여라.”
“예, 전하.”
일단 저 동방인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정말 저 동방인은 운이 좋다.
중세 중국말을 알아들은 마음씨 좋은 세이프 존이 자기 주인이 되었으니.
바로 그때.
“전하, 이건 돈 낭비입니다.”
최고의 사생아 고드프리는.
내가 구태여 비싼 돈을 들여 고귀한 야만인을 산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오.”
물론 나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차라리 일 잘하는 무어인(아프리카 흑인)이나 이슬람 놈들이 낫지.
저 미개해 보이는 동방 유목인으로 뭘 할지 모르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충분히 그리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고드프리, 지금까지 내가 아무 의미 없이 뭔가 하는 것을 보았소? 나는 이 동방인을 그리스도인으로 삼아, 주님의 뜻을 이룰 거요.”
내 말은 저 동방인을 기독교인으로 개종하여 알차게 써먹겠다는 뜻이었고.
고드프리는 곧바로 알아들었다.
“전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고드프리는 이런 점이 좋다.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어도, 눈치가 있다.
아마 지금 머릿속으로는
내가 어떻게 이 동방인 노예의 미래를 그리는지 짐작하고 있겠지?
나는 고드프리 옆에서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은 샤를을 불렀다.
“샤를.”
“예, 전하.”
“그대에게 부탁이 있소. 이자에게 위대한 잉글랜드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라틴어를 가르치시오.”
“예?”
샤를은 무슨 개소리를 하느냐며 잠시 멈칫하더니.
옆에 있는 동료를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 고드프리 경도 있고 로빈경도 있는데 제가 어찌?”
“원래 프랑스 사람들이 언어 하나는 기가 막히게 가르치지 않는가? 리고 프랑스(중세 프랑스어)처럼 가장 고귀한 언어는 없다네.”
국제 공용어로 라틴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잉글랜드인의 일상어는 중세 프랑스어.
나의 말에 눈빛이 빛난 샤를이 말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
처음에는 서역에 팔려 온 신세가 너무나 비참해서 한탄만 했다.
그는 조국 대송(大宋, 남송)을 위해 커다란 공훈을 세우려고 금나라에 잠입했다.
하지만 영악한 금나라 놈들에게 걸리고 말았다.
운 좋게 도망갔지만, 체력적으로 극한으로 몰려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몽골 오랑캐에게 잡혀 노예가 된 것이다.
그래도 가까운 초원에 노예를 팔릴 때는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역만리 먼 곳으로 끌려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역에서 노예로 팔린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저 멀리 고국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동방인은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일단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살아남는 거다.’
자결은 하지 않았다. 부모께서 주신 몸을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떤 비참한 신세가 되어도 정신을 차리면 되는 법.
그래, 중요한 건 살아남는 거다.
아무리 서역 오랑캐를 주인으로 섬기는 노비의 신세라도.
침착하게 ‘충성’을 다하다 보면, 고국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길 것이다.
“다행히 나의 주인은 군자에 속하는군.”
그는 노예인 자신이 강제 노동을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서역의 언어를 배우게 된 것이다.
처음 보는 서역인은 그에게 여러 가지 언어를 가르쳐 주었고.
동방인은 저의를 깨달았다.
‘예전 당나라 기술자들을 포로로 삼아 제지술을 배운 회회교 인(이슬람교도)들처럼. 저들은 나에게 말을 가르쳐 새로운 기술을 얻을 생각이군.’
이 동방인은 오직 조국을 위해 고려말과 여진 말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는 언어의 귀재.
서역 언어를 배우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인재라는 것이다.
그는 구국의 영웅 무목(武穆)의 후손이니까!
**
그렇게 존 왕자가 특급 노예를 얻어 행복해 할 때.
존 왕자가 다른 이슬람교도 노예 20명을 살 돈으로, 동방 야만인 노예를 샀다는 소문이.
거룩한 성 예루살렘까지 퍼졌고.
존 왕자에게 유감이 아주 많은 한 사람은.
“존 왕자가, 동방 노예를 살 만큼 여유가 있나 보지?”
그는 그런 존의 모습이 몹시 짜증이 났다.
한때 잘나갔던 자신은 한없이 몰락하고 있는데 존 왕자가 새롭게 뜨고 있어서다.
“망할…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저 잉글랜드 왕자 나으리가 뺐다니.”
그의 이름은 기 드 뤼지냥. 그는 보두앵 4세의 누이와 결혼한 예루살렘의 기사다.
처음에 그는 기사로서 나름 ‘유능’했지만, 그건 모두 과거의 일로 여길 만큼,
지금은 생 양아치가 된 기사였다.
저번에 십자군이 선포되고 본보기로 불량한 기사 르노 드 샤티용이 처형당할 때.
기 드 뤼지냥도 같이 처형되나 싶었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숙청되지 않았다.
그건 기 드 뤼지냥이 보두앵 4세의 누이 시빌라의 남편이라는 점도 있지만.
‘나는 굳이 더러운 피를 묻히기 싫다.’
보두앵 4세는 본인이 직접 처리하지 않고,
조만간 예루살렘 왕국으로 올 예정인 ‘리처드’의 손에 그의 처결을 맡길 생각이었다.
왜 보두앵 4세는 그 처벌을 리처드에게 맡기려 했을까?
기 드 뤼지냥과 아키텐 영지.
더 자세히 말하면 기 드 뤼지냥과 대왕비 엘레오노르의 악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기 드 뤼지냥은 아키텐 영지의 봉신이었다.
하지만 순간의 분노 때문에 엘레오노르의 호위 귀족인 솔즈베리 패트릭을 살해해 버린 것이다.
쉽게 말하면 봉신 주제에, 본가의 공녀였던 엘레오노르에게 반역한 것이다.
그때 다른 나라의 중재가 없었으면.
분노한 리처드와 제프리에게 잡혀 온몸이 둘로 나뉠 사람이 기 드 뤼지냥이었다.
아무튼 리처드 왕자가 예루살렘 왕국에 올 때.
세상 사람들은 리처드가 제대로 기 드 뤼지냥을 담가 줄 것이라 여겼지만.
‘우리 어머니를 배신한 네놈에 대해 분노조차 느끼지 않는다. 다만, 네 정치 생명을 모두 거둬 주지.’
리처드는 기 드 뤼지냥의 목숨을 살려주고 권력 기반은 와장창 무너뜨렸다.
“젠장…”
결과적으로 기 드 뤼지냥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이제는 외국의 막내 왕자 존보다 존재감이 미약한 처지가 된 것이다.
존 왕자.
평범한 작자라면, 하느님께서 베푸신 기적으로 죽다 살아난 작자다.
하지만 이젠 자신까지 방해할 고약한 작자!
하지만 기 드 뤼지냥은 냉정해지기로 했다.
‘물론 지금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존 왕자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칠 순 없지.’
존 왕자를 건드릴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하지만 잘 나가는 사람은 견제하는 사람이 많은 법.
존 왕자에게 유감을 가진 사람은 너무나 많았으니.
그중 하나가 돌발 행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너무나 눈에 보이는 수작이다.
‘존이 리처드의 파벌에 들어간다고 했지.’
아무리 기 드 뤼지냥이. 생 양아치라고 한들, 금방 덜미가 잡힐 짓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걸리지 않을 수작을 부리려 계획하고 있다.
‘역시 제프리 왕자나 필리프 2세뿐인가?’
망할 존 왕자를 담그고 싶은 사람이 좀 많은가?
하지만 그는 몰랐다.
‘저자가 미쳤군.’
그의 시종들과 기사들은 ‘사실’ 아일랜드 공작부인 메리의 사람이라는 걸.
**
-안티오크 전역-
노을이 지고 있다.
상호 동의 아래 잠시 휴전을 한 세이프 존의 동네와 달리.
이곳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이슬람 놈들아, 이제 항복 좀 해라, 솔직히 너네 룸 술탄국도 멸망하고 이집트도 위험하잖니. 우리가 진짜 마음만 먹으면 페르시아 지역도 위험해요.’
‘이스마엘의 검은 너희 간악한 기독교를 용서할 수 없다. 중동을 위협하는 이교도 놈들아! 아나톨리아를 날로 먹은 주제에!’
오히려 심했다.
하지만 이슬람 연합군의 동쪽에서 변수가 생겼다.
동쪽에서 유목 세력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소극적인 공세로 잠시 움직임을 바꾼 것이다.
십자군의 입장에서는 ‘이거 각인가?’라는 생각으로.
이 기회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서로 믿는 종파는 달라도 알라의 깃발 아래 똘똘 뭉친 이슬람 연합군은.
최대한 단시간 내에 그 유목민을 때려눕히고 다시 십자군에게 공세를 날렸다.
“썩을 이교도들.”
헨리 2세는 동방의 유목민과 접촉해 이슬람 연합군을 담글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쉬워했다.
십자군 전쟁은 지겹게도 계속 이어졌다.
물론, 아직도 유리한 건 십자군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건 무하마드의 말씀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운 율법은 그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와 다른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내부 세력을 뒤흔드는 싸움이다.
이제는 칼과 방패로 싸우는 전쟁이 아니다.
케케묵은 ‘종파’의 역사까지 이용되는 참 더러운 전쟁인 것이다
물론 헨리 2세는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래, 이슬람 놈들. 이렇게 독하게 굴어야 때릴 맛이 나지.’
얼마 뒤 헨리 2세는 원수 같은 놈들을 호출했다.
“망할 놈들아.”
-예, 부왕.
헨리 2세가 몹시 경멸하는 아들인 젊은 왕 헨리와 브르타뉴 공작 제프리는.
‘이 인간이 갑자기 미쳤나?’라는 표정을 겨우 감춘 채.
아버지 앞으로 나왔고.
헨리 2세는 그런 원수 같은 아들들 앞에서 말했다.
“너희는 ‘욕심’을 포기할 것인가?”
“당연히 아닙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앙주-플랜태저넷 가문의 늙은 사자인 헨리 2세는 잘 알고 있다.
젊은 사자들이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는걸.
아, 사실 완전히 숨기지는 않았다.
이 고얀 것들이 대반란을 일으킨 패륜아들이니까.
하지만.
헨리 2세는 이 음흉한 자식들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이득’이다.
“네놈들에게 부탁이 있다.”
헨리, 리처드, 제프리.
이렇게 첫째, 둘째, 셋째 아들의 반란으로도 모자라,
부인 엘레오노르의 대반란까지 맞은 헨리 2세지만.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저 늑대들이 자기를 물어뜯지 않을 거라는 걸.
“같은 기독교인이면서 성전에 협조적이지 않은 작자들을 물어뜯어라!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만만한 중동의 기독교 영주들을 적당히 구실로, 알아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라는 말이다.
너무나 직설적인 아버지의 명령.
하지만 군침이 고이는 너무나도 옳은 ‘명령’을 들은, 뜨거운 효자들인 젊은 왕 헨리와 브르타뉴 공작 제프리는.
“지극히 옳으신 말씀입니다.”
“부왕의 명령은 참 지엄한 법입니다.”
일시적으로 효자가 되기로 했다.
그런 앙주-플랜태저넷의 훈훈한 모습을 본 이웃집 군주 필리프 2세는 마음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놀고 있네. 콩가루 집안 주제에.’
이 십자군에서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반란을 일으킬 저 같잖은 헨리, 제프리 형제의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그 미래에 반란에 많은 것을 투자한 것이 필리프 2세였다.
‘헨리 2세, 틈을 주지 않는 망할 늙은이!’
하지만 지금 잉글랜드의 노퍽 공작이 눈을 크게 뜨고 있는 한, 반란은 힘들 것 같다.
예루살렘의 이방인(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