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50)
콩가루집 막내왕자-50화(50/205)
[50화, 존스 보우(1)]-중동 시리아 전역-
“이 망할 이교도가!”
“오랑캐가 할 말이 아니군.”
그 말과 함께.
동방인 기사는 적을 베어나갔다.
-서걱.
‘이제 익숙해졌군.’
처음에는 낯선 색목인의 검이었지만.
이역만리 서역에서 여러 실전을 겪은 동방인 기사 악불회는 자기 손에 색목인의 검이 익숙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노예에서 존의 동방인 기사가 된 악불회의 생활은, 이제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으니.
‘용장처럼 적을 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야. 적의 세력을 궤멸시키는 전략이 중요하지.’
물론 남송에서 온 그가 무식하게 칼질만 한 것은 아니다.
모양 빠지게 몽골 초원에서 잡혀서 그렇지.
악불회, 그는 칼질만 잘하는 용장이 아니라. ‘지장’이었다.
지장이 뭔가?
머리를 쓰는 지휘관이라는 뜻이다.
개종한 후, 동방인 출신 기독교 기사 악불회!
이제 아일랜드 영지군에게도 인정받는 악불회는.
‘일단’,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열심히 서역에서 일하기로 했다.
그래, 그것이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겠는가?
“발사하라!”
악불회가 서역인의 쇠뇌(석궁)를 중국식으로 개량해서 만든 존스 보우가, 이슬람의 병사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피웅.
“으악…”
“기독교 이교도의 석궁이 더 강해졌다.”
그 모습을 본 로빈은.
자기도 질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발사하라!”
이슬람인이든 기독교인이든 날카로운 화살 앞에 너도나도 한방.
최근 개량한 우리의 화살은 더 강력해졌다.
그때 저 너머에서 그 망할 ‘군가’가 들렸다.
“헨리 2세 만세, 위대한 국왕 만세! 위대한 국왕은 세 가지 능력을 겸비하사. 마시고, 싸우고, 사생아를 만드는 것이라!”
자기들의 군주가 수많은 사생아를 만든 걸 즐거워하는 다소 민망한 가사가 담긴.
존 왕자의 역작 ‘헨리 2세 만세! 가 또 흘러나왔다.
사대부의 나라 남송에서 온 악불회는 이 남사스러운 군가가 어색했다.
너무 남사스럽지 않은가?
‘이역만리 사막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내가 고선지 장군도 아니고.’
오래전 자기와 같이 회회교(이슬람)랑 싸우다 개같이 패배한 당나라의 장수 고선지를 떠올린 악불회.
“고생했네.”
아무튼 오늘의 전투는 끝났고.
이제는 동료가 된 로빈이 악불회에게 다가가 말했다.
“악, 자네는 왜 이리 언어를 쉽게 배우는가?”
“선조님들 때문이지.”
“선조님들?”
“우리 한족은 금나라의 유목민 놈들을 아주 싫어했거든.”
짬에서 밀려 금나라의 간자 노릇을 하게 된 자신에게, 아버지 악보(岳甫)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네 이름에 담긴 불회(후회하지 않음)는 진회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순간까지도, 충심을 버리지 않은 조부(악비)님의 신념이다.’
그 말에 악불회도 수긍했다. 금나라 오랑캐들은 위험한 족속들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악불회는, 언어를 배우는 것에 능통했고.
예부(禮部, 외교 업무는 맡음)에서 잠시 일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 이런 빌어먹을 서방에도 적응할 수 있던 거고.
“그래도 악, 자네는 운이 좋군. 말이 통하지 않았다면, 자네는 그저 동방의 미개인이 되었겠지. 자네가 동방의 귀족(사대부)인 것도 언어를 통해 알지 않았던가?”
“하, 그건 그렇군.”
궁술이라는 주제로 공감하며 로빈과 부쩍 친해진 악불회는.
그와의 여러 가지 대화를 통해 현실을 파악했다.
‘저들의 말과 문화와 지리를 배우고 나니 확실히 알겠군. 나는 이곳에서 탈출할 수 없어…’
흉노에게 붙잡혔지만 결국 한나라로 돌아간 예전 장건과는 경우가 다르다. 혼자서는 절대 본국에 돌아갈 수 없다.
친선을 위해 흉노로 시집간 왕소군처럼.
악불회는 그냥 포기하고 서역에 둥지를 틀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서역인들에게 중화 제국(남송)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 줘야겠어.’
악불회는 자기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잘 알았다.
특히 이 서역인들은 믿음이 곧 신념이라,
예수교(기독교)에 감화된 척을 해야 사람 취급받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는 대외적으로 성실한 기독교인 척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존 왕자와 함께 성서에 손을 얹어.
서역의 봉신 서약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다른 코쟁이들에게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다면 로빈이라는 작자와도 친해질 수 없었겠지.
악불회라는 이름 대신 ‘악’이라 불리기는 했지만, 이젠 그것조차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악불회에게, 그의 주군 존 왕자가 다가왔다.
“악불회 경.”
“예, 전하.”
“화약 만드는 방법을 아는가?”
올 것이 왔다.
자신의 주군 존이, 화약에 관해 물어볼 것이라는 걸 예전부터 알았지만,
막상 질문을 받게 된 악불회는 머리가 아찔했다.
**
내 새로운 동방인 기사 악불회.
악불회라는 이름은.
Sir 악, 혹은 슈빌리에 악으로 서양인들에게 불렸지만.
‘악불회’라는 어려운 중국식 발음으로 부르는 건 나뿐이었다.
나는 다시 악불회에게 물었다.
“하.. 악불회, 귀공은 화약을 만들 수 있는가?”
“화약을 국가적인 재화고, 화약 무기는 병부에서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하급 관리였던 저는 그쪽에 관한 정보가 없습니다.”
흠…
겉으로만 보면.
‘화약 같은 거 정말 모른다고!’라는 표정이다.
하지만 나는 의심이 갔다.
그 악비의 후손이 정말 모른다고? 아닌 것 같은데?
물론 악불회의 마음이 이해는 되었다.
12세기 말, 지금 남송에서 화약 무기는, 그 효과와 가치를 무수한 실전으로 깨달은 최신 무기. 절대 악불회가 모를 리 없다.
이거 진짜 모르는 거야,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야?
일단 나도 모르는 척 봐주기로 했다.
‘화약’이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나는 다른 카드를 꺼냈다.
“그렇다면… ‘이건’ 만들 수 있는가?”
“어떻게 그것을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이렇게 나는 약불회에게 한 가지를 의뢰했다.
화약이 어렵다면 다른 걸 만들라고.
내 예상보다 아는 게 많은 악불회는 곧바로 수긍했다.
한편 전투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살라딘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시리아 인근을 향해 연이어 공세를 취했다.
“승전, 승전입니다!”
“적들의 기세가 너무 강합니다.”
연이은 승리와 패배.
사막 위에서 일어난 전쟁은 줄다리기처럼 치열했고.
전우들의 시신을 묻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꺄악 꺄악.
눈앞에 까마귀가 연신 날아다니고.
코로는 썩은 내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매장하라!”
팔레스타인-시리아 전역에서 가장 중요한 지휘관 중 하나지만.
짬처리를 해야 하는 막내 지휘관인 나는.
시신의 매장을 명령했다.
이슬람 따위를 믿는 적군의 시신은 불태우고.
우리 기독교인들의 시신은 양지바른 곳에 묻는다.
전쟁은 귀족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그 이상의 가치를 회수하는 장사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것은 항상 병졸들이지.
내가 왜 이런 감상에 빠졌느냐면.
오늘은 유달리 까마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 십자군은 잘 싸웠다.
하지만 이슬람군도 지독하게 우리에 맞서 싸웠다.
-꺄악. 꺄악.
나는 요란하게 우는 까마귀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성전이지.”
“맞습니다. 성전입니다.”
십자군이니 이슬람군이니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전쟁은, 대박을 노리며 하는 도박 같은 것이다.
물론 그 한 가지 이유로 이렇게 치열할 리가 없지.
십자군과 이스마엘 검 이외에도,
여러 은원이 가득한 사막의 부족들까지 끼어들어.
우당탕.
난전이 계속되었다.
원래 역사였다면 3차 십자군은 지금보다 더 불리했겠지만,
나 세이프 존 덕분에.
여러 가지로 내분으로부터 안전해진 십자군이 유독 잘나가게 된 거지.
나의 말에, 성전이 익숙지 않을 악불회가 말했다.
“성전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봅니다. 이런 끔찍한 전쟁이 있다니.”
얼떨결에 개종은 했지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닌 악불회!
남송에서 유학이나 배우다 온 이방인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있던 피의 역사를 알 리 없지.
“하…”
연기가 자욱하고.
피 냄새는 진했다.
우리 아일랜드 영지에서 데려온 소집병들은 물론.
내가 비싼 돈 들여 고용한 용병들도 많이 죽었다.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허름한 옷을 입은 성직자의 기도.
십자군 왕국이라는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십자군 기사가 엄청나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겉으로 보면 그렇잖은가?
검에 키스 한 방을 하고, 성호를 긋고. 멋지고!
하지만 징글징글한 이슬람 놈들을 담그다 보면, 십자군의 낭만은 없어지기 마련이다.
저번에 내가 아크레 군항을 공격할 때만 해도, 이슬람 연합군의 지원군은 생각보다 적었다.
하지만 동쪽에서 지원하러 온 이슬람 세력이 추가되자.
다시 이슬람군이 기세를 얻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십자군 역시 비축했던 힘을 풀었다.
바로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영감에게 납작 엎드린 이탈리아 소국들(이 시절 이탈리아는 여러 소국으로 분열된 상태다)과 폴란드가 우리 쪽에 지원하러 온 것이다.
“우리가 이교도들과 휴전을 한 이유는. 이 공세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지.”
다행히 물에 빠져 익사하지 않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영감은 멀쩡히 살아있으니 이런 좋은 꼴도 보는군.
하지만 리처드 형은.
“머리가 아프군.”
예상과 달리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지금은 십자군에게 유리하고 이슬람군에게 불리한 시점이다
동쪽의 새로운 이슬람 친구들이.
살라딘에게 병력과 식량을 지원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말이다.
원래 나의 성격대로라면 이슬람이고 나발이고.
‘주님의 이름으로’를 외치며 칼을 들어, 닥치고 돌격할 사람 아닌가?
“역시 너는 아직 전쟁에 익숙하지 않구나.”
“예?”
“군사학 논고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말이야.”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한테 혼나면서 배웠는데요.”
군사학 논고.
4세기 고대 로마 제국의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라는 양반이 편찬한,
서양 군사학의 바이블로.
쌈박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우리 가문의 남정네들이 뼈 빠지게 공부한 책이다.
아마 근세에 전쟁론이 만들어지기 전에.
유럽 최고의 군사학 서적이 아닐까?
‘아버지한테 갈굼 당하면서 공부했지.’
믿을 놈은 세이프 존밖에 없었던 아버지 헨리 2세조차.
이걸 주입 시키느라 나를 제대로 굴렸다고.
그때.
“살라딘에게 우리 십자군은 저주이자, 축복이지.”
“예?”
나의 말에 리처드 형이 말했다.
“살라딘이, 지금처럼 내부 정리를 할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
중동에 가 있던 아랍‘기독교’ 첩자에게서 정보가 왔다.
살라딘이 칼을 빼 들었다는 것이다.
전쟁 중임에도, 정치적 숙청을 시작하는 승부수를 쓴 것이다.
‘단’ 한 사람도 처형하지 않고, 그저 정치 무대에서 퇴장시켰다는데.
모든‘죄목’이 모두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란다.
반발하는 세력도 없었다.
살라딘은 본보기로 친족의 권력을 무력화했고.
시아파 세력과의 공조를 시작하며.
예전과 달리 시리아 전역 이스마엘의 검의 힘을 하나로 뭉쳤다.
“역시 살라딘이군. 마치 관대한 고레스(성서에 나오는 관대한 페르시아 이교도 황제 키루스 2세) 같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감탄할 정도였다.
게다가 살라딘은 이런 난전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기독교인들을 함부로 해치지 않았다.
물론 살라딘이 완벽한 방어를 추구하며 내부 정리를 할 동안.
“아니, 벌써 이곳에 왔다고?”
“망할 기독교인들.”
이에 우리 십자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 큰 거 한 방 온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폐하, 명령을 내려주소서.”
누가 뭐라고 해도, 이 구역의 대빵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1세.
“그렇게 하지.”
프리드리히 영감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비밀 무기를 조립하라.”
물론 조립이 빠르진 않았지만, 성안에 있는 놈들은 우리가 비밀 무기의 조립을 완성할 때까지 나오지 못했고.
조립하는 십자군들은 저들의 화살 거리 밖에 있어 이슬람 놈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이제 새로운 병기가 완성되었다.
들어는 보셨나 동방의 신비를!
“와아아아아!”
이제 십자군의 사기는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보다니 가슴이 웅장해지는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영감님의 눈이 커졌다.
그래 정말 웅장한 거니까.
나는 검을 들었고.
내 사인을 알아본 악불회는, 이제는 제법 자연스러워진 중세 프랑스어로 말했다.
“저들에게 세상이 무서운 걸 보여주겠습니다.”
-꼴깍.
로빈이 군침을 삼켜 버렸다.
대륙의 기상이 담긴 크고 웅장한 5연발 투석기. 존스 보우가 중동에 등장한 순간이다.
존스 보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