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52)
콩가루집 막내왕자-52화(52/205)
[52화, 호라즘 왕자]어린 시절, 텔레비전으로 보았던 드라마 칭기즈 칸의 영향 때문인지.
나에게 호라즘 술탄국 하면, 칭기즈 칸에게 당해버린 엑스트라 같은 국가로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저들을 상대해 보니 호라즘 애들이 약한 게 아니라, 몽골 제국이라서 패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알리 웃 딘이라 불리는 젊은 왕자 놈.
이 젊은 놈은 팔팔하고 강했다.
-캉.
딱 한 합을 통해, 내 손과 팔에 커다란 힘이 느껴졌다.
‘내가 리처드 형한테 수업받지 못했다면, 한 번에 훅 갈뻔했어.’
원래 역사의 무능한 존 왕과 달리,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리저리 굴렀다.
무능한 원조 존 왕은 아마 지금쯤 목이 서걱, 잘렸겠지만, 열심히 훈련한 나는 튼튼했다!
‘흐흐흐.
그래서 나는 웃음을 마음속으로 삼키고 여유롭게 결투하며 전장을 바라보았다.
이곳에는 서요의 용병들이 있었고, 호라즘의 강한 이슬람 전사들이 있었다.
물론 호라즘 술탄국만 이 전선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 이집트 전역의 주력 병력이라고 할 아이유브 술탄국이 있었다.
곳곳에서 비명과 환희를 섞은 함성이 울린다.
“수급에 따라 포상금이 있다.”
“기독교인들을 베어라.”
“알라 후 아크바르!”
이런 기세를 보니 호라즘이라는 세력이 왜 중앙아시아에서 대장 노릇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캉.
나의 대검을 곡도로 막은 이슬람의 지휘관이 말했다.
“기독교의 전사는, 역시 존이야. 아주 강해.”
중세 아랍어가 슬슬 익숙해져 뜻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나는 못 알아들은 척했다.
“예상보다 강하군. 호라즘의 왕자.”
라틴어로 멋지게 말했다. 알라 웃 딘 왕자는 내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지만, 내 겉모습으로 조금 유추한 듯 자신 역시 폼을 잡았다.
“당신도 마찬가지야, 기독교의 왕자.”
왜 삼국지연의에서 일기토를 멋지게 연출했는지 알겠다.
실력 있는 싸움꾼과 검을 맞대는 건 정말 힘든 일이고, 그렇기에 영웅들의 일기토에는 낭만이 표현된 거겠지.
솔직히 상대방을 얕보았다.
하지만 점점 검을 맞대보니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싸움에서 힘으로만 이겼군, 여러 가지로 기술이 미숙해.’
체력적으로 지치게 한 후 손을 본다면, 저 이교도 왕자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슬슬 지친 척하면서 어그로를 끌다가, 한 방에 역공을 가한다면 말이다.
그 계획이 통하면 오늘 나는 대단한 전공을 올릴 것 같았다.
그래! 전국구 잉글랜드 왕자인 나에게, 지역 강국 호라즘 술탄국의 왕자 따위는 전공에 불과하지.
-캉.
리처드 형의 특훈은 지독했지만, 이렇게 실전에 임하니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았다.
슬슬 지쳐야 할 때였지만 지치지 않았다.
그래, 이런 애송이 왕자쯤은 나에게 상대가 안 되지.
이런… 오늘 나의 손으로 호라즘을 좀 더 빨리 멸망시키는 건가?
나는 코너로 몰린 척했고, 알라 웃 딘 왕자는 나의 표정에 속았다.
이제, 애송이 이슬람 왕자가 나의 손으로 죽을 예정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왕자님, 위험합니다.”
-캉.
알라 웃딘 왕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사람이 있었다.
십자군을 베어 가던 호라즘의 젊은 지휘관이 달려와서 알라 웃딘 왕자를 구했다.
아.
거의 담글 수 있었는데.
“공작 전하!”
-캉.
물론 나의 곁에 있는 기사들은, 어느덧 나를 호위하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전선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알라 웃 딘을 거의 죽이기 위해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전장이 정리되고 있었다.
“전하, 신성로마제국의 군대입니다.”
신성로마제국을 상징하는 쌍두 독수리 깃발.
그리고 그 쌍두 독수리의 깃발을 호위하려는 듯한, 선제후(황제의 신하)의 깃발을 아래 모인 아군에 의해 말이다.
“이게 바로…”
내가 잠시 말끝을 흐리자, 고드프리가 그 뒷말을 해주었다.
“3차 십자군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신성로마제국의 힘입니다.”
“나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다. 이교도들이여, 성지를 내놓거라!”
저 멀리서, 늙은 노구를 이끌고 이슬람 전사들을 휩쓰는 노장 프리드리히 영감이 보였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프리드리히 영감, 아니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그저 힘을 숨긴 노인이었다는 걸.
아, 근데 신성로마제국의 군대는, 사파딘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젠장, 비겁하다 서방의 황제. 모두 퇴각하라!”
나의 숙명의 라이벌 사파딘은.
나와 한 판 하려다가, 프리드리히 1세 군대의 대공세에 깜짝 놀라 퇴각하고 말았다.
**
-호라즘 진영-
이번 싸움은 호라즘이 패배했다.
십자군은 좀 더 이집트의 중심부로 진출했고, 이슬람군은 좀 더 이집트 중심부로 내몰린 형국이었다.
물론 지금 대 전력을 생각 못 할 정도로 알라 웃 딘은 억울했다.
이교도 존 왕자의 죽일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존 왕자가 이교도의 수괴 중 하나인 헨리 2세가 아끼는 막내 왕자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걸 반대로 말하면.
존 왕자를 잡거나 죽이면, 이스마엘의 검의 일원으로 엄청난 전공을 세운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젠장, 왜 방해한 건가. 내가 이교도의 왕자를 참할 수 있었다고.”
자기와 나이가 비슷한 존 왕자는 알라 웃 딘 왕자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제가 나서지 않았다면… 전장에서 왕자님을 잃고, 저는 그 책임을 져야 했을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의견을 말하는 티무르 말릭의 모습에.
“….”
실컷 성질을 내던 알라 웃 딘은 잠시 말을 멈췄고.
“우리는 신성로마제국의 군대를 너무 얕봤습니다… 왜냐하면..”
티무르 말릭은 알라 웃딘 왕자가 보지 못한 전장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오늘 운 좋게 목숨이 붙어있는 건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깨달은 알라 웃 딘은,
티무르 말릭에게 말했다.
“미안하오. 내가 방심을 한 게 맞는 것 같소.”
“이해합니다. 왕자님께서도 전공이 필요하셨을 테니까요.”
그렇게 호라즘에서 온 두 군신의 이야기를 나눌 때.
막사의 문이 열리고.
무척이나 피곤한 표정의 사파딘이 호라즘에서 온 이방인들에게 말했다.
“군을 물려야겠소.”
**
-이집트 전역, 십자군 진영-
신성로마제국과 존의 군대가 합쳐진 이집트 전역의 십자군은, 예상외로 연전연승했다.
존 왕자가 악불회를 통해 만든 여러 기물 때문만은 아니다.
승전보였다.
어마어마한 승전보.
이집트 전역의 십자군은 이제 카이로를 목전으로 두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이 전역 십자군의 총사령관인 프리드리히 1세는.
세이프 존이 의식하고 있는 신성로마제국의 귀족을 하나 불렀다.
“줄츠바흐 백작.”
“예, 폐하.”
프리드리히 1세처럼 주름살이 자욱한 귀족은, 조심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주군에게 말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호탕하고 정열적이지만, 의외로 금욕적인 신성로마제국의 주인이.
포도주를 권한다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셔도 될 때야.”
이집트의 포도로 만든 포도주를 마신 늙은 황제는 말했다.
“줄츠바흐 백작. 자네는 내가 왜 헨리 2세가 아니라 존을 택했는지 아는가?”
“모르겠나이다.”
주름살이 그윽한 늙은 귀족은 모른 척을 했고.
늙은 황제는 간단하게 말했다.
“한 전역에 3명의 황제가 있으면 지휘체계가 흔들리니까.”
“폐하, 로마와 관련이 없는 헨리 2세는 황제가 아닙니다.”
“그래, 그 헨리 2세 놈이 로마를 이은 황제는 아니지. 하지만 서프랑스와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를 확실하게 병합한 헨리 2세는, 황제와 같은 권한을 가진 자야. 우습게도 그 권위는 자식들의 대반란을 막아서 만들어졌지만 말이야. 그래서 내가 거기에 있으면 안 되는 거지.”
“폐하…”
“아무튼, 그만 하세. 내가 판단한바, 살라딘이라는 작자는 전쟁에서 이길 생각이 없어. 다만 정치에서 이길 생각이겠지. 이슬람 친구들이 좀 복잡한가?”
“이슬람 이교도들은 꽤 복잡하게 사는군요.”
줄츠바흐 백작은,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이교도 이슬람만 욕할 것이 아니다.
니케아 공의회가 시작된 후, 얼마나 많은 종파가 숙청되었는가?
아니, 어쩌면 초대 교회가 열린 이후에는 믿음을 방자한 비극이 여럿 생겼다.
기독교의 세속적인 지배자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서도 막지 못한 비극들 말이다.
“… 이 시대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아니야. 아니, 믿음으로 살았던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던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다윗왕의 시대와 하느님의 지혜를 받은 솔로몬의 시대도 절대 아름답지 않았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가 아름답지 않았다고 했다.
당장 성직자들이 들었다면.
‘빼애애애익 그건 신성모독입니다.’
‘하느님께서 역사하신 그 찬란한 시대를 감히…”
입에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성직자들이 그 말을 들었다 한들 프리드리히 1세는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자기 손으로 교황을 내쫓은 신성로마제국의 노회한 황제가, 그깟 성직자들의 눈치를 볼까?
프리드리히 1세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이슬람 친구들은 끈질기다네. 애초에 사막에서 태어난 족속인 만큼, 끈질기고 지독하다네.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스마엘의 후예들이니까.”
이삭이라는 적장자의 탄생으로 아브라함의 부족에서 쫓겨난 서장자(사생아) 이스마엘.
그가 낳은 후예들인 만큼 그런 생존력은 당연할 거로 생각한 프리드리히 1세였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 십자군의 편이야.”
존 왕자 앞에서의 느긋한 눈빛과 달리, 날카롭고 서늘한 눈매를 한 황제는 말했다.
“이집트가 우리 기독교인에게 넘어간 순간, 진정한 힘이 나오니까 말이야.”
모든 기독교인은 알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교구 역시, 기독교 5대 총대교 주좌 중 하나라는 걸.
그리고 프리드리히 1세는 알고 있었다.
‘조만간 살라딘에게 일이 있을 거야.’
이슬람 세력 역시 십자군처럼 여러 이해관계를 맺은 권력자들이 모인 세력인 만큼, 분란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
-시리아, 살라딘의 본진-
야심한 밤.
오늘도 코란을 낭독하며, 알라의 말씀을 읽어가던 살라딘은 잠을 청하려 자리에 누웠다.
아무튼 살라딘 잠들 무렵, 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암살자는 이미 모든 변수를 재단했다.
이곳의 호위병, 그리고 경계 상황, 살라딘의 생활패턴까지
그리고 기회가 왔다.
‘지금이다.’
그동안 오랫동안 위장하여 기회를 엿보던 남자는.
지금, 이 순간이, 오랫동안 기다리던 명령을 완수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검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당사자인 살라딘을 조용히 암살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하지만 암살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왔는가?”
살라딘이 자신의 움직임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는걸.
살라딘의 그림자가, 암살자를 제압했다.
“젠장.”
암살자는 독단을 씹어 자결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누워서 잘 것이라 여겼던 살라딘은, 무덤덤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탄했다.
“칼리프께서는 이런 실수를 하실 분이 아닌데…?”
아무리 십자군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라크-페르시아 문제로 대립하는 사이라 해도,
이렇게 중요한 전쟁에서 이슬람의 핵심 지휘관인 자신을 암살한다는 건 자충수다.
그럼 대체 누구일까?
-으악.
곧바로 그 자리에서 고문이 시작되고.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으려던 암살자가 모든 것을 밝혔다.
“그렇군…”
사실을 들은 살라딘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 작자들이 나를 죽이라고 시켰다고?’
분노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이 정말 암살당해 죽었다 한들, 과연 대세가 바뀔 것인가?
얼마 후.
살라딘의 그림자로부터 소식을 듣게 된 지휘관 하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와 물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리처드에게 사신을 보내어 다마스쿠스 검을 선물하게. 그리고 ‘그’를 불러오게.”
“예, 술탄.”
살라딘의 수하는 아무런 의심 없이 명령을 내렸고, 불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동방의 용병대장이 살라딘의 막사로 들어왔다.
“술탄께 인사드립니다.”
“자… 키타이(거란)의 용사여. 그대가 필요하오.”
그 말과 함께 살라딘이 명령을 내렸고.
“고용주의 뜻에 따르겠소.”
원래 테키쉬에 고용되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고용주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은.
나이만족의 왕자 쿠츨루크.
원래였다면 경교(기독교 네스토리우스파)로 불교로 개종해 서요의 대빵이 될 사람이지만, 존의 나비효과 덕분에 알라를 섬기게 된 특이한 사람이다.
‘망할 옹 칸, 테무친, 자무카… 그리고 경교인들! 중동에서 이득을 본 뒤 제대로 복수하고 말겠다.’
세이프 존 때문에 역사가 많이 바뀌었다.
물론 잉글랜드에 꼭 불리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검은 사막의 땅(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