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71)
콩가루집 막내왕자-71화(71/205)
71화. 십자군의 승리(1)
―1187년, 아일랜드―
오늘도 평화로운 세이프 존의 영지 아일랜드.
아마 풍요롭지 않았으면, 저 아일랜드―켈트인 친구들이 당장 잉글랜드 출신 영주인 세이프 존을 담가 버리려 했겠지만.
그런 일은 예수께서 재림하셔서 천년 왕국을 만드실 때까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경제 대영주 세이프 존이니까 말이지.’
호밀빵에 버터를 바르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는데. 반란을 저지르면 그게 더 이상한 꼴 아닌가?
물론 나는 아일랜드 영지민들을 완전히 믿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잉글랜드인들에게 가진 증오는 내가 정치를 대국적으로 못 하면 다시 도질 걸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일랜드인들은 어떤 의미로 스코틀랜드보다 지독한 저항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지 않은가?
일단 지금 아일랜드 민심을 잘 챙기고 있으니, 스코틀랜드 반란군 친구들을 생각해봐야 했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지만, 아직 그 공격을 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 정말 많았다.
‘약탈도 한계가 있지.’
해안 약탈이 제법 쏠쏠하긴 하겠지만 기습적인 약탈이 한두 번이나 통하지, 이제 대응책을 만든 스코틀랜드 반란군이 이 악물고 반항하면 오히려 이쪽에서 손해다.
그래서 정공법은, 잉글랜드에 병력을 이끌고 상륙해 본국 잉글랜드에 있는 영주들과 힘을 합쳐 북진해서 반란군 세력을 깡그리 쓸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휴식이 필요하다.
뭐 이집트를 정복하고 나서 쉬었다고 했으나, 타지에서 연회 몇 번 한 거로 피로가 모두 회복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알고 있었다.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지휘관들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나의 핵심 기사들에게 갔다.
내가 이름 지은 가장 안전한 기사 4인방 고드프리, 샤를, 로빈, 악불회다.
“이곳 아일랜드는 놀랍도록 평화롭습니다. 제 고국처럼 말입니다.”
“악불회, 이제 자네는 잉글랜드 사람일세. 어차피 자네 혼자만의 몸으로 고국에 갈 수도 없겠지.”
“… 전하의 말씀을 잘 알겠습니다.”
특히 아직도 뱃멀미로 정신이 저기 양쯔강으로 가버린 악불회를 보면, 정말 휴식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물론, 고드프리는 아직도 일, 일, 일 생각이다.
“다행히 대왕께서 미리 분란을 대비하셨기에, 우리가 당장 무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에겐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버지 헨리 2세는 이미 스코틀랜드가 이렇게 반란을 일으킬 것을 미리 대비했다.
십자군 원정을 떠나기 전 아버지는 유능한 기사들을 잉글랜드―스코틀랜드 국경 지역에 파견해, 혹시 스코틀랜드 놈들이 반란이 일으킬 때 방어 전술을 준비했다.
물론 아쉽게도, 스코틀랜드의 영지에 있는 영주들은 아버지의 믿음을 배신하고 로버트 편에 붙었지만. 아직 내가 직접 브리튼 땅을 밟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하, 우리가 해둘 일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도 쉬어야 하오.”
고드프리는 일하지 못해서 병이 도질 것 같은 표정이다. 하지만 쉴 땐 쉬어야지!
그다음 사람.
“전하께서 말씀하신 한도 내에 약탈을 끝냈습니다. 이제 잠시 쉬다가 슬슬 해전을 준비해야겠지요.”
물론 함대밖에 모르는 바보 샤를은 해전이 마려워 노를 저을 인적자원이 될 산적과 해적을 사냥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기사.
“아버지께서 전하를 위한 지원품을 보내셨습니다.”
“뭘 이런걸… 노퍽 공작께 고맙다고 전해주시오.”
태생이 금수저라, 우리 영지에 쏠쏠한 이득을 주는 노퍽 공자 로빈도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수하들을 지켜보던 나는 담백하게 말했다.
“지금 스코틀랜드의 반란군 수괴들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니, 일단 휴식을 취하시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스코틀랜드 그 자체가 아니라, 스코틀랜드를 움직인 외국 놈들이니.”
그렇게 나는 전투 휴무를 선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여러 가짜 유물(제2중간기[신왕국이 도래하기 전, 혼란기] 이집트 유물)을 섞고 정말 신뢰하는 사람을 시켜. 물론 아예 이집트 유물이 모두 없어진 것도 아니고. 내가 동로마 형벌과 노예형, 심지어 사형까지 내려 버린 도둑놈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핵심 유물은 건재했다.
나는 영지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막내들이라는 전문 인력을 호출했고, 친 존 왕자 소속 성직자들도 열심히 박물관 설립을 도왔다.
그렇게 유사 대영 박물관이 세이프 존의 성 내부에 만들어진 것이다.
아버지의 로망 중 하나는 귀여운 자식들과 나들이를 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가족들에게 고대 이집트의 신비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내었다.
“우리 아들, 역시 어머니를 챙길 줄 아는구나.”
어머니 대왕비는 방긋 웃었고.
“우리 막내가 나도 최초의 박물관에 들여보내는 거니? 이야, 기분이 너무 좋은걸?”
누나 마틸다는 그런 어머니 곁에서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처남, 나는 반란 진압 때문에 바쁘다고.”
“매형, 그냥 이럴 때는 쉬면 됩니다.”
아내 마틸다의 눈치를 보며, 이렇게 편하게 쉬어도 되는지 묻는 하인리히 매형.
그리고.
“아버지, 그냥 외숙부의 말을 들으세요.”
어딘가 모르게 듬직해진 내 조카 오토, 그래 외삼촌은 너밖에 없다!
아쉽지만, 엘리자베스와 찰스는 아직 아기라 이곳에 데려올 수도 없었고, 나처럼 2회차 인생이 아닌 이상 데려와도 박물관의 전시품들을 제대로 감상 못 할 것이다.
물론 내 손을 잡고 전시품을 보는 나의 사랑하는 큰아들 제임스는 황금빛으로 찰랑이는 이집트 컬렉션을 보고 눈이 돌아갔다.
21세기의 어린애들은 공룡과 로봇에 뻑 가지만. 12세기 어린아이들이 황금에 눈이 뻑 가는 법!
“와, 이게 수천 년 된 이집트의 보물들이에요?”
“그래.”
“와… 정말 아름다워요.”
제임스가 반짝이는 이집트의 신비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그런 제임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아들은 성공해서, 아빠가 죽으면 황금 조각상으로 아빠의 얼굴을 조각해주렴.”
“헤헤, 그럴게요.”
아들이 죽은 나를 기념해 만들 황금 조각상 골든 존, 생각만 해도 반짝이는 효도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아들과 대화하던 투탕카멘의 황금관과 더불어 가장 위대한 유물로 뽑히는 조각상을 살펴보고 있는 아내에게 말했다.
“어떻소, 메리?”
“왼쪽 눈이 그려지지 않은 미완성이 오히려, 이 조각상의 가치를 높이는 것 같아요.”
투탕카멘의 부장품뿐 아니라, 신왕조의 다른 파라오의 유물도 전시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내가 보고 있는 것은, 이집트 콥트교인들이 이슬람 놈들로부터 이집트를 해방한 ‘세이프 존’을 위해 진상한 진짜 보물.
고대 이집트에서 세계 최초로 종교 개혁을 일으킨 아케나톤의 아내 네피르티티가 조각된 흉상이다.
그 명작을 보며 감동하는 아내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가족들과 오붓하게 이집트의 신비도 느끼고, 아… 행복하다.’
지금 나는 해피 존이라고.
* * *
그렇게 가족들과 즐겁게 고대 이집트의 부장품을 감상하고 또 연회를 하며 조금 더 쉬었다.
하지만 계속 놀기만 할 수 없는 법.
적어도 아일랜드와 모르땅, 두 영지를 경영하는 영주로서 매년 안식일(기독교인의 휴무)이니, 안식 주니 하며 쉴 수 없지 않은가?
‘이제… 일해야지.’
나는 곧바로, 아일랜드 한정 최고의 기사 고드프리와 살림꾼 피터를 불렀다.
이제 스코틀랜드 문제, 영지 문제, 국제 정세 문제들을 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 못 한 건.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일을 만들고 알아서 해버린 고드프리였다.
“전하, 일단 제가 준비한 것들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내가 쉬라고 하지 않았소?”
“모두가 쉬면, 일을 누가 합니까? 그렇지 않으냐 피터.”
“허…허… 그렇습니다.”
고드프리는 보급 문제와 병력 편성, 무기, 방패, 전마 점검, 외교적 현황 조사 같은 업무를.
피터는 내 영지들의 행정, 경제, 정치적 업무를 보고했다.
정말 일에 미친 이복형제들이다.
“그래서 경들이 보기엔, 내가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오.”
―프랑스와의 화친입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프랑스라…….
“전하, 필리프 2세가 본국으로 귀환했다고 합니다. 지금 같은 대화의 시간이 없습니다.”
피터의 물에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스코틀랜드의 반란을 프랑스 왕국이 만든 것 같은데?”
그러자 고드프리가 동생 대신 말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프랑스 왕국은 이번 일에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들이 개입하고자 했으면 이 정도의 수준이 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의심하는 태도를 버리고 오히려 프랑스에 친선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
그래, 뭐 원수를 사랑하고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긴 해야지.
그렇게 앞일을 논하고, 다시 관저로 올 때.
“전하, 중동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나에게 편지들이 왔다.
[친애하는 아우 존에게]리처드 형의 편지다.
예루살렘 왕국이 나의 동갑내기 사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할아버지가 다른 여귀족과 간통해 낳은 사생아 출신 큰아버지 서리 백작의 아들 윌리엄이, 예루살렘의 국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편지다.
아무튼, 나는 거룩한 성 예루살렘에 관심이 그다지 없었기에 윌리엄이 예루살렘 왕국의 새로운 국왕이 된다면, 그걸로도 나쁘지 않았다.
[친애하는 존 왕자에게]하지만 프리드리히 영감에게 온 편지는.
자기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반란을 진압하라는 무척이나 담백한 편지다. 중동의 정세 따위는 담겨 있다.
[존 왕자에게]필리프 2세에게 온 편지는.
어이가 없었고.
[위대한 기독교인 존 왕자에게]마수드가 보내온 편지는 구미가 당겼다.
그런데, 왜 내 주위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지 모르겠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중동에서 일어난 엄청난 소식을 들었다.
프리드리히 영감, 이걸 또 안 알려줬네! 치사하게 말이지?
* * *
―페르시아 전역, 이슬람―
연락 지휘관의 보고를 들은 칼리프는 경악했다.
“그러니까 키타이(거란)가 주르첸(여진족)에게 멸망 당했다고 했소…….”
동방에서 중동으로 찾아온 거대한 속보, 중앙아시아까지 영향력을 높이던 서요가 멸망 당했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칼리프는 심각하게 말했다.
“이제 버틸 수 없군, 완벽한 우리의 패배야.”
서쪽의 서방 기독교 진영, 그리고 동쪽에는 잠재적인 적수가 될 주르첸의 금나라가. 이 두 거대한 세력 중간에 끼인 이슬람은 세력의 약화가 문제가 아니라, 멸망을 각오해야 할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다급한 표정의 지휘관이 들어와 편지를 술탄에게 건네며 말했다.
“칼리프, 십자군의 지휘부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용서와 화해를 원하는 것은 이슬람 세력뿐 아니다. 이미 얻을 것은 다 얻은 십자군도 배가 불러서 이제 슬슬 영지를 분배하고 빨리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오래된 전쟁은 패자는 물론, 승전하고 있는 세력도 지치게 하는 법이다.
어차피 십자군 입장에서는 구태여 무리하면서까지 더 나아갈 필요가 없었다.
“술탄들을 부르시오…….”
그래서 칼리프는 힘겨운 명령을 내렸고, 이슬람 세력의 괴로운 시간이 지났다.
이곳은 십자군이 점령한 시리아 다마스쿠스.
유럽의 삼 대장이라 할 수 있는 신성로마제국, 동로마 제국, 잉글랜드의 대표인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1세, 동로마 제국의 황제 알렉시오스 2세, 헨리 2세.
그리고 이슬람의 3명의 대표인 아바스 왕가의 칼리프 알 나시르 아바스, 호라즘의 술탄 테키쉬, 시리아의 술탄 살라딘이 한자리에 모였다.
규모가 컸고, 그렇기 때문에 지루했던 전쟁의 종막이 온 것이다.
이슬람을 대표한 칼리프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이슬람의 형제들은, 그대들 기독교인이 차지한 강역을 인정하기로 했소.”
기독교 세력의 대표 중 가장 연장자인 프리드리히 1세는.
“아쉽군, 페르시아까지 완전히 점령할 수 있었는데.”
살짝 허세를 부렸지만, 이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뜻으로 그대들의 제안을 관대하게 받아들이겠소.”
그렇게 3차 십자군 전쟁이 끝났다. 기독교의 압도적인 승리로!
하지만 패배한 이슬람 세력도 승리한 기독교인들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종전을 하기까지 너무 많은 피를 봐야 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