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73)
콩가루집 막내왕자-73화(73/205)
73화. 에드워드 1세처럼(1)
―1187년 아일랜드―
모르땅. 그리고 아일랜드의 주인 세이프 존.
콩가루 집 막내 왕자로 태어나, 슬슬 대귀족으로 군림하는 중이니까. 영지가 모르땅과 아일랜드밖에 없지만, 나는 나름 거창해 보이는 대영주다!
‘그래도 나름 노력한 엘리트 존이라고.’
잉글랜드의 막내 왕자로 태어나. 대장부의 뜻을 품고 이집트에서 운이 좋게 명성을 높이고, 마침 일어난 스코틀랜드의 반란 진압을 핑계로 영지에 돌아와 열심히 쉬고 난 나는.
리처드 형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았다.
[존, 나의 도움은 필요 없겠지?]라는 내용이다.내가 간추린 내용이 없이, 그저 프랑스어로 저렇게 쓰인 편지였다.
‘뭐 리처드 형이 없어도 되지.’
아무튼 리처드 형에게 [그 말이 맞습니다. 무사히 영지로 귀환하셔서 필리프 놈 좀 감시해주세요] 라는 답장을 쓴 나는, 곧바로 세이프 길드 소속 기네스 양조장으로 왔다. 거기엔 맥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갓 만들어진 맥주를 넘겨보니.
“그래, 이 맛이야. 이 맛… 그리운 브리튼의 향기가 느껴지는 맥주로군.”
브리튼이 그리워졌다.
“전하, 정녕 이 맥주에 만족하신 겁니까?”
성직자 하나가 정말 이대로 빠꾸 없이 맥주 프로젝트가 끝난 것이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그동안 내가 반려를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
하지만 오늘은 합격.
“더는 건드릴 필요가 없다네. 이 맥주는 ‘완성’작이니.”
막내 클럽 출신 사제들, 술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사제 친구들과. 내가 새로 만든 기네스 길드의 임직원들이 하나같이 으샤으샤 힘을 모아 새로운 맥주 브랜드인 블랑1187을 만들었다.
이제 이 맥주는 수백 년이 지나도 세이프 존의 업적으로 남겠지.
물론 이 감칠맛이 가득한 맥주는 21세기 차갑고 좋은 맥주를 생각하면 부족했다. 하지만 중세의 빈약한 기술력으로 이 정도 맥주를 만들다니.
가슴이 라거 맥주처럼 부풀어 올랐다.
‘물론 좋은 술에는 좋은 안주가 필요한 법.’
그리고. 나는 내가 직접 운용하는 세이프 길드로 가서, 우리 아일랜드에서 무농약 풀을 먹여 기른 양과 돼지로 만든 소시지의 고기까지 거하게 준비하고.
나는 평화의 섬의 평화로운 대영주로서 명령을 내렸다.
“오늘부터 본관의 영지 아일랜드와 모르땅은 축제다. 모든 고생하는 자들이 위로받는 축제. 먹고 마시고 즐기거라.”
겉으로 축제를 여는 명분은 충분했다.
십자군에서 고생한 장정들, 그리고 십자군에 있던 아버지, 오빠, 동생, 아들, 조카들 걱정했던 영지민들. 나와 같이 뺑이 치느라 고생했던 기사들까지.
모든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개 연회를 넘어 영지 차원에서 일어난 축제며.
얼마 뒤 있을 진압 작전 때 고생할 장병들에게 위로를 주는 축제기도 했다.
덕분에 내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유대인과 어머니한테 돈을 빌리면 된다.
물론 주최자인 나는 축제를 딱 1시간만 즐겼다.
그 1시간을 위한 것이.
세이프 존이 개최한 소시지&맥주 빨리 먹기 대회였다.
내가 참가한 건, 맥주 빨리 먹기 대회였다. 맥주를 누구보다 빨리 마셨다.
차갑고 드라이한 맥주는 넘겼는데, 미지근한 중세 맥주는 음료수.
나는 오크통 채로 맥주를 들이켰다.
“토르가 여기 있다!”
“호색한 다윗왕도 이렇게 빨리 마시지 못해!”
“우리 영주님, 이런 모습 처음이야.”
“우승은 아일랜드의 대영주이신 존 왕자님.”
전생, 내 아버지의 나라 한국인의 피를 이은 빨리빨리 스킬로 내가 우승하고.
부상으로 기네스 이용권 1년도 내가 따버리고 말았다.
“존, 당신 이러기에요?”
메리가 나를 같잖게 봤지만, 상관없었다. 별로 위대한 존이 맞다.
소시지 빨리 먹기 대회의 우승자는 서방의 맛에 눈뜬 동방 기사(진짜) 악불회였다.
“악불회, 이러기요?”
“사대부는 1등은 놓치지 않는 법입니다. 전하.”
지체 높은 악비 장군의 후예는, 서방 소시지에 빠져 버렸다.
* * *
―스코틀랜드―
험악한 산골에 있는 하이랜더의 나라 스코틀랜드.
이 스코틀랜드 지역 전체를 손에 넣은 반란군, 물론 그들의 입장에선 스코틀랜드 해방군이라 불리는 세력은.
점차 군세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일단 거점을 확보한 반란군은 대체로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일단 활동 거점을 안정화해서 독립을 도모할까? 아니면 곧바로 밀고 내려가야 할까?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해방군은 후자의 작전을 할 만한 힘이 없다. 해방군 총사령관 로버트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사기가 오른 스코틀랜드는 예상보다 더 많은 힘이 있었다.
“와… 요크 성을 함락했다.”
잉글랜드의 북부 도시이자, 스코틀랜드를 견제하는 군사적 거점이자, 양모의 최대 생산지 중 하나인 요크를 함락했으니 말이다.
“와 아아!”
“이게 바로 스코틀랜드다!”
“잉글랜드 야만 놈들아!”
하지만 로버트는 이상했다.
‘요크 성이 이렇게나 빨리 함락된다고? 게다가 일리암(윌리엄의 스코틀랜드식 발음) 국왕 일가의 확보인데.’
스코틀랜드 왕국은 사자의 대군세 때 멸망 당하고. 또한 왕족들은 에든리버 유수(유배) 때, 어딘가로 끌려갔다.
하지만 그 이후 스코틀랜드 전(前) 왕가에 대한 소식이 끊겼기에 여러 가지 말이 나왔다.
하지만 여러 소문 중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간악한 헨리 2세가 성서 시절 남유다를 멸망시키고 마지막 남유다의 군주 시드기야의 일가를 끌고 간 바빌로니아의 황제 느부갓네살(네부카드네자르 2세)처럼, 왕족들을 심하게 학대하다가 죽여 버리지 않았겠냐는 것이고.
그때 누군가 말했다.
“각하, 요크를 얻었습니다. 그러니 생각해봐야지요. 어차피 실종된 국왕을 찾는 것보다, 차라리 과두정이 낫지 않습니까?”
지금은 중세 시대! 특정 국가를 빼면 국왕이나 군주보다 귀족들의 입김이 강한 것이 중세지만. 지금 부관이 로버트에게 말하는 건.
어차피 이럴 거면 고대 로마 시절, 귀족 공화정의 정통을 따르자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국왕이 아닌 귀족들이 국가의 운영을 다 해 먹는 귀족 공화정. 귀족들로서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시대다.
하지만 해방군 총사령관으로 올라온 로버트는, 씁쓸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그대들은, 벌써 승리를 예감하는가?”
“각하?”
“우리가 강해서 승리한 게 아니라, 그들이 방심해서 승리한 거라는 걸 왜 모르는가. 아니지, 어쩌면 우리가 요크를 얻는 것조차 전략일 수도 있고 말이야.”
기습 반란 그것은 여러 가지 운이 있어서 성공한 것이다.
우선 잉글랜드의 힘깨나 쓰는 지휘관들이 십자군 하러 갔고. 남아있는 잉글랜드의 핵심 귀족은 브리튼 섬에 있는 잉글랜드 본토보다, 젖과 꿀이 흐르는 서프랑스 영지를 더 우선시하는 법!
최근 해방군의 기세가 드높아졌다. 마치, 여리고 성을 점령한 여호수아의 군대처럼 말이다.
하지만 로버트는 벌써 다 이긴 것처럼, 스코틀랜드가 완전히 해방된 것처럼 뒷일을 생각하는 지휘관들의 모습이 한심했다.
‘존 왕자를 경시하지 않은 사파딘마저, 존 왕자에게 당해버렸다. 그런데도 저들은 존 왕자를 아직도 잉글랜드의 막내 왕자 정도로만 생각하다니.’
훌륭한 지휘관은 가장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생각하는 법.
로버트는 존 왕자가 해안 약탈을 멈추고 뜬금없이 축제하는 모습에 의아했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존 왕자가 겁을 먹고 싸움을 피하거나, 자기 형들, 정확히는 노르망디 영지로 돌아오고 있는 리처드의 도움을 받을 작정일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이렇게 로버트가 벌써 들뜬 귀족들을 보고 쓴웃음을 지을 때.
헨리 2세가 심어 놓은 사람 중 한 사람 하나는.
벌써 승리를 예감하는 스코틀랜드 해방군의 꼬라지를 보며 예루살렘에 있는 자신의 주군 헨리 2세를 생각했다.
‘헨리 대왕께서 원하시는 대로 되겠군. 문제는 빠른 진압이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 속에 숨어든 자는 그 한 사람뿐이 아니다.
‘제프리 왕자님의 말씀 대로야.’
‘젊은 왕 헨리께서는 얼마나.’
‘리처드 공이 예상하신 바대로다.’
스코틀랜드 반란 진압은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너무나 많았다.
* * *
―예루살렘 왕국―
스코틀랜드 해방군의 도취감이 과자 봉투에 든 질소처럼 부풀고 있을 때. 헨리 2세는 젊은 왕 헨리와 제프리 왕자를 찾아갔다.
이미 노르망디로 떠난 리처드와 달리. 원수 같은 아들 젊은 왕 헨리와 제프리 왕자가 농땡이를 부리며 중동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본국으로 언제 돌아갈 것이냐. 스코틀랜드에 난리가 났는데 형들로서 존을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
헨리 2세는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
‘아 동생이 반란 진압 힘들게 하는데, 너희는 뭐 하냐고.’ 말이다.
그러자 젊은 왕 헨리는. 자기를 허울뿐인 공동왕으로 임명했던 헨리 2세를 바라보며 말했다.
“윌리엄 문제가 좀 커야지요.”
“예루살렘 왕국의 주인이 될 사촌 동생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하지만 두 아들은 그럴듯한 명분이 있었다.
바로 서리 백작의 아들 윌리엄이 예루살렘 왕국의 후계자 후보가 될 때부터 앙주 가문의 일원으로서 일해야 한다는 거다.
‘이놈들이 뻔한 소리를 하는군.’
하지만 헨리 2세는 코웃음을 쳤다.
예루살렘 왕국은 가치가 있는 땅이다. 만약, 이집트가 서방인에게 돌아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집트의 기름진 영지가 조각조각 나뉘어 서방인의 품으로 돌아올 때, 이미 썩어 문드러진 예루살렘은 그렇게 꼴리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것뿐이 아닌 것 같은데?”
“부왕, 우리는 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의 남은 일이 제법 많답니다.”
“형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가 피땀 흘려 얻은 영지의 이익을 봉신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일이 하나둘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기를 닮아 음흉한 아들들의 모습을 살펴보던 헨리 2세가 안타까운 표정을 한 채 말했다.
“그래도 존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
왕관을 노리는 다른 아들에 비해 사랑스러운 막내 존을 생각하는 헨리 2세.
비록 고민 끝에 스코틀랜드 반란군의 진압군 사령관으로 존을 임명했지만, 아무튼 존에 대한 걱정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
하지만 이미 만만했던 막내가 리처드와 힘을 합쳐 자신들의 정적이 된 이후, 존 왕자를 그저 귀여운 동생으로만 볼 수 없는 젊은 왕 헨리와 제프리 왕자는. 구태여 존 왕자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젊은 왕 헨리는 그런 아버지를 비웃듯 말했다.
“스코틀랜드를 합법적으로 존의 영지로 주려는 부왕의 계략이 성공하신 걸 경하드립니다.”
“왜 너희는 벌써 존, 그 아이가 승리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느냐.”
“부왕, 존은 저와 헨리 형님의 형제이기 이전에 부왕의 아들입니다.”
‘이놈들… 존의 능력을 알아 버렸잖아.’
예전에는 그저 귀여운 아들이지만, 이제는 능력을 보이는 귀여운 아들이 된 존.
문제는 이 원수 같은 아내의 아들들이 존의 진가를 알아보는 게 흐뭇하면서도, 이놈들이 무슨 음모를 꾸밀까?
그나저나 헨리 2세는 멀리 있는 아들이 스코틀랜드의 반란을 어떻게 진압할지 궁금했다.
* * *
―아일랜드―
“전하, 준비가 모두 끝냈습니다.”
“그래, 그럼. 갑옷을 입혀주게 고드프리.”
그때.
“고드프리 경, 잠시만요. 제가 할게요.”
가만히 있던 메리가 나서 손수 갑옷을 입혀주었다.
동서고금 통틀어 전근대 시대. 아내가 남편의 갑옷을 손수 입혀주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남편을 보호할 방어구를 직접 입혀주는 아내에겐. 갑옷을 입혀주며 이 갑옷이 남편을 죽음으로부터 지켜주길 바라는 염원을 하곤 한다.
지금 말없이 갑옷을 만지작거리는 메리도 그런 생각을 하겠지.
그때, 서운한 눈빛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내 어머니 엘레오노르 대왕비가 말했다.
“존, 이 어미에게 할 말은 없느냐?”
“사랑하는 용돈이 조금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 누가 보면 이 어미에게 돈을 맡겨 놓은 줄 알겠다. 이 유대인 같은 아들아.”
“그렇게 웃으면서 심한 욕을 하시는데 너무 서운합니다. 게다가 저번에 빌린 돈에 이자를 넣어 드리지 않았습니까?”
나는 남의 돈을 빌려도 이자와 원금까지 착실하게 갚는 레버리지 존이다. 어머니도 나한테 투자해서 많은 이자를 받은 사람이고!
“군자금이 많이 필요한 거군. 좋다, 다만 이번에도 기대해도 되겠지 아들아?”
역시 우리 어머니. 군침 나는 이자는 참을 수 없지.
피터의 생모 로자문드 부인에게 돈을 많이 받긴 했어도, 반란 진압 역시 하나의 군사 활동.
돈 먹는 하마인 것은 매한가지다.
“존, 반란은 어떻게 진압할 거니?”
“스코틀랜드의 민중들에게는 용서와 화해를,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귀족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심판을 내려 줄 겁니다.”
“오호, 기대할 게 아들.”
―히이잉.
내가 새로 데려온 암말 네페르타리와 실컷 즐겨 힘이 돌아온 크롬웰의 등에 올랐다.
아무튼, 시간이다.
반란 진압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부터, 진압을 시작하는 지금까지.
나의 ‘진의’를 아는 건 측근들은 등불과 함께 밤을 새웠다.
이제 본격적으로 진압을 몇 시간 앞둔 지금.
바람 소리와 스산한 빗소리가 영주 성 창밖을 때린다.
폭풍전야.
스코틀랜드가 세이프 존을 비웃든, 외국 놈이 세이프 존을 비웃든 반박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얼마나 허술한지, 우리가 허술한지는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