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74)
콩가루집 막내왕자-74화(74/205)
74화. 에드워드 1세처럼(2)
―1187년, 브리튼 해안 맨섬―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중간에 있는 작은 섬 맨섬에서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고.
나는 점검이 끝난 후, 기함에 탑승하기 전 편지를 썼다.
폴란드 왕국을 재건하고 자신이 가진 존호를 유지한 채 폴란드 국왕이 된 카지미에시 2세에게 아일랜드의 영주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는 편지다.
12세기 중세 시대인 만큼 편지가 폴란드 왕국에 도착하기까지 조금 시일이 걸리겠지만, 적절한 순간에 도착할 것이다.
내가 말하는 우호적인 관계란, 노퍽 공작이 의심하는 흑막 중 하나인 덴마크를 제대로 견제해 달라는 뜻이다.
십자군 원정에 정신이 팔린 폴란드 귀족들을 제대로 털어먹은 영악한 군주인 카지미에시 2세가 내 말을 못 알아들을 리가 없겠지.
때마침 고드프리가 다가와 말했다.
“전하, 시간이 되었습니다.”
“알겠소.”
그렇게 기함에 오르려 할 때.
“존,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마수드가 다가와 소리쳤다. 물론 비아냥이 아니라 진짜 칭찬이다.
맨섬에서 펼쳐진 아일랜드군의 돌격, 충격, 회피 전술을 훈련하는 걸 담담히 지켜본 마수드로서 내가 벌인 일이 놀라운 것이다.
“보셨습니까?”
“그래, 우리가 알려준 호라즘의 전술을 이렇게 활용하다니 정말 놀랍군.”
“이 정도면, 투르크인이 보기에도 쓸만합니까?”
“쓸만하다 뿐일까? 거의 우리 전투력에 근접했다네.”
“거의라니, 아직 할 게 많군요.”
“호라즘의 술탄인 나의 눈에 ‘거의’라는 말은 곧이라는 뜻과 연결되니까. 자네들처럼 축복받은 땅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같은 저주받은 땅에 사는 전력에 근접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칭찬인데.”
“그럼 다행이고요.”
투르크계 콥트교인들에게 호라즘식 기마전술을 배우게 했다.
비록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십자군에 참전했지만, 이집트 전선에서 배운 것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미래의 맘루크 왕가를 세울 기반이 될 맘루크(전투 노예)가 개종한 콥트교인들을 기마병의 일종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할 일 없는 마수드에게 호라즘의 기마 전술을 교습하라고 ‘부탁’했다. 물론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고 말이다.
호라즘 왕가의 일원도, 중앙아시아에 정착하기 전에 유목민이었던 투르크계 이민족이고, 이집트계 투르크족이라 할 수 있는 맘루크와도 밀접한 사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기마 전술을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다.
물론 나는, 노르만 귀족의 피를 잇고 있는 우리 아일랜드 영지의 기사들에게도 그 기마전술을 익히게 했다.
―히이이잉.
덕분에 중갑 기병들의 전력이 상승했다.
하지만 내가 무슨 돈이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서 모든 부대가 기마병은 아니다.
그런데도.
“기사들의 모습도 놀랍지만, 또 다른 게 있지.”
“존의 선봉대 말씀이십니까?”
“게다가 그런 호라즘의 보병 전술을 응용한 형벌부대를… 또 처음 봤어.”
“인간 방패로 쓰는 것보다, 하나의 전력으로 사용하는 게 더 그럴듯하지 않겠습니까?”
중세 시대인 만큼, 모르땅과 아일랜드에 범죄자는 많다.
특히 강간, 살인, 강도, 집단 학살 등등 짐승 같은 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당연히 그들의 목을 매달아 죽이는 것이 당연했고. 이들을 죽이는 공개 처형이라는 공연을 통해.
내가 축제와 연회, 그리고 영지민에 대한 복지를 늘린 이유는. 공개 처형으로 그들의 쾌락을 주는 것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사형수는 가장 위험한 작전을 수행할 훌륭한 전투원들이지.’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본 사형수들은 처형을 앞두고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없다.
기존의 잉글랜드 진법, 고드프리에게 들은 카페 왕가 프랑스군의 기본 진법, 악불회에게 들은 12세기 말 송나라의 진법까지.
3가지 진법의 장점만을 잉글랜드식으로 섞어 만든 특수부대.
세이프 마린.
물론, 이들은 다른 형벌부대처럼 그저 고기 방패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근세 유럽의 척탄병만큼이나, 중요하게 쓸 것이다.
배치는 잔인하게, 훈련을 가혹하게, 보상은 자비롭게.
3가지 원칙으로 쓰면 빵값 이상을 보장해주고, 목숨을 나 존을 위해 걸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 마수드와도 이별이다.
“아들에게 맡긴 협약이 끝난 것 같으니, 나도 이집트에 있는 영지에 가야겠군. 이제 나도 진정으로 마수드(풍요로운) 자니.”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나야말로 고마운 게 많지, 자네가 서방의 황제 프리드리히를 설득해 나에게 떼어 준 이집트의 영지는 잘 간수하겠네.”
“별말씀을.”
“하느님께서 자네와 함께하길.”
“하느님께서 마수드, 당신과 함께하길.”
그렇게 마수드는 맨섬을 떠났고, 나는 생각했다.
‘에드워드를 본받아야 해.’
에드워드 1세, 그는 여러 법을 정비하고, 인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위대한 정치력을 발휘했지만.
크고 웅장한 투석기를 만들어 스코틀랜드의 항복 선언을 받은, 크고 웅장한 꺽다리 왕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담장 일진 같은 군주다.
사실상 크고 웅장한 투석기는 파워 레인저의 마지막에 쓰는 로봇 탑승이나, ‘사랑, 우정, 희망.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아 발칸 대포’ 같은 마무리다.
‘애초에 에드워드 1세는 크고 웅장한 투석기에 의지하기 전, 이미 모든 전선에서 스코틀랜드를 압도했지.’
스코틀랜드를 확실히 압도하려면 사방에서 상륙전을 해버려 아예 움직일 수조차 해버리는 게 좋다. 하지만 저번에도 생각했듯, 상륙 작전은 애초부터 무리다.
그러다간 1차세계대전 처칠이 시도했다가 개같이 터키군에게 당해버린 ‘갈리폴리 상륙’을 재현하게 될 뿐이다.
‘저번에 그렇게 해안을 털었는데.’
그러니 가장 정석적인 작전은 딱 하나.
“잉글랜드 본토에 입성 후, 북진밖에 답이 없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하.”
그렇게 배 위에서 나의 세이프한 기사단들과 마지막으로 작전을 구상했다.
“여기는 브리튼섬, 뱃멀미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안 했다니까.”
“잘 털어 주시오.”
“전하, 약탈은 제 특기입니다.”
샤를은 오늘 스페셜한 약탈을 할 계획이라, 함대를 이끌고 먼저 떠났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악불회가 우울한 하늘을 보며, 나에게 물었다.
“이곳이 잉글랜드 본토입니까?”
진정한 서유럽의 섬나라 잉글랜드.
맑은 날을 손에 꼽는다는 우울한 날씨가 상식인.
“맞소. 이곳이 내가 자란 잉글랜드의 본토지. 아무튼 빨리 귀족들에게 찾아갑시다.”
곧바로 나는 런던에 도착해, 잉글랜드 본토에 주둔한 늙은 귀족들과 만났다.
그들은 대게 노퍽 공작의 파벌이지만 결국, 내 아버지 헨리 5세의 사람들이다.
“존 왕자님, 잉글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충성스럽게 브리튼을 수호한 경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일이 급합니다.”
내 아버지 헨리 2세가 자기 숙부에게 반란을 일으켜 브리튼의 내전을 치를 때 나이도 경력도 충성도도 남다른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지만, 이렇고 저렇고 잉글랜드식 예의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말씀은?”
“저는 지금 왕자가 아닌, 진압군 총사령관입니다. 왕자로서 대우받기보다는, 지휘관으로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전혀, 그렇다면 지휘관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으십니까?”
“병력은 충분합니다. 다만, 식량이 필요합니다.”
일단 먹어야 달릴 수 있으니까.
나는 달릴 생각이었다. 매우 빠르게.
* * *
―애든버러, 인근―
―히이이잉.
나의 애마 크롬웰, 내가 중동에 있을 동안 주인이 그리웠는지. 제법 잘 달리고 있었다.
아니지, 가장의 무게 때문에 그런가.
저번 달, 중동에서 가져온 암말 네페르타리와 가정을 이뤄 이제 가장이 되어서인지, 가장으로서의 연륜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착각만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이 사랑하는 크롬웰과 함께 전장을 내달린다. 쏘고, 박고, 베고.
자신들을 해방군이라 부르는 반란군을 베어갔다.
물론 이집트에 당한 것이 많아 나는 지휘관이 불리한 상황에 부닥칠 확률을 아예 줄인다는 다짐을 한 나는.
기본 병력을 정예화해서 지휘관이 직접 처리해야 할 적들의 숫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르게 진군했다.
런던,
노팅엄,
요크.
그리고 그들의 본거지까지 앞까지 말이다.
작전 계획을 세울 때 휘하 기사들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많았다.
“전하…어떻게 이게 가능합니까?”
“이론은 현실과 다를 때가 있소. 게다가 우리 정예군들은 더 강해졌으니.”
고드프리가 너무나도 빠르게 진행된 우리의 진격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 진압군을 모집할 때, 대부분을 이룬 건 중동 십자군 전쟁의 베테랑 용사들이다.
그들은 이번에도 나를 위해 봉급을 받고 싸우기로 했고, 저번 십자군 원정 이상으로 빵값을 했다.
스코틀랜드인들이 반란이 일어나기 직전, 잉글랜드군은 방심했다.
설마, 포섭된 스코틀랜드 출신 귀족들이 다시 배신할 줄 몰랐고, 스코틀랜드에 유능한 지휘관이 있을 줄 몰랐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어 지금 방심한 건 스코틀랜드의 반란군이다.
‘해방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심한 잉글랜드의 북부 지역을 휩쓴 그들은 객관적인 작전보다는 당장의 ‘해방’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급한 전과에 목매달았다.
물론 그들의 총사령관 로버트가 무능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너무 빨랐다.
중세 시대 전쟁에서 선 함락, 후 약탈은 상식이지만 나의 선봉대는 빠른 진격을 위해 과정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싸움은 밖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종교 개혁 전, 그래도 민중들을 가장 보듬어 주는 것이 가톨릭이라지. 그렇다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우리 아버지가 나를 구실로 대군세를 일으키기 전까지, 오랫동안 스코틀랜드 왕가에 충성심을 가진 농노들이.
저항군을 일으킨 ‘귀족’을 의심하거나. 불성실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장기로는 차와 포가 떼진 상황이라 할 수 있지.’
스코틀랜드의 자칭 해방군은 성에 갇혔고. 우리는 여유롭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젠 마무리다.
“뉴 존스 보우를 가져와라.”
“예, 전하.”
에드워드 1세처럼 마무리 공격을 해야겠다.
* * *
―노르망디―
존 왕자가 빠르게 스코틀랜드의 반란을 진압하고 있을 때.
노르망디 공작이자 잉글랜드의 두 번째 왕자 리처드는 한 여인과 함께. 영지로 돌아왔다.
물론 십자군에 참전한 영주들이 그러했듯, 리처드 역시 맨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온갖 재화를 가지고 온 것이다.
이 재화는 십자군 참전 용사들에게 뿌려질 것이고, 남은 것은 그리스도의 자비(복지)로 쓰일 것이 분명했다.
“노르망디 공작 만세!”
“새로운 공작부인 만세!”
뜨거운 반응 게다가 대중들은 리처드 옆에 여인이 있음에도 놀라지 않았다.
이미 예루살렘 왕국에서 리처드가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노르망디에 돌았기 때문이다.
인민은 환호했다.
노르망디를 안전적으로 다스리는 보호자이자 유능한 대영주 리처드.
리처드는 든든한 체격과 지혜와 무용을 모두 겸비한 인물, 그리고 자비로움을 가진 그들의 영주를 존경하고 경외하기 때문이다.
노르망디 인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지만, 리처드는 아직 표정이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에겐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불필요한 사치였다.
그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감정’을 주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공정함을 보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때 여인이 리처드에게 말했다.
“리처드.”
“왜 그러오?”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 나라는 여자를 택한걸?”
“후회라… 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었지만, 당신과 함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후회할 일은 없을 거요.”
그녀의 이름은 시빌라.
예루살렘 왕국의 공주로 태어나, 무수한 희로애락을 겪은 여인이다.
하지만 이미 헨리 2세와 보두앵 4세의 동의를 받은 리처드는, 그녀를 자신의 결혼 상대로 택했다.
“나의 사랑, 이곳이 당신의 안식처가 될 것이오.”
“리처드, 저를 택한 것이… 짝사랑을 포기할 정도로 중요했을까요?”
“이미 모든 걸 잊었소.”
세이프 존에게도 순정이 있듯이 와일드 리처드에게도 순정이 있었다.
그리고 리처드는 자신의 아우 존처럼, 때론 첫사랑을 잊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야 할 때가 있었다.
‘마르그리트 공주, 이제 당신을 포기하겠소. 하지만 당신의 동지는 되어주지.’
그렇게 두 연인이 애틋한 말을 나눌 때, 최신 소식이 들려왔다.
“존 왕자께서 스코틀랜드의 반란을 진압하셨다고 합니다.”
“존, 그 아이가 우리의 결혼 선물로 정말 좋은 걸 주었네요.”
온 세계가 존의 반란 진압 소식에 깜짝 놀랐다.
축제를 일으킬 정도로 느긋했던 존이 귀족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게 반란을 진압한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파도가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