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81)
콩가루집 막내왕자-81화(81/205)
81화. 표절이 아니야(2)
―1188년, 아일랜드―
나, 아일랜드의 대영주 그레이트 존.
유럽에서는 그저 영주일 뿐이지만, 적어도 아일랜드에서는 군주와 같이 군림하는 대귀족이다.
하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필요한 법.
사람들 위에 군림한 만큼 내가 부담해야 할 책임은 컸는데, 그 책임 중의 하나가 나이에 맞지 않게 잘 삐지는 아름다운 어머니를 돌보는 것이었다.
[존, 어머님께 가봐야 할 것 같아요]아내의 사인이 있으면 달려가는 세이프 존!
‘내가 이 나이 먹고 가슴이 뜨거운 효자 노릇을 해야 하다니.’
솔직히 귀찮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눈곱만큼도 사랑받지 않았던 막내아들 출신인 내가. 이제 와서 다 늙어가는 어머니와. 사랑이 넘치는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해야 할 일. 나는 곧바로 어머니에게 갔다.
“대왕비 전하께 내가 왔다고 전하시오.”
“예, 전하.”
대왕비의 시녀 정도면 정통 있는 귀부인. 당연히 나는 공손하게 시녀에게 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삐진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왔느냐.”
그곳에는 근엄한 얼굴을 하면서도 사실은 ‘나 서운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어머니 엘레오노르 대왕비가 있었다.
“어머니 아직도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그 이유를 네가 더 잘 알 것 아니니?”
“어머니, 그래도 언제까지 계속 이러실 생각이십니까? 식사도 안 하시고, 포도주도 안 드시고.”
“서운하니까.”
‘귀족’들의 돌려 말하는 화법이 아니라, 딱 잘라 감정을 말하는 어머니. 아니 이 사람이 착한 아들을 몰라보고.
“제가 더 서운합니다. 어머니.”
“존, 너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지금 엘레오노르 대왕비는 삐졌다. 아주아주 삐졌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내가 보두앵의 부름을 받고 노르망디로 갈 때. 자기를 데려가지 않았다고 저러는 거다.
아버지가 왜 어머니를 아일랜드에 짬처리 했는지 잘 알고 있는 내가. 괜히 노르망디까지 모셔가서 무슨 분란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어머니의 목적도 뻔히 아는데?
“시빌라 형수님한테 시집살이시키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설마 그러겠니?”
“게다가 리처드 형 핑계를 대고. 그대로 쭉 노르망디에 눌러앉을 생각이죠?”
“설마… 이 어미가 그러겠니?”
그럼요, 당연하죠, 유럽 여걸!
물론 중세 유럽의 시집살이와 지금 한반도에 있을 고려의 시집살이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갈궈서 삶의 고단함을 잊는 경우는 없다.
게다가 우리 어머니의 시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아주 무서운 시어머니였다지.
잉글랜드의 공주로 태어나, 제한적이나마 잉글랜드의 여주인 노릇을 했던 돌아가신 내 할머니 앙주 공작부인 마틸다에게 혹독한 시집살이를 당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도둑고양이 같은 예쁜 시빌라한테 자기가 너무나 사랑하고 총애하는 리처드를 빼앗긴 것 같은 어머니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아, 생각해보니까 내가 더 서운해지려 그러네.
“어머니, 제가 리처드 형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1퍼센트만 받았어도. 키가 더 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키가 크지 않느냐.”
“더 커야 했다고요!”
“하여간 욕심 많은 건 제 아비를 닮아서.”
“어디서 그런 심한 말을.”
그건 다른 의미로 큰 욕설이라고요 어머님.
아무튼 그렇게 애들처럼 나와 서운한 논쟁을 했다. 정말 가슴이 옹졸해질 것 같다. 나이 먹고 뭐 하는 짓들인지.
“그래서 우리 서운한 막내 왕자께서 이 어미를 찾아온 이유가 뭘까나? 의견부터 말하자면 싫단다.”
“저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았는데요?”
“무슨 말이 나올지 뻔하지. 또 영지에다가 이상한 걸 만들 것 아니냐?”
역시 내 어머니 엘레노오르 대왕비다. 나의 의도를 알면서도 ‘대가’를 바라는 저런 표정을 짓다니.
“그럼 일단 제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못 들은 걸로 할 거다.”
어머니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며 나를 압박하지만, 지금 나는 레버리지 존이다.
* * *
―아일랜드 성주의 성―
아무튼 어머니와 탁구를 하듯, 치열한 대화를 했고.
결국, [그래도 사랑하는 아들이니, 한 번만 믿어볼게~] 라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았다.
내정 삼총사 말고도, 세이프 4기사도 불렀고.
7명의 총애하는 봉신들 말고도, 나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사생아와 막내들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세 좋게 말했다.
“아일랜드는 많은 것을 그대들에게 주었소. 그건 부정하지 않겠지?”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
아일랜드에 있는 내 지지 세력과 토착 세력이 원하지 않지만, 열심히 일한 이유가 무엇인가? 다 그만큼 받아 갈 게 있다는 것이 있다.
‘중세의 알파와 오메가인 쌍무 계약을 무시하면 큰일 나거든. 영지든, 국가든 모두.’
내가 적당한 대가를 봉신에게 주지 않았다면 내가 십자군에 갔을 때 아일랜드에서 폭동이 일어나거나, 내 지지기반 세력이 알아서 무너졌겠지.
“저희는 전하께 정당한 충성을 했고, 그 충성에 비해 많은 보상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자비로우신 전하 덕분입니다.”
―자비로우신 전하 덕분입니다!
내정 삼총사 중 하나이자, 프랑스 왕국 출신 아이마르가 부복하며 그 사실을 인정했고. 곁에 있는 봉신들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모자라겠지. 그래서 나는 경들을 위해 하나를 더 준비했소.”
내가 달콤한 이야기를 해주니. 봉신들의 표정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고드프리의 물음에 나는 다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모르땅과 아일랜드에 있는 막내들과 사생아 출신 능력을 보이는 봉신들을 위해 새로운 의회를 만들 생각이오.”
내정 삼총사는 이미 들어서 놀라지 않았으나, 세이프 기사를 포함한 많은 봉신은 내가 하는 갑작스러운 말에 놀랐다.
“바로 아일랜드와 모르땅에 거주하는 성직자, 귀족, 그리고 명문가 사생아와 막내들로 이루어진 3개의 계급이 모여 하는 대회의요. 그것은….”
그렇게 나는 삼부회를 대략 설명해주었다.
나의 측근 중 하나로 ‘전직’ 최고의 사생아였던 고드프리가 눈을 반짝였다.
고드프리 자신 역시 사생아로서 내가 지금 하는 말에 담긴 ‘당근’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물론 ‘내 영지’ 한정이긴 하지만 이들도 떳떳하게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일 기회를 준다는 거나 다름없는 말이니까.
나는 명문가의 사생아들, 그리고 영지와 가업 없이 홀로 서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막내와 사생아들에게 제3의 계급으로서 ‘권리’가 생각 것이다.
“전에 없는 새로운 의회, 나는 이것을 삼부회라 하겠소.”
―삼부회!
내 봉신들의 눈빛이 좀 더 감동스럽게 변하게 시작했다.
특히, 사대부 특별 혜택이 당연한 송나라 출신 악불회는. 내가 보았던 표정에서 가장 긍정적인 반응이었는데.
‘그래 이게 나라지!’ 같은 들뜬 표정을 지었다.
물론, ‘브리튼(잉글랜드)’에서 이런 이질적인 정치 체제를 도입하면 반대 의견이 있겠지만. 여긴 아일랜드, 내 구역이다!
그러니 원님 아니, 세이프 존 마음대로 가 통한다 이 말이다.
* * *
―1188년, 유럽―
엄청난 스케일로 시작했지만, 여러 가지로 찝찝하게 끝났던 원래의 3차 십자군 원정은 달리.
세이프 존으로 인해 일어난 지금 역사의 3차 십자군 원정은 더 엄청난 스케일로 시작해, 십자군의 확실한 승리로 끝났다.
이슬람 세력은 위축되고. 열심히 유럽의 귀족들은 그 결실을 마구마구 삼키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분위기 덕분에 유럽은 빠르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중세 시대는 믿음과 사제의 시대라는 점에서 ‘가톨릭’의 변화가 있었다.
십자군 원정 막바지 때, 존 왕자는 자신을 모함하는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치트키를 사용했었다.
바로 유럽의 오랜 논쟁거리였던 ‘고성소’ 문제를 꺼내 든 것이다.
수백 년이 지난 미래에는 이 고성소에 ‘도덕적인 이교도와 무신론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썰’이 있긴 하지만.
지금 고성소의 의미는 엄밀히 말해 예수를 알지 못한 구약 시대의 ‘선인’들이 잠시 기거하는 천국도 아닌 그렇다고 지옥도 아닌 일종의 군대 대기대와 같은 고성소다.
하지만 이 고성소 가운데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요절한 원통한 아기를 받아줄 영아들의 고성소가 논쟁의 거리였고, 존이 횃불을 지르자 이 논쟁거리는 활활 타올랐다.
남들이 십자군으로 얻은 보물을 배분할 때, 성직자들은 아직도 논쟁하며, 주장을 위해 관련 문헌을 작성하느라 바빠서 입과 손이 아팠고.
결국, 고성소 문제에 점점 피로를 느꼈다.
그래서… 많은 성직자가 주장했다.
‘죄를 짓기도 전에,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는 아기들에겐 그리스도께서 원죄의 죄를 묻지 않으실 거다.’
하느님의 자비를 말이다.
물론 새로운 주류가 되었지 모든 성직자의 완전한 동의를 받는 지지를 주장은 아니었다.
다만 돈이 없어 찾아가는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는 아기가 많은 현실. 그 현실 때문에 인간적인 해석이었다.
비록, 남의 헌금으로 해 먹는 게 없지 않지만, 12세기 가톨릭교회는 마르틴 루터가 활동했던 미래와 달리, 아직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성직자들이 많았으니까.
아직 완전히 몰락하기 직전의 콥트교 신자들이 유럽에 전한 이집트의 냄새가 듬뿍 묻은 ‘지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먹고 자랐던 서방인들은, ‘이집트’라는 신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샹폴리옹 업적을 가져간 존이 ‘상형 문자’ 해독을 알아냈기 때문에. 이집트의 물결이 닥쳐온 것이다.
물론 살짝 다른 길을 가더라도 ‘이단’이라고 발작하는 가톨릭은 지금 고성소 문제와 주교령의 분배 문제 때문에. 여러 의미로 유능한 ‘콥트교’를 형제로 받아들였다.
이건 콥트교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를 하는 영주들 때문인데.
새로운 영지를 얻은 이후, 현지인에 가까운 콥트교의 협조가 필요한 영주들과 서방 가톨릭 형제들에게 신변의 ‘보호’를 받고 싶은 콥트교인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세이프 존이 만든 기적.] [만약 교황 성하께서 주교 시절 잘못(암살)되셨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기적이었다.]그런데 생각해보니, 모든 일이 존과 연관된 일이었고.
그러다 보니 요즘 화제의 인물은 존 앙주―플랜태저넷. 아니, 세이프 존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존 왕자 본인이. ‘세이프 존!’이라고 자칭했지만. 이제는 유럽의 [세이프 존!]도 제법 유명한 별칭이 되었다.
유럽 사람들은 알았다. 존은 안전한 척하지만, 의외로 위험한 잉글랜드의 막내 왕자라고. 하긴 헨리 2세 대왕과 엘레오노르 대왕비의 아들인 만큼, 그 음흉함이 없을 리 없다.
[세이프 존이 아일랜드에서 또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그때, 잉글랜드의 막내 왕자 존이 보인 새로운 기행은 세계에 알려졌다.
바로 존 왕자가 자기 영지 아일랜드에서 삼부회 제도를 만든 것이다.
그 소식은 아일랜드 영지부터 시작해 런던, 파리, 로마, 베네치아, 콘스탄티노폴리스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프랑스 왕국.
처음에는 동네북으로 존을 생각했지만, 당한 것이 너무 많아 이제는 존을 숙명의 대적으로 격상한 필리프는.
존이 포도주를 머셨다는 소식만 들어도 발작하는 불쌍한 사람이 되었다.
“망할 세이프 존!”
“폐하, 진정하소서.”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필리프 2세는 아직도 그날의 굴욕이 생각났다.
그 기괴한 선율이 아직도 생각났다.
[나는 필리프의 프랑스를 사랑해~ 루브르궁 뒤에 태양이 뜨네~나는 필리프의 프랑스를 사랑해~ 루브르궁 뒤에 태양이 뜨네~]
모든 귀빈이 보는 앞에서 노래 하나로 자신을 농락하던 존의 웃음이 생각나고 말았다.
하지만 필리프 2세는 준비된 훌륭한 군주.
짜증이 엄청났지만, 그래도 금방 이성을 되찾았다.
그는 비서장관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아일랜드에서 재미난 소꿉놀이를 하는구려. 거창한 의회 같지만, 결국 체제를 정비한다는 뜻이오.”
중세 유럽에서는 ‘영주 마음대로’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정말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면, 영주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
하지만 필리프 2세는 몰랐다. 존 왕자가 지금 하려는 삼부회는 ‘유사’에 가까운 작은 스케일이지만. 자기의 후손뻘인 필리프 4세가 만든 제도를 본뜬 것이란 걸.
아 물론, 저번에 존에 생각한 것처럼 이건 표절은 아니다. 필리프 4세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