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83)
콩가루집 막내왕자-83화(83/205)
83화. 아일랜드표 삼부회(2)
―1189년, 아일랜드 영지―
13세기를 불과 11년 남긴 1189년!
세이프 존을 추구하는 나도 이제 한 살을 더 먹었다.
어른들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던데. 그 말이 21세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12세기 말에도 바쁘게 살다 보니 1년이 후딱 지났고. 나도 조금 더 늙게 되었다고 느껴졌다.
세이프 존의 육신은 20대지만,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환생해서 가진 부작용 때문이려나?
아무튼.
오늘도 성 패트릭 성당에서는 삼종이 울렸다.
―땡,
―땡,
―땡.
“주여, 새로운 한 해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이번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곳곳에서는 전란 없이 무사한 아일랜드의 새해를 축하하는 소리가 가득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새해는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올해를 무사히 넘기고 다음 연도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신세로 맞이할 수 있게 순박한 백성들은 빌고 또 빌었다.
새해는 특별했다. 사실상 아일랜드 유배형을 당해버린 어머니에게도 말이다.
“새해를 축하한다. 존.”
“어머니도요.”
우리 모자는 화해했다. 아니, 거래했다.
어차피 리처드 형만 총애하는 어머니와 화해하기 위해서는 이득만 안겨 주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잘 풀린다.
역시 콩가루 집안이라. 모자 사이에도 오고 가는 것이 없으면 사이가 안 좋다.
그렇게 어머니와 헤어진 나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갔다.
“메리, 올 한 해도 잘 부탁하오.”
“존, 올해는 뭐 삼부회 말곤 별 어려울 게 있나요?”
말에 살짝 뼈가 들어 있는 것 같다. 하긴 아일랜드 공작부인이라도. 시어머니 수발드는 건 힘들다. 또한 삼부회 준비로 할 일이 늘었으니, 고생이 많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은 내 아버지 헨리 2세 때문이지만. 나는 미안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덕분에 당신이 고생이 많소.”
“별로 고생할 거 없어요. 제 인생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신나는 일인걸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소.”
그렇게 메리와 시간을 보낸 나는. 여러 가지 ‘처리’해야 할 종이 더미를 보며 생각했다.
예전에 소설에서나 보던 주인공들처럼 조금 더 능력있게 태어났으면 좋겠지만, 모자란 내 능력으로는 안전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는걸.
물론 나의 대업을 위한 일손은 많다. 나는 아일랜드―모르땅 한정, 제3계급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관료를 공장처럼 임명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는 것처럼.
우리 영지를 감시하던 필리프 놈 같은 영악한 정치인들이 인재 유출을 막으려 온건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자기 영지에 있는 막내와 사생아들이 아일랜드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류의 실력자들은 이미 막내 클럽 회원들이라. 현재 유럽 대륙이나 잉글랜드 본토에 남아 있는 인재는 이류에 불과했다.
‘그러게 빨리 사람들 좀 대우해주지.’
세상이라는 게 늘 그렇듯, 좋은 건 선각자들이 선점하고 남은 이득을 나머지 사람들이 가져가는 법. 이미 제3계급을 부려 먹는 체계적인 ‘합리적’인 이득은 내가 취한 이유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영지에 있는 영지 없는 막내들에 대한 대우를 다른 지역에서 하기 시작하니, 제3계급을 위한 인재 수급이 어려워진 감이 있었다.
피터가 입맛을 다실 정도로 말이다.
“전하, 이제 더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쉽게 되었군. 하지만 인재의 숫자는 한계가 있지. 이 편지를 스위스로 보내게.”
발신지를 확인한 피터가 나에게 물었다.
“그를 고평가할 필요가 있습니까?”
“저평가할 수도 없지.”
이제 내 사람이 될 막내와 사생아들의 수급이 끝났으니, 반대로 저평가된 유망주 귀족들과 교류하면서 인망을 쌓아야 한다.
오리지널 존의 패망 원인 중 하나는 그를 보호할 ‘인망’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든 국외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저평가된 귀족과 친분을 쌓을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내가 초대한 사람이 아일랜드에 들어왔다.
“합스부르크 백작. 제 초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명망 높은 대귀족께서 나를 초대해주신 것 자체가 영광 아니겠습니까.”
나의 앞에서 방긋 웃는 합스부르크 백작 앞에서 나는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렇게 말씀해줘서 감사합니다.”
겸손해지고 싶어도, 그것도 시기적절하게 해야지.
딱 봐도 나보다 ‘급’이 낮은 사람에게 겸양을 떨며, 도리어 자기를 엿 먹인다고 생각하는 법이니까.
이미 엔리코 단돌로와 ‘거대한 물류’를 계획하는 나에겐 일개 스위스의 지역을 차지하는 신흥 귀족 합스부르크 가문이 접촉은 필요한 일이다.
지금은 오스트리아는커녕, 아르가우라는 일개 도시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시골 귀족의 정석인 합스부르크 가문은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가능성을 아는 건, 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일은 순서가 있는 법, 나는 곧바로 본론을 꺼내지 않았다.
“이것들이 정말 아일랜드의 생산품으로 만든 요리들입니다.”
식탁은 지역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나는 오로지 아일랜드에서 나고 자란 생산품으로 만든 풍족한 식탁으로 한때 반골의 섬으로 불리던 아일랜드가, 이제는 풍요의 섬이 되었다는 ‘무언의 자랑’을 했고.
“아일랜드가 막내들의 가나안이라고 불린다니.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군요.”
연륜 있는 합스부르크 백작은 자연스럽게 받아주었다. 나름 특급 칭찬이다.
막내들의 가나안.
그것은 서러운 막내들의 기회의 땅이라는 뜻도 있지만, 이제는 그 막내들이 열심히 일해서 풍요롭게 만드는 땅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생겼다.
그런 말을 직접 들으니 기분이 좋네.
“하하… 그리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식사의 시간이 끝나고, 치즈와 포도주를 즐기는 ‘담화’ 시간에 나는 본론을 말했다.
“제가 합스부르크 백작님을 부른 이유는 백작님의 영지에서 ‘농작지’와 ‘가축’이 없지만, 용병 생활을 자주 하던 베테랑 인력을 고용하고 싶어서입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나는 단돌로와 내가 연계한 운반 사업에서 용병이 필요하고, 그들을 어떻게 운용할 건지, 그 대가로 무엇을 줄 건지 천천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우리 지역의 용병을 고용하고, 또한 가축을 제대로 기를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지요?”
“예, 그렇습니다.”
“고민할 게 많은 문제입니다. 제 영지는 작긴 하지만, 나름대로 복잡한 곳이니까요.”
합스부르크 백작은 바로 확답하지 않고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일개 시골 백작이라고 하지만, 그 역시 영지를 이끄는 중이다. 그렇기에 책임감이 크겠지.
아, 모르땅 백작 시절인 내가 생각나네.
사업망이 더 크고 있는 나에겐 용병이 필요하다.
‘징집병으로 생산력을 하락시키는 것보다, 용병의 고용이 더 가성비가 좋으니.’
중세 유럽이 기사의 시대이긴 하지만, 주 전력은 언제까지나 용병이 될 것이니, 나는 윤택해진 ‘부’를 바탕으로 용병을 감안할 생각이다.
용병을 사고, 용병을 하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관계를 미리 가져와.
내가 용병을 사고, 합스부르크 백작이 용병을 하는 관계를 만들려 했다.
물론 중세나 근세 시기 자주 발생한 스위스 용병의 문제 ‘동족상잔’을 막기 위해.
나는 합스부르크 백작에게.
“다만 같은 국적의 용병이 싸우는 것을 금지하겠습니다. 저에겐 다국적 용병이 있으니까요.”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자 아까보다 좀 더 표정이 좋아진 합스부르크 백작이 말했다.
“일단 영지에 가서 고민해보겠습니다. 되도록 빠른 답을 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천천히 줘도 된다. 급한 건 내가 아니니까.
* * *
그렇게 합스부르크 백작이 영지를 떠난 후, 나는 대련장에서 아들과 함께 검술 되련 중이다.
―캉.
“아들아, 예전보다 더 강해졌구나.”
“아버지,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왜 제대로 안 해요. 전쟁터에서 죽지 않으려면 실전에 가까운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어요.”
날이 없는 검으로 나와 대련하던 큰아들이 불만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100퍼센트 리처드 형의 말이다, 우리 리처드 형님 꼬마 아이에게 참 이상한 이야기를 해주어서.
그런 비인간적인 훈련은 나 혼자만 받으면 된다고.
“그건 리처드 형님에게 들었겠구나. 하지만 제임스,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거다.”
“저는 백부님처럼 영웅이 되고 싶은걸요.”
“나는 우리 아들을 사랑하니까. 그렇게 위험하게 두지 않을 거야!”
리처드 형 같은 인간 병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물론 나는 제임스를 프랑스의 ‘루이 11세’와 조선의 ‘양녕대군’ 같은 불행한 장남으로 만들 생각이 없다.
무조건적인 사랑도, 무조건적인 배척도 아닌. 딱 ‘중간’에 맞춰서 교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사랑하는 아들은 내 앙주 가문보다는 자기 엄마 가문인 클레어 가문을 닮아서 다행이다.
적어도 ‘xx 자리를 계승 중입니다. 아버지!’ 하면서 반란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으니깐 말이다.
“너의 나이 때는 노는 게 최고란다.”
“그… 그게 뭐예요. 너무 어려운 말이에요.”
그때 고드프리가 다가와 말했다.
“전하, 귀빈들이 오셨습니다.”
“하, 제임스 아빠가 이렇게 아들을 먹여 살리려고 힘들게 일하고 있다. 너도 편히 놀 때 실컷 놀아두렴.”
“치, 다녀오세요!”
아무튼 아들과 즐거운 시간도 이제 끝이다.
사람을 초대했으면, 집주인이 앞으로 나와 환영 인사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집주인으로.”
나는 아일랜드라는 커다란 집을 가지고 있는 주인으로서 손님을 하나둘 맞게 되었다.
처음으로 본 손님은.
“리처드 형님,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가 많구나! 아우야.”
며칠 전 귀여운 조카딸을 얻은 리처드 형이다.
이름을 프랑스식인 아델라이드로 지었다는데. 이것은 아마 아직도 리처드 형이 잉글랜드의 왕자가 아닌. 영불제국이나 다름없는 앙주 제국의 왕자이자 프랑스의 대영주로서의 정체성을 생각하는 의미다.
‘뭐 우리 형님, 하고 싶은 거 다 해.’
물론 나는 그분이 좋았다.
나보다 높은 급의 대영주인 리처드 형이 직접 온 것은.
국제적인 행사를 하는 정치적 동반자인 나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나는 덩치와 다르게 사려 깊기까지 한 리처드 형을 보고 적잖은 감동을 하였다.
아무튼 리처드 형 이외에도 세이프 존이 다스리는 평화의 땅, 아일랜드로 제법 많은 귀족이 찾아들 오셨다.
신성로마 제국 같은 일류 국가는 물론.
프랑스 왕국 같은 이류 왕국과.
프랑스보다 급이 떨어지는 폴란드에서도 손님이 왔다.
물론 나는 은연중에 ‘티어’로 국가를 나눴음에도 제국에서 온 사람들이나. 낙후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 모두에게 공정한 친절을 베풀었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시오.”
“어서 오게.”
나는 신분과 작위에 여러 가지로 달라진 말투로 손님을 맞이했다.
아무리 급이 떨어지는 나라여도.
시간과 돈을 들여 호기심을 가진 나라들과 척질 생각을 없을 거지.
그리고 마지막 손님은.
“위대한 황제 폐하 알렉시오스 2세의 명령을 받고 아일랜드에 방문했습니다. 이렇게 성심껏 저를 환영하니. 참으로 기쁩니다.”
“총독, 어서 오십시오. 아일랜드는 처음이지요.”
첫 번째 손님만큼이나, 귀한 분이기 때문에 나는 예의를 더 차렸다.
다시 힘들 되찾은 동로마 제국이 새롭게 불가리아의 총독으로 임명한 아시카오스.
이 정도의 거물이 오다니.
삼부회.
3계층이 모여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궁금한 것이 틀림없었다.
* * *
―잉글랜드령 아일랜드 영지, 주도 더블린―
세계를 놀라게 할 공개 의회가. 오늘 이 순간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이 엄숙한 행사를 위해.
동로마 제국의 황제 알렉시오스 2세가 선물로 준. 자줏빛 예복을 입었다.
이 또한 내가 일개 아일랜드 영주지만, 왕족이기도 한 것을 은연중에 실시한 것이다.
이제 좀 나도 왕족다워진 것 같다.
“대영주께서 입실하십니다.”
“존귀한 분들이 입장했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보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부터 역사적인 제1회 아일랜드 삼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피터의 목소리에. 모두가 착석했다.
3계급으로 나뉜 참여자 대의원들도.
그리고 내가 무슨 짓을 할까. 관찰하러 온 고귀한 분들도.
물론 삼부회의 궁극적인 목적이 예산 확보를 위한 ‘징세’ 문제도 정말 중요하지만. 이 자리가 역사적인 자리인 만큼 특별한 의제가 있어야지.
나는 호기심으로 나를 바라보는 무수한 사람들의 눈빛을 조금 즐기고.
“삼부회가 이곳에 소집되었으니, 각자 영지의 공익을 위해 협력할 것이며, 나는 인민을 위한 대영주임을 하느님이 내린 신성한 통치를 영광으로 알겠소. 그럼 의제는.”
측근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의제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