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86)
콩가루집 막내왕자-86화(86/205)
콩가루집 막내왕자 086화
86화. 시끄러운 이웃
―1189년, 잉글랜드―
1189년, 새해가 왔다.
600년 후면 프랑스의 바스티유가 습격당할 혁명적인 해. 지금 아일랜드도 유례없는 혁명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피와 광기로 시작되는 유혈 혁명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금화들이 툭툭 황금비로 떨어지는 혁명적인 대박에 가까운 일이다.
삼부회라는 새로운 의회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실상을 보자면 아일랜드의 달라진 모습을 유럽의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축제나 다름없는 일.
여러 행사는 끝나고, 호기심으로 아일랜드를 참아 좋은 시간을 보내주신 귀빈 일동은 이제 배를 타고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
조금 더 남아, 돈을 뿌려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아일랜드는 저 손님들을 계속 붙잡을 인프라가 없었고.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삼부회 특수는 여기까지다.
아일랜드라는 섬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나, 세이프 존은.
대부분 귀족 출신의 귀빈들이 떠나가는 길, 아일랜드의 골목대장으로서 깍듯한 이별의 인사를 올렸다.
“고귀하신 분들이, 우리 아일랜드를 방문하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과거형이 붙었다. 왜냐면 이제 손님들 떠날 시간이니까.
물론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잉글랜드의 왕자 출신인 내가 신분으로도 꿀릴 리는 없지만, 이분들은 소중한 고객님들이 아닌가?
“그동안 좋은 구경을 하고 갑니다.”
“아일랜드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일반 귀빈을 보내고.
다음은 친형 리처드다. 어머니 엘레오노르가 가장 사랑하는 노르망디 공작! 우리 형은 아마, 어머니에게 시달렸을 것 같다.
어머니가 리처드 형을 제일 총애하는 건 맞지만, 집착이 정말 심하거든.
“존, 나중에 또 오겠다.”
“다음에 일이 있으면 제가 노르망디로 가겠습니다.”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유럽 대륙에서 일어날 일이 분명할 거라는 걸.
“아우야, 이젠 너의 일을 하거라.”
나의 일이라, 리처드 형님의 말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진의는 너무 어려웠다.
한마디로 대영주로서 빵값 하며 살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인사할 것은 동로마 제국, 불가리아의 총독 이사키오스다.
“총독, 그동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존 왕자님. 저 역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갑니다. 제 말씀을 잘 기억해주세요.”
아, ‘두’ 로마의 싸움에서 중립을 지키라는 거지?
그리고 총독의 옆에 있는 헝가리 공주 출신 총독 부인 머그리트(마르그리트의 헝가리 발음)가 나에게 말했다.
“존 왕자님, 그리고 메리 님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가요.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시길.”
“귀부인께도 평화가 가득하길.”
그렇게 손님이 떠나자, 옆에서 같이 인사를 나눴던 메리가 말했다.
“하… 존, 너무 힘들었어요.”
“나도 그렇소.”
나 역시 힘들었다. 역시, 영업직은 괴로운 법! 물론, 이번 일은 세이프 존 역사상 최고 실적을 누렸을 것이다.
그러자 메리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니, 보람차지 않나요?”
“흑흑…….”
저 멀리.
인민들이 기뻐서 우는 것이다. 물론 울고 있는 인민은 대부분 아일랜드 토착민들이었다.
아일랜드는 원래 무지무지 억울한 동네였다. 틈만 나면 강대한 민족들이 ‘한탕’을 하러 무기를 들고 쳐들어오고. 그 이후로는 잉글랜드와 여러 국가에서 ‘아일랜드’를 공식 맛집으로 올린 곳.
약탈의 성지이자, 반골의 섬이 이제는 진짜 풍요를 맛보게 되었으니, 저렇게 감동하는 것도 당연할지도 몰랐다.
나는 그런 이들을 보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켈트인 또한 나의 핏줄이오.”
그러자 감동하는 것 같다.
그렇게 일정이 끝나고, 영지를 돌아보았다. 아일랜드에는 아름다운 석양이 지고 있다.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끝났다.
중세 시대의 온갖 서러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백성을 아껴주고 귀족을 다독여 주는 착한 세이프 존에게도 어울리는 결말이긴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동화가 아닌 이 세상에 오래오래 행복하게는 있다는 결말은 없다. 짧은 행복이 이루어지는 순간, 최대한 많은 이득을 보아야 하는 법이다.
돈을 써주신 손님들이 떠났으니, 이제 새로운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건 바로 보여주기용이 아닌, 진정한 삼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아일랜드표 삼부회.
“하느님의 신성한 의무를 받아 아일랜드와 모르땅을 통치하는 대영주로서 삼부회를 개최하오.”
저번 삼부회 ‘콘서트’와 이번 삼부회는 격이 다르다.
물론 여기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그래서 저번보다 더 긴장했다.
“이번에… 제3신분의 계급을 정식으로 만들고자 하오.”
“…….”
사람들이 놀란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이건 절대 보여주기가 아니다. 그동안 홍보 삼아 유럽에 공표했던 아일랜드표 제3계급은 정식으로 인정받은 계층이 아니었다. 그걸 이번 기회에 공인하겠다는 뜻이니까.
“왜들 그러시오. 필요한 일이 아니었소?”
나는 놀라는 대의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주님의 종과 가장 고귀한 자들만으로도 충분히 국정 운영이 되지. 하지만 경들도 경험하지 않았소? 우리 영지에 있던 막내들과 사생아들, 그리고 상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아일랜드는 한탕을 제대로 했다.
‘아일랜드 놈들 뭐 하나?’라는 심정으로 놀러 온 이들은 아낌없이 주는 ‘고객’이 되고 가셨다.
동로마 제국 놈들은 나한테 잘 보이려는지. 메이드 인 아일랜드 물건을 생각보다 많이 사주어 VVIP에 등극했고.
사자의 심장을 가져 대범하기 그지없는 우리 리처드 형님은 동생의 기를 세워주겠다고. 여러 거래를 해주고 갔다.
다시 말하면 엄청난 이득을 가졌단 말이다.
이때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이 명문 귀족 가문의 유서 깊은 사생아들과 귀족 가문의 적자로 태어났지만, 영지를 물려받지 못한 불쌍한 막내들이다.
물론 상인들도 하나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열심히 일했다. 물론 자기 이득을 위한 거겠지만, 아일랜드의 물산이 움직이고, 막대한 재화가 생겨났다.
‘소모’된 게 아니라, ‘생산’된 것이다.
“이번으로 보았을 것 아니오. 제3계급의 힘을 말이오.”
물론 반대가 없을 수는 없다. 원래 어느 동네나 100% 동조자는 없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계층의…….”
“내 영지인데?”
내 영지. 이것보다 더 중요한 명분이 어딨을까?
게다가 대다수 실무자의 지지를 받는 ‘대영주’를 막을 수 있는 건,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내 정치적 기반이 사생아와 막내들이라는 걸 여기에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그리고 그들이 대놓고 반대할 명분도 없다.
“전하, 지금 이베리아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 * *
―잉글랜드령, 앙주 영지―
햇볕이 따스하게 빛나는 땅.
앙주.
―툭.
이곳에서 노퍽 공작과 헨리 2세는 체스를 두고 있었다.
나이트의 말을 앞으로 움직인 노퍽 공작이 말했다.
“그렇게 성대하게 막이 내렸다고 합니다.”
존의 삼부회에 대한 소식을 말이다.
“…….”
헨리 2세는 잠시 침묵하더니, 비숍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렇단 말이지?”
“예, 폐하.”
헨리 2세 역시, 아들이 만들어 놓은 삼부회라는 재롱 잔치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이다.
제왕의 자리는 무척이나 영광스럽지만, 감내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러니 자리도 함부로 비울 수 없는 것이다.
저번 십자군 원정은 불안한 아들들을 데리고 출전했고. 또한.
그 늑대 같은 아들놈들이 모두 영지에 귀환한 지금은, 두 눈을 뜨고 자리를 함부로 비울 수 없는 처지다.
원래 제왕은 고독한 법이고, 적이 많다. 그 적들에는 자식놈들이 포함되어 있고 말이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헨리 2세는 막내 왕자 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건, 그 삼부회가 아니란 말이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극비에 이루어진 회의라. 정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체크메이트.”
노퍽 공작이 게임을 끝냈다. 이제 더는 헨리 2세의 ‘왕’은 할 것이 없다.
“에잇, 아비에게도 그렇게… 매몰차다니.”
“그것 역시 대왕을 닮았지 않으셨습니까?”
일개 신하가 하기엔 건방진 말이지만, 헨리 2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자네 아들놈 로빈도 어지간히 그대를 닮았어. 존, 그 아이에게 의탁한 걸 보면 말이지.”
“그것 역시 대왕께서 세우신 계획이 아닙니까?”
“아니야… 우연이야 우연.”
헨리 2세가 가진 히든카드는 누가 뭐래도 ‘존’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지만, 그렇다고 낳아준 아비가 ‘이용’하지 않을 근거는 없지 않을까?
아일랜드는 ‘시험’을 위해 준 영지다. 아일랜드의 점령, 그리고 아일랜드의 안정화, 그리고 아일랜드의 번영.
지금 존은 헨리 2세의 기대 이상으로 잘해 주었다. 걱정을 조금 덜 할 만큼.
“그나저나 우리 큰아들님은 너무 얌전하군.”
“예, 그렇습니다.”
평소에 존을 빼면 아들들을 ‘자식 놈들’이라고 호칭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헨리 2세는 큰아들 젊은 왕 헨리를.
“저번 대반란이 실패해서 그런가, 대반란 이후로 인내심이 늘었어! 우리 큰아들 헨리.”
무척이나 다정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헨리 2세가 훌륭한 아버지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헨리 2세가 제일 증오하는 아들은 헨리라고 할 수 있으니까.
헨리 2세는 동서고금의 모든 제왕이 늘 갖는 특징을 지녔다. 왕권을 자식들 위에 두는 군주라는 점이다.
지금 헨리 2세는 큰아들 헨리가 인내심을 잃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래야 모든 게 풀리기 때문이었다.
큰아들 헨리가 움직이면, 제프리는 따라 움직여야 하고. 그러면 리처드 놈이랑 존도 움직이게 되겠지.
우선 처음은 반란이 아니라, 정쟁이 될 것이다. 그동안 나뉘었던 귀족들이 자기들 주군의 깃발 아래 들어가서.
세금 문제부터 시작해, ‘땅’ 문제까지 들어가며 전 잉글랜드에서 다시 한번 서열 정리가 들어갈 수 있다. 반란 같은 내전이든, 내전 같은 반란이든.
“폐하, 큰일 났습니다. 지금 이베리아에서 일이 생겼습니다.”
이베리아, 프랑스 권역과 떨어진 곳이지만 헨리 2세의 눈이 커졌다. 그곳은 헨리 2세의 차녀가 있는 것 아닌가?
“거기서 무슨 일이오?”
“그… 그게.”
머뭇거림을 멈춘 기사의 말을 들은 헨리 2세는, 잠시 멍하게 가만히 있다가,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하하하. 이런 일이 있군.”
하지만 그 웃음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짐에 따른 당황이 담겨 있었다.
그로서도 예상하지 못했다. 생각도 못 한 차녀의 대반격을.
사랑과 정의보다는 음모와 계략이 숨 쉬는 유럽, 그중에 야심 많은 앙주 가문은 오늘도 한 건 해버렸다.
* * *
―이베리아반도, 마드리드―
마치 폴란드 왕국의 재건처럼, 사람들이 관심을 주고 있지 않을 때.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 벌어졌다.
그건 바로 이베리아의 여러 왕국이 한 나라에 무릎을 꿇어 버린 일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인으로서 인민을 통치하는 우리나라 역시 공감합니다.”
“카스티야의 국왕 폐하와 왕비님이 저번에 해주신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생존의 시기입니다.”
―우리는 카스티야의 봉신이 되겠습니다.
연합 왕국이라는 이름 아래. 한 그늘에 모여있고, 말이다.
물론 그들이 카스티야 연합 왕국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니다.
이 세상은 치열했고,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끔 이런 선택을 해야 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가운 햇살이 빛날 때.
이곳에는 또 다른 찬란한 ‘역사’가 완
성되었다.
먼 미래 이세벨과 아라곤이 평생을 들여 만든 기적이다.
제3차 십자군이라는 절대적인 기회가 왔고. 고토 수복이라는 엄청난 결단이 성공하고 말았다. 하지만 카스티야 왕국의 왕비.
‘그것은 안 돼. 내 남편을 아버지헨리 2세처럼 위대한 국왕으로 만들어 줘야 해.’
그녀는 작은 엘레오노르, 어머니의 이름과 같지만, 그것 때문에 비교당하기 일쑤였던 여인이었다.
“여보, 정말…….”
“드디어 그 순간이 왔네요. 뭐 하세요, 저 옥좌에 서지 않고?”
물론,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녀의 능력만이 아니라, 남편의 뛰어난 지도력도 능력을 보였다. 그러니 오늘 같은 자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나 알폰소는,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의 인도하심 아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국왕은 가장 사랑하는 아내 작은 엘레오노르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오랫동안 참은 웃음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보는 앞이라 아내에게 대놓고 웃음을 보여줄 순 없었지만,
“지금부터 나뉘어진 모든 땅을 통일한 에스파냐 연합 왕국이 탄생하였음을 선포한다!”
“와아아아아아!”
“에스파냐 왕국 만세!”
“우리는 빛날 수 있다.”
“왕비, 나의 사랑. 그대 덕분에 내 인생에서 황금빛 물결을 느낄 수 있었소.”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본, 작은 엘레오노르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제야… 왕비다워졌어.’
물론 작은 엘레오노르는 잘 알고 있다. 자신과 남편은 이제야… 커다란 ‘판’에 오롯이 서게 된 것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