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94)
콩가루집 막내왕자-94화(94/205)
94화. 피어오르는 혼란(3)
―1189년, 베네치아, 두칼레 본청―
쏴아아.
아름다운 지중해가 물결치는 이곳은.
오늘도 장사를 위해 양심을 요단강으로 버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상인들이 있는 가장 세레브한 공화국 베네치아다.
이 사람들에겐 유럽의 혼란이 대목이었고. 앙주 가문 혼란은 ‘기회’였다. 셰익스피어가 그렇게 말하던 지독한 상인들의 진정한 원형이 바로 베네치아의 상인들 아닌가?
샤일록은 유대인이라 당한 피해자일 뿐.
아무튼 항상 물건을 더 비싸게 팔고 더 싸게 구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천하의 몹쓸 놈들이 베네치아 상인들이지만. 오늘은 예전과 다른 분위기였다. 요즘 유럽 돌아가는 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상인들은 ‘대상인’들을 자처하는 만큼. 정보에 민감하고, 유럽의 꼴이 좋지 않은 걸 간파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서유럽이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 기욤 1세의 죽음이었다.
아버지 서리 백작과 잉글랜드 정치의 안정,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기꺼이 예루살렘 왕국의 군주가 된 기욤 1세가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온 유럽에서 엄청난 뜨거운 감자였다.
아닌 말로 이건 앙주―플랜태저넷 왕가에게. ‘잉글랜드, 너희… 참 건방져’라 같은 의미였기 때문이다. 온 유럽은 그리스도의 사람들만큼이나 엄숙한 의도로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그 애도는 겉으로 하는 ‘점잖은 표현’이고. 지금 베네치아 사람들은 주판을 새로 튕겨야 했다.
“그래서 흉수는 밝혀졌습니까?”
“아직 한정적인 정보로는 진짜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장사를 위해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필리프 2세가 틀림없습니다.”
“아니요. 제프리입니다.”
“동로마 놈들 짓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 존 왕자는 주일학교 같은 괴상한 거나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조력자를 바꿔야 합니다. 존 왕자는 이 시대에 생존할 수 없는 애송이 영주라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누가 상인들 아니랄까 봐, 시장통에 장사하는 것처럼 떠드는 자들이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존과의 타협으로 돈을 제대로 쓸어 버렸던 베네치아의 상인들이 ‘존’을 무시하는 게 맘이 들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쾅!
“닥치시오!”
회의에 참석한 대상인들의 눈빛이 한 사람을 보았다.
그들에게 화를 낸 사람은, 존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엔리코 단돌로가 아닌 오리오 도제였다.
오리오 도제는 말했다.
“저번 십자군 때도 말하지 않았소. 상인은 결국, 신용을 지켜야 한다고. 존 왕자의 거래로 이득을 본 자들이, 이 기회로 조력자를 바꾸려고 해!”
“그 신용은 곧 파산할 사람에겐 소용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대상인 하나와 도제가 기 싸움을 할 때.
바로 그때, 다급한 목소리에 남자가 회의실에 들어와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 큰일 났습니다. 잉글랜드에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드디어 내전이!”
“군수품을 풀 시간이 왔소?”
그렇게 시끄럽게 하는 상인들을 향해, 방금 들어온 용병을 향해 꼬치꼬치 깨물었다. 상인에게 정보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헨리 2세의 병환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잉글랜드의 군주는 사실….”
그렇게 남자의 말해주는 최신 뉴스가 보도되자.
처음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용병의 말을 듣던 여러 늙고, 젊은 상인들은 모두.
“….”
잠시 멍한 표정으로 침묵하더니.
“푸핫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살다 살다 이런 웃긴 일은 처음 겪소.”
마치 폭풍이 불어온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아 물론, 잉글랜드에서 일어난 이 사건이 무척이나 심각한 일이 맞긴 했다. 물론, 멀리서 보는 베네치아 공화국 사람들에게는 ‘희극’일 뿐이지만 말이다.
방금까지 싸우던 사람들은 그저 웃었다. 잉글랜드가 그들을 웃겼다.
* * *
―잉글랜드령, 아키텐―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잉글랜드 제일의 영지 아키텐.
“오늘은 날씨가 좋군.”
아버지와 동생 리처드를 닮아 뼈가 튼튼한 헨리는 어느덧 몸이 회복되었다.
이제 목발이 없어도 걸을 수 있었다.
아무튼 산책을 마친 젊은 왕 헨리는,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는지 사생아들을 호출했다.
“나의 아들들아.”
사생아는 부정한 존재.
그래서 젊은 왕 헨리는 공식 선상에는 절대 ‘아들’이라는 말을 못 하겠지만, 그래도 불러 보았다.
―예, 폐하.
떨떠름한 얼굴로 생물학적 아버지를 보는 젊은 왕 헨리의 사생아들.
‘사생아를 낳은 부왕을 혐오하던 나 역시, 이 불행한 아이들을 만들었구나.’
그 사생아들을 보며 잠지 자조했던 젊은 왕 헨리는, 자신이 프랑스 여자를 품어 낳은 사생아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나의 딸 빅토리아를 여왕으로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 내 외조모 마틸다가 실패한 과업을 이뤄줄 수 있겠느냐?”
“…저희는 사생아입니다.”
“천한 저희가 무언가 일을 벌이면 곤란한 것이 생모 아니겠습니까?”
젊은 왕 헨리의 어린 사생아들은 머뭇거리며 답을 했고, 그런 표정을 보며 젊은 왕 헨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되었다. 돌아가거라.”
자기가 낳은 사생아들을 쫓아내었다.
사냥 같은 건 아직 무르겠지만, 외조부인 선대 아키텐 공작이 거닐었을 아키텐 성의 전경을 바라본 후.
젊은 왕 헨리는, 자기 가족들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할머니 쪽의 ‘나뭇가지’를 거슬러 헨리 1세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나의 외증조부님은 이럴 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위대한 헨리 1세여, 정답을 알려주소서.”
젊은 왕 헨리의 외증조부, 헨리 1세.
윌리엄 왕가의 훌륭한 군주로 그 역시 강력한 카리스마로 잉글랜드의 기틀을 닦은 대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군주.
어쩌면 그 존호인 헨리 1세처럼 헨리라는 존호를 가진 이들 중 No·1이라고 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헨리 1세에게 유일한 약점이 있다면, 지금 젊은 왕 헨리처럼 적자를 낳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왕 헨리는 지쳐가고 있었고 말이다.
그때. 젊은 왕 헨리의 방에 누군가 다가왔다.
“폐하….”
“전하라고 하시오. 어차피 실속 없는 공동 국왕 자리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니.”
젊은 왕 헨리는 냉소를 지었다. 그 망할 부왕이 생색내기 위해 준, 실속 없는 공동 국왕이 무슨 소용인가. 차라리 잉글랜드의 왕세자가 더 애정이 갈 지경이다.
젊은 왕 헨리는 침착하게 물었다.
“그래서 전할 소식이 뭐지?”
그렇게 젊은 왕 헨리가 묻자, 기사 하나가 부복하며 말했다.
“앙주 영지에서 온 급보입니다.”
“급보라고?”
젊은 왕 헨리는 만감이 교차했다. 아니, 지금 기분을 단순하게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저렇게 ‘급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면 자기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새로운 변수에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차분하게 말해보게. 우리 잘난 부왕께 어떤 일이 닥쳤는지.”
앙주 영지에서 분명히 일이 난 것이 분명했다.
그토록 원했던 일이지만, 동시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부왕 헨리 2세가 얼마나 지독한 사람인데, 함부로 약점을 보일까 했지만. 지금 들어보니 그런 뜻이 아닌 것 같다.
이윽고 기사에게 소식을 자세히 들은 젊은 왕 헨리 2세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고 말했다.
“그게 전부요?”
“예, 그렇습니다.”
“일단 혼자 있고 싶소.”
그렇게 기사를 밖으로 보낸. 젊은 야심가는.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부왕께서 정말 노망이 나셨습니다.”
웃었다.
* * *
―아일랜드―
파도가 부서지는 평화의 상징 아일랜드의 겉모습은 그리 분주해 보이지 않았다. 이것 역시 내가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이룬 것이다
원래 정책이란 어떤 일이와도 순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법.
지금 아일랜드의 상층부는 1차 세계 대전 발칸반도처럼 위험한 유럽의 분위기를 잘 알았지만, 그 사실을 절대 티를 내지 않고. 내정에 충실했다.
최우선으로 주일학교로 예수님의 작은 제자들은 키워내기 시작했다. 이 아이들의 순수한 어린 시절을 지켜주고. 겸사겸사 앙주인으로 개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상의 구별(신분 구별)로 시작된 주일학교는 ‘역시 세이프 존은 안전하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대흥행 중이다.
“너는~ 어떤 시련이 와도 능히~ 이겨 낼 강한 팔이 있어~”
“아주 먼 옛날 하늘에서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풋풋한 찬송가와 함께 주일학교가 시작되었고. 동시에 ‘수상한’ 사람을 찾는 방첩 활동에 집중했다.
양지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예수님의 작은 제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삿된 마음으로 주일학교를 방해하려는 첩자들을 가려내야 한다.
주일학교가 만만해 보이겠지만, 이것도 다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사업’이니까. 핵심 기술은 표절당하면 안 된다고!
다행히 예전 모르땅 백작 시절부터 외국인들에게 당한 것이 너무나 많은 나는 철저하게 간첩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프랑스 왕국에서 사절단이 왔다.
나는 필리프 2세가 무슨 생각으로 사절단을 불렀는지 깨달았다. 자기 딴에는 너무나도 억울한 게 많아서 그런 거다.
물론 고위 귀족은 오지 않았다. 그 이유도 알 거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귀족을 보내는 모양새를 드러내면 자존심이 상하잖아.
[프랑스 왕국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습니다.]프랑스 왕국에서 온 하급 귀족은 온갖 아부 끝에. ‘아 그거. 우리 일 아니야.’라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물론 친선, 아니 ‘우리는 절대 나쁜 마음 없어.’라는 생색을 낼 사절단들은 계속 왔다.
에스파냐, 신성로마제국, 폴란드, 동로마 제국, 헝가리. 등등. 유럽에 있는 온갖 나라에서 외교관들이 왔다.
“존 왕자님의 영지에 있는 평화를 배우러 왔습니다.”
얼씨구.
“주일학교라는 선진 문물을 구경하러 왔습니다.”
웃기고 있네.
“삼부회라는 선진 문물을 만드시다니. 존 왕자는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물론 대외적인 이유를 대는 사절단들이 많지만, 이만 세상살이에 찌든 내가 이것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영지에 무슨 볼일들이지.”
나는 처음에 왜 이것들이 헨리 형이나 리처드 형 영지에 가지 않고 나한테 왔냐는 생각으로 중얼거렸고.
“그건 왕자님의 세력이 제일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피터가 돌직구로 말해주었다. 저건 ‘우리가 제일 만만해서요.’라는 뜻이다.
“뭐 나쁘게만 볼 수는 없겠지.”
“그렇습니다. 왕자님, 덕분에 앙주어 만들기 계획에 예산이 들었습니다.”
“그건 좋은 일이군.”
그래도 나쁜 점만 있지는 않았다. 친절하고 파는 물건의 품질도 훌륭한 우리 유사 호텔 아일랜드에 손님들이 돈을 풀었으니까.
오늘도 아일랜드는 열심히 돈을 벌었다. 하지만 회사원의 월급처럼 들어와도, 금방 또 써버리고 말겠지.
그렇게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려고 할 때.
헨리 2세가 낳은 최고의 사생아 고드프리가 다급한 얼굴로 나에게 찾아와 말했다.
“전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오?”
“그동안 떠돌았던 헨리 2세 대왕의 소문에 대한 진상이 밝혀졌습니다.”
나의 물음에 고드프리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열었고.
“하….”
나는 막장 드라마보다 더 기가 막힌 아버지의 추함!
사실, 처음에 아버지가 병에 걸렸다고 말할 때는. 그냥 ‘연기’를 하는 줄 알았다.
솔직히 우리 아버지 업보를 생각하면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고, 나의 영악한 형들도 다 그렇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영악한 우리 아버지 헨리 2세는 진짜 몸져누웠다.
요즘 뜨고 있는 앙주 영지의 아가씨를 품에 안다가, 푹 쓰러졌다고 한다. 하지만 운이 더럽게 좋았는지, 복상사를 당하는 꼴은 피했다.
이건 평화와 관용은 대귀족 세이프 존도 절대 쉴드 쳐 주지 못 할 일이다.
차라리 죽지. 이런 망할 늙은이 같으니라고!
이런 기가 막힌 소식은 곧 평화의 섬 아일랜드에서도 알려지고, 나의 아내와 어머니도 알게 되었다.
“역시 우리 집 헨리 놈들은 다 쓰레기들이야. 아랫도리를 하나도 간수 못 하는 것들. 차라리 삼손처럼 눈이 뽑히거나, 우라노스처럼 그 더러운 게 잘려야 했어!”
“어머님… 존도 있는데, 말씀이 너무 심하세요.”
“메리, 뭐가 심하니. 창피하다, 창피해. 기욤 1세가 죽은 마당에 이런 추함이라니.”
어머니의 말을 들은 나는, 어디서 무언가… 프랑스의 군주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엄청난 업적을 달성.
하지만 돈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늙은 주제에 젊고 예쁜 아가씨를 좋아함.
그러다가 한 번에 추한 늙은이가 됨.
전생에 한국―프랑스 혼혈인이자, 부르봉 왕가 프랑스의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딱 누군지 알 거 같다.
이거 완전 앙리 4세의 말년 모습 아니야?
우리 아버지는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창시자 앙리 4세처럼 말년이 ‘추’할 것 같다. 이건 진심이다. 너무 쪽팔려서 내가 죽을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