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of the English Royalty house RAW novel - Chapter (95)
콩가루집 막내왕자-95화(95/205)
95화. 서리 백작의 방문
유럽의 누군가가 꾸민 음모 없이. 순도 100퍼센트 우연으로, ‘복상사’할 뻔한 추잡한 늙은이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
꿈속에서 헨리 2세는 추잡한 늙은이가 아니라. 요람에서 태어난 아기로 시작되는 꿈을 꾸게 되었다.
‘앙주 가문의 계승자가 생겼군.’
처음 그를 맞이한 목소리는 막 태어난 자신을 자랑스럽게 껴안는 아버지인 선대 앙주 공작
조프루아(제프리) 5세!
그 어린 시절에는 원망이 많았지만, 오히려 고생하는 자신을 보듬어 주고, 여러 가지로 귀족의 의무를 알려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든든하고, 존경이 갔지.]이것이 꿈인 걸 알고 있지만, 헨리 2세의 마음이 울적해졌다.
늙어가면 갈수록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된다고 했던가? 한 아이의 아버지, 한 아이의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늙은 헨리 2세는.
어쩌면 주마등 같은 이 상황에서 아버지의 강인한 어깨가 너무나 그리웠다.
또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아름답던 젊은 시절의 어머니 마틸다가 나왔다.
‘헨리. 너는 나를 위해 강해져야 해! 알았지?’
[유럽에서 가장 눈물이 많은 어머니께서는 항상 감정을 숨기셨습니다.]잉글랜드의 여왕이 될 수 없었던 어머니 마틸다에게 엄격하게 교육받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어머니 마틸다는 자기가 없는 곳에서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 가녀린 여인이었다는 걸.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고. 끝내 헨리 2세에게 자신이 평생을 들여 만든 정치적, 군사적 기반을 넘긴 어머니라는 걸.
‘이것으로 부족합니다. 정복자 윌리엄의 후예는 더 많은 걸 이루야 합니다.’
엄격한 기사들은 어린 헨리 드 앙주에게 친가인 앙주 가문보다 외가인 윌리엄 가문의 후계자라고 자신을 교육했다.
[경들이 없었다면, 이미 나는 치열한 전장에서 죽었겠지.]그때는 버거웠지만, 그들은 ‘내전’이 터질 때 누구보다 앞서가 헨리를 위해 피를 흘려준 명예로운 기사들이었다. 그들 몇 명은 포로로 끌려가 ‘인질’이 되길 거부하고 처형되길 원했다. 헨리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그다음 장면에는 한때 가장 많이 사랑했던 여인이 나왔다.
‘헨리, 당신과의 사랑을 위해 야망을 버렸어요. 제가 프랑스가 아닌 잉글랜드를 선택하는 만큼, 당신도 앙주가 아닌 나를 선택했으면 해요.’
엘레오노르.
유럽, 아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불같은 사랑을 주고받는 연인.
그녀가 직접 연하인 자신에게 청혼했던 시절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헨리는 그녀가 야망을 버리지 않은 것을 잘 알았다. 도리어 아키텐 영지를 받음으로써 빚을 진 자신을 이용하려는 그녀의 본심도 알았다.
한때 불타는 사랑을 했던 연인은. 각자의 욕망에 취해 그 달콤했던 사랑을 망각하고 말았다.
[엘레오노르, 그대는… 나의 연인이자 전우였으며, 원수였지만 결국, 모든 것이 헛된 미련이도다.]그리고 보았다. 평생의 한인 ‘대반란’을 말이다.
‘무능한 헨리 2세를 몰아내자!’
‘악독한 군주를 몰아내자!’
‘아버지는 군주의 자격이 없으십니다.’
왕자 3명이 아내와 힘을 합치고, 자기에게 반기를 일으켰다. 이때 패전했으면 자신은 독살되거나, 유폐되었겠지.
[이때 내 마음이 죽었지.]물론 이런 슬픈 회상에서 자기가 잘못했던 것들은 다 망각한 갈리폴리하고 대영제국 그 자체인 헨리 2세다.
앙주 가문의 후계자이자 헨리 1세의 외손자로 태어난 헨리 2세 본인은, 꿈을 통해 생각했다. 본인의 인생은 쉽지 않았다고.
‘이제… 주님을 뵈러 가는구나.’
그렇게 슬슬 주마등을 끝내고 헨리 2세가 모든 걸 놓으려 할 때.
‘아버지….’
낯익은 어린아이가 나왔다.
[너…는.]헨리 2세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할 아이.
그 아이는 관찰자여야 할 헨리 2세를 정면으로 바라보더니. 활짝 웃음을 지으며 헨리 2세에게 말했다.
“아빠!”
“기욤… 나의 아들.”
원래라면 잉글랜드의 진정한 왕세자가 되었을 기욤(1153―1156)의 모습에 헨리는 솟구치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아직은 오실 때가 아니에요… ‘존’… 그 특별한 아이를 도우셔야죠.”
죽은 아들의 말에.
“그래… 나에게 존, 그 아이가 남았구나.”
그제야 꿈속의 헨리 2세는. 깨달았다. 자신에게 ‘희망’이 남아있음을 말이다. 물론 존 왕자는 지금 여러 의미로 죽을 맛이었지만.
* * *
―잉글랜드령 앙주―
피로한 하루를 마치고 저무는 햇살은 언제나 무거웠다.
아담의 후예라는 ‘죄’ 하나로 먹고살기 위해 끝없는 삶의 고통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짊어지는 일상이 끝나는 순간이니까.
―땡.
―땡.
―땡.
하루의 끝마침을 알리는 삼종이 앙주 영지에 울렸다.
하지만 농노마저 쟁기를 놓을 때, 아직도 일상에서 해방되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는 쓰러진 주군을 대신해 동료와 함께 앙주를 지킬 봉신 서리 백작이다.
그는 저물고 있는 노을을 보며. ‘아들’을 생각했다.
예루살렘 왕국에 달려갈 수도. 그렇다고 시신을 운구하라고 할 수 없어. 예루살렘 지부에 있는 성전 기사단에 매장과 사건 조사를 부탁했다.
[아버지, 저는… 이런 허수아비 같은 국왕이라도… 앙주 가문을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어요.]서리 백작은 마지막으로 보낸 아들의 기욤(윌리엄)이 보낸 편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를 잘못 만나, 편하게 살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아들의 편지.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직접 복수에 나선다면, 잉글랜드 정치판은 끝장이다. 그리고 주군께서 위험해지시겠지.’
하지만 서리 백작은 알고 있다.
아들의 복수 하나에 눈이 멀면, 남은 가족들마저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리 백작은 다음 행동을 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공작령에 가서 존 왕자님을 도울 생각입니다.”
“예?”
노퍽 공작의 말에. 서리 백작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이미 노퍽 공작께서도 영식(아들)을 존 왕자님께 보내지 않았습니까?”
“하하… 그건 다른 경우 아닙니까?”
그렇게 노퍽 공작이 웃음으로 때우자. 서리 백작은 무척이나 진중한 얼굴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의 주군, 헨리 2세께서는 그분과 같이 위대한 4명의 왕자를 두셨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신용이 있는 왕자님은 존 왕자님 한 분이십니다. 나머지 분들은 개성이 강하셔서 절대 타협하시지 않을 겁니다.”
“…틀리지 않지요.”
다른 형들에 비해 능력이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그렇기에 ‘용인’술에 능통해진 게 존 앙주 플랜태저넷이다.
“존 왕자님이 품은 ‘세력’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개종한 호라즘의 전임 군주 마수드, 베네치아의 오리오 도제, 엔리코 단돌로 등. 이미 존 왕자님은 외부 세력에서도 ‘신용’을 보이셨습니다.
그 덕분에 아일랜드가 반골의 섬이 아닌, 풍요의 섬이 되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다른 왕자님들은 우리 같은 헨리 대왕의 가신들과 신용과 거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완성되었지 않습니까?”
그렇게 서리 백작이 긴 답변을 하자 노퍽 공작은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백작의 선택을 존중하도록 하지요.”
“노퍽 공작, 그럼 대왕을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7귀족의 일원인 노퍽 공작에게, 그 말을 남기고 다시 국왕의 침실에 방문한 서리 백작은.
긴 꿈을 꾸는 듯한 주군을 바라보았다. 젊은 시절 유럽의 어떤 젊은 귀족보다 아름다웠던 얼굴에도 주름진 세월이 느껴졌다.
하지만 서리 백작은 그런 추한 이복동생의 행동에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이것은 극적인 화해를 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서로를 ‘이해’하는 전우가 되었기 때문이다.
성서에 나오는 이스마엘과 이삭의 관계로 시작해 그들과는 다른 결말을 보았다.
먼저 나온 이스마엘은 하녀 출신에게서 나온 서장자였고. 이삭은 정실부인 사라가 낳은 적자다. 성서에서는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에게 ‘적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삭이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이복형 이스마엘이 자신을 위해 ‘먼 길’을 떠났다고 할 때, 과연 적자 이삭은 행복하기만 했을까? 오히려 더 부담이 크고. 힘들지 않았을까?
아름다운 아내 리브가와 결혼하고, 자기의 아들 야곱(후의 이스라엘)과 에서를 볼 때. 그 후계자들의 치열한 ‘정쟁’을 보았을 때 마음이 아팠겠지.
다만 서리 백작과 헨리 2세는. 그런 결말과 달리 서리 백작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헨리 2세에게 평생을 바쳤다.
20대의 아가씨와 불장난하다, 이렇게 추하게 쓰러졌지만, 아직도 이복동생을 향한 충심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헨리… 나의 국왕이여… 존 왕자를 보호하러 가겠나이다.’
복수를 잠시 잊고, 존 왕자를 도우러 갈 만큼.
* * *
―아일랜드―
21세기에서도 훈훈한 선행보다는 악행과 ‘논란’에 관련된 소식이 훨씬 더 빨리 퍼지는 것처럼.
아버지가 추하게. XX하다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온 유럽에 퍼졌다.
[프랑스말이 너무 어려워 우리글 만들기 프로젝트]가 한창인 아일랜드의 영주인 세이프 존은 너무나도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다.프랑스(중세 프랑스)말이 너무 어려워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함에 앙주(현대 프랑스어)어를 만들려는 일도 바쁜데. 박제 당한 앙주 왕가의 명예는 대체 어떻게 할 거냐고.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욕하지 않았다.
차라리 ‘성병’에 걸려 그랬다면… 아, 그건 그것대로 창피했으려나.
아무튼 나는 그 이전에 신실하고 온건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이라 아버지가 깨어나길 위한 기도를 드렸고. 당분간 고기를 먹지 않았고.
[아버지께서는 앙주의 화합을 위해 갈리아의 여인을 품으셨다가 그리되셨다!]라는 말을 통해 아버지를 옹호했다.‘트레시 존은 막판에 자기 아버지의 뒤통수를 쳤지만, 세이프 존은 이렇게 아버지에 대한 깊은 효심이 있지.’
솔직히 말해, 나는 마음이 뜨거운 효자다. 전생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헨리 2세가 가장 추한 모습을 보이는 저점인 지금, 아버지를 생각하는 왕자는 나밖에 없었다.
약간 과장 좀 보태어 보자면, 삭막하기만 한 서방 세계에 내려온 코쟁이 군자가 바로 내가 아닐까?
중국인 출신 기사에게 자랑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어때 악불회, 이 정도면 인의예지가 느껴지오?”
“전하께서는 참된 사대부이십니다.”
그 유명한 악비 장군의 후예에게서 참 좋은 소리를 들었다.
그때쯤. 귀한 손님이 왔다.
“백부님, 어서 오시지요.”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자님!”
사생아 출신이긴 하지만, 아내의 작위로 ‘귀족’임을 인정받은 실력자 서리 백작.
그 죽은 기욤 1세의 아버지며 나에게 ‘백부’님이 되신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를 어린 시절부터 보좌한 고참 귀족인데. 내가 어떻게 예의 없이 대할까?
아무튼 환영 연회가 끝나고. 서리 백작이 나에게 진중하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마 비밀 조약대로 예루살렘은 절반은 동로마 제국에 가게 될 것입니다. 시리아의 북부 역시… 다만 나머지 절반은 서방의 차지가 되겠지요.”
“네?”
내가 모르는 비사들이 나왔다.
서리 백작의 말에 따르면, 기욤 1세가 재위 중에 급사하게 된다면 동로마 친구들이 예루살렘에 총독부를 새로 만든다고 했다.
물론 영악한 유럽 친구들이 모든 걸 동로마 제국에게 줄 수는 없기에. 예루살렘 주교령. 그 이름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예루살렘 주교령을 세운다는 것도.
그런 이야기를 끝낸 서리 백작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
“1190년이 되면 바로 조사 결과가 나올 겁니다. 물론 저는 진실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예?”
나의 물음에 포도주를 홀짝 마신 늙은 귀족이 말했다.
“어차피 진실은 제 아들과 같이 죽었습니다. 다만, 저는 좀 더 미래를 생각하여 아일랜드에 왔습니다.”
* * *
―잉글랜드령, 브르타뉴 성―
존 왕자와 서리 백작이 접촉할 때.
브르타뉴 성에서는 다른 왕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앙주 왕조 잉글랜드에 미래와 아주 관련된 일이 벌어지려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귀족, 그리고 명분이 되어줄 성직자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은 잉글랜드인이 아니다. 신성로마제국에서도 한 세력 하는 귀족들이 왔다. 물론 이들이 잉글랜드 왕자들의 부하가 되러 온 것은 아니다.
유럽의 정치에는 ‘거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풍경이라 할 수 있다.
“귀빈 여러분, 어려운 부탁을 듣고 이 자리까지 와주셔서 고맙소. 나는 ‘아키텐 공작’ 헨리요.”
젊은 왕 헨리라는 아버지가 준 ‘작위’ 대신 자신을 아키텐 공작이라고 선포한 젊은 헨리는 평생 보이지 않은 무척이나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책임을 느낍니다. 유럽이 혼란스러워져 있음에 말입니다. 그래서 귀빈들께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소서.
이미 반쯤 포섭된 귀족들의 말에, 자칭 아키텐 공작 헨리가 말했다.
“신성로마제국… 우리의 형제국에 있는 분들께 부탁이 있습니다. 중립을 지켜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