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화(1/21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
* * *
알렌.J.아스론.
내 이름이다.
아니, 정확히는 내 이름이었다.
왜 과거형이냐고?
한번 들어봐.
미들네임이 있는 것과 성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나는 아스론 제국의 황자였다.
황족의 삶은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손에 쥐고서 아무 걱정 없이 유복한 삶…은 개뿔.
황위계승권을 놓고 끊임없이 피 말리는 암투가 이어졌다.
난무하는 권모술수.
나는 세 명의 황자들 중 타고난 지지기반이 가장 약한 3황자였다.
황후는 공작가. 1황비는 후작가.
그런데 2황비, 우리 어머니는 그저 한미한 자작가의 영애였으니까.
미모만 보고 황제가 한눈에 반해서 데려온 케이스.
덕분에 우리 모자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 같았다.
황제는 백성들에게는 성군일지 몰라도, 자식들에게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그는 황궁에서 일어나는 황위계승싸움을 방관했다.
아니, 묵인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강한 자가 황좌를 차지하라는 노골적인 메시지.
그래서 죽기살기로 노력했다.
힘을 키우고, 세력을 모으고.
그 과정 가운데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도 했지만, 그래도 살아남는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이었으니까.
결국.
나는 황위계승권 싸움에서 최종승자가 되었다.
여기까지 보면 그저 해피엔딩.
이제는 꽃길만 걸으라는 것 같지?
“나 바르칸.K.아스론은 위대한 제국의 무궁한 영광과 창대한 번영을 위하여, 오늘 이 자리에서 황위를 계승할 황태자를 책봉하고자 하니….”
모든 게 다 끝난 줄 알았던 황태자 즉위식.
[ёђєі цчщф джзик…….]갑자기 알 수 없는 언어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법이라고…?’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누가….
아니, 그보다 어떻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는 거지?
지금 이 자리에는 황제를 비롯한 모든 황족과 내로라하는 제국 귀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근위기사단이 최상위 단계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고, 궁정마법사들도 방어마법을 펼치고 있을 것인데…?
[цчщф джз ёђєі ик…….]주문은 계속 이어졌다.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로 쇠를 긁어대는 것처럼 소름 끼치는 목소리.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대체 왜 방어마법이 작동을 안 하는 거냐?!’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다소 따분한 표정으로, 미동조차 없는 귀족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서임문을 읽어 내려가는 황제.
‘설마… 이거, 나한테만 들리는 건가?’
다급해진 나는 황제에게 이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런데 황제와 눈을 마주친 순간.
‘어…… 아바마마?’
그는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히죽.
차가우면서도 섬뜩한 미소.
명백한 조소였다.
이걸 보는 순간, 나는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멍하게 서 있던 내 귓가에, 완성된 주문의 시동어가 들려왔다.
[фхцч шъыэ.]츠즈즈즛….
그 순간, 갑자기 발밑에 새까만 구멍이 생겨났다.
츠화아아아―
“끄아아아악!”
내 몸은 서서히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발끝에서부터 온몸이 갈려 나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과 함께 강한 흑마력을 느꼈다.
“꺄아아악!”
“빠, 빨리! 궁정마법사들을……!”
“근위대! 근위대는 어디있나?!”
식장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이제 와서 뭔가를 하려고 해봤자 늦은 상황.
“끄윽… 젠장 할!”
슈화아― 슈화아아아―!
나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오러를 끌어올렸는데,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욱 깊이 빨려 들어갔으니까.
“끄헙… 허어얿……!”
내 몸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어둠이 순식간에 턱밑까지 차올랐다.
더는 비명을 지르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 와중에도 그저 방관하고 있는 황제.
‘빌어먹을……!’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됐다.
내가 뭘 놓쳤지?
아바마마… 황제의 저 태도는 설마 흑마법과 뭔가 연관되어있는 건가?
나는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또렷하던 의식은 점점 희미해졌고, 전신의 감각도 무뎌지기 시작했다.
‘하… 이렇게 끝난다고?’
원통했다.
이토록 허망한 최후라니….
절망감이 엄습했다.
그렇게 어둠 속에 삼켜졌고, 의식은 여기서 끊겼다.
이때.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곳은 ‘무림’이라는 또 다른 세계였다.
* * *
누가 그랬던가.
인생은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라고.
새롭게 눈을 뜬 세계에서도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이 싸워야만 했다.
이곳에서 나는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가 되었고, 빌어먹을 정파의 위선자 새끼들은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을 위해 정마대전을 일으켰다.
정마(正魔)를 불문하고, 이 전쟁에 허다한 목숨들이 희생되었다.
…미친 새끼들.
처억.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나?”
지금 나는 그 미친 새끼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한 놈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었다.
이미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가 잘려 나간 노인.
그가 이 사달을 일으킨 장본인, 무림맹주였다.
“클, 클클… 한스럽구나. 네 사부 놈을 죽였을 때, 무슨 수를 써서든… 네놈도 같이 죽였어야 했거늘.”
“지랄. 염병하고 있네.”
험한 세월 보내면서 입도 많이 거칠어졌다.
예전에 3황자 시절을 떠올리면 상상도 못 할 정도.
“X발, 그냥 뒤져라.”
푸욱―
이 검이 저 심장을 꿰뚫기까지, 무려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쿨럭!
“커, 어어…억…….”
무림맹주는 입에서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그리고는 숨이 차오르는 듯 꺽꺽거리더니, 그대로 고개를 툭― 떨궜다.
“하, 마침내…….”
중원천하를 피로 물들였던 정마대전이 끝났다.
나를 거둬줬던 전대 천마, 사부에 대한 복수도….
“아아, 결국 맹주님이…….”
철그렁―
맹주의 죽음을 본 정파 무인들은 그제야 손에 쥐고 있던 무기들을 놓았다.
“네놈이 감히 맹주님을……!”
“천마! 이 핏값은… 반드시 받아내겠다!”
개중에는 차마 무기를 놓지 못하고, 벌게진 눈으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이들도 있었다.
반면에, 신교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드디어 그날 죽어간 전대 교주님과 형제들의 복수를 이뤘도다!”
“천마재래 만민앙복!!!”
“천마재래 만민앙복!!!”
그들은 맹주를 죽이고 멍하게 서있는 내게 일제히 부복(俯伏)했다.
천마재래(天魔再來)
만민앙복(萬民仰伏)
천마신교의 핵심교리이다.
아득히 먼 옛날 신교를 세운 시천마(始天魔)가 다시 강림할 것이며, 그날이 오면 천하 모든 만민이 그를 우러러보고 경외하게 되리라는 뜻.
그렇게 모든 신교인들이 마도천하(魔道天下)를 이룬 내게 엎드려 기뻐 경배하고 있을 때, 정작 그 중심에 선 나는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이 허전함은… 대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았다.
십 년 동안 사부와 형제들의 복수만 보고 왔는데, 결국 그것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미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올 리도 없었고, 분노와 증오가 빠져나간 가슴은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X같군….’
막막함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
이날의 비는 정파인들의 머리 위에도, 신교도들의 머리 위에도 모두 공평하게 내렸다.
졸졸졸.
빗물에 섞여 묽어진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갔다.
묽게.
점점 더 묽게.
그렇게 마구 퍼붓던 장대비 속에서 흘러가는 빗물을 멍―하게 쳐다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다 이뤘다.’
대지를 붉게 물들였던 피가 씻겨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복수가 이토록 허무하다면… 지난 십 년간, 내가 해온 싸움은 무의미했나?’
…아니다.
복수는 허무할지언정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당한 자의 권리이며, 살아남의 자의 책임이었으니까.
‘그래, X발… 죽일 놈은 쳐 죽이는 게 맞는 거지.’
그리고 내게는 아직 해야할 복수가 남아있었다.
무림에 떨어진 지 이십 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기억의 저편에 묻어놓은 해묵은 복수가.
‘아바마마… 아니, 황제!’
뿌드득.
아직도 가끔씩 꿈에 나오는 그 섬뜩한 미소를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이가 갈렸다.
그리고 잠시 공허해졌던 눈동자가 다시금 벼린 칼날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번쩍―
콰르르릉!
번개가 치고, 이어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솨아아아아―
거세게 쏟아붓는 빗소리에 모든 잡음들이 묻혔다.
정마대전이 끝나던 날.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아르바니아로 돌아갈 것을 결심했다.
해묵은 복수를 위해서.
그렇게 정마대전이 끝나고, 4년이 흘렀다.
* * *
아스론 제국 변방의 베르딘 후작령.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베하마그 산맥과 접하고 있어서, 좀처럼 발전을 이루지 못한 작은 영지였다.
지금 이곳 영주성의 연무장에서는 열정 넘치는 거구의 기사와 소년이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으하핫! 좋습니다, 3공자님! 한 번 더 갑니다!”
파밧―
소년에게로 몸을 날리는 짙은 갈색머리 기사.
기사단장 하버 란돌프였다.
“이번에도 아까처럼만 하시면 됩니다!”
부웅―
순간, 그의 녹색 눈동자가 반짝였고, 어느새 소년의 머리 위로 목검이 떨어지고 있었다.
“크윽… 하버!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줄 아나?!”
소년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서 마치 버거운 것처럼 말했지만, 몸은 이미 반응해서 자연스럽게 좌측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손에 쥔 목검은 상단세에서 우측 사선 아래를 향해 절묘하게 흘러 들어갔고.
따악!
소년의 목검이 직선 아래로 곧게 내려치는 하버의 목검을 빗겨 맞추자,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던 검로가 오른쪽으로 확 틀어졌다.
나이를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의 흘려 치기였다.
“우워어어어! 3공자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콧김을 뿜으며 탄성을 지르는 하버.
흥분한 그가 오른쪽 아래로 빗겨 떨어진 검을 곧바로 왼쪽 사선 횡으로 올려쳤다.
“한 번 더! 한 번 더 가는 겁니다아아앗!”
부우웅―
점점 더 강하고 거침없이 날아오는 목검.
이를 본 소년의 눈동자가 잔뜩 찌푸려졌다.
“아, X발! 적당히 좀 하자고, 하버!”
“와하핫! 아직도 기운이 넘치시는군요! 소신도 좀 더 힘을 내보겠습니다아아앗!”
으아아악!
제발 좀 그만하자고!
벌써 검을 휘두른 게 3시간째다.
막으면 막을수록 열의를 불태우는 하버.
‘젠장… 막으면, 또 다음 공격이 들어오겠지.’
그냥 막지 말고, 확 몸으로 때워봐?
지칠 대로 지친 소년은 격돌의 순간, 일부러 목검을 놔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그만!”
어디선가 중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옆을 돌아보니, 새까만 흑발을 단정하게 빗어넘긴 중년인이 서 있었다.
“헙! 어, 언제 오셨습니까?!”
즉시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는 하버.
영주성 내에서 기사단장이 이 정도로 깍듯이 대할 존재가 몇이나 될까.
“흠흠! 얼마 안 됐으니 괘념치 말게.”
조금 차가워 보이는 회색빛 눈동자와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간 콧수염만 아니면 소년과 판박이인 얼굴.
이 미중년이 바로 페르반 베르딘 후작이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년.
“소자… 에반, 아버지를 뵙습니다.”
새까만 머리카락에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
우뚝한 콧날과 매끈한 얼굴선.
날카로운 눈매까지도 후작과 판박이로 똑같았지만, 푸른 눈동자만큼은 전혀 닮지 않은 이 미소년은―
‘에반 베르딘’
석 달 전.
후작이 입적한 사생아이면서, 이제는 베르딘 가문의 막내가 된 3공자.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