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0)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0화(10/213)
* * *
나는 곧바로 수련 장소로 쓰는 버려진 연무장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아까 방에서 운기조식할 때처럼 주변에 기척을 숨기는 간단한 진법을 펼쳤다.
이거로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쫄려서 뭐라도 해야겠다.
그리고는 곧바로 심장의 마나를 운용해 봤는데―
웅― 웅― 웅―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는 것 같군.”
심장 안에 서로 다른 경로로 순환하는 마나의 흐름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심장 안쪽에서 서클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2서클이 분명하다.
츠즈즛―!
눈을 감고 집중하자, 주위의 허공에 무색의 빛무리가 생겨났다.
1서클 마법인 매직미사일인데,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마법이 발현된 느낌.
‘오, 좋은데?’
이대로 2서클 마법도 써봐야겠다.
내가 곧바로 이어서 시전한 마법은 ‘실드’였다.
우우우웅….
전신에서 뿜어져 나와 넓게 퍼지더니, 희미한 막을 만들어내는 무색의 마나.
‘끙, 매직미사일보다는 어렵네.’
그래도 뭐, 별수 있나.
자꾸 연습하고 연구해야지.
내가 가진 것은 제대로 써먹어야 한다는 주의라서.
이런 측면에서 또 한 가지 연구해야 할 미지의 힘이 있었으니.
‘…확실히 신기하단 말이지.’
일단 지난 며칠 동안 확인했던 것을 복기해보면, 이 신기한 몸뚱이는 어떤 상처든 순식간에 재생시킨다.
칼에 베였든지.
화상을 입었든지.
뼈가 부러졌든지.
스르르륵….
심장의 마나를 운용하면 알아서 몸이 재생한다.
작은 상처는 거의 스치는 것과 동시에 사라지고, 큰 상처를 입었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완벽하게 원상태로 되돌아왔다.
심지어 후유증이나 능력치의 감소도 전혀 없었다.
다만, 상처를 입을 때의 고통은 여전해서, 이 능력을 확인하는 작업은 매우, 매우, 매우! 고통스러웠다.
‘하아, 그래도 해야겠지?’
특히 오늘 해보려고 하는 테스트는 여태까지보다 더 강력하고 하드코어했다.
솔직히 진짜 하기 싫은데, 능력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처억….
차가운 달빛 아래.
서늘하게 빛나는 숏소드의 칼날이 왼손 약지에 놓였다.
정확히는 가장 끝에 있는 마디.
내가 하려는 짓은 명확했다.
‘절단’에 대한 초재생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진짜 될까?’
두근두근. 두근두근.
좀 떨리긴 하네.
어쨌든 내 신체 부위를 내가 잘라내야 하는 거니까.
만에 하나 잘 안 될 경우를 대비해서, 회복포션도 갖다뒀다.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접합시켜서 포션 부어야지.
‘간다…!’
서걱.
칼날이 왼손 약지의 마디 하나를 끊어냈다.
푸슉―
“끄으윽……!”
피가 튀고, 입술 사이에서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절단면으로부터 시작된 붉은 천(川)이 손목과 팔뚝을 따라 흘러내렸고, 나는 심장의 마나를 운용했다.
스르르륵―
절단면을 그대로 유지한 채 치유되는 상처 부위.
놀라운 것은 왼손에 붙어있는 상처만 치유되는 게 아니라, 이미 잘려 나가서 떨어진 마디까지도 치유가 되고 있었다.
게다가 완전히 떨어져 나갔는데도, 아직 연결되어있는 것처럼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설마… 움직일 수도 있는 거 아냐?’
꿈틀! 꿈틀!
…….
나도 모르게 움직여본 거였는데, 정말로 됐다.
어느새 피도 멈췄고, 고통도 없었다.
‘하, 하하… 지금 이거 꿈은 아니겠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멍―한 기분이 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잘린 부위가 다시 붙으려면, 갖다 붙여야 하나?’
혹시 잘려 나간 마디가 저절로 날아와서 착―! 붙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불가능했다.
절단면에서 새로운 마디가 돋아나는 것도 상상했었는데, 역시 아니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너무 괴물 같을지도….’
지금도 충분히 괴물이긴 하다만, 아무튼.
나는 잘려 나간 손가락 마디를 주워서, 잘린 부위에 갖다 댔다. 그러자 알아서 각도가 맞춰지더니, 뼈와 살이 연결되어 마디가 절단면에 붙었다.
꼼지락. 꼼지락.
‘…진짜 미친 몸뚱이로군.’
움직여봤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고, 그 어떤 흉터도 남지 않고 깨끗했다.
그저 감탄밖에 안 나온다.
아마 팔이나 다리가 웬만큼 크게 베여도 이런 식으로 감쪽같이 회복이 가능할 테지.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의문들이 마구 떠올랐다.
* * *
그날 밤은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나는 몇 시간이고 검을 휘둘렀다.
달빛 아래 끊임없이 칼날이 번뜩였고, 애써 마음속 번민을 떨쳐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날이 새고, 동이 틀 무렵에서야 검을 거뒀다.
이후.
며칠 동안, 다양한 의문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초재생’의 능력적인 부분.
허리가 잘려도 다시 붙이면 살아날까?
목이 잘려도 뇌만 멀쩡하면 괜찮으려나?
심장이나 뇌가 파괴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만약 그런 상태에서도 회복이 가능하다면….
이 몸은 ‘불사’인 건가?
‘진짜로 어디까지 가능하려나?’
궁금하긴 한데, 직접 실험을 하기에는 좀… 그랬다.
그냥 몰라도 되니까, 아예 저런 상황이 오지 않게 만들기로 했다.
이다음은 ‘초재생’이 어떻게 발현된 힘인지에 대한 고찰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천마신공 때문인 것 같다는 말이지?’
실제로, 천마신공의 성취가 6성에 이르면 발현되는 공능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천마불사지체(天魔不死之體)」
그 효과가 초재생 능력과 딱 같다.
하지만 분명 차이점이 있어서 확신할 수는 없었다.
초재생 능력은 천마기가 아니라 심장의 마나를 통해 발현되는 것 같았고(정확한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완전히 절단된 신체까지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천마불사지체보다 좋아 보였다.
‘차원이동이 뭔가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군.’
이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예전에 무림으로 차원이동 했을 때는 ‘환골탈태’를 겪었으니까.
물론 내가 쓰고 있는 이 몸이 처음부터 특이체질을 타고났거나, 어떤 마법을 배웠을 가능성도 있지만….
‘계속 평민으로 컸다는데 마법은 개뿔.’
특이체질은… 좀 더 지켜봐야겠다.
일단은 이 정도로 결론을 냈다.
* * *
시간이 흘러서 사흘 뒤.
황궁과 마탑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워프 게이트가 있는 가장 가까운 영지까지 와서, 거기에서부터는 마차를 타고 왔다고 한다.
베르딘 후작령에는 워프 게이트가 없으니까.
후작은 나를 포함해 식솔들을 데리고 손수 마중을 나왔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하하! 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소, 후작.”
황궁에서 보내온 사람은 클라인 루크.
하버 같은 덩치는 아니었어도, 건장한 체격에 흘러나오는 기세도 어마어마했다. 그러면서 얼굴은 귀족답게 수려하고 또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하… 참 대단한 인물을 보내셨군.’
그는 제국에서 3명밖에 없는 공작인데다가, 후작과 마찬가지로 ‘아스론의 다섯 검’ 중에서 1인이었다.
심지어 그 위명도 자자한 소드마스터였다.
명실상부한 황제파 귀족의 수장.
루크 공작이 직접 올 정도니, 황제의 관심도 아주 노골적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마탑에서 나온 인물도 만만치 않았으니―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베르딘에 머무는 동안 부디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얀델 클리버드.
전형적인 마법사들의 로브를 입고 있는 이 중년인은 제국에서도 백 명이 채 안 되는 6서클 마법사였다.
“따라오십시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아, 그 전에… 양해를 구할 일이 있네.”
후작은 주요 인물인 이 두 사람과 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루크 공작의 손을 잡고 내려오는 마지막 한 사람이 더 있었으니.
“…루크 공작님?”
페르반을 포함한 후작령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이 내 또래의 여자아이였으니까.
“아인세라 루크라고 합니다. 견문을 넓힐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실례를 무릅쓰고 오게 되었습니다.”
마차에서 내린 여자아이가 고개를 살짝 숙여 예를 갖췄다. 하지만 여전히 베르딘 후작령 사람들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하는 표정이었다.
“커험… 내 딸임세. 베르딘에 꼭 오고 싶다고 하여 데려왔는데,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네.”
루크 공작도 좀 민망한지, 괜히 한마디 변명을 덧붙였다. 그러자 후작도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자연스레 말을 받았다.
“흠흠, 괜찮습니다. 영애가 아직 어려 보이는데, 굉장히 성숙하군요.”
“소녀, 베르딘 후작님의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오오…….”
나와 동갑이라고 들었는데, 눈빛이나 동작, 말하는 것을 보면 어린아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인세라 루크.
나는 이미 그녀를 알고 있었다.
‘여러모로 대단한 여자였지.’
3황자 시절에 헤브론 아카데미를 함께 다녔었는데, 그녀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였다.
일단 미모도 미모이거니와, 타고난 재능도 뛰어나서 마법학부에서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던 수재.
하지만 검술학부였던 나와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도, 당연히 초면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 빤히 쳐다보는 걸까.
빙긋.
그녀가 내게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지었다.
으음… 설마 이런 조각 같은 얼굴이 취향인 건가?
살짝 부담스럽긴 한데, 어쨌든 인사는 해야 했다.
“3남인 에반 베르딘입니다. 세 분께 아스론의 영광이 함께하길 원하며, 저희 영지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호…?”
인사를 받은 세 사람은 모두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소드마스터인 루크 공작은 뭔가를 느꼈는지 굉장히 흥미로워 보였고, 얀델은 내 예법이 상당히 의외인 모양이었다.
하긴, 몇 달 전까지 평민으로 있던 사생아로 알고 왔을 테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일까?
나를 보는 아인세라의 얼굴에도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 *
손님들이 성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오찬이 이어졌다.
수행원들은 식당으로 안내를 받았고, 후작의 식탁은 여섯 명이 앉게 되었다.
“베르딘 후작님, 이번에 저희 일정이 열흘을 잡고 온 것은 미리 들으셨지요?”
“예. 그래서 저희도 귀빈들을 어떻게 모시면 좋을지 일정을 잡아봤습니다.”
나는 먹는 것에 집중하는 척하면서, 어른들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가급적이면 일정이 있을 때마다 나도 따라다닐 수 있으면 좋을 테니까.
그런데 옆에서 누가 계속 내 주의를 산만하게 했다.
“어머, 에반 공자님은 어쩜 식사하시는 모습에서도 이렇게나 기품이 넘칠 수 있을까요?”
“…성에 들어와서 많이 노력했습니다. 다 아버지와 가르쳐주시는 분들 덕분이지요.”
“와~ 그러시구나. 대단하세요! 예법 익히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예… 뭐…….”
아인세라 루크!
이 쪼그만 계집애는 왜 자꾸 귀찮게 구는 거지?
하지만 루크 공작가의 위세를 생각해서라도, 싫은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상냥하게 대해준다고 노력하고 있긴 한데….
째릿.
루크 공작은 왜 나를 노려보는 걸까.
혹시 표정관리가 좀 안 됐나?
“저어… 베르딘 후작님.”
“으음?”
급기야 아인세라가 후작에게 말을 걸었다.
뜻밖의 부름에, 눈에 이채를 띠는 후작.
내색은 안 하지만, 그도 나처럼 뭔가 불안해 보였다.
“제가 영주성을 구경해보고 싶은데요, 괜찮을까요?”
“흠, 그러면 이따가 식사를 마치고…….”
“아니요.”
아무래도 아인세라가 진짜 궁금했던 것은 영주성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저는 지금 에반 공자님께 부탁드리고 싶어요.”